“내가 보낸 남편” 죄책감의 나날

입력 2005.08.26 (20:33) 수정 2005.08.2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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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더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30년 동안 남편의 병수발을 해 왔던 아내가 남편의 자살을 도와서 숨지게 했습니다.
⊙앵커: 남편이 제발 죽게 도와달라고 했다는데요.
지금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차세정 기자입니다.
⊙기자: 아직도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남편을 도왔던 부인.
차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괴로움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이순임(가명/62세): 말할 수가 없어.
(남편이) 눈에 밟혀요.
날이 갈수록 우리 아저씨 생각이 더 나요.
옛날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기자: 척수염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남편.
이 씨는 이런 남편을 돌보며 홀로 세 자녀를 키우며 그렇게 30년을 살았습니다.
오랜 투병생활로 지친 남편은 이 씨를 심하게 때리기도 했습니다.
⊙이순임(가명/62세): 의처증이 얼마나 심한지 힘들게 억지로 산 거예요.
(남편한테) 머리를 맞고 쓰러저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가요.
⊙기자: 이 씨를 더 힘들게 했던 건 남편의 계속된 자살 시도였습니다.
⊙이순임(가명/62세): 그 전에 농사 지었으니까 시골에 농약이 있지.
그걸 어떻게 방에 가지고 들어가서 잡수셨는데...
⊙기자: 그리고 지난 3월, 이 씨는 방 안에 쓰러져 있는 남편을 발견했습니다.
남편은 이미 독극물을 마신 상태였고 목에는 압박붕대가 감겨 있었습니다.
⊙이순임(가명/62세): 약을 먹었는데 안 죽는다고 그러드라고요, 나 좀 도와달라고 미안하다고 그래서.
그때는 눈물도 안 나오고 아무렇지도 않고, 끈하고 사람하고 흔드는데 금방 돌아가셨어요.
⊙기자: 남편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숨지게 한 이 씨는 두려운 마음에 경찰에 신고조차 못 했습니다.
⊙이순임(가명/62세): 신고를 해야 하는데,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동생에게) 전화해서 불러 놓고도 입이 안 떨어져서 아무 소리도 못 한거야.
⊙기자: 결국 이 씨는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검찰의 항소가 있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했습니다.
정상을 참작해 달라는 이웃 주민들의 증언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이웃 주민: 아무튼 잘 했어요.
애 한테도 잘 하고 할아버지한테도...
항상 같이 다니는 거 봤는데...
⊙기자: 이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이 씨.
사건 당시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잊을 수 있을까 이사까지 갔지만 아직도 밤잠을 설칩니다.
⊙이순임(가명/62세): 난 남편을 그렇게 죽게 한 것이 잘못해 가지고, 사람들 보기 너무 무서워서,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워요.
⊙기자: 참으로 고단했던 지난 세월, 그러나 남편에게 지은 마음의 죄책감으로 오늘 하루도 힘겹기만 합니다.
KBS뉴스 차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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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보낸 남편” 죄책감의 나날
    • 입력 2005-08-26 20:14:26
    • 수정2005-08-26 20:55:38
    뉴스타임
⊙앵커: 더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30년 동안 남편의 병수발을 해 왔던 아내가 남편의 자살을 도와서 숨지게 했습니다. ⊙앵커: 남편이 제발 죽게 도와달라고 했다는데요. 지금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차세정 기자입니다. ⊙기자: 아직도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남편을 도왔던 부인. 차마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 괴로움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이순임(가명/62세): 말할 수가 없어. (남편이) 눈에 밟혀요. 날이 갈수록 우리 아저씨 생각이 더 나요. 옛날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기자: 척수염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남편. 이 씨는 이런 남편을 돌보며 홀로 세 자녀를 키우며 그렇게 30년을 살았습니다. 오랜 투병생활로 지친 남편은 이 씨를 심하게 때리기도 했습니다. ⊙이순임(가명/62세): 의처증이 얼마나 심한지 힘들게 억지로 산 거예요. (남편한테) 머리를 맞고 쓰러저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가요. ⊙기자: 이 씨를 더 힘들게 했던 건 남편의 계속된 자살 시도였습니다. ⊙이순임(가명/62세): 그 전에 농사 지었으니까 시골에 농약이 있지. 그걸 어떻게 방에 가지고 들어가서 잡수셨는데... ⊙기자: 그리고 지난 3월, 이 씨는 방 안에 쓰러져 있는 남편을 발견했습니다. 남편은 이미 독극물을 마신 상태였고 목에는 압박붕대가 감겨 있었습니다. ⊙이순임(가명/62세): 약을 먹었는데 안 죽는다고 그러드라고요, 나 좀 도와달라고 미안하다고 그래서. 그때는 눈물도 안 나오고 아무렇지도 않고, 끈하고 사람하고 흔드는데 금방 돌아가셨어요. ⊙기자: 남편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숨지게 한 이 씨는 두려운 마음에 경찰에 신고조차 못 했습니다. ⊙이순임(가명/62세): 신고를 해야 하는데,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동생에게) 전화해서 불러 놓고도 입이 안 떨어져서 아무 소리도 못 한거야. ⊙기자: 결국 이 씨는 구속됐고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검찰의 항소가 있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했습니다. 정상을 참작해 달라는 이웃 주민들의 증언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이웃 주민: 아무튼 잘 했어요. 애 한테도 잘 하고 할아버지한테도... 항상 같이 다니는 거 봤는데... ⊙기자: 이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이 씨. 사건 당시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잊을 수 있을까 이사까지 갔지만 아직도 밤잠을 설칩니다. ⊙이순임(가명/62세): 난 남편을 그렇게 죽게 한 것이 잘못해 가지고, 사람들 보기 너무 무서워서,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워요. ⊙기자: 참으로 고단했던 지난 세월, 그러나 남편에게 지은 마음의 죄책감으로 오늘 하루도 힘겹기만 합니다. KBS뉴스 차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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