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시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두 시선

입력 2023.05.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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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여론조사 결과 절반 이상이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공감"
그러나 '지하철 시위'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이 "이해할 수 없어"
'장애인 차별'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지하철 시위'에는 부정적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전장연이란 단체는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인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2022년 3월 28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당시 대표가 했던 발언입니다. 앞서 2021년 12월 3일 시작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를 겨냥해 '비문명적'이란 표현을 사용해 비판하면서, 시위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에 불을 붙였습니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정부를 향해 장애인 이동권 뿐 아니라 복지, 노동, 교육, 문화를 아우르는 '장애인 권리예산'을 1조 6천억 원 증액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요구사항이 올해 예산에 반영되지 않자, 특별교통수단 확충을 위한 예산 3천3백억여 원만이라도 확보해달라고 한 발 물러선 상태입니다.

"다른 전략을 안 썼다면 다른 전략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22년을 외쳤는데 이 사회는 무관심했고 방치했습니다. 특히 시민사회."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시사기획 창'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박 대표는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를 하지 않았다면 이동권 문제가 지금처럼 사회적 관심사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 주장해왔고, 지금도 그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1년 6개월째 진행 중인 지하철 시위는 박 대표의 굳은 신념과 고집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준석 전 대표와 박경석 대표는 지난해 한 방송에서 두 차례에 걸쳐 공개토론을 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두 사람의 입장이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시사기획 창'이 확인한 결과 이들은 마주 앉지 않았을 뿐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습니다. 이 논쟁과 충돌은 지하철 시위와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우리 사회의 상반된 두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장애인만 장애인 문제 지적할 수 있다는 '당사자성'에서 벗어나야"
vs
"전장연은 당사자성을 주장하는 단체 아냐"

이 전 대표는 '시사기획 창'과의 인터뷰에서 "전장연은 당사자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장애인만이 장애인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는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지하철 시위에 대한 비판 여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당사자만이 당사자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비장애인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그것이야말로 장애인의 권리를 왜곡하는 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여전히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인식 차이를 보였습니다.


'시사기획 창'은 장애를 갖고 있지 않은 성인 950여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서 지하철 시위에 대한 생각을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그 결과 다소 엇갈리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는 응답자의 57%가 '공감한다'고 답했습니다. 지하철 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하철 시위' 방식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가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하철 시위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화했다는 답변이 40%로,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답변 25%보다 높았습니다. '변화하지 않았다'고 답변을 유보한 36%의 응답까지 생각한다면, 앞선 조사와 마찬가지로 지하철 시위를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지하철 시위가 아닌 장애인 처우 전반에 관해 질문하면 여론의 흐름이 다시 바뀝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차별이 얼마나 심각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57%가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질문에는 80% 가까이가 '그렇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장애인 이동권 문제의식에는 동의하면서도, 현재의 지하철 시위 방식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겁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표 [PDF]
https://news.kbs.co.kr/datafile/2023/05/15/304271684137732558.pdf

지하철 시위는 이처럼 모두가 알면서도 외면해온 불편한 질문들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습니다. 어느 쪽이 맞다, 그르다 섣불리 단정할 수 없는 첨예한 이슈입니다. 오늘(16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영되는 '시사기획 창'은 바로 이 난해한 논쟁으로 깊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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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 시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두 시선
    • 입력 2023-05-16 07: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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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결과 <strong>절반 이상이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공감"</strong><br />그러나 <strong>'지하철 시위'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이 "이해할 수 없어"</strong><br />'장애인 차별'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지하철 시위'에는 부정적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전장연이란 단체는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인 관점으로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2022년 3월 28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당시 대표가 했던 발언입니다. 앞서 2021년 12월 3일 시작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를 겨냥해 '비문명적'이란 표현을 사용해 비판하면서, 시위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에 불을 붙였습니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정부를 향해 장애인 이동권 뿐 아니라 복지, 노동, 교육, 문화를 아우르는 '장애인 권리예산'을 1조 6천억 원 증액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요구사항이 올해 예산에 반영되지 않자, 특별교통수단 확충을 위한 예산 3천3백억여 원만이라도 확보해달라고 한 발 물러선 상태입니다.

"다른 전략을 안 썼다면 다른 전략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22년을 외쳤는데 이 사회는 무관심했고 방치했습니다. 특히 시민사회."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시사기획 창'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박 대표는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를 하지 않았다면 이동권 문제가 지금처럼 사회적 관심사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 주장해왔고, 지금도 그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1년 6개월째 진행 중인 지하철 시위는 박 대표의 굳은 신념과 고집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준석 전 대표와 박경석 대표는 지난해 한 방송에서 두 차례에 걸쳐 공개토론을 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두 사람의 입장이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시사기획 창'이 확인한 결과 이들은 마주 앉지 않았을 뿐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습니다. 이 논쟁과 충돌은 지하철 시위와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우리 사회의 상반된 두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장애인만 장애인 문제 지적할 수 있다는 '당사자성'에서 벗어나야"
vs
"전장연은 당사자성을 주장하는 단체 아냐"

이 전 대표는 '시사기획 창'과의 인터뷰에서 "전장연은 당사자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장애인만이 장애인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는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지하철 시위에 대한 비판 여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당사자만이 당사자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비장애인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그것이야말로 장애인의 권리를 왜곡하는 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여전히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인식 차이를 보였습니다.


'시사기획 창'은 장애를 갖고 있지 않은 성인 950여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서 지하철 시위에 대한 생각을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그 결과 다소 엇갈리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는 응답자의 57%가 '공감한다'고 답했습니다. 지하철 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구체적으로 질문하면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하철 시위' 방식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가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하철 시위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화했다는 답변이 40%로,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는 답변 25%보다 높았습니다. '변화하지 않았다'고 답변을 유보한 36%의 응답까지 생각한다면, 앞선 조사와 마찬가지로 지하철 시위를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런데 지하철 시위가 아닌 장애인 처우 전반에 관해 질문하면 여론의 흐름이 다시 바뀝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차별이 얼마나 심각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57%가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심지어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질문에는 80% 가까이가 '그렇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장애인 이동권 문제의식에는 동의하면서도, 현재의 지하철 시위 방식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겁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표 [PDF]
https://news.kbs.co.kr/datafile/2023/05/15/304271684137732558.pdf

지하철 시위는 이처럼 모두가 알면서도 외면해온 불편한 질문들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습니다. 어느 쪽이 맞다, 그르다 섣불리 단정할 수 없는 첨예한 이슈입니다. 오늘(16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영되는 '시사기획 창'은 바로 이 난해한 논쟁으로 깊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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