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전세계 주목…튀르키예 대선이 중요한 이유는?

입력 2023.05.17 (10:49) 수정 2023.05.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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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일요일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에서 에르도안 현 대통령이 1위를 했지만 득표율이 50%는 넘지 못해 결선 투표까지 가게 됐습니다.

결선투표는 이번 달 28일입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튀르키예 대선,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일단 선거 결과부터 정리해볼까요?

[기자]

지난 14일 튀르키예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1위, 6개 야당의 연합 후보인 클르츠다로을루가 2위를 차지했습니다.

각각 득표율 49.4%와 44.96%를 기록했는데요.

튀르키예는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을 치르기 때문에, 두 후보는 오는 28일 결선에서 다시 맞붙게 됐습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선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연합이 전체 6백석 가운데 321석을 확보했습니다.

[앵커]

대통령 선거는 결선을 치러봐야 알겠지만, 1차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에르도안 대통령 쪽이 앞서는 모양새인 거잖아요.

선거 전 여론조사와는 조금 다른 결과라면서요?

[기자]

여론 조사에서는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과반 지지율 얻을 거란 결과가 종종 나왔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표 초반부터 승기를 잡았는데요.

투표함을 절반 정도 열었을 때까지 에르도안 대통령의 득표율이 52%를 기록하면서, 결선도 안 가고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었죠.

이후 클르츠다로을루가 표 차이를 좁히면서 에르도안의 과반 득표를 막기는 했지만, 역전까지 하지는 못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팟캐스트 방송에서 "에르도안에게 놀라운 승리"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튀르키예 정치 분석가 : "에르도안 대통령이 거의 과반 득표율을 얻었을 뿐 아니라, 여당 연합이 의회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에 (결선에서) 매우 유리한 상황입니다."]

[앵커]

튀르키예 절대 권력자, 에르도안 대통령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네요.

[기자]

올해 69살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20년째 튀르키예 권력의 정점에 서 있죠.

2003년 총리에 오른 뒤 쭉 그 자리를 유지하다가, 2014년엔 대통령에 취임했는데요.

2018년엔 국민투표를 통해 의회제였던 튀르키예를 대통령제로 바꿔버렸고, 본인은 또다시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인 셈이죠.

당연히 튀르키예 사회는 민주적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잘못된 정보를 퍼뜨렸다고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고 대통령 모욕죄로 매년 수만 명이 조사를 받기도 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대지진이 터졌는데, 에르도안 정부가 우왕좌왕하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더 키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정권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뒤지는 여론조사도 그런 분위기에서 나온 거였습니다.

[앵커]

그런데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1위를 뺏기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기자]

지지층도 그만큼 탄탄하기 때문인데요.

세금 감면과 에너지 보조금 혜택 등 돈을 푸는 정책으로 지지기반을 다져왔다는 분석입니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해 국가 영향력을 키웠다는 평가도 받는데요.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튀르키예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죠.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저항하는 반면 우크라이나에 무장 드론을 팔거나, 두 나라 사이 중재를 시도하기도 하는 등 갈등 국면에서 노련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에르도안이 튀크키예를 세계적인 선수로 키웠고, 이게 국가적 자부심이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표현했습니다.

[앵커]

튀르키예의 국제적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에 이번 대선 결과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거군요?

[기자]

특히 스웨덴이 가장 관심을 갖고 보고 있을 겁니다.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가입을 하냐 마냐를 튀르키예가 좌우하기 때문인데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권 안보 위기가 커지자, 중립국이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입장을 바꾸고 나토 가입을 신청했죠.

하지만 에르도안 정부가 스웨덴의 가입을 막으면서 핀란드만 우선, 가입에 성공했습니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튀르키예의 반정부 테러리스트들을 보호해주고 있다는 이유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고 있는 겁니다.

[에르도안/튀르키예 대통령 : "나토(NATO)는 안보 기구입니다. 우리의 안보를 침해하는 조직에 찬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이런 에르도안 정부를 비판해 왔는데요.

"두 나라 사이 문제를 나토 같은 다자간 조직으로 옮기는 건 옳지 않다"는 겁니다.

서방과 러시아 사이를 전략적으로 오가는 에르도안과 달리, 클르츠다로을루는 미국, 유럽과 좀 더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미국 언론들은 "에르도안이 또 대통령이 된다는 건 튀르키예가 서방으로부터 계속 멀어질 거라는 의미"라고 짚었습니다.

나토에서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유한 튀르키예가 이번 대선을 계기로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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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7 10:49:45
    • 수정2023-05-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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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에서 에르도안 현 대통령이 1위를 했지만 득표율이 50%는 넘지 못해 결선 투표까지 가게 됐습니다.

결선투표는 이번 달 28일입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튀르키예 대선,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일단 선거 결과부터 정리해볼까요?

[기자]

지난 14일 튀르키예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1위, 6개 야당의 연합 후보인 클르츠다로을루가 2위를 차지했습니다.

각각 득표율 49.4%와 44.96%를 기록했는데요.

튀르키예는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을 치르기 때문에, 두 후보는 오는 28일 결선에서 다시 맞붙게 됐습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선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연합이 전체 6백석 가운데 321석을 확보했습니다.

[앵커]

대통령 선거는 결선을 치러봐야 알겠지만, 1차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에르도안 대통령 쪽이 앞서는 모양새인 거잖아요.

선거 전 여론조사와는 조금 다른 결과라면서요?

[기자]

여론 조사에서는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과반 지지율 얻을 거란 결과가 종종 나왔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개표 초반부터 승기를 잡았는데요.

투표함을 절반 정도 열었을 때까지 에르도안 대통령의 득표율이 52%를 기록하면서, 결선도 안 가고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었죠.

이후 클르츠다로을루가 표 차이를 좁히면서 에르도안의 과반 득표를 막기는 했지만, 역전까지 하지는 못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팟캐스트 방송에서 "에르도안에게 놀라운 승리"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튀르키예 정치 분석가 : "에르도안 대통령이 거의 과반 득표율을 얻었을 뿐 아니라, 여당 연합이 의회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에 (결선에서) 매우 유리한 상황입니다."]

[앵커]

튀르키예 절대 권력자, 에르도안 대통령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네요.

[기자]

올해 69살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20년째 튀르키예 권력의 정점에 서 있죠.

2003년 총리에 오른 뒤 쭉 그 자리를 유지하다가, 2014년엔 대통령에 취임했는데요.

2018년엔 국민투표를 통해 의회제였던 튀르키예를 대통령제로 바꿔버렸고, 본인은 또다시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인 셈이죠.

당연히 튀르키예 사회는 민주적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잘못된 정보를 퍼뜨렸다고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고 대통령 모욕죄로 매년 수만 명이 조사를 받기도 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대지진이 터졌는데, 에르도안 정부가 우왕좌왕하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더 키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정권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뒤지는 여론조사도 그런 분위기에서 나온 거였습니다.

[앵커]

그런데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1차 투표에서 1위를 뺏기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기자]

지지층도 그만큼 탄탄하기 때문인데요.

세금 감면과 에너지 보조금 혜택 등 돈을 푸는 정책으로 지지기반을 다져왔다는 분석입니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이점을 활용해 국가 영향력을 키웠다는 평가도 받는데요.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튀르키예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죠.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저항하는 반면 우크라이나에 무장 드론을 팔거나, 두 나라 사이 중재를 시도하기도 하는 등 갈등 국면에서 노련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에르도안이 튀크키예를 세계적인 선수로 키웠고, 이게 국가적 자부심이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표현했습니다.

[앵커]

튀르키예의 국제적 영향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에 이번 대선 결과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거군요?

[기자]

특히 스웨덴이 가장 관심을 갖고 보고 있을 겁니다.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가입을 하냐 마냐를 튀르키예가 좌우하기 때문인데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권 안보 위기가 커지자, 중립국이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입장을 바꾸고 나토 가입을 신청했죠.

하지만 에르도안 정부가 스웨덴의 가입을 막으면서 핀란드만 우선, 가입에 성공했습니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튀르키예의 반정부 테러리스트들을 보호해주고 있다는 이유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하고 있는 겁니다.

[에르도안/튀르키예 대통령 : "나토(NATO)는 안보 기구입니다. 우리의 안보를 침해하는 조직에 찬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이런 에르도안 정부를 비판해 왔는데요.

"두 나라 사이 문제를 나토 같은 다자간 조직으로 옮기는 건 옳지 않다"는 겁니다.

서방과 러시아 사이를 전략적으로 오가는 에르도안과 달리, 클르츠다로을루는 미국, 유럽과 좀 더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미국 언론들은 "에르도안이 또 대통령이 된다는 건 튀르키예가 서방으로부터 계속 멀어질 거라는 의미"라고 짚었습니다.

나토에서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유한 튀르키예가 이번 대선을 계기로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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