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이역만리 방치된 입양아 “불법성 조사 시작”

입력 2023.05.17 (12:41) 수정 2023.05.1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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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가정에 입양됐지만 방치되다 추방당한 남성에게, 입양 기관이 1억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국가 책임은 없다고 봤는데요.

진실화해위원회는 과거 입양 과정 사례에 국가의 불법 행위가 없었는지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친절한뉴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1968년 대한뉴스 : "버림받은 생명들의 양부모를 찾아줌으로써, 하나의 인간이라도 되도록 행복하게 만들어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이 흑백 사진 보시면, 비행기 객실에 아기들이 가득하죠.

6.25 전쟁이 끝나자마자, 정부는 전쟁고아의 해외 입양을 허용합니다.

편리하게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오지 않고도 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 제도, 입양기관이 양부모 대신 절차를 처리하는 '대리입양제도'도 이때 시작했습니다.

세계 어디에도 없던 제도를 우리나라가 만들었는데, 60년 동안 유지했습니다.

이른바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가질만하죠.

옛날 얘기라 생각하실 수 있는데, 통계를 보시면요.

전체 입양 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국외 입양이 많은 상황입니다.

'입양'은 친부모를 대신해 아이에게 가정이란 소중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 입양기관이 대가로 '입양수수료' 즉 '뒷돈'을 받았다는 등 불법성 의혹이 제기돼왔습니다.

다수의 해외 입양인들 주장인데요.

신송혁 씨는 1979년 세 살 때 미국에 입양됐습니다.

파양과 재입양, 그리고 재파양.

신 씨를 학대했던 양부모는 신 씨의 시민권조차 제대로 신청하지 않아, 신 씨는 한국으로 추방됐습니다.

신 씨는 홀트아동복지회가 입양아 보호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소송을 냈고, 어제 오후 1심 법원은 5년 만에 홀트아동복지회가 신 씨에게 1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신송혁/해외 입양인/2019년 인터뷰 : "그들(기관·정부)은 아이들이 입양됐을 때 그리고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적하지 않았습니다."]

"홀트아동복지회가 신 씨가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등 후견인으로서 보호 의무 등을 위반했다".

"홀트 측이 의무를 다했다면 신 씨가 강제 추방되지 않았을 텐데, 신 씨가 수십 년 살아온 삶의 터전을 상실하게 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재판부의 지적입니다.

신 씨는 입양 37년 만인 2016년 한국에 돌아와 생모를 만났습니다.

이때 그는 자신의 본래 이름이 '신송혁'이 아닌 신성혁'이란 걸 알게 되죠.

입양 서류에 잘못 적혀있었고, 이후 쭉 그 이름을 써왔던 건데요.

여기에 홀트아동복지회가 자신에게 친부모가 있었음에도 가짜로 고아 호적을 만들어 입양 보냈다는 게 신 씨 주장입니다.

고아면, 친생부모 동의 없이, 입양 기관기관장의 동의만으로 입양할 수 있는 등 절차가 간단했기 때문이죠.

이 재판, 국가도 피고였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국가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입양의 요건과 절차 등을 정하는 일반적 의무를 부담할 뿐이기 때문이란 게 이유인데요.

홀트에 대한 관리 감독을 고의나 과실로 소홀히 했다고 보진 않은 겁니다.

정말 국가 책임이 없을까요?

진실화해위원회가 입양 과정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올해 시작했는데 해외 입양인 372명이 자신의 사례를 조사해달라고 신청했습니다.

'덴마크 한국인 진상 규명 그룹'.

덴마크 말고도 미국 등 10개국 650여 명이 가입한 세계 최대 한인 입양인 커뮤니티인데요.

'가짜 고아'로 입양되거나, 성폭력 전력이 있어 자격이 없는 부모에게 입양되는 등 피해 사례가 많습니다.

미국에는 현재 한인 입양인 만 8천 명 정도가 시민권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신송혁 씨 판결은 불법 입양과 입양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입양기관에게 물은 첫 사례입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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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뉴스K] 이역만리 방치된 입양아 “불법성 조사 시작”
    • 입력 2023-05-17 12:41:05
    • 수정2023-05-17 13:05:14
    뉴스 12
[앵커]

미국 가정에 입양됐지만 방치되다 추방당한 남성에게, 입양 기관이 1억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국가 책임은 없다고 봤는데요.

진실화해위원회는 과거 입양 과정 사례에 국가의 불법 행위가 없었는지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친절한뉴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1968년 대한뉴스 : "버림받은 생명들의 양부모를 찾아줌으로써, 하나의 인간이라도 되도록 행복하게 만들어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이 흑백 사진 보시면, 비행기 객실에 아기들이 가득하죠.

6.25 전쟁이 끝나자마자, 정부는 전쟁고아의 해외 입양을 허용합니다.

편리하게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오지 않고도 아이를 입양할 수 있는 제도, 입양기관이 양부모 대신 절차를 처리하는 '대리입양제도'도 이때 시작했습니다.

세계 어디에도 없던 제도를 우리나라가 만들었는데, 60년 동안 유지했습니다.

이른바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가질만하죠.

옛날 얘기라 생각하실 수 있는데, 통계를 보시면요.

전체 입양 수는 줄었지만 여전히 국외 입양이 많은 상황입니다.

'입양'은 친부모를 대신해 아이에게 가정이란 소중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 입양기관이 대가로 '입양수수료' 즉 '뒷돈'을 받았다는 등 불법성 의혹이 제기돼왔습니다.

다수의 해외 입양인들 주장인데요.

신송혁 씨는 1979년 세 살 때 미국에 입양됐습니다.

파양과 재입양, 그리고 재파양.

신 씨를 학대했던 양부모는 신 씨의 시민권조차 제대로 신청하지 않아, 신 씨는 한국으로 추방됐습니다.

신 씨는 홀트아동복지회가 입양아 보호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소송을 냈고, 어제 오후 1심 법원은 5년 만에 홀트아동복지회가 신 씨에게 1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신송혁/해외 입양인/2019년 인터뷰 : "그들(기관·정부)은 아이들이 입양됐을 때 그리고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적하지 않았습니다."]

"홀트아동복지회가 신 씨가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등 후견인으로서 보호 의무 등을 위반했다".

"홀트 측이 의무를 다했다면 신 씨가 강제 추방되지 않았을 텐데, 신 씨가 수십 년 살아온 삶의 터전을 상실하게 해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재판부의 지적입니다.

신 씨는 입양 37년 만인 2016년 한국에 돌아와 생모를 만났습니다.

이때 그는 자신의 본래 이름이 '신송혁'이 아닌 신성혁'이란 걸 알게 되죠.

입양 서류에 잘못 적혀있었고, 이후 쭉 그 이름을 써왔던 건데요.

여기에 홀트아동복지회가 자신에게 친부모가 있었음에도 가짜로 고아 호적을 만들어 입양 보냈다는 게 신 씨 주장입니다.

고아면, 친생부모 동의 없이, 입양 기관기관장의 동의만으로 입양할 수 있는 등 절차가 간단했기 때문이죠.

이 재판, 국가도 피고였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국가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입양의 요건과 절차 등을 정하는 일반적 의무를 부담할 뿐이기 때문이란 게 이유인데요.

홀트에 대한 관리 감독을 고의나 과실로 소홀히 했다고 보진 않은 겁니다.

정말 국가 책임이 없을까요?

진실화해위원회가 입양 과정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올해 시작했는데 해외 입양인 372명이 자신의 사례를 조사해달라고 신청했습니다.

'덴마크 한국인 진상 규명 그룹'.

덴마크 말고도 미국 등 10개국 650여 명이 가입한 세계 최대 한인 입양인 커뮤니티인데요.

'가짜 고아'로 입양되거나, 성폭력 전력이 있어 자격이 없는 부모에게 입양되는 등 피해 사례가 많습니다.

미국에는 현재 한인 입양인 만 8천 명 정도가 시민권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신송혁 씨 판결은 불법 입양과 입양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입양기관에게 물은 첫 사례입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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