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승마 국가대표 출전하려면 1억 내라고?

KBS와 인터뷰 중인 승마 선수들 (왼쪽부터 김혁, 김치수, 허정훈, 임성노, 남동헌 선수)

대한승마협회가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려면, 선수 한 명당 1억 원씩 부담하라고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인 김혁 선수는 오늘 KBS 기자와 만나 "대한승마협회가 국가대표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가려면 개인당 억 대의 경비를 스스로 부담하라고 요구했다"며 "참가 여부를 이번 주까지 알려달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선수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마장마술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메달을 땄고, 지난해 선발전에서 2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승마협회 요구대로 돈을 내지 못할 경우 선발전에서 자신보다 낮은 성적을 기록한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혁(승마 마장마술 부문 선수)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로 예정된 선수는 마장마술과 장애물 부문에서 각각 4명씩입니다.

대한승마협회 측은 KBS에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에 모두 12억 원의 경비가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용을 대기가 어려운 재정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승마협회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선수가 경비를 100% 부담하도록 결정한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승마협회는 앞선 세 차례 아시안게임에선 대기업의 후원금과 기금 등으로 모든 경비를 부담했습니다.

승마협회 회장사는 한화와 삼성 등이 맡아 왔지만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대기업 후원금이 끊기면서, 대한승마협회는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승마선수이기도 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씨도 지난 3월 '경영에 집중하겠다'며 승마협회 대의원에서 물러났습니다.

국제대회 선수 파견 등을 총괄하는 대한체육회는 항공료와 피복비 외에 다른 경비까지 지원할 순 없다고 밝혀, 국가대표 선수 선발을 앞두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