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대도시 쏠림 ‘심각’…“항암 치료 만큼은”

입력 2023.05.17 (21:25) 수정 2023.05.1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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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암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지방에서 서울까지 찾아오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가까운 지역 병원에 대한 신뢰가 낮고 의료진 또한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인데 이러면서 환자와 가족들의 불편은 더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60대 김승운 씨, 경남 창녕에 살지만 매주 서울에서 항암 치료를 받습니다.

왕복 6시간이 넘습니다.

[김승운/경남 창녕군 : "'오고 가고'가 더 힘듭니다. SRT(고속열차)를 타고 내려서 여기를 지금 시간이 오늘은 촉박해서 택시를 타고 왔는데 실제로 치료받는 거는 15분에서 30분 안쪽입니다. 교통비도 많이 들고요."]

암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김 씨처럼 사는 곳을 떠나 치료를 받으러 가는 과정에서의 체력 소모였습니다.

서울과 부산, 대구를 제외한 지역의 암 환자 중 절반은 다른 지역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경북은 10명 중 7명꼴입니다.

거주 권역에서 치료받지 않는 이유론 '의사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서', '암 관련 의료진 부족' 등의 순이었습니다.

거주 지역 의료기관을 믿지 못하는 겁니다.

[김성주/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 : "환자들이 서울로 올라올 수밖에 없는 어떤 의료적 시스템 구조, 이것이 너무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지역 암 환자들의 경제적 손실도 문제입니다.

[옥민수/울산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 "같은 건강보험료를 내놓고 왜 우리는 타 지역에 간 비용을 지역 주민들은 더 내야 하는 상황이죠? 지역 내에서 의료기관이 없어서 타 지역으로 간다는 건 억울하지 않습니까? 건강보험에서 교통비를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고…"]

암 환자 2백만 명 시대 '서울 등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해질수록 지역 암환자들의 불편은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박광식입니다.

촬영기자:홍병국 이상훈/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채상우

[앵커]

지역에 사는 암 환자들의 이런 원정 치료, 해법은 없는 건지,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박 기자! 거리가 너무 멀면 당일치기로 서울 와서 치료 받는 게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간단한 치료야 금방 끝납니다만, 주사 맞고, 치료받는데 몇 시간 걸리는 경우가 더 많고요,

특히 항암 치료 받으면 체력이 엄청나게 소모되거든요.

그래서 당일치기가 어려운 환자들이 더 많습니다.

당일에 치료받는 게 어려운 환자들은 가족이나 친척 집에 머물기도 하고, 아예 단기로 방을 얻어서 치료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 단체 관계자의 말 들어보시죠.

[김성주/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 : "(환자)방 하나 하는데 한 달에 200만 원, 300만 원 지불하고 서울에 계시는 분들도 있고 이게 단지 숙소의 문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만약에 보호자가 동반됐든 환자가 됐든 먹는 것까지 비용을 본인들이 지금 다 지불을 해야 하고...]

[앵커]

이렇게 되면 결국, 암 환자들의 치료 대기 시간만 늘어나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환자 입장에선, 최초 암 진단에서 첫 치료를 받을 때까지가 심리적으로 가장 불안한데요,

대도시 쏠림 현상이 심해질수록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역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 2명 중 1명은 치료받기까지 한 달 넘게 기다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지역에도 암 치료 잘하는 권역별 암센터들이 있지 않나요?

[기자]

네,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4대 암이죠, 위, 폐, 대장, 유방암에 대한 각 지역별 병원들의 치료 등급을 매겼습니다.

암 치료 잘하면 1등급을 매기는데요,

결과는, 물론 서울에 1등급 병원이 가장 많았지만, 다른 모든 권역에도 1등급 병원이 고루 분포돼 있었습니다.

등급만 보면 지역별로 암 치료 실력이 괜찮다는 건데, 여러 가지 이유로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앵커]

지역에도 1등급 병원들이 있는데, 정작 환자들은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네요.

[기자]

네, 환자들 심리적인 부분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 병원 입장에서도 억울할 수도 있겠죠.

가장 중요한 건, 정말 암 치료 잘한다는 걸 지역 병원들이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고요,

또, 인식 제고를 위해 지역 사회에 적극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어디서 치료받든 생존율에 차이가 없다면 굳이 서울 갈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앵커]

암 환자들의 불편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요?

[기자]

네, 처음 진단을 받고 수술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선호에 따라 대도시 대형병원을 찾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이후 정기적으로 맞아야 하는 항암 주사 같은 표준치료입니다.

항암 약제만 환자에게 맞게 구비 돼 있다면 지역에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데요.

대도시와 지역 병원들이 잘 연계해서 환자 인수인계를 제대로 한다면 환자도 지역 병원을 믿고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과정을 회송 시스템이라고 하는데요,

보건당국이 의지를 갖고 회송 시스템을 제대로 관리한다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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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 환자 대도시 쏠림 ‘심각’…“항암 치료 만큼은”
    • 입력 2023-05-17 21:25:50
    • 수정2023-05-17 22: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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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암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지방에서 서울까지 찾아오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가까운 지역 병원에 대한 신뢰가 낮고 의료진 또한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인데 이러면서 환자와 가족들의 불편은 더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60대 김승운 씨, 경남 창녕에 살지만 매주 서울에서 항암 치료를 받습니다.

왕복 6시간이 넘습니다.

[김승운/경남 창녕군 : "'오고 가고'가 더 힘듭니다. SRT(고속열차)를 타고 내려서 여기를 지금 시간이 오늘은 촉박해서 택시를 타고 왔는데 실제로 치료받는 거는 15분에서 30분 안쪽입니다. 교통비도 많이 들고요."]

암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김 씨처럼 사는 곳을 떠나 치료를 받으러 가는 과정에서의 체력 소모였습니다.

서울과 부산, 대구를 제외한 지역의 암 환자 중 절반은 다른 지역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경북은 10명 중 7명꼴입니다.

거주 권역에서 치료받지 않는 이유론 '의사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서', '암 관련 의료진 부족' 등의 순이었습니다.

거주 지역 의료기관을 믿지 못하는 겁니다.

[김성주/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 : "환자들이 서울로 올라올 수밖에 없는 어떤 의료적 시스템 구조, 이것이 너무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지역 암 환자들의 경제적 손실도 문제입니다.

[옥민수/울산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 "같은 건강보험료를 내놓고 왜 우리는 타 지역에 간 비용을 지역 주민들은 더 내야 하는 상황이죠? 지역 내에서 의료기관이 없어서 타 지역으로 간다는 건 억울하지 않습니까? 건강보험에서 교통비를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고…"]

암 환자 2백만 명 시대 '서울 등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해질수록 지역 암환자들의 불편은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박광식입니다.

촬영기자:홍병국 이상훈/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채상우

[앵커]

지역에 사는 암 환자들의 이런 원정 치료, 해법은 없는 건지, 박광식 의학전문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박 기자! 거리가 너무 멀면 당일치기로 서울 와서 치료 받는 게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간단한 치료야 금방 끝납니다만, 주사 맞고, 치료받는데 몇 시간 걸리는 경우가 더 많고요,

특히 항암 치료 받으면 체력이 엄청나게 소모되거든요.

그래서 당일치기가 어려운 환자들이 더 많습니다.

당일에 치료받는 게 어려운 환자들은 가족이나 친척 집에 머물기도 하고, 아예 단기로 방을 얻어서 치료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 단체 관계자의 말 들어보시죠.

[김성주/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 : "(환자)방 하나 하는데 한 달에 200만 원, 300만 원 지불하고 서울에 계시는 분들도 있고 이게 단지 숙소의 문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만약에 보호자가 동반됐든 환자가 됐든 먹는 것까지 비용을 본인들이 지금 다 지불을 해야 하고...]

[앵커]

이렇게 되면 결국, 암 환자들의 치료 대기 시간만 늘어나는 것 아닙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환자 입장에선, 최초 암 진단에서 첫 치료를 받을 때까지가 심리적으로 가장 불안한데요,

대도시 쏠림 현상이 심해질수록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역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 2명 중 1명은 치료받기까지 한 달 넘게 기다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지역에도 암 치료 잘하는 권역별 암센터들이 있지 않나요?

[기자]

네,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4대 암이죠, 위, 폐, 대장, 유방암에 대한 각 지역별 병원들의 치료 등급을 매겼습니다.

암 치료 잘하면 1등급을 매기는데요,

결과는, 물론 서울에 1등급 병원이 가장 많았지만, 다른 모든 권역에도 1등급 병원이 고루 분포돼 있었습니다.

등급만 보면 지역별로 암 치료 실력이 괜찮다는 건데, 여러 가지 이유로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앵커]

지역에도 1등급 병원들이 있는데, 정작 환자들은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네요.

[기자]

네, 환자들 심리적인 부분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 병원 입장에서도 억울할 수도 있겠죠.

가장 중요한 건, 정말 암 치료 잘한다는 걸 지역 병원들이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고요,

또, 인식 제고를 위해 지역 사회에 적극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어디서 치료받든 생존율에 차이가 없다면 굳이 서울 갈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앵커]

암 환자들의 불편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요?

[기자]

네, 처음 진단을 받고 수술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선호에 따라 대도시 대형병원을 찾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이후 정기적으로 맞아야 하는 항암 주사 같은 표준치료입니다.

항암 약제만 환자에게 맞게 구비 돼 있다면 지역에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데요.

대도시와 지역 병원들이 잘 연계해서 환자 인수인계를 제대로 한다면 환자도 지역 병원을 믿고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과정을 회송 시스템이라고 하는데요,

보건당국이 의지를 갖고 회송 시스템을 제대로 관리한다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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