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공석에 위원장은 기소…‘식물’ 방통위 정상화 언제쯤?

입력 2023.05.1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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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원은 다섯 명. 최근 두 명이 떠났는데 한 자리만 채워졌습니다. 남은 한 자리에 추천된 사람은 아직 임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네 명뿐입니다.

조만간 한 사람이 더 떠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세 명으로 줄어듭니다. 다시 돌아올지 모르지만 상황은 별반 다를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이들은 누구일까요?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입니다.

■ 방통위 마지막 전체회의는 두 달 전

지난 3월 21일, 5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상임위원 5명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열린 마지막 전체회의였습니다. 이날 회의에선 종합편성채널 TV조선에 대해 4년간 재승인을 의결했습니다. 공교롭게도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상혁 위원장은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이후 3월 30일에 안형환 위원이, 4월 5일엔 김창룡 위원이 차례로 퇴임했습니다.

■ 상임위원 4명뿐…서면회의로 대체

이후 두 달 가까이 지났습니다. 서로 얼굴을 맞대는 전체회의는 열리지 않고 서면회의로 갈음하고 있습니다. 사무처에서 안건을 각 위원에게 보내면, 각자 검토한 뒤 동의 여부나 수정 의견을 내서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렇다 보니 협의해서 처리해야 할 안건에 대해선 상정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상인 신임 방통위 상임위원이상인 신임 방통위 상임위원

불과 2주 전까지 상임위원은 단 세 명뿐이었습니다. 지난 5월 4일에야 김창룡 전 상임위원 후임이자 대통령 추천 몫으로 이상인 위원이 임명됐습니다. 달라진 건 없습니다. 여전히 전체회의는 서면으로 대체되고 있으니까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상황이 조금 바뀌긴 했습니다. 검찰이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한 위원장을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이어서 면직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 상임위원들 '제각각' 행동

그렇다면 현재 각 상임위원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장관급인 한상혁 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배제된 지는 한참 됐습니다. 대신 한 위원장은 방통위 소속 통신사무소와 공동체라디오 행사, 지역 방송시설 등을 방문하는 등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차관회의에는 김효재 위원이 참석해오다 지난주부터는 이상인 위원이 참석하고 있고, 김현 위원 역시 개별적으로 행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김효재 방통위 상임위원김효재 방통위 상임위원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김현 방통위 상임위원

네 명뿐인 방통위원들이 한 자리에 있는 모습을 보기 쉽지 않습니다.

■ 위원장 면직 절차...부위원장도 공석

오는 23일, 면직 절차를 밟고 있는 한상혁 위원장의 소명을 듣는 청문이 진행됩니다. 이변이 없는 한 청문을 마치면 인사혁신처의 면직 제청과 대통령의 재가가 있을 전망입니다. 그러면 방송통신위원장은 공석으로 남게 됩니다.

문제는 현재 부위원장 자리도 비어있다는 겁니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위원장과 달리 부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에 따라 '호선' 방식으로 선출합니다. 즉 위원들이 협의해서 뽑는 건데 다 모이지도 않는 상황에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만약 한 위원장이 면직된다면 부위원장마저 공석으로 비워둘 순 없습니다. 호선으로 선출하기 어려울 경우엔 연장자인 김효재 위원이 부위원장을 맡을 수 있습니다. 그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물론 한 위원장은 면직이 확정될 경우, 이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를 신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신청을 법원에서 받아들인다면 한 위원장이 임기 만료 시까지 자리를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 최민희 전 의원 임명 지연, 왜?

최민희 전 의원은 국회의 문턱을 넘고도 상임위원으로 임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 전 의원의 방통위원 추천안을 단독 가결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최 전 의원에 대한 방통위원 임명안을 재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민희 방통위원 추천인최민희 방통위원 추천인

여당인 국민의힘이 최 전 의원의 경력 즉,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직'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를 비롯한 100여 개의 IT 관련 기업과 단체가 모인 민간협회인데, 국민의힘은 방통위법 10조가 결격 사유로 규정하는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거나 위원 임명 전 3년 이내에 종사하였던 사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방통위 사무처는 지난달 13일 법제처에 관련 법령 해석을 요청했습니다. 이어 지난 8일, '법령해석 요청 접수 알림'이라는 회신이 방통위에 왔습니다. 회신 내용을 확인한 김현 상임위원은 "추가 검토, 법령해석 심의위원회 심의 등 결과 회신까지 몇 달 이상이 걸린다"는 내용의 접수 알림 문서가 왔다며 "질의 취지를 명확히 하거나 법령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의견을 확인하는 경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법제처 법령해석 반려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령해석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에 취재진이 법제처에 해당 유권해석의 진행 상황을 직접 문의해봤습니다. 법제처 대변인실도 명쾌한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담당 부서에 확인한 결과 '검토 중'이라는 짧은 답변이 전부였습니다.

■ 상임위원 3명, 석 달 내 임기 만료...새 위원장 임명이 분수령

최근 임명된 이상인 위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위원들은 임기 만료가 멀지 않습니다. 면직 절차와는 별개로 한 위원장은 7월 31일 퇴임 예정입니다. 만료까지 두 달 정도 남았습니다. 김효재, 김현 위원은 8월 23일까지입니다.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8월 말이나 9월 초에는 새 방송통신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들이 모두 채워지는, 6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관심사는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누가 임명될 지입니다. 후보로 김후곤 전 검사장과 김홍일 전 대검 중수부장,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누구는 자신이 적임자라고 자신하고 있고, 다른 누구는 자신은 그럴 깜냥이 안 된다며 사양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런데 누구로 결정되든 꼭 거쳐야 할 절차가 있습니다. 바로 국회 인사청문회입니다.

국회를 통과한 최 전 의원의 방통위원 임명 건도 그즈음이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민주당이 최 전 의원을 추천한 것이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최 전 의원의 방통위원 임명'을 원만한 인사청문회 개최의 전제 조건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 '식물' 방통위...6기 출범하면 정상화될까

방송통신위원회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는 의미로 '식물' 방통위라고도 불립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다섯 번의 검찰 압수수색과 끝나지 않은 감사원 감사, 그리고 사상 초유의 방통위원장 기소. 여기에 재승인 심사에 관여한 방통위 직원들의 구속까지. 방통위로서는 2008년 출범 이래 처음 겪는 상황입니다.

늦어도 9월엔 6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할 겁니다. 세찬 바람을 맞고 있는 방통위는 지금의 역경을 이겨내고 정상화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시련에 꺾여 더 움츠러들까요? 이번 상처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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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8 11: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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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원은 다섯 명. 최근 두 명이 떠났는데 한 자리만 채워졌습니다. 남은 한 자리에 추천된 사람은 아직 임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네 명뿐입니다.

조만간 한 사람이 더 떠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세 명으로 줄어듭니다. 다시 돌아올지 모르지만 상황은 별반 다를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이들은 누구일까요?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입니다.

■ 방통위 마지막 전체회의는 두 달 전

지난 3월 21일, 5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습니다. 상임위원 5명이 모두 참석한 상태에서 열린 마지막 전체회의였습니다. 이날 회의에선 종합편성채널 TV조선에 대해 4년간 재승인을 의결했습니다. 공교롭게도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상혁 위원장은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이후 3월 30일에 안형환 위원이, 4월 5일엔 김창룡 위원이 차례로 퇴임했습니다.

■ 상임위원 4명뿐…서면회의로 대체

이후 두 달 가까이 지났습니다. 서로 얼굴을 맞대는 전체회의는 열리지 않고 서면회의로 갈음하고 있습니다. 사무처에서 안건을 각 위원에게 보내면, 각자 검토한 뒤 동의 여부나 수정 의견을 내서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렇다 보니 협의해서 처리해야 할 안건에 대해선 상정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상인 신임 방통위 상임위원
불과 2주 전까지 상임위원은 단 세 명뿐이었습니다. 지난 5월 4일에야 김창룡 전 상임위원 후임이자 대통령 추천 몫으로 이상인 위원이 임명됐습니다. 달라진 건 없습니다. 여전히 전체회의는 서면으로 대체되고 있으니까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상황이 조금 바뀌긴 했습니다. 검찰이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한 위원장을 불구속기소 했습니다. 이어서 면직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 상임위원들 '제각각' 행동

그렇다면 현재 각 상임위원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장관급인 한상혁 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배제된 지는 한참 됐습니다. 대신 한 위원장은 방통위 소속 통신사무소와 공동체라디오 행사, 지역 방송시설 등을 방문하는 등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차관회의에는 김효재 위원이 참석해오다 지난주부터는 이상인 위원이 참석하고 있고, 김현 위원 역시 개별적으로 행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김효재 방통위 상임위원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
네 명뿐인 방통위원들이 한 자리에 있는 모습을 보기 쉽지 않습니다.

■ 위원장 면직 절차...부위원장도 공석

오는 23일, 면직 절차를 밟고 있는 한상혁 위원장의 소명을 듣는 청문이 진행됩니다. 이변이 없는 한 청문을 마치면 인사혁신처의 면직 제청과 대통령의 재가가 있을 전망입니다. 그러면 방송통신위원장은 공석으로 남게 됩니다.

문제는 현재 부위원장 자리도 비어있다는 겁니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위원장과 달리 부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에 따라 '호선' 방식으로 선출합니다. 즉 위원들이 협의해서 뽑는 건데 다 모이지도 않는 상황에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만약 한 위원장이 면직된다면 부위원장마저 공석으로 비워둘 순 없습니다. 호선으로 선출하기 어려울 경우엔 연장자인 김효재 위원이 부위원장을 맡을 수 있습니다. 그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물론 한 위원장은 면직이 확정될 경우, 이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정지를 신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신청을 법원에서 받아들인다면 한 위원장이 임기 만료 시까지 자리를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 최민희 전 의원 임명 지연, 왜?

최민희 전 의원은 국회의 문턱을 넘고도 상임위원으로 임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 전 의원의 방통위원 추천안을 단독 가결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최 전 의원에 대한 방통위원 임명안을 재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민희 방통위원 추천인
여당인 국민의힘이 최 전 의원의 경력 즉,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 부회장직'을 문제 삼으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를 비롯한 100여 개의 IT 관련 기업과 단체가 모인 민간협회인데, 국민의힘은 방통위법 10조가 결격 사유로 규정하는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거나 위원 임명 전 3년 이내에 종사하였던 사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방통위 사무처는 지난달 13일 법제처에 관련 법령 해석을 요청했습니다. 이어 지난 8일, '법령해석 요청 접수 알림'이라는 회신이 방통위에 왔습니다. 회신 내용을 확인한 김현 상임위원은 "추가 검토, 법령해석 심의위원회 심의 등 결과 회신까지 몇 달 이상이 걸린다"는 내용의 접수 알림 문서가 왔다며 "질의 취지를 명확히 하거나 법령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의견을 확인하는 경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법제처 법령해석 반려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령해석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에 취재진이 법제처에 해당 유권해석의 진행 상황을 직접 문의해봤습니다. 법제처 대변인실도 명쾌한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담당 부서에 확인한 결과 '검토 중'이라는 짧은 답변이 전부였습니다.

■ 상임위원 3명, 석 달 내 임기 만료...새 위원장 임명이 분수령

최근 임명된 이상인 위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위원들은 임기 만료가 멀지 않습니다. 면직 절차와는 별개로 한 위원장은 7월 31일 퇴임 예정입니다. 만료까지 두 달 정도 남았습니다. 김효재, 김현 위원은 8월 23일까지입니다.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8월 말이나 9월 초에는 새 방송통신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들이 모두 채워지는, 6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관심사는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누가 임명될 지입니다. 후보로 김후곤 전 검사장과 김홍일 전 대검 중수부장,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누구는 자신이 적임자라고 자신하고 있고, 다른 누구는 자신은 그럴 깜냥이 안 된다며 사양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런데 누구로 결정되든 꼭 거쳐야 할 절차가 있습니다. 바로 국회 인사청문회입니다.

국회를 통과한 최 전 의원의 방통위원 임명 건도 그즈음이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민주당이 최 전 의원을 추천한 것이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최 전 의원의 방통위원 임명'을 원만한 인사청문회 개최의 전제 조건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 '식물' 방통위...6기 출범하면 정상화될까

방송통신위원회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는 의미로 '식물' 방통위라고도 불립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다섯 번의 검찰 압수수색과 끝나지 않은 감사원 감사, 그리고 사상 초유의 방통위원장 기소. 여기에 재승인 심사에 관여한 방통위 직원들의 구속까지. 방통위로서는 2008년 출범 이래 처음 겪는 상황입니다.

늦어도 9월엔 6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할 겁니다. 세찬 바람을 맞고 있는 방통위는 지금의 역경을 이겨내고 정상화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시련에 꺾여 더 움츠러들까요? 이번 상처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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