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정신’ 원포인트 개헌…헌법학자들에게 물었습니다

입력 2023.05.1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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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43주년 되는 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국회의원 대부분이 광주로 내려가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정부와 여야가 한마음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켜낸 오월의 항거를 기리는 건 잠시뿐, 기념식 전후로는 날 선 발언들이 오갔습니다.

가장 쟁점이 됐던 건 5·18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기념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18 정신 헌법 수록은 대선 당시 여야 할 것 없이 약속했던 대국민 공약이었다"며 "다음 총선에서 '원포인트 개헌'으로 약속을 반드시 지키자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국가 폭력의 책임이 있는 정부·여당은 말로만 반성하고 추념하고 기념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에 대해 "5·18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비리에 얼룩진 정치인들의 국면 전환용 꼼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당한 과정을 통해 헌법을 개정하는 계기에 5·18 정신을 반드시 헌법에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양쪽의 입장을 봤을 때 개헌 논의가 당장 진행되는 건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개헌 취지에 대해선 모두 다 동의하는 만큼 개헌의 불씨가 꺼진 건 아닙니다.

그래서 헌법학자들에게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개헌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5·18 정신이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민주주의 정신이 되는 것"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되는 것의 의미에 대해 "헌법 전문은 본문보다 상위 규범이기 때문에 헌법 본문 간 충돌이 발생했을 때 해석의 기준이 된다"며 "5·18 정신이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민주주의 정신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현재 5·18 특별법에 따라 5·18에 대한 왜곡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데 일각에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한다"면서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이 들어가면 더이상 5·18 왜곡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부연했습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헌법 전문이라는 건 헌법의 역사적 배경이나 이념, 원리를 담아놓은 헌법의 서문이기 때문에 법적인 효력이 있다"며 "5·18 민주화운동이 헌법 전문에 수록된다는 건 5·18 민주화 운동의 정당성이 더 강화되는 것"이라고 헌법 전문 개헌의 의미를 말했습니다.

■"헌법 전문을 원포인트로 바꾸는 건 어려워"…"여야 합의하면 가능"

다만 '원포인트 개헌'의 전망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습니다.

헌법을 전공한 이병규 동의과학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개헌하려면 국민투표까지 거치도록 하는 경성헌법 국가"라며 "경성헌법은 연성헌법과 달리 헌법을 쉽게 바꾸지 말라는 의미가 있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헌법을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정신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 교수는 원포인트 개헌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국회의원 임기를 늘리고 줄이는 건 원포인트로 가능하지만 헌법의 성격과 정신을 바꾸려면 그에 따른 기본권도 개정할 부분이 생기기 때문에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원포인트로 헌법 전문만 바꾼다는 건 국민적인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30여 년간 헌법을 고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쌓여온 개헌 요구들이 많다"면서 "제왕적 대통령 구조는 왜 손을 안 대느냐, 지방분권 문제는 왜 빼느냐 등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나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오히려 시대적으로 더 중요한 건 87년 민주화를 가져온 6월 민주항쟁이라고 하거나 부마항쟁을 빼면 안 된다는 의견들도 존재한다"며 "그렇다고 이것저것 다 집어넣으면 헌법이 누더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개헌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개헌 이슈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18 헌법 전문 수록 개헌은 여야 대선 주자들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여야가 대립하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5.18 기념재단이 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 대부분도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개헌 논의보다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오히려 5.18 헌법 전문 수록 개헌의 경우 원포인트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권력구조 개편 같은 건 정치적 이해관계가 너무 첨예해서 그걸 전부 다 같이 하려면 개헌이 더 어려워진다"며 "5.18 헌법 전문 수록 개헌을 원포인트로 해서 개헌에 대한 물꼬를 터야 다른 개헌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처럼 헌법학자들도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개헌 논의를 진행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매년 5월마다 똑같은 논쟁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여야가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 합의점을 찾아냈으면 합니다.

그게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의무이자 역할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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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 정신’ 원포인트 개헌…헌법학자들에게 물었습니다
    • 입력 2023-05-18 18: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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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43주년 되는 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국회의원 대부분이 광주로 내려가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정부와 여야가 한마음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켜낸 오월의 항거를 기리는 건 잠시뿐, 기념식 전후로는 날 선 발언들이 오갔습니다.

가장 쟁점이 됐던 건 5·18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입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기념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18 정신 헌법 수록은 대선 당시 여야 할 것 없이 약속했던 대국민 공약이었다"며 "다음 총선에서 '원포인트 개헌'으로 약속을 반드시 지키자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국가 폭력의 책임이 있는 정부·여당은 말로만 반성하고 추념하고 기념할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에 대해 "5·18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비리에 얼룩진 정치인들의 국면 전환용 꼼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당한 과정을 통해 헌법을 개정하는 계기에 5·18 정신을 반드시 헌법에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양쪽의 입장을 봤을 때 개헌 논의가 당장 진행되는 건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개헌 취지에 대해선 모두 다 동의하는 만큼 개헌의 불씨가 꺼진 건 아닙니다.

그래서 헌법학자들에게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개헌의 의미와 전망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5·18 정신이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민주주의 정신이 되는 것"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수록되는 것의 의미에 대해 "헌법 전문은 본문보다 상위 규범이기 때문에 헌법 본문 간 충돌이 발생했을 때 해석의 기준이 된다"며 "5·18 정신이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민주주의 정신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예를 들면 현재 5·18 특별법에 따라 5·18에 대한 왜곡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데 일각에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한다"면서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이 들어가면 더이상 5·18 왜곡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부연했습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헌법 전문이라는 건 헌법의 역사적 배경이나 이념, 원리를 담아놓은 헌법의 서문이기 때문에 법적인 효력이 있다"며 "5·18 민주화운동이 헌법 전문에 수록된다는 건 5·18 민주화 운동의 정당성이 더 강화되는 것"이라고 헌법 전문 개헌의 의미를 말했습니다.

■"헌법 전문을 원포인트로 바꾸는 건 어려워"…"여야 합의하면 가능"

다만 '원포인트 개헌'의 전망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었습니다.

헌법을 전공한 이병규 동의과학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개헌하려면 국민투표까지 거치도록 하는 경성헌법 국가"라며 "경성헌법은 연성헌법과 달리 헌법을 쉽게 바꾸지 말라는 의미가 있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헌법을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정신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 교수는 원포인트 개헌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국회의원 임기를 늘리고 줄이는 건 원포인트로 가능하지만 헌법의 성격과 정신을 바꾸려면 그에 따른 기본권도 개정할 부분이 생기기 때문에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원포인트로 헌법 전문만 바꾼다는 건 국민적인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30여 년간 헌법을 고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쌓여온 개헌 요구들이 많다"면서 "제왕적 대통령 구조는 왜 손을 안 대느냐, 지방분권 문제는 왜 빼느냐 등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나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오히려 시대적으로 더 중요한 건 87년 민주화를 가져온 6월 민주항쟁이라고 하거나 부마항쟁을 빼면 안 된다는 의견들도 존재한다"며 "그렇다고 이것저것 다 집어넣으면 헌법이 누더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개헌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개헌 이슈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18 헌법 전문 수록 개헌은 여야 대선 주자들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여야가 대립하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5.18 기념재단이 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 대부분도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개헌 논의보다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오히려 5.18 헌법 전문 수록 개헌의 경우 원포인트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권력구조 개편 같은 건 정치적 이해관계가 너무 첨예해서 그걸 전부 다 같이 하려면 개헌이 더 어려워진다"며 "5.18 헌법 전문 수록 개헌을 원포인트로 해서 개헌에 대한 물꼬를 터야 다른 개헌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처럼 헌법학자들도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개헌 논의를 진행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매년 5월마다 똑같은 논쟁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여야가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 합의점을 찾아냈으면 합니다.

그게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의무이자 역할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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