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까지 번진 ‘역전세난’…“보증금 갈등 최악, 이때를 조심” [주말엔]

입력 2023.05.20 (09:00) 수정 2023.05.2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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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셋값 하락 어느 정도?

최근 1년간 전세 가격은 집값 하락을 앞에서 이끌며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지난해 주택 전셋값은 전국이 5.56%, 서울 6.55% 떨어졌습니다. 18년 만에 최대 하락폭입니다. 빌라나 다세대주택 뿐만 아니라 아파트 전세 가격도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최근 뉴스를 보면 아파트 전세 가격이 2년 전 대비 30% 떨어졌다느니 혹은 50% 떨어졌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옵니다. 개별 아파트 전세 계약으로는 이렇게 큰 폭의 하락률을 보이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거래된 가격만으로 지수를 내는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 지수로 보면 최근 들어 하락폭이 큽니다.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 지수로 봤을 때 전국은 지난해 6월 최고점 대비 올해 2월 110.6으로 13.6% 하락했고, 서울은 지난해 6월 최고점 대비 2월 112.8로 12.1% 떨어졌습니다. 사실 떨어졌다고 보기 보다는 원래로 돌아갔다고 보는 게 맞겠죠. 전세 가격은 2020년 7월, 그러니까 2년 7개월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겁니다. 그런데 실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통계를 뽑다보니 자료가 늦어 올해 2월 기준입니다. 5월 기준으로는 최고점 대비 이보다 훨씬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0년 가을 이후에 전세 계약한 집주인은 상당수가 세입자가 바뀔 때 자기 돈을 더 얹어줘야 전세 계약이 가능하단 얘깁니다. 이것을 역전세라고 부르죠. 특히 위 그래프에서 보면 쌍봉 최고점은 2021년 11월과 2022년 6월 두 번 있습니다. 다시 말해 2년 뒤 재계약 시점인 올해 11월과 내년 6월에 역전세난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크게 보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역전세난이 심화될 거란 얘깁니다.

그렇다면 좀 더 최근 전세 상황을 볼까요? 5월 셋째 주 주간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0.11%)보다 하락폭을 조금 줄인 -0.10%를 기록했습니다. 서울은 -0.07%에서 -0.06%, 수도권은 -0.08%에서 -0.06%로 둔화됐지만 지방은 -0.13%에서 -0.15%로 하락폭을 키웠습니다. 전셋값 하락률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번엔 다른 통계를 보겠습니다. 부동산R114가 올해 들어 지난달 26일까지 전국에서 계약한 전세 아파트 기준으로 2년 전 같은 단지·면적의 전세 계약 3만 2천여 건을 분석한 결과 62.2%는 2년 사이 전셋값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건 중 6건 이상이 2년 사이 전셋값이 떨어졌다는 얘깁니다.


전셋값 하락 거래 비중은 수도권이 65.7%로 지방 56.8%보다 높았습니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87%, 세종 78.4%, 대전 70.8%, 인천 70.5%, 부산 69.6%, 서울 64.2% 등입니다.

■ "역전세와 깡통전세 이슈 지속"…"내년 상반기, 보증금 미반환 위험 최고조"

이렇게 전셋값이 2년 사이 떨어진 아파트가 많다는 건 '역전세난' 이 커지고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5억 원에 아파트 전세 계약을 했는데 2년이 지난 시점에 전세 시세가 3억 원이 되면 집주인은 2억 원을 돌려주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지 2억 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집주인이 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면 집주인이 매달 역월세로 세입자에게 돈을 준다든지, 그것도 안 되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지게 되죠. 최근 전세 기간이 만료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이사 나갈테니 전세금 돌려달라"고 연락을 하려고 하는데, 집주인이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도 답하지 않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KBS가 부산의 한 아파트를 취재한 결과 84제곱미터 기준으로 2년 전, 5억 원 하던 전셋값이
이달 초 절반 가까운 2억 6천만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새 세입자가 나타나도 지금 세입자에게 2억 원이 넘는 돈을 더 구해서 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집 주인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2억 얼마를 다 못내 주니까 차라리 그 금액만큼 월세로 환산해서 60만 원, 70만 원 다달이 주겠다, 2년 더 살아달라, 2년 뒤에는 내가 어떻게든 보증금을 돌려주겠다. 이런 어떤 이상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집주인이 거꾸로 세입자에게 월세로 돈을 주는 '역월세'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5월 부동산시장 리뷰 보고서를 통해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동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역전세와 깡통전세 이슈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역전세는 심하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로 이어집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HUG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보증사고 금액은 2,857억 원이고, 1~4월 누적액은 1조 830억 원으로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지난 한 해 1조 1,726억 원의 92%에 해당하는 전세보증사고가 넉달 만에 난 겁니다. 이런 사고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전세난이 커진 것도 주요 이유입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월 발표한 갭투자 위험 관련 보고서에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갭투자 주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해 내년 상반기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내년 상반기가 가장 위험할 때이니 지금부터 위험이 계속 고조될 수 있다는 겁니다.

■ 전세 거래 다시 늘고 있다…무슨 신호?

그런데 최근 눈에 띄는 현상이 하나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세 가격은 떨어지는데 전세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거래량이 받쳐주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거래량이 얼마나 많이, 오랜 기간 늘어나느냐가 중요하죠.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3~4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가운데 전세 거래 비중은 62%로 1년 4개월 만에 최대로 늘었습니다.


다만 이달 들어서는 전세 비중이 57%(5월 18일 기준)로 다시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48% 최저 전세 비중을 기록했던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월세보다 전세 거래가 늘어난 겁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서 은행 대출 이자가 다시 떨어지면서 전세로 돌아서는 세입자들이 나타나고 있고, 최근 들어 발생한 빌라 중심의 전세사기로 빌라 전세에서 아파트 전세로 일부 수요가 이동한 효과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세 거래량 증가가 전세 가격의 바닥을 다지는 신호이냐, 아니면 더 가격이 내려가느냐가 관심입니다. 이 부분에서 의견이 갈리는데 전세 가격 바닥론자들은 대출금리 인하와 거래량 증가는 결국 전세 수요를 늘려 전세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추세적 하락을 말하는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이슈에 더해 불안한 대출 금리로 월세 선호 현상이 지난해보다 높아졌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5월 들어 전세 비중이 다시 줄어든 점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우병탁 팀장은 최근 KBS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월세 선호현상은 금리로 인해서 월세로 옮겨갈 때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진 것과 전세사기 우려가 커진 것 때문에 임차수요가 전세에서 빠져서 월세로 옮겨간 것이다"라면서 " 결국은 이런 현상은 금리에 관한 이슈나 전세사기와 관련된 이슈가 일단락되는 시점,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월세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하반기 신규입주 물량이 많이 공급되는 지역은 따로 살펴봐야 합니다. 서울만 보면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조사 결과 올해 서울 강남구 아파트 입주 물량은 4,600여 가구로 지난해 대비 6배 수준이고, 서초구도 3배에 달하는 등 1만 가구의 신규 입주 물량이 쏟아집니다. 입주 물량이 많으면 그만큼 전세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겠죠.

올 하반기 심화되는 역전세난이 전세 가격 하락과 상호작용을 하게 되면 전세 입주자와 소유자 간 재계약 갈등이 깊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세 제도가 수명을 다한 게 아닌가 보고 있다"며 "근본적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 검토를 통한 '임대차 제도 결과물'이 나오는 과정에서 큰 진통이 예상되는 데다, 용역 결과물도 내년에나 나옵니다. 전세 가격이 급등하지 않는 이상 올 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역전세난 심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 김현갑, 자료조사: 김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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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파트까지 번진 ‘역전세난’…“보증금 갈등 최악, 이때를 조심” [주말엔]
    • 입력 2023-05-20 09:00:05
    • 수정2023-05-20 10:13:59
    주말엔

■ 전셋값 하락 어느 정도?

최근 1년간 전세 가격은 집값 하락을 앞에서 이끌며 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지난해 주택 전셋값은 전국이 5.56%, 서울 6.55% 떨어졌습니다. 18년 만에 최대 하락폭입니다. 빌라나 다세대주택 뿐만 아니라 아파트 전세 가격도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최근 뉴스를 보면 아파트 전세 가격이 2년 전 대비 30% 떨어졌다느니 혹은 50% 떨어졌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옵니다. 개별 아파트 전세 계약으로는 이렇게 큰 폭의 하락률을 보이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거래된 가격만으로 지수를 내는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 지수로 보면 최근 들어 하락폭이 큽니다. 아파트 전세 실거래가 지수로 봤을 때 전국은 지난해 6월 최고점 대비 올해 2월 110.6으로 13.6% 하락했고, 서울은 지난해 6월 최고점 대비 2월 112.8로 12.1% 떨어졌습니다. 사실 떨어졌다고 보기 보다는 원래로 돌아갔다고 보는 게 맞겠죠. 전세 가격은 2020년 7월, 그러니까 2년 7개월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겁니다. 그런데 실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통계를 뽑다보니 자료가 늦어 올해 2월 기준입니다. 5월 기준으로는 최고점 대비 이보다 훨씬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2020년 가을 이후에 전세 계약한 집주인은 상당수가 세입자가 바뀔 때 자기 돈을 더 얹어줘야 전세 계약이 가능하단 얘깁니다. 이것을 역전세라고 부르죠. 특히 위 그래프에서 보면 쌍봉 최고점은 2021년 11월과 2022년 6월 두 번 있습니다. 다시 말해 2년 뒤 재계약 시점인 올해 11월과 내년 6월에 역전세난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크게 보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역전세난이 심화될 거란 얘깁니다.

그렇다면 좀 더 최근 전세 상황을 볼까요? 5월 셋째 주 주간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0.11%)보다 하락폭을 조금 줄인 -0.10%를 기록했습니다. 서울은 -0.07%에서 -0.06%, 수도권은 -0.08%에서 -0.06%로 둔화됐지만 지방은 -0.13%에서 -0.15%로 하락폭을 키웠습니다. 전셋값 하락률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번엔 다른 통계를 보겠습니다. 부동산R114가 올해 들어 지난달 26일까지 전국에서 계약한 전세 아파트 기준으로 2년 전 같은 단지·면적의 전세 계약 3만 2천여 건을 분석한 결과 62.2%는 2년 사이 전셋값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건 중 6건 이상이 2년 사이 전셋값이 떨어졌다는 얘깁니다.


전셋값 하락 거래 비중은 수도권이 65.7%로 지방 56.8%보다 높았습니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87%, 세종 78.4%, 대전 70.8%, 인천 70.5%, 부산 69.6%, 서울 64.2% 등입니다.

■ "역전세와 깡통전세 이슈 지속"…"내년 상반기, 보증금 미반환 위험 최고조"

이렇게 전셋값이 2년 사이 떨어진 아파트가 많다는 건 '역전세난' 이 커지고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5억 원에 아파트 전세 계약을 했는데 2년이 지난 시점에 전세 시세가 3억 원이 되면 집주인은 2억 원을 돌려주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지 2억 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집주인이 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면 집주인이 매달 역월세로 세입자에게 돈을 준다든지, 그것도 안 되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지게 되죠. 최근 전세 기간이 만료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이사 나갈테니 전세금 돌려달라"고 연락을 하려고 하는데, 집주인이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도 답하지 않는 사례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KBS가 부산의 한 아파트를 취재한 결과 84제곱미터 기준으로 2년 전, 5억 원 하던 전셋값이
이달 초 절반 가까운 2억 6천만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새 세입자가 나타나도 지금 세입자에게 2억 원이 넘는 돈을 더 구해서 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집 주인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2억 얼마를 다 못내 주니까 차라리 그 금액만큼 월세로 환산해서 60만 원, 70만 원 다달이 주겠다, 2년 더 살아달라, 2년 뒤에는 내가 어떻게든 보증금을 돌려주겠다. 이런 어떤 이상한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집주인이 거꾸로 세입자에게 월세로 돈을 주는 '역월세'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5월 부동산시장 리뷰 보고서를 통해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동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역전세와 깡통전세 이슈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역전세는 심하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로 이어집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HUG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보증사고 금액은 2,857억 원이고, 1~4월 누적액은 1조 830억 원으로 1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지난 한 해 1조 1,726억 원의 92%에 해당하는 전세보증사고가 넉달 만에 난 겁니다. 이런 사고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전세난이 커진 것도 주요 이유입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월 발표한 갭투자 위험 관련 보고서에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갭투자 주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해 내년 상반기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내년 상반기가 가장 위험할 때이니 지금부터 위험이 계속 고조될 수 있다는 겁니다.

■ 전세 거래 다시 늘고 있다…무슨 신호?

그런데 최근 눈에 띄는 현상이 하나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세 가격은 떨어지는데 전세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거래량이 받쳐주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거래량이 얼마나 많이, 오랜 기간 늘어나느냐가 중요하죠.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3~4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가운데 전세 거래 비중은 62%로 1년 4개월 만에 최대로 늘었습니다.


다만 이달 들어서는 전세 비중이 57%(5월 18일 기준)로 다시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48% 최저 전세 비중을 기록했던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월세보다 전세 거래가 늘어난 겁니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서 은행 대출 이자가 다시 떨어지면서 전세로 돌아서는 세입자들이 나타나고 있고, 최근 들어 발생한 빌라 중심의 전세사기로 빌라 전세에서 아파트 전세로 일부 수요가 이동한 효과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세 거래량 증가가 전세 가격의 바닥을 다지는 신호이냐, 아니면 더 가격이 내려가느냐가 관심입니다. 이 부분에서 의견이 갈리는데 전세 가격 바닥론자들은 대출금리 인하와 거래량 증가는 결국 전세 수요를 늘려 전세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추세적 하락을 말하는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이슈에 더해 불안한 대출 금리로 월세 선호 현상이 지난해보다 높아졌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5월 들어 전세 비중이 다시 줄어든 점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입니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우병탁 팀장은 최근 KBS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월세 선호현상은 금리로 인해서 월세로 옮겨갈 때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진 것과 전세사기 우려가 커진 것 때문에 임차수요가 전세에서 빠져서 월세로 옮겨간 것이다"라면서 " 결국은 이런 현상은 금리에 관한 이슈나 전세사기와 관련된 이슈가 일단락되는 시점,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월세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하반기 신규입주 물량이 많이 공급되는 지역은 따로 살펴봐야 합니다. 서울만 보면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조사 결과 올해 서울 강남구 아파트 입주 물량은 4,600여 가구로 지난해 대비 6배 수준이고, 서초구도 3배에 달하는 등 1만 가구의 신규 입주 물량이 쏟아집니다. 입주 물량이 많으면 그만큼 전세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겠죠.

올 하반기 심화되는 역전세난이 전세 가격 하락과 상호작용을 하게 되면 전세 입주자와 소유자 간 재계약 갈등이 깊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세 제도가 수명을 다한 게 아닌가 보고 있다"며 "근본적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 검토를 통한 '임대차 제도 결과물'이 나오는 과정에서 큰 진통이 예상되는 데다, 용역 결과물도 내년에나 나옵니다. 전세 가격이 급등하지 않는 이상 올 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역전세난 심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 김현갑, 자료조사: 김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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