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기권] 실손보험 간소화, 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입력 2023.05.20 (21:24) 수정 2023.05.2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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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제대기권 박대기 기자 나왔습니다.

오늘(20일)은 무슨 주제죠?

[기자]

실손보험 청구가 간소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관련 논의가 시작된 지 무려 14년 만에 국회에서 첫 발을 뗀 것인데요.

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아 쟁점이 무엇인지 정리했습니다.

[앵커]

저도 실손보험 청구를 해보면, 절차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더라고요.

영수증 내라, 진단서 내라... 그러다 보면, '에이 그냥 놔둘까' 이런 생각까지...

[기자]

그래서 첫 키워드로 '안 받고 만다'를 가져왔습니다.

병원가서 경황이 없는데 일일이 서류를 챙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절차는 번거롭지만 청구해도 나오는 돈은 적어서 실제로 이용자들이 청구를 포기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렇게 안 타가는(못 받는) 보험금이 연간 2천억에서 3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그럼 그 액수만큼, 보험사들만 이득인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사실상 실손보험 보험사들이 가져가는 셈이 됩니다.

[앵커]

결국 간소화라는 게, 이 '서류' 절차를 줄여서, 그 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단 거죠?

[기자]

네, 그래서 준비한 두번째 키워드, '종이가 사라진다' 입니다.

지금은 보험 가입자가 일일이 서류를 종이로 받아서 우편이나 사진으로 보내야 하는데요.

법이 바뀌면 환자의 요청에 따라 병원이 전산을 통해 서류를 자동으로 보험사로 보내게 됩니다.

이 전산을 유지하는 비용은 보험사의 몫입니다.

전국 모든 병원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쉽지 않은만큼, 대행기관이 위탁을 받을 걸로 보입니다.

[앵커]

아니, 이 편한 걸, 14년이나 끌어온 이유가 뭔가요?

[기자]

이렇게 늦어지는 것은 의사 단체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입니다.

의사 단체들은 간소화를 하면, 오히려 '지급 거절'이 많아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보험사가 넘어온 정보를 어떻게든 자기들 유리하게 해석해서, 지급 거절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의료계에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보험사에 데이터가 쌓이면 비급여 진료 등의 가격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그럼 보험사들 입장은 뭔가요?

지금까지 설명을 들어보면, 보험사 측에선 '이래도 이득이고 저래도 이득'일 거 같은데요?

[기자]

네, 일단 보험사들은 간소화에 찬성을 합니다.

키워드를 '수상한 찬성' 이라고 뽑아봤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절차가 '간소하지 않을수록' 보험금 지출을 줄일 수 있는데도, 간소화가 이뤄지면 서류 관리가 편해질 거라는 명분 등으로 찬성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암환자 권익협의회 같은 환자단체는 간소화로 정보가 보험사로 많이 넘어가면 결국 "환자의 보험 가입을 가려서 받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것"이라면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더 많이 얻은 정보를 가입자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쓸 거란 우려입니다.

[앵커]

그럼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반대 입장인가요?

[기자]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금융소비자연맹 같은 시민단체들은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고 이 기회에 과잉진료 거품을 빼야 한다며 원칙적으론 찬성인데요,

그러면서도 개인 의료 정보의 보안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앵커]

이게 참, 간단치가 않네요.

여러 복잡한 면이 맞물려 있는데, 법을 만드는 정치권은 어떻습니까?

[기자]

윤 대통령이나 민주당 모두 실손보험 간소화를 정책과 공약으로 채택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까지는 통과된 상황입니다.

여야가 함께 추진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본회의까지도 통과될 가능성은 높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이 보험회사에 쌓여있는 실손보험 청구 자료들입니다.

정부와 여야는 지금도 어차피 보험사들이 정보를 쌓아두고 있고, 이걸 종이가 아니라 데이터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라면서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의사 단체나 환자 단체가 주장하는 의료정보 보호 필요성에 대해서는 귀담을 점도 많습니다.

원치 않는 개인정보가 보험사로 흘러가 쌓이지 않도록, 보안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그래픽:박미주/영상편집: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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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대기권] 실손보험 간소화, 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 입력 2023-05-20 21:24:10
    • 수정2023-05-20 21: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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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제대기권 박대기 기자 나왔습니다.

오늘(20일)은 무슨 주제죠?

[기자]

실손보험 청구가 간소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관련 논의가 시작된 지 무려 14년 만에 국회에서 첫 발을 뗀 것인데요.

하지만 반대도 만만치 않아 쟁점이 무엇인지 정리했습니다.

[앵커]

저도 실손보험 청구를 해보면, 절차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더라고요.

영수증 내라, 진단서 내라... 그러다 보면, '에이 그냥 놔둘까' 이런 생각까지...

[기자]

그래서 첫 키워드로 '안 받고 만다'를 가져왔습니다.

병원가서 경황이 없는데 일일이 서류를 챙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절차는 번거롭지만 청구해도 나오는 돈은 적어서 실제로 이용자들이 청구를 포기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렇게 안 타가는(못 받는) 보험금이 연간 2천억에서 3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그럼 그 액수만큼, 보험사들만 이득인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사실상 실손보험 보험사들이 가져가는 셈이 됩니다.

[앵커]

결국 간소화라는 게, 이 '서류' 절차를 줄여서, 그 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단 거죠?

[기자]

네, 그래서 준비한 두번째 키워드, '종이가 사라진다' 입니다.

지금은 보험 가입자가 일일이 서류를 종이로 받아서 우편이나 사진으로 보내야 하는데요.

법이 바뀌면 환자의 요청에 따라 병원이 전산을 통해 서류를 자동으로 보험사로 보내게 됩니다.

이 전산을 유지하는 비용은 보험사의 몫입니다.

전국 모든 병원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쉽지 않은만큼, 대행기관이 위탁을 받을 걸로 보입니다.

[앵커]

아니, 이 편한 걸, 14년이나 끌어온 이유가 뭔가요?

[기자]

이렇게 늦어지는 것은 의사 단체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입니다.

의사 단체들은 간소화를 하면, 오히려 '지급 거절'이 많아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보험사가 넘어온 정보를 어떻게든 자기들 유리하게 해석해서, 지급 거절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의료계에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보험사에 데이터가 쌓이면 비급여 진료 등의 가격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그럼 보험사들 입장은 뭔가요?

지금까지 설명을 들어보면, 보험사 측에선 '이래도 이득이고 저래도 이득'일 거 같은데요?

[기자]

네, 일단 보험사들은 간소화에 찬성을 합니다.

키워드를 '수상한 찬성' 이라고 뽑아봤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절차가 '간소하지 않을수록' 보험금 지출을 줄일 수 있는데도, 간소화가 이뤄지면 서류 관리가 편해질 거라는 명분 등으로 찬성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암환자 권익협의회 같은 환자단체는 간소화로 정보가 보험사로 많이 넘어가면 결국 "환자의 보험 가입을 가려서 받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것"이라면서 비판하고 있습니다.

더 많이 얻은 정보를 가입자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쓸 거란 우려입니다.

[앵커]

그럼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반대 입장인가요?

[기자]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금융소비자연맹 같은 시민단체들은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고 이 기회에 과잉진료 거품을 빼야 한다며 원칙적으론 찬성인데요,

그러면서도 개인 의료 정보의 보안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앵커]

이게 참, 간단치가 않네요.

여러 복잡한 면이 맞물려 있는데, 법을 만드는 정치권은 어떻습니까?

[기자]

윤 대통령이나 민주당 모두 실손보험 간소화를 정책과 공약으로 채택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까지는 통과된 상황입니다.

여야가 함께 추진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본회의까지도 통과될 가능성은 높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이 보험회사에 쌓여있는 실손보험 청구 자료들입니다.

정부와 여야는 지금도 어차피 보험사들이 정보를 쌓아두고 있고, 이걸 종이가 아니라 데이터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이라면서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의사 단체나 환자 단체가 주장하는 의료정보 보호 필요성에 대해서는 귀담을 점도 많습니다.

원치 않는 개인정보가 보험사로 흘러가 쌓이지 않도록, 보안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그래픽:박미주/영상편집: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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