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업력의 금양, ‘배터리 아저씨’ 떠나고 무슨 일이? [주말엔]

입력 2023.05.21 (09:00) 수정 2023.05.2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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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금양에 사표
몽골·콩고 광산 개발 놓고 뒷말 무성
금감원, '2차전지 테마주' 집중점검


1955년 문을 연 주식회사 금양은 '사카린'을 최초로 국산화한 회사다. 단맛을 내는 감미료 일종인데, 그 옛날 삼성 계열사(한국비료)가 정치 자금을 매개로 일본에서 몰래 들여오다 언론에 딱 걸린 그 원료다. 현대사를 떠들썩하게 했던 원료의 제조 회사는 이후 발포제(거품을 일으키는 화공약품)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30% 수준이라고 한다. 버블닷컴 때는 '아이러브스쿨'을 인수했다 송사에 휘말려 쓴맛을 봤다. 직원 수 1백여 명, 부산의 작은 향토기업. 금양은 요즘 주식시장의 가장 핫한 스타다.

■ 배터리 의인? 개미군단 교주?

이번엔 2차 전지 때문이다. 금양은 지난해 3월 '배터리 및 소재 개발, 제조 및 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배터리 대표주로 떠오른 배경엔 '밧데리 아저씨'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K-배터리 전도사를 자처하면서 여의도 증권가와 날을 세워 투자 열풍을 주도했다. 올해 초 2차 전지 관련주 급등을 맞췄고, 증권가 불신이 팽배하던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교주 칭호를 얻었다.

지난 3월 KBS 유튜브에 출연한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 (자사주 처분 계획을 언급한 유튜브 방송과는 관계 없음)지난 3월 KBS 유튜브에 출연한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 (자사주 처분 계획을 언급한 유튜브 방송과는 관계 없음)

논란이 된 건 지난달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면서다. 박 전 이사는 금양이 1,700억 원어치 자사주를 매각할 방침이라면서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등 매각 방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한국거래소는 특정 매체를 통해 자사주 처분 계획을 공개한 건 공시 의무 위반으로 봤다. 금양은 2주 만에 관련 내용을 뒤늦게 공시했지만, 결국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난 16일 지정됐다. 지정 전날 박 전 이사는 회사에 사표를 냈다.

■ 800억으로 100조 원대 광산 확보?

금양의 해외 광산 개발 투자를 두고도 여러 말들이 나돈다. 금양은 지난 10일 몽골 엘스테이 광산 개발권을 소유한 '몽라' 지분 60%를 6,000만 달러(약 793억 원)에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공시했다. 그러면서 회사 홈페이지에 몽골 광산의 리튬(36만 톤), 텅스텐(65만 톤) 등 매장량을 공개하며 추정 가치가 118조 원이라고 밝혔다. 이런 호재 공시로 공시 다음날(11일) 금양의 주가는 장중 한 때 22.65%(7만 400원)까지 뛰었다.


지난해 10월 금양과 아프리카 콩고 광산 개발 관련 MOU를 맺었다고 공시한 회사는 실체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금양은 해당 법인의 자본금이 42만 원 수준이라고 공시했는데, 문제가 제기되자 박 전 이사는 '페이퍼 컴퍼니'라고 해명했다. 시장에서는 거래 상대방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부족하고, MOU 공시가 검증 없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MOU 공시 허용에 대한 규정이 없어 진위 여부까지는 검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한 달여 만에 40% 가까이 빠졌다

금양은 다음 달 9일부터 코스피200에 편입된다. 거래량이 많고 시가총액 상위군에 속해 국내 증시의 대표 종목 중 하나가 됐다는 의미다.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공매도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호재 아닌 악재'란 평가도 나온다.

그래서인지 금양은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19일, 소폭 오른 54,7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4월 10일 주당 9만 원에 육박하는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한 달 여 만에 40% 가까이 빠진 것이다.


■ 여의도가 자초한 '배터리 아저씨' 현상

주가 부양일까, 과도한 경계심일까. 금양은 억울하다. 박순혁 전 이사는 KBS와 통화에서 "금감원 등에서 금양의 콩고·몽골 자원 개발이 '작전'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회사를 지키기 위해 사표를 냈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 중 상당수는 "배터리 아저씨 괴롭히지 말라"며 박 전 이사를 감싼다. 여의도 증권사들이 기관 투자자 이익만 대변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을 때, 박 전 이사는 쉽고 탁월한 설명으로 개미들 마음을 얻었다. 어쩌면 '배터리 아저씨 신드롬'은 답답한 시장에서 경제적 멘토를 찾는 갈증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박 전 이사가 개미들 멘토로 남을 수 있을지는 금융당국의 '2차전지 테마주' 점검 이후 알 수 있을 듯 하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3월부터 1년간 2차전지를 사업 목적에 추가한 상장사가 54개에 이른다면서,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는지, 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매도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말 임원회의에서 "2차전지 등 미래산업 신사업 투자 열풍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다"면서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 신속히 조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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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년 업력의 금양, ‘배터리 아저씨’ 떠나고 무슨 일이? [주말엔]
    • 입력 2023-05-21 09:00:48
    • 수정2023-05-21 10:16:00
    주말엔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금양에 사표<br />몽골·콩고 광산 개발 놓고 뒷말 무성<br />금감원, '2차전지 테마주' 집중점검

1955년 문을 연 주식회사 금양은 '사카린'을 최초로 국산화한 회사다. 단맛을 내는 감미료 일종인데, 그 옛날 삼성 계열사(한국비료)가 정치 자금을 매개로 일본에서 몰래 들여오다 언론에 딱 걸린 그 원료다. 현대사를 떠들썩하게 했던 원료의 제조 회사는 이후 발포제(거품을 일으키는 화공약품)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30% 수준이라고 한다. 버블닷컴 때는 '아이러브스쿨'을 인수했다 송사에 휘말려 쓴맛을 봤다. 직원 수 1백여 명, 부산의 작은 향토기업. 금양은 요즘 주식시장의 가장 핫한 스타다.

■ 배터리 의인? 개미군단 교주?

이번엔 2차 전지 때문이다. 금양은 지난해 3월 '배터리 및 소재 개발, 제조 및 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배터리 대표주로 떠오른 배경엔 '밧데리 아저씨'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K-배터리 전도사를 자처하면서 여의도 증권가와 날을 세워 투자 열풍을 주도했다. 올해 초 2차 전지 관련주 급등을 맞췄고, 증권가 불신이 팽배하던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교주 칭호를 얻었다.

지난 3월 KBS 유튜브에 출연한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 (자사주 처분 계획을 언급한 유튜브 방송과는 관계 없음)
논란이 된 건 지난달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면서다. 박 전 이사는 금양이 1,700억 원어치 자사주를 매각할 방침이라면서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등 매각 방법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한국거래소는 특정 매체를 통해 자사주 처분 계획을 공개한 건 공시 의무 위반으로 봤다. 금양은 2주 만에 관련 내용을 뒤늦게 공시했지만, 결국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난 16일 지정됐다. 지정 전날 박 전 이사는 회사에 사표를 냈다.

■ 800억으로 100조 원대 광산 확보?

금양의 해외 광산 개발 투자를 두고도 여러 말들이 나돈다. 금양은 지난 10일 몽골 엘스테이 광산 개발권을 소유한 '몽라' 지분 60%를 6,000만 달러(약 793억 원)에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공시했다. 그러면서 회사 홈페이지에 몽골 광산의 리튬(36만 톤), 텅스텐(65만 톤) 등 매장량을 공개하며 추정 가치가 118조 원이라고 밝혔다. 이런 호재 공시로 공시 다음날(11일) 금양의 주가는 장중 한 때 22.65%(7만 400원)까지 뛰었다.


지난해 10월 금양과 아프리카 콩고 광산 개발 관련 MOU를 맺었다고 공시한 회사는 실체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금양은 해당 법인의 자본금이 42만 원 수준이라고 공시했는데, 문제가 제기되자 박 전 이사는 '페이퍼 컴퍼니'라고 해명했다. 시장에서는 거래 상대방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부족하고, MOU 공시가 검증 없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MOU 공시 허용에 대한 규정이 없어 진위 여부까지는 검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 한 달여 만에 40% 가까이 빠졌다

금양은 다음 달 9일부터 코스피200에 편입된다. 거래량이 많고 시가총액 상위군에 속해 국내 증시의 대표 종목 중 하나가 됐다는 의미다.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공매도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호재 아닌 악재'란 평가도 나온다.

그래서인지 금양은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19일, 소폭 오른 54,7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4월 10일 주당 9만 원에 육박하는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한 달 여 만에 40% 가까이 빠진 것이다.


■ 여의도가 자초한 '배터리 아저씨' 현상

주가 부양일까, 과도한 경계심일까. 금양은 억울하다. 박순혁 전 이사는 KBS와 통화에서 "금감원 등에서 금양의 콩고·몽골 자원 개발이 '작전'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회사를 지키기 위해 사표를 냈다"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 중 상당수는 "배터리 아저씨 괴롭히지 말라"며 박 전 이사를 감싼다. 여의도 증권사들이 기관 투자자 이익만 대변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을 때, 박 전 이사는 쉽고 탁월한 설명으로 개미들 마음을 얻었다. 어쩌면 '배터리 아저씨 신드롬'은 답답한 시장에서 경제적 멘토를 찾는 갈증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박 전 이사가 개미들 멘토로 남을 수 있을지는 금융당국의 '2차전지 테마주' 점검 이후 알 수 있을 듯 하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3월부터 1년간 2차전지를 사업 목적에 추가한 상장사가 54개에 이른다면서,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는지, 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매도했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말 임원회의에서 "2차전지 등 미래산업 신사업 투자 열풍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다"면서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 신속히 조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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