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비틀대자…지켜보던 ○○○○가 한 일

입력 2023.05.21 (12:00) 수정 2023.05.2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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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알고 있다
지난 18일 자정이 지난 시각, 경기도 오산의 한 골목길. 한 남성이 인적이 없는 골목길을 혼자 걸어갑니다. 제대로 걷는가 싶더니 비틀거리기도 합니다. 움직임이 없던 곳에 사람이 나타나자 CCTV 시스템이 움직임을 곧바로 감지합니다. 즉 '상황' 발생입니다.

CCTV 시스템은 관제요원에게 '여기 뭔가 이상해요'라는 의미로 화면을 띄어주고, 관제요원은 이 남성을 지켜보기로 합니다. 주차장을 찍고 있는 다음 CCTV. 비틀거리던 남성이 주저 없이 차에 시동을 걸고 운전을 시작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담깁니다.

'촉'이 온 관제요원은 경찰에 상황을 알립니다. CCTV를 통해 차량 번호는 이미 파악됐습니다. 관제센터에서는 차가 어디로 가는지 경찰에 상황을 공유해줍니다. 이 차량은 4km 정도 운전했고, 뒤따라오던 경찰차에 붙잡혔습니다. 경찰 확인 결과, 30대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7%로 면허정지 수치가 나왔습니다. 관제요원이 예상한 결과 그대로였습니다.


■성별·연기·쓰러짐 감지 가능…휠체어·유아차 인식도

이런 CCTV들이 모여있는 곳은 오산시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입니다. 오산시 곳곳에 설치된 2,400여 대의 CCTV를 통합센터에서 50여 명의 인원이 교대하면서 24시간 관제합니다.

관제 시스템이 하는 기초 분석 자료는 사람의 움직임입니다. 움직이는 사람의 성별은 기본이고, 긴바지를 입었는지 짧은 바지를 입었는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움직이던 사람이 갑자기 누워서 5초 이상 가만히 있으면 모니터 화면에 '상황 쓰러짐'이라는 글씨가 자동 표출됩니다. 관제요원은 자동으로 뜬 화면을 지켜보면서 소방에 도움을 요청할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휠체어, 흰 지팡이, 유아차 등의 물체나 화재 연기와 같은 상황도 CCTV가 인식해 모니터에 띄웁니다. 길 잃은 어르신, 실종 아동 등을 찾는 데 활용할 수 있고 시민 신고보다 더 빨리 화재를 알아차려 소방서에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 '밀집' 여부 파악 가능, 안전 활용영역 늘어나…딥러닝 등 기술 발전 덕분

안전영역에서 이런 CCTV의 활용은 점차 늘어나는 동시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가령 저수지를 찍고 있는 CCTV에 가상의 안전 경계선을 그어놓고, 이 선을 넘어가는 사람이 잡히면 상황이 발생했다고 표출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 있는 CCTV로 안내방송도 가능합니다.


평소 인파가 몰리는 곳, 혹은 축제 등으로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설정 구역의 면적을 계산해 1㎡당 몇 명이 머물고 있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현재 오산시에서는 1㎡당 4명이 있으면 주의, 5명이면 경계, 6명이면 심각이라는 글씨를 모니터에 표출하고 있습니다. 도로의 경사도나 특성 등에 따라 설정값을 바꿔서 맞춤형으로 사용하면 됩니다.

이런 기술은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통해 감지물체를 추가하고, 인식률을 높이고 있기에 가능한 것들입니다.

■ 지능형 CCTV 전국 보급률 24% 불과…'사생활 침해' 우려도

기존 CCTV가 단순히 보거나 녹화만 하는 것이라면,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다양한 움직임을 감지해 추적하고 관제센터와 연결된 CCTV를 '지능형' CCTV라고 말합니다. 적은 인원으로 효과적으로 관제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다만 사각지대는 있을 수밖에 없는데, 오산시의 경우 4천 대는 돼야 사각지대가 해소될 거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며 우려하기도 합니다. 이런 우려에 김영혁 오산시 스마트교통안전과장은 "CCTV에 녹화된 영상은 30일이 지나면 폐기하고, CCTV를 설치할 때는 사용 목적을 포함해 20일간 공지하고 운영한다"고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관제센터에 들어갈 때 직원들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 후 '재난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발표 내용의 핵심이 바로 이 지능형 CCTV의 전면 도입이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지자체 통합관제센터와 연결된 지능형 CCTV의 보급률은 현재 24%에 불과합니다.


■ "사회안전망의 핵심도구로"… 안전은 '의지로만'은 되지 않아

행안부는 전국에 지능형 CCTV 관제를 2027년까지 보급하겠다는 게 목표라고 밝혔는데, 당초 7~8천억 원의 예산 추계를 내놨습니다. 이에 대해 허승범 행안부 안전개선과장은 "카메라 전체를 다 AI(인공지능)로 바꿀 때 7~8천억 원이고, 기존 카메라의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면서 "예산 추계는 다시 해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행안부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지능형 CCTV가 사회안전망의 핵심도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전국적인 구축과 함께 법령 정비와 관제인력 역량 강화도 추진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10년에 걸쳐 지능형 CCTV를 구축한 오산시의 경우, 늘 예산이 모자라 힘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안전은 의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경험에서 나온 바를 에둘러 표현한 겁니다. 의지와 함께 예산이 뒷받침돼야 진짜 안전을 챙길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히는 부분입니다.
(영상제공 : 행정안전부, 오산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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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5-22 13: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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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자정이 지난 시각, 경기도 오산의 한 골목길. 한 남성이 인적이 없는 골목길을 혼자 걸어갑니다. 제대로 걷는가 싶더니 비틀거리기도 합니다. 움직임이 없던 곳에 사람이 나타나자 CCTV 시스템이 움직임을 곧바로 감지합니다. 즉 '상황' 발생입니다.

CCTV 시스템은 관제요원에게 '여기 뭔가 이상해요'라는 의미로 화면을 띄어주고, 관제요원은 이 남성을 지켜보기로 합니다. 주차장을 찍고 있는 다음 CCTV. 비틀거리던 남성이 주저 없이 차에 시동을 걸고 운전을 시작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담깁니다.

'촉'이 온 관제요원은 경찰에 상황을 알립니다. CCTV를 통해 차량 번호는 이미 파악됐습니다. 관제센터에서는 차가 어디로 가는지 경찰에 상황을 공유해줍니다. 이 차량은 4km 정도 운전했고, 뒤따라오던 경찰차에 붙잡혔습니다. 경찰 확인 결과, 30대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7%로 면허정지 수치가 나왔습니다. 관제요원이 예상한 결과 그대로였습니다.


■성별·연기·쓰러짐 감지 가능…휠체어·유아차 인식도

이런 CCTV들이 모여있는 곳은 오산시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입니다. 오산시 곳곳에 설치된 2,400여 대의 CCTV를 통합센터에서 50여 명의 인원이 교대하면서 24시간 관제합니다.

관제 시스템이 하는 기초 분석 자료는 사람의 움직임입니다. 움직이는 사람의 성별은 기본이고, 긴바지를 입었는지 짧은 바지를 입었는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움직이던 사람이 갑자기 누워서 5초 이상 가만히 있으면 모니터 화면에 '상황 쓰러짐'이라는 글씨가 자동 표출됩니다. 관제요원은 자동으로 뜬 화면을 지켜보면서 소방에 도움을 요청할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휠체어, 흰 지팡이, 유아차 등의 물체나 화재 연기와 같은 상황도 CCTV가 인식해 모니터에 띄웁니다. 길 잃은 어르신, 실종 아동 등을 찾는 데 활용할 수 있고 시민 신고보다 더 빨리 화재를 알아차려 소방서에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 '밀집' 여부 파악 가능, 안전 활용영역 늘어나…딥러닝 등 기술 발전 덕분

안전영역에서 이런 CCTV의 활용은 점차 늘어나는 동시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가령 저수지를 찍고 있는 CCTV에 가상의 안전 경계선을 그어놓고, 이 선을 넘어가는 사람이 잡히면 상황이 발생했다고 표출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 있는 CCTV로 안내방송도 가능합니다.


평소 인파가 몰리는 곳, 혹은 축제 등으로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설정 구역의 면적을 계산해 1㎡당 몇 명이 머물고 있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현재 오산시에서는 1㎡당 4명이 있으면 주의, 5명이면 경계, 6명이면 심각이라는 글씨를 모니터에 표출하고 있습니다. 도로의 경사도나 특성 등에 따라 설정값을 바꿔서 맞춤형으로 사용하면 됩니다.

이런 기술은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통해 감지물체를 추가하고, 인식률을 높이고 있기에 가능한 것들입니다.

■ 지능형 CCTV 전국 보급률 24% 불과…'사생활 침해' 우려도

기존 CCTV가 단순히 보거나 녹화만 하는 것이라면,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다양한 움직임을 감지해 추적하고 관제센터와 연결된 CCTV를 '지능형' CCTV라고 말합니다. 적은 인원으로 효과적으로 관제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다만 사각지대는 있을 수밖에 없는데, 오산시의 경우 4천 대는 돼야 사각지대가 해소될 거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며 우려하기도 합니다. 이런 우려에 김영혁 오산시 스마트교통안전과장은 "CCTV에 녹화된 영상은 30일이 지나면 폐기하고, CCTV를 설치할 때는 사용 목적을 포함해 20일간 공지하고 운영한다"고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관제센터에 들어갈 때 직원들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 후 '재난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발표 내용의 핵심이 바로 이 지능형 CCTV의 전면 도입이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지자체 통합관제센터와 연결된 지능형 CCTV의 보급률은 현재 24%에 불과합니다.


■ "사회안전망의 핵심도구로"… 안전은 '의지로만'은 되지 않아

행안부는 전국에 지능형 CCTV 관제를 2027년까지 보급하겠다는 게 목표라고 밝혔는데, 당초 7~8천억 원의 예산 추계를 내놨습니다. 이에 대해 허승범 행안부 안전개선과장은 "카메라 전체를 다 AI(인공지능)로 바꿀 때 7~8천억 원이고, 기존 카메라의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면서 "예산 추계는 다시 해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행안부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지능형 CCTV가 사회안전망의 핵심도구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전국적인 구축과 함께 법령 정비와 관제인력 역량 강화도 추진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10년에 걸쳐 지능형 CCTV를 구축한 오산시의 경우, 늘 예산이 모자라 힘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안전은 의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경험에서 나온 바를 에둘러 표현한 겁니다. 의지와 함께 예산이 뒷받침돼야 진짜 안전을 챙길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히는 부분입니다.
(영상제공 : 행정안전부, 오산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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