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만병통치 생수’로 8,200% 수익?…7천 명 울린 ‘폰지 사기’

입력 2023.05.2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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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낫게 해주는 생수'를 생산한다는 말로 투자자들을 속여 수백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전국에 흩어진 피해자는 경찰이 확인한 것만 7천 2백여 명, 피해 금액은 385억 원에 달하는데요. 피해자는 대부분 60~70대 노년층이었습니다.

■ "생수 팔아 월급처럼 수익금 주겠다"…카드 빚까지 내 투자금 마련

2021년 초 부산 연제구의 한 업무용 건물에 사무실을 차린 60대 남성 조 모 씨.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는 생수를 개발하고 있는데 기부금, 그러니까 투자금을 내는 사람에게 30년 동안 월급처럼 수익금을 주겠다고 홍보했습니다. 수익금은 원금의 3%에서 최고 8,200%. 물은 누구나 매일 마셔야 하니 전 세계 40억 명이 소비자가 되고, 생산 단가는 몇백 원 수준이어서 시중 생수 가격에만 팔아도 이윤이 남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씨가 투자자들에게 수익 구조를 설명하는 모습조 씨가 투자자들에게 수익 구조를 설명하는 모습

피해자들도 처음에는 사기를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수익금을 받은 극소수 사람들의 통장 입금 내역을 보여주고 결정이 늦어질수록 수익이 줄어든다고 재촉하자 돈을 내주게 됐다고 합니다. 거기다 돈을 더 많이 낼수록 높은 직급을 주고, 더 많은 수익을 제공한다는 말에 '센터장' 직급을 받으려고 3천만 원 이상 낸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가족·지인에게 빌리거나 금붙이·부동산을 팔고, 심지어는 카드빚까지 내 투자한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조 씨가 개발했다고 주장한 생수 홍보 자료조 씨가 개발했다고 주장한 생수 홍보 자료

■ 수익금 지급은 '차일피일'…투자자 항의에 돌아온 말은?

6개월이 흘러 첫 수익금을 받는 날. 돈을 그대로 다시 투자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설명에 피해자들은 돈을 받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불안해진 피해자들이 "언제 수익금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기다려달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참지 못한 피해자들이 반발하자 조 씨 일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수가 차야(신규 투자자가 나타나야) 돈을 줄 수 있다."

실제 이윤을 창출하지 않으면서 신규 투자자들을 모아 그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모두 잃게 생긴 피해자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특히 빚을 내어 투자한 피해자들은 지금도 큰 심리적·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요.

투자자 단체 대화방 캡처투자자 단체 대화방 캡처

■ '만병통치' 생수 생산한다더니…잔치 한 번 열고 문 닫은 공장

취재진은 실제 조 씨가 생수를 생산하게 될 곳이라고 소개한 경북 청도의 공장을 찾았습니다. 공장 대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공장 내부에는 아무런 기계 설비도 보이지 않았는데요. 입구에는 오래된 고지서만 잔뜩 쌓여있었습니다. 고지서에 적힌 받는 사람 이름은 조 씨와 함께 경찰에 붙잡힌 60대 정 모 씨. 공장 주변 주민들은 "몇 년 전 관광버스에 사람들을 태우고 와서 잔치를 열더니 그 이후로는 사람이 오가는 걸 일절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가 생수를 생산할 곳이라고 주장한 경북 청도 소재 공장조 씨가 생수를 생산할 곳이라고 주장한 경북 청도 소재 공장

조 씨 일당이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차렸다는 사무실에도 찾아가 봤습니다. 부산 연제구에 있던 사무실은 사라졌고, 몇 달 전 동래구로 옮겨 갔다는 소문이 들려왔는데요. 지금은 아예 자취를 감췄고, 건물 관계자들도 조 씨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생수를 팔아 수익을 창출하겠다던 조 씨의 설명을 더는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 전국에 흩어져있던 투자자들은 조 씨 일당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 경찰에 붙잡힌 일당 "실제로 사업 진행하려고 했다"

수사를 맡은 부산 연제경찰서는 사무실과 계좌 등을 압수수색한 끝에 조 씨와 정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유사 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이들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에 있는 7천 2백여 명의 피해자로부터 만 8천여 차례에 걸쳐 385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들은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조 씨 등 2명을 곧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또 범행에 가담한 70대 남성 등 5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범죄 수익을 추적해 '기소 전 몰수 보전 조치'할 예정입니다.

(그래픽: 김희나, 사진제공: 시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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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만병통치 생수’로 8,200% 수익?…7천 명 울린 ‘폰지 사기’
    • 입력 2023-05-23 09:53:43
    단독

'암을 낫게 해주는 생수'를 생산한다는 말로 투자자들을 속여 수백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전국에 흩어진 피해자는 경찰이 확인한 것만 7천 2백여 명, 피해 금액은 385억 원에 달하는데요. 피해자는 대부분 60~70대 노년층이었습니다.

■ "생수 팔아 월급처럼 수익금 주겠다"…카드 빚까지 내 투자금 마련

2021년 초 부산 연제구의 한 업무용 건물에 사무실을 차린 60대 남성 조 모 씨.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는 생수를 개발하고 있는데 기부금, 그러니까 투자금을 내는 사람에게 30년 동안 월급처럼 수익금을 주겠다고 홍보했습니다. 수익금은 원금의 3%에서 최고 8,200%. 물은 누구나 매일 마셔야 하니 전 세계 40억 명이 소비자가 되고, 생산 단가는 몇백 원 수준이어서 시중 생수 가격에만 팔아도 이윤이 남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씨가 투자자들에게 수익 구조를 설명하는 모습
피해자들도 처음에는 사기를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수익금을 받은 극소수 사람들의 통장 입금 내역을 보여주고 결정이 늦어질수록 수익이 줄어든다고 재촉하자 돈을 내주게 됐다고 합니다. 거기다 돈을 더 많이 낼수록 높은 직급을 주고, 더 많은 수익을 제공한다는 말에 '센터장' 직급을 받으려고 3천만 원 이상 낸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가족·지인에게 빌리거나 금붙이·부동산을 팔고, 심지어는 카드빚까지 내 투자한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조 씨가 개발했다고 주장한 생수 홍보 자료
■ 수익금 지급은 '차일피일'…투자자 항의에 돌아온 말은?

6개월이 흘러 첫 수익금을 받는 날. 돈을 그대로 다시 투자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설명에 피해자들은 돈을 받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불안해진 피해자들이 "언제 수익금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기다려달라는 말만 돌아왔습니다. 참지 못한 피해자들이 반발하자 조 씨 일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수가 차야(신규 투자자가 나타나야) 돈을 줄 수 있다."

실제 이윤을 창출하지 않으면서 신규 투자자들을 모아 그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 사기)'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모두 잃게 생긴 피해자들은 망연자실했습니다. 특히 빚을 내어 투자한 피해자들은 지금도 큰 심리적·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요.

투자자 단체 대화방 캡처
■ '만병통치' 생수 생산한다더니…잔치 한 번 열고 문 닫은 공장

취재진은 실제 조 씨가 생수를 생산하게 될 곳이라고 소개한 경북 청도의 공장을 찾았습니다. 공장 대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창문 너머로 보이는 공장 내부에는 아무런 기계 설비도 보이지 않았는데요. 입구에는 오래된 고지서만 잔뜩 쌓여있었습니다. 고지서에 적힌 받는 사람 이름은 조 씨와 함께 경찰에 붙잡힌 60대 정 모 씨. 공장 주변 주민들은 "몇 년 전 관광버스에 사람들을 태우고 와서 잔치를 열더니 그 이후로는 사람이 오가는 걸 일절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가 생수를 생산할 곳이라고 주장한 경북 청도 소재 공장
조 씨 일당이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차렸다는 사무실에도 찾아가 봤습니다. 부산 연제구에 있던 사무실은 사라졌고, 몇 달 전 동래구로 옮겨 갔다는 소문이 들려왔는데요. 지금은 아예 자취를 감췄고, 건물 관계자들도 조 씨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생수를 팔아 수익을 창출하겠다던 조 씨의 설명을 더는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 전국에 흩어져있던 투자자들은 조 씨 일당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 경찰에 붙잡힌 일당 "실제로 사업 진행하려고 했다"

수사를 맡은 부산 연제경찰서는 사무실과 계좌 등을 압수수색한 끝에 조 씨와 정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유사 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이들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전국에 있는 7천 2백여 명의 피해자로부터 만 8천여 차례에 걸쳐 385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들은 "실제로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조 씨 등 2명을 곧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또 범행에 가담한 70대 남성 등 5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범죄 수익을 추적해 '기소 전 몰수 보전 조치'할 예정입니다.

(그래픽: 김희나, 사진제공: 시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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