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에 붙은 이끼 같기도 하고, 바닷가의 해초 같기도 한 모습입니다.
'남극개미자리' 라는 식물입니다.
티는 잘 안 나지만, 꽃을 피우기도 한답니다. 극한의 환경인 남극에서 꽃을 피우는 유이한 식물 중 하나입니다. (다른 하나는 '남극좀새풀' 이라는 식물입니다)
최근 남극개미자리가 남극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춥디추운 남극에 꽃 피는 식물이?
네, 예상하듯이 지구 온난화 때문입니다. 갈수록 따뜻해지니, 꽃 식물도 남극에서 번성할 수 있는 겁니다. 세종과학기지 주변에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합니다.
남극 개미자리 생태 조사를 하고 있는 세종과학기지 연구대원들
2020년 남극은 섭씨 20.75도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서남극은 지난 50년간 (1959~2009) 연평균 기온이 3도 이상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꽃'이 느니 '균'도 덩달아 증가
온난화의 폐해이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꽃이 늘었으니 좋은 일 아닐까요. 휑한 남극 대륙에 생기가 조금이라도 늘었으니 반길 일일까요.
온도가 오르면 '꽃'만 기운을 내는 게 아니었습니다. 전에 없던 '균'도 남극에 나타났습니다.
극지연구소 이정은 박사팀은 2020년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에서 남극개미자리가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점차 하얗게 말라 죽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오른쪽 남극개미자리는 건강한 개체, 왼쪽은 병원균에 감염돼 고사 중인 개체
연구팀은 남극개미자리가 병 든 원인이 곰팡이 균인 걸 확인했습니다. 자낭균문에 속하는 균류로 입술버섯강 1종과 두건버섯강 1종이 추정됐습니다.
극지의 곰팡이 최적 생장 온도가 섭씨 15~20도입니다. 이 정도 온도는 온난화가 있기 전에는 남극에서 기대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따뜻한(?) 남극에서 곰팡이 균의 생장이 촉진돼 병원균으로 활성화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습니다.
빙하가 녹고 드러난 땅을 식물들이 빠르게 덮고 있는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도 함께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극지의 식물이 자연 상태에서 곰팡이 균에 감염돼 병든 사례로는 처음입니다.
이정은 박사 연구팀은 곰팡이 유전체 분석 결과를 세계적인 학술지인 <Plant Disease> 4월호에 게재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학술 성과를 낸 대목은 손뼉 칠 일이지만, 연구의 내용은 온난화의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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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극에 피는 꽃, 온난화에 병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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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5-23 11:03:07
바위에 붙은 이끼 같기도 하고, 바닷가의 해초 같기도 한 모습입니다.
'남극개미자리' 라는 식물입니다.
티는 잘 안 나지만, 꽃을 피우기도 한답니다. 극한의 환경인 남극에서 꽃을 피우는 유이한 식물 중 하나입니다. (다른 하나는 '남극좀새풀' 이라는 식물입니다)
최근 남극개미자리가 남극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춥디추운 남극에 꽃 피는 식물이?
네, 예상하듯이 지구 온난화 때문입니다. 갈수록 따뜻해지니, 꽃 식물도 남극에서 번성할 수 있는 겁니다. 세종과학기지 주변에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합니다.
2020년 남극은 섭씨 20.75도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서남극은 지난 50년간 (1959~2009) 연평균 기온이 3도 이상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 '꽃'이 느니 '균'도 덩달아 증가
온난화의 폐해이긴 하지만, 역설적으로 꽃이 늘었으니 좋은 일 아닐까요. 휑한 남극 대륙에 생기가 조금이라도 늘었으니 반길 일일까요.
온도가 오르면 '꽃'만 기운을 내는 게 아니었습니다. 전에 없던 '균'도 남극에 나타났습니다.
극지연구소 이정은 박사팀은 2020년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에서 남극개미자리가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점차 하얗게 말라 죽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남극개미자리가 병 든 원인이 곰팡이 균인 걸 확인했습니다. 자낭균문에 속하는 균류로 입술버섯강 1종과 두건버섯강 1종이 추정됐습니다.
극지의 곰팡이 최적 생장 온도가 섭씨 15~20도입니다. 이 정도 온도는 온난화가 있기 전에는 남극에서 기대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따뜻한(?) 남극에서 곰팡이 균의 생장이 촉진돼 병원균으로 활성화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습니다.
빙하가 녹고 드러난 땅을 식물들이 빠르게 덮고 있는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도 함께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극지의 식물이 자연 상태에서 곰팡이 균에 감염돼 병든 사례로는 처음입니다.
이정은 박사 연구팀은 곰팡이 유전체 분석 결과를 세계적인 학술지인 <Plant Disease> 4월호에 게재했습니다.
국내 연구진이 학술 성과를 낸 대목은 손뼉 칠 일이지만, 연구의 내용은 온난화의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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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범 기자 jb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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