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당국 대면 소통…‘대화 재개’ 논의했나?

입력 2023.05.23 (17:2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지난 달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타이완 문제를 언급하자 중국은 '불장난하면 타죽는다' 등 거친 언사를 서슴치 않고 쏟아냈습니다. 지난 달 한미 공동성명에서 타이완 문제를 명시한 것에 대해서도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멀리 가지 말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즉각적인 반발이 이어지면서 사드 사태 때처럼 한중 관계가 또 악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이런 가운데 어제 한중 외교 국장이 직접 만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최근 한미일이 밀착되는 것과 달리 중국과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터라 소통이 재개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 서울에서 한중 외교 국장급 대면 회의…"다양한 의견 교환"

최용준 외교부 동북아국장(오른쪽)이 22일 방한 중인 류진쑹(刘劲松) 중국 외교부 아주사장(국장)과 회담을 가졌다.최용준 외교부 동북아국장(오른쪽)이 22일 방한 중인 류진쑹(刘劲松) 중국 외교부 아주사장(국장)과 회담을 가졌다.

한미일 관계가 나날이 밀착되는 가운데, 최근 중국과는 고위급 소통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중국과는 지난해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최고위급 소통의 물꼬를 텄지만, 별다른 진척 사항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제(22일) 서울에서 한중 국장급 협의가 열렸습니다. 외교부는 최용준 외교부 동북아 국장이 방한한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장(아시아 담당 국장)과 국장급 협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최 국장은 상호 존중에 기반해 성숙하고 건강한 한중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양자 관계 및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서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한중 외교부 국장급 면담은 지난해 1월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의 전화 통화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대면 협의로, 외교 채널 가동을 위한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중국과 일본, 중국과 한국 양자 간 전략대화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계획이 오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포괄적으로 이야기했다"며 "올해 대면 협의가 뜸했는데 모든 이슈를 실질적으로 챙기는 양국 두 명이 만나 장시간 이야기를 나눴다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이번 만남으로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지만 이걸 계기로 서로 소통을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셈입니다.

■ 전문가 "소통 재개 신호… 경제 분야 등 채널 재개될 듯"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렸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난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냉각된 미·중 관계가 "아주 조만간 해빙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은 경제 분야 쪽 외교 채널이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이 먼저 왔다' 는 점에 의미를 둬야 한다"며 "또, 만났다는 건 사드 때처럼 적어도 보복은 안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인 반도체 등 경제 쪽에서 대화 복구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지난해 예정돼있던 경제 고위급 대화가 순연중"이라며 "차례대로 일정을 잡고 논의를 진행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습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도 "예민한 정치 외교 문제 대신 묻혀 있었던 경제나 사회문화 교류 쪽으로 소통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9일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만나 연내 한중 경제장관회의 개최를 위한 실무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만 "타이완 문제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며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주재우 교수는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지만 이걸 극복하려면 우리 정부의 입장이 '전 세계가 내걸고 있는 보편적 가치를 따른다' 등의 입장을 명확하게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중국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발표한 공동성명 내용을 두고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했습니다.

강준영 교수는 "한국의 한미동행 강화 등 행보에 대해 중국이 인지하고 있지만, 중국이나 한국은 서로 필요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훨씬 더 실용적인 기준점을 찾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주재우 교수는 "이번 국장급 협의를 통해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의 소통 채널이 마련되거나 다양한 대화에 대한 기대치를 부응하면서 차관급, 정상 간 회담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마련된 셈"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한중 외교당국 대면 소통…‘대화 재개’ 논의했나?
    • 입력 2023-05-23 17:23:46
    심층K
<br />지난 달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타이완 문제를 언급하자 중국은 '불장난하면 타죽는다' 등 거친 언사를 서슴치 않고 쏟아냈습니다. 지난 달 한미 공동성명에서 타이완 문제를 명시한 것에 대해서도 잘못되고 위험한 길로 멀리 가지 말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즉각적인 반발이 이어지면서 사드 사태 때처럼 한중 관계가 또 악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이런 가운데 어제 한중 외교 국장이 직접 만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최근 한미일이 밀착되는 것과 달리 중국과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터라 소통이 재개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립니다.<br /><br />

■ 서울에서 한중 외교 국장급 대면 회의…"다양한 의견 교환"

최용준 외교부 동북아국장(오른쪽)이 22일 방한 중인 류진쑹(刘劲松) 중국 외교부 아주사장(국장)과 회담을 가졌다.
한미일 관계가 나날이 밀착되는 가운데, 최근 중국과는 고위급 소통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이번 정부 들어 중국과는 지난해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최고위급 소통의 물꼬를 텄지만, 별다른 진척 사항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제(22일) 서울에서 한중 국장급 협의가 열렸습니다. 외교부는 최용준 외교부 동북아 국장이 방한한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장(아시아 담당 국장)과 국장급 협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최 국장은 상호 존중에 기반해 성숙하고 건강한 한중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양자 관계 및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서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한중 외교부 국장급 면담은 지난해 1월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 중국 외교부장의 전화 통화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대면 협의로, 외교 채널 가동을 위한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중국과 일본, 중국과 한국 양자 간 전략대화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계획이 오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포괄적으로 이야기했다"며 "올해 대면 협의가 뜸했는데 모든 이슈를 실질적으로 챙기는 양국 두 명이 만나 장시간 이야기를 나눴다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이번 만남으로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지만 이걸 계기로 서로 소통을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셈입니다.

■ 전문가 "소통 재개 신호… 경제 분야 등 채널 재개될 듯"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렸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난 뒤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냉각된 미·중 관계가 "아주 조만간 해빙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은 경제 분야 쪽 외교 채널이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이 먼저 왔다' 는 점에 의미를 둬야 한다"며 "또, 만났다는 건 사드 때처럼 적어도 보복은 안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인 반도체 등 경제 쪽에서 대화 복구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지난해 예정돼있던 경제 고위급 대화가 순연중"이라며 "차례대로 일정을 잡고 논의를 진행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습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도 "예민한 정치 외교 문제 대신 묻혀 있었던 경제나 사회문화 교류 쪽으로 소통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9일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만나 연내 한중 경제장관회의 개최를 위한 실무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다만 "타이완 문제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며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주재우 교수는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지만 이걸 극복하려면 우리 정부의 입장이 '전 세계가 내걸고 있는 보편적 가치를 따른다' 등의 입장을 명확하게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중국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발표한 공동성명 내용을 두고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했습니다.

강준영 교수는 "한국의 한미동행 강화 등 행보에 대해 중국이 인지하고 있지만, 중국이나 한국은 서로 필요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훨씬 더 실용적인 기준점을 찾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주재우 교수는 "이번 국장급 협의를 통해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의 소통 채널이 마련되거나 다양한 대화에 대한 기대치를 부응하면서 차관급, 정상 간 회담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마련된 셈"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