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후원 병원…치료 순서 ‘추첨’ 논란

입력 2023.05.24 (18:54) 수정 2023.05.2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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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재활치료 진료 대상 아동을 ‘무작위 추첨’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그래픽 윤다솔국내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재활치료 진료 대상 아동을 ‘무작위 추첨’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그래픽 윤다솔

■ 전국 최초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진료 개시'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전에 설립된 대전·세종·충남·넥슨 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오는 30일 대전시 관저동에서 개원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갑니다.

임금체불 등으로 병원 건립 공사가 지연되고 의료진을 구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개원을 위한 마무리 행정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병원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로, 진료는 개원보다 나흘 앞선 26일 개시됩니다.

정식 채용된 의료진과 순회진료 하기로 한 충남대학교병원 소속 의사 등 5명의 의료진이 확보됐고, 대전시는 재활의학과와 소아청소년과, 소아치과 진료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의료진은 개원 후 상시채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몇 차례 미뤄진 개원이지만,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장애 어린이 가족들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에 가득 차 있습니다. 아니, 가득 차 있'었'습니다.

■ 치료 순서 '추첨'… '희망'이 '절망'으로

장애 어린이 가족들의 '희망'이 금세 '과거형'이 된 것은 병원 측이 '낮 병동' 재활치료 대상 아동을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선정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통상 다른 병원들은 외래진료를 먼저 본 뒤 환자의 경중을 따져 재활 여부와 순서를 정하는데 외래진료 대상자 자체를 추첨으로 뽑겠다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만약 추첨에서 떨어지면 치료 시기가 수개월 이상 밀리고, 낮 병동 치료는 꿈도 못 꾼다는 게 장애 어린이와 그 가족들의 우려입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 사단법인 토닥토닥의 김동석 이사장은 "생명을 책임지는 치료를 추첨으로 결정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추첨 결과가 그동안 기다려오고, 상처가 있는 가족들에게 또 하나의 상처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병원 측은 임시 개원에 앞서 지난주부터 외래진료와 낮 병동 예약을 받기 시작했는데, 불과 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낮 병동에 순식간에 수백 명이 몰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번 진료 대상자로 선정되면 최소 5개월 정도의 장기치료가 진행되는 만큼, 선착순으로 환자를 정하는 것보다 신청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을 하는 게 공평하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병원 내부에서도 너무 안일한 방법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 관계자는 "의사가 진료를 보고 나서 낮 병동 입원을 하는 게 상식"이라며 "진료가 미뤄지고 혼란을 일으킬까 봐 추첨제로 바꿔놓고 추첨이 된 환자가 진료를 받게 되는, 거꾸로 가는 시스템"이라고 전했습니다.

수년간 병원 설립을 기다려온 장애아동 가족들은 병원 측의 무성의한 대책에 다시 한번 좌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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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넥슨’ 후원 병원…치료 순서 ‘추첨’ 논란
    • 입력 2023-05-24 18:54:18
    • 수정2023-05-24 18: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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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재활치료 진료 대상 아동을 ‘무작위 추첨’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그래픽 윤다솔
■ 전국 최초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진료 개시'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전에 설립된 대전·세종·충남·넥슨 후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오는 30일 대전시 관저동에서 개원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갑니다.

임금체불 등으로 병원 건립 공사가 지연되고 의료진을 구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개원을 위한 마무리 행정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병원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로, 진료는 개원보다 나흘 앞선 26일 개시됩니다.

정식 채용된 의료진과 순회진료 하기로 한 충남대학교병원 소속 의사 등 5명의 의료진이 확보됐고, 대전시는 재활의학과와 소아청소년과, 소아치과 진료에는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의료진은 개원 후 상시채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몇 차례 미뤄진 개원이지만,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장애 어린이 가족들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에 가득 차 있습니다. 아니, 가득 차 있'었'습니다.

■ 치료 순서 '추첨'… '희망'이 '절망'으로

장애 어린이 가족들의 '희망'이 금세 '과거형'이 된 것은 병원 측이 '낮 병동' 재활치료 대상 아동을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선정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통상 다른 병원들은 외래진료를 먼저 본 뒤 환자의 경중을 따져 재활 여부와 순서를 정하는데 외래진료 대상자 자체를 추첨으로 뽑겠다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만약 추첨에서 떨어지면 치료 시기가 수개월 이상 밀리고, 낮 병동 치료는 꿈도 못 꾼다는 게 장애 어린이와 그 가족들의 우려입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 사단법인 토닥토닥의 김동석 이사장은 "생명을 책임지는 치료를 추첨으로 결정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추첨 결과가 그동안 기다려오고, 상처가 있는 가족들에게 또 하나의 상처를 안겨주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병원 측은 임시 개원에 앞서 지난주부터 외래진료와 낮 병동 예약을 받기 시작했는데, 불과 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낮 병동에 순식간에 수백 명이 몰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번 진료 대상자로 선정되면 최소 5개월 정도의 장기치료가 진행되는 만큼, 선착순으로 환자를 정하는 것보다 신청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추첨'을 하는 게 공평하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병원 내부에서도 너무 안일한 방법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 관계자는 "의사가 진료를 보고 나서 낮 병동 입원을 하는 게 상식"이라며 "진료가 미뤄지고 혼란을 일으킬까 봐 추첨제로 바꿔놓고 추첨이 된 환자가 진료를 받게 되는, 거꾸로 가는 시스템"이라고 전했습니다.

수년간 병원 설립을 기다려온 장애아동 가족들은 병원 측의 무성의한 대책에 다시 한번 좌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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