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대한민국 G7과 G8 사이

입력 2023.05.24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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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17회 II] 대한민국 G7과 G8 사이


■ 대한민국이 G7에 가입한다?

[프롤로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 참석했습니다.
2년 전, 영국에서 열린 G7에 이어 벌써 네 번째 초청입니다.
G7이 확대되면 대한민국이 가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워싱턴에서 오가고 있습니다.

베단트 파텔/미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
(미국 정부는 한국을 회원국으로 초청해 G7을 G8으로 확대할 계획이 있습니까? 한국이 그러한 자격이 있다고 보십니까?) 그러한 계획이 있는지 (지금으로서는)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가능성 있는 걸까요?
9층시사국이 미국과 유럽, 일본의 전문가들 4명에게 물어봤습니다.

■ 2년 전에도 있었던 G7 확대 논의, 하지만…

2년 전 영국의 땅끝마을 콘월에서 G7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G7 의장국이던 영국은 세 나라 정상을 더 초청했습니다.

보리스 존슨/당시 영국 총리
"저는 6월에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호주, 한국, 인도 정상들을 초대했습니다."

중국 견제용이란 건 비밀이 아니었습니다.

보리스 존슨/당시 영국 총리
"우리는 어디에서나 친구와 파트너를 찾아 개방과 혁신을 위한 연합을 구축할 것입니다. 그리고 인도 태평양 지역에 깊이 관여할 것입니다."

기존의 G7에 한국과 호주 등 민주주의 국가들을 더해 D10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었습니다.

벤 주다/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영국은 당시에 대서양 민주주의 국가들과 태평양 지역의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 동맹을 강화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전통적 G7 회원국이 아닌 호주, 한국과 동맹을 강화하려고 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과도 맞아떨어집니다.

에릭 브랫버그/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 관련 안건들을 긴밀히 조율하기 위해 G7을 활용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G7 회원국을 늘려서 가치에 기반한 협력 플랫폼을 만드는 구상은 타당하다고 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 대통령이 지난 2021년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 초청됐습니다.

초대국 정상들은 빠지고 G7 정상들만 모인 자리에서 본격적으로 D10 확장 논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벤 주다/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프랑스나 다른 유럽 회원국들은 D10 구상에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민주주의를 기준으로 블록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않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 동맹이 비민주주의 국가들과 교류해야 할 때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악화를 염려한 겁니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명확히 말하지만 G7은 중국에 적대적이지 않습니다. G7은 수많은 국제 이슈들을 논의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임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슈들에는 중국 역시 기꺼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후변화나 세계 무역 규칙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G7 회원국 중에서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이탈리아가 대표적입니다.

주세페 콘테/ 당시 이탈리아 총리 (2019년 3월)
"이탈리아와 중국 간의 일대일로 양해각서는 대체로 경제와 무역에서 협력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유럽과 대서양의 동맹국과의 관계에는 영향이 없을 겁니다."

G7 회의 마지막 날 일본 닛케이 신문엔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아시아 유일의 G7 회원국 일본이 한국의 가입에 대해 반대의사를 나타냈다는 겁니다.

제프 홀/칸다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
"전 그게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본은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종종 굉장히 반일적이라고 생각한 게 이유였죠. 예를 들어 만약 한국의 현 대통령과 같이 일본과의 협력에 개방적인 사람이 계속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에 대한 마음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본에선 비관론이 많습니다."

남현종/9층시사국 MC
"여러 국가들 간의 이해관계와 국제 정세가 얽혀 있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인데요.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먼저 지금 미국은 G7의 확대를 원하고 있고 그 계획 안에는 한국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죠. 왜 G7의 확대를 원하고 있습니까?"

조혜진/9층시사국 취재기자
"사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 질서에 위협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미국이 강조하고 있는 게 중국의 무역 보복입니다. 앞서 우리나라도 2017년 사드 배치로 인한 보복으로 중국의 한한령 겪은 적이 있죠? 하지만 우리뿐만 아니라 호주나 일본 그리고 올해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유럽의 리투아니아 같은 국가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현재 미국의 80% 수준인 중국의 GDP는 2028년쯤이면 미국과 맞먹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을 포함한 G7의 GDP는 전 세계의 44%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이 민주주의 선진국들과 힘을 합쳐서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애쉬 제인/애틀랜틱 카운슬 국장
“G7은 다양한 도전에 맞서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들을 규합할 수 있는 중요한 모임이라고 생각합니다. G7은 미국과 민주주의 동맹국들이 세계 질서에 대한 위협,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공동 대응을 할 수 있는 장이 될 겁니다.”

남현종
"G7을 왜 확대하고 싶어 하는지 이유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호주나 한국이 포함돼 있는 거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조혜진
"G7은 1970년대 오일 쇼크에 대응하기 위해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1970년대에는 세계 선진국들이 주로 유럽과 북미 대륙에 몰려 있었죠.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유일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G7은 태생적으로 대서양 중심의 모임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태평양 지역의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에릭 브랫버그/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국제정치와 경제의 중심축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는 시점에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과 호주 같은 나라들을 G7 틀에 포함시켜서 다른 회원국들과 함께 역할을 하고 논의를 이끌어갈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남현종
"사실 그동안은 세계 평화를 위해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분쟁이 생겼을 때 UN이나 WTO에서 해결을 해왔잖아요? 그런데 왜 이번에는 G7인 거죠?"

조혜진
"UN에서 실질적인 결정을 하는 곳이 UN 안전보장이사회입니다. 미국 등 5개 상임이사국으로 구성돼 있는데 최근에는 그 기능을 거의 잃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윤영관/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평화유지와 관련해 유엔은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인데 거의 모든 문제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미국이나 서방국가들과 대립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G7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혜진
"하지만 앞서 보셨다시피 유럽의 회원국들은 중국을 의식했고 우리 역시 일본과 관계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2년 전 D10 논의가 무산됐다고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 "이번에는 다르다" 한국, G7 가입 가능성은?

영국 G7 정상회담 이후 1년도 되지 않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유럽이 러시아의 위협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겁니다.
그리고 이 러시아의 편을 들고 있는 중국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에릭 브랫버그/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중국에 대한 유럽의 논의는 몇 년 동안 바뀌었습니다. 유럽은 중국에 대해 경제적 위협일 뿐 아니라 점점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자체를 위협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팬데믹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며 유럽은 중국에 대해 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더욱 협력하려는 겁니다.”

G7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여했던 이탈리아는 이를 철회할 움직임입니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줄이고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G7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유럽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에릭 브랫버그/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유럽 국가들의 초점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춰서 리스크를 줄이고 무역 상대국을 다변화하고, 외교적 관계를 다양화하는 것에 맞춰져 있습니다. 인도 태평양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다른 파트너를 찾는 거죠. 저는 유럽이 G7을 그렇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점점 더 편안해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일관계의 개선도 G7 가입의 또다른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올해 G7 의장국인 일본이 한일정상회담 직후 히로시마 G7에 한국을 초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섭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상당히 의미심장을 말을 남겼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대통령님, 특별히 일본과의 외교를 위한 정치적 용기와 개인적 헌신에 깊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이는 제가 오랫동안 힘을 쏟아왔던 이슈입니다. 우리가 모두 협력할 때 얼마나 큰 차이가 생기는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바이든 대통령은 또다른 말을 덧붙였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저는 우리가 한국이 보여준 모범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인구 몇 십만 명 수준의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상당한 규모의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한국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한미일 협력과 중국 견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G7 가입이 가능하다는, 바이든 특유의 화법일까?
미국 전문가에게 비슷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애쉬 제인/애틀랜틱 카운슬 국장
”(한국이 곧 G7에 가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적어도 제가 이해하기로는 지금 시점에서 바이든 행정부 안에서 G7 확대에 대해 활발한 논의는 없습니다. 아마 좀 더 나중에 논의될 사항 같습니다.“

한일관계 개선이 G7 가입에 도움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애쉬 제인/애틀랜틱 카운슬 국장
“최근에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극복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합의가 잠재적으로 한국의 G7 가입에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겁니다. 왜냐하면 한국을 G7 틀에 넣는 데 있어 장애물 중 하나가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중국의 위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애쉬 제인/애틀랜틱 카운슬 국장
"(한미일) 협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노력이 도움이 될 겁니다.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이고 공개적으로 나설 용의가 있는지에 대한 우려들이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중국과 협력을 유지하려고 해왔고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과 행동을 피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남현종/9층시사국 MC
"그러니까 우리가 중국 견제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면 G7 가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인데 지금 이걸 개인적인 의견으로 봐야 될까요? 아니면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이라고 봐야 될까요?"

조혜진/9층시사국 취재기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만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애틀랜틱 카운슬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뒷받침하는 싱크탱크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애쉬 제인 국장은 애틀란틱 카운슬 안에서 20년 전부터 G7 확장, 또 D10에 대한 구상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G7 확장 논의에 있어서는 애쉬 제인 국장이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기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현종
"지금까지 흐름을 놓고 봤을 때 한국의 중요도를 인정은 하고 있지만 G7 가입이 근시일 내는 좀 어렵다는 얘기로도 들립니다."

조혜진
"제가 G7 확장에 정통한 외국 전문가들을 4명 정도 인터뷰를 했는데 하나같이 똑같이 대답을 했습니다. 한국은 충분히 G7의 자격이 있지만 당장 가입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에릭 브랫버그/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한국이 계속해서 G7에 초청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분간은 G7 확대로 정식 회원국이 되지는 못할 겁니다.”

벤 주다/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한국은 가까운 시일 내에는 G7 회원국이 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G7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구축할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제프 홀/칸다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이 G7 정식 회원국이 되는 건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초대를 받을 거라고 봅니다. 한국은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 "G7 관계 강화가 중국과의 관계 악화 의미하지 않아"

[에필로그]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G7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윤영관/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한국은 자원이 부족하고 공급망 문제에 상당히 취약합니다. 대비책을 사전에 만들어 놓는 게 좋은데요. 한국의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최대한 많은 숫자의 국제적인 네트워크에 참여를 해서 수많은 나라들과 연대관계, 협력관계를 강화해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에어버스 판매 계약을 체결하는 특이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경제에 있어 우리의 의지는 분명합니다. 디커플링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부문별로 상호호혜적이고 더 공정한 무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윤영관/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G7의 일반적인 견해와는 굉장히 동떨어진 얘기를 했거든요. 충분히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여지는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예를 들어서 독일도 마찬가지로 중국과 좋은 관계를 나름대로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라고 해서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취재기자 : 조혜진
외부촬영 : 설태훈, 조선기
촬영기자 : 안용습
영상편집 : 이기승, 이상미
CG : 정예나
자료조사 : 김세호
조연출 : 정현주 유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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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이 G7에 가입한다?

[프롤로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 참석했습니다.
2년 전, 영국에서 열린 G7에 이어 벌써 네 번째 초청입니다.
G7이 확대되면 대한민국이 가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워싱턴에서 오가고 있습니다.

베단트 파텔/미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
(미국 정부는 한국을 회원국으로 초청해 G7을 G8으로 확대할 계획이 있습니까? 한국이 그러한 자격이 있다고 보십니까?) 그러한 계획이 있는지 (지금으로서는)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가능성 있는 걸까요?
9층시사국이 미국과 유럽, 일본의 전문가들 4명에게 물어봤습니다.

■ 2년 전에도 있었던 G7 확대 논의, 하지만…

2년 전 영국의 땅끝마을 콘월에서 G7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G7 의장국이던 영국은 세 나라 정상을 더 초청했습니다.

보리스 존슨/당시 영국 총리
"저는 6월에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호주, 한국, 인도 정상들을 초대했습니다."

중국 견제용이란 건 비밀이 아니었습니다.

보리스 존슨/당시 영국 총리
"우리는 어디에서나 친구와 파트너를 찾아 개방과 혁신을 위한 연합을 구축할 것입니다. 그리고 인도 태평양 지역에 깊이 관여할 것입니다."

기존의 G7에 한국과 호주 등 민주주의 국가들을 더해 D10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었습니다.

벤 주다/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영국은 당시에 대서양 민주주의 국가들과 태평양 지역의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 동맹을 강화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전통적 G7 회원국이 아닌 호주, 한국과 동맹을 강화하려고 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과도 맞아떨어집니다.

에릭 브랫버그/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 관련 안건들을 긴밀히 조율하기 위해 G7을 활용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G7 회원국을 늘려서 가치에 기반한 협력 플랫폼을 만드는 구상은 타당하다고 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 대통령이 지난 2021년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 초청됐습니다.

초대국 정상들은 빠지고 G7 정상들만 모인 자리에서 본격적으로 D10 확장 논의가 있었다고 합니다.

벤 주다/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프랑스나 다른 유럽 회원국들은 D10 구상에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민주주의를 기준으로 블록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않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 동맹이 비민주주의 국가들과 교류해야 할 때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악화를 염려한 겁니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명확히 말하지만 G7은 중국에 적대적이지 않습니다. G7은 수많은 국제 이슈들을 논의하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임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슈들에는 중국 역시 기꺼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후변화나 세계 무역 규칙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G7 회원국 중에서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이탈리아가 대표적입니다.

주세페 콘테/ 당시 이탈리아 총리 (2019년 3월)
"이탈리아와 중국 간의 일대일로 양해각서는 대체로 경제와 무역에서 협력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유럽과 대서양의 동맹국과의 관계에는 영향이 없을 겁니다."

G7 회의 마지막 날 일본 닛케이 신문엔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아시아 유일의 G7 회원국 일본이 한국의 가입에 대해 반대의사를 나타냈다는 겁니다.

제프 홀/칸다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
"전 그게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본은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종종 굉장히 반일적이라고 생각한 게 이유였죠. 예를 들어 만약 한국의 현 대통령과 같이 일본과의 협력에 개방적인 사람이 계속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에 대한 마음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본에선 비관론이 많습니다."

남현종/9층시사국 MC
"여러 국가들 간의 이해관계와 국제 정세가 얽혀 있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인데요.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먼저 지금 미국은 G7의 확대를 원하고 있고 그 계획 안에는 한국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죠. 왜 G7의 확대를 원하고 있습니까?"

조혜진/9층시사국 취재기자
"사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 질서에 위협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미국이 강조하고 있는 게 중국의 무역 보복입니다. 앞서 우리나라도 2017년 사드 배치로 인한 보복으로 중국의 한한령 겪은 적이 있죠? 하지만 우리뿐만 아니라 호주나 일본 그리고 올해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유럽의 리투아니아 같은 국가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현재 미국의 80% 수준인 중국의 GDP는 2028년쯤이면 미국과 맞먹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을 포함한 G7의 GDP는 전 세계의 44%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이 민주주의 선진국들과 힘을 합쳐서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애쉬 제인/애틀랜틱 카운슬 국장
“G7은 다양한 도전에 맞서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들을 규합할 수 있는 중요한 모임이라고 생각합니다. G7은 미국과 민주주의 동맹국들이 세계 질서에 대한 위협,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공동 대응을 할 수 있는 장이 될 겁니다.”

남현종
"G7을 왜 확대하고 싶어 하는지 이유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호주나 한국이 포함돼 있는 거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조혜진
"G7은 1970년대 오일 쇼크에 대응하기 위해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1970년대에는 세계 선진국들이 주로 유럽과 북미 대륙에 몰려 있었죠.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유일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G7은 태생적으로 대서양 중심의 모임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태평양 지역의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에릭 브랫버그/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국제정치와 경제의 중심축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겨가고 있는 시점에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과 호주 같은 나라들을 G7 틀에 포함시켜서 다른 회원국들과 함께 역할을 하고 논의를 이끌어갈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남현종
"사실 그동안은 세계 평화를 위해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분쟁이 생겼을 때 UN이나 WTO에서 해결을 해왔잖아요? 그런데 왜 이번에는 G7인 거죠?"

조혜진
"UN에서 실질적인 결정을 하는 곳이 UN 안전보장이사회입니다. 미국 등 5개 상임이사국으로 구성돼 있는데 최근에는 그 기능을 거의 잃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윤영관/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평화유지와 관련해 유엔은 제대로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인데 거의 모든 문제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미국이나 서방국가들과 대립하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G7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혜진
"하지만 앞서 보셨다시피 유럽의 회원국들은 중국을 의식했고 우리 역시 일본과 관계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2년 전 D10 논의가 무산됐다고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 "이번에는 다르다" 한국, G7 가입 가능성은?

영국 G7 정상회담 이후 1년도 되지 않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유럽이 러시아의 위협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겁니다.
그리고 이 러시아의 편을 들고 있는 중국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에릭 브랫버그/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중국에 대한 유럽의 논의는 몇 년 동안 바뀌었습니다. 유럽은 중국에 대해 경제적 위협일 뿐 아니라 점점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자체를 위협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팬데믹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며 유럽은 중국에 대해 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더욱 협력하려는 겁니다.”

G7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여했던 이탈리아는 이를 철회할 움직임입니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줄이고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G7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유럽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에릭 브랫버그/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유럽 국가들의 초점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춰서 리스크를 줄이고 무역 상대국을 다변화하고, 외교적 관계를 다양화하는 것에 맞춰져 있습니다. 인도 태평양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다른 파트너를 찾는 거죠. 저는 유럽이 G7을 그렇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점점 더 편안해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일관계의 개선도 G7 가입의 또다른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올해 G7 의장국인 일본이 한일정상회담 직후 히로시마 G7에 한국을 초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섭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상당히 의미심장을 말을 남겼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대통령님, 특별히 일본과의 외교를 위한 정치적 용기와 개인적 헌신에 깊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이는 제가 오랫동안 힘을 쏟아왔던 이슈입니다. 우리가 모두 협력할 때 얼마나 큰 차이가 생기는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바이든 대통령은 또다른 말을 덧붙였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저는 우리가 한국이 보여준 모범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인구 몇 십만 명 수준의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상당한 규모의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한국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한미일 협력과 중국 견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G7 가입이 가능하다는, 바이든 특유의 화법일까?
미국 전문가에게 비슷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애쉬 제인/애틀랜틱 카운슬 국장
”(한국이 곧 G7에 가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적어도 제가 이해하기로는 지금 시점에서 바이든 행정부 안에서 G7 확대에 대해 활발한 논의는 없습니다. 아마 좀 더 나중에 논의될 사항 같습니다.“

한일관계 개선이 G7 가입에 도움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애쉬 제인/애틀랜틱 카운슬 국장
“최근에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극복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합의가 잠재적으로 한국의 G7 가입에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겁니다. 왜냐하면 한국을 G7 틀에 넣는 데 있어 장애물 중 하나가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중국의 위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애쉬 제인/애틀랜틱 카운슬 국장
"(한미일) 협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노력이 도움이 될 겁니다.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적이고 공개적으로 나설 용의가 있는지에 대한 우려들이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중국과 협력을 유지하려고 해왔고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과 행동을 피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남현종/9층시사국 MC
"그러니까 우리가 중국 견제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면 G7 가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인데 지금 이걸 개인적인 의견으로 봐야 될까요? 아니면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이라고 봐야 될까요?"

조혜진/9층시사국 취재기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견해로만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애틀랜틱 카운슬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뒷받침하는 싱크탱크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애쉬 제인 국장은 애틀란틱 카운슬 안에서 20년 전부터 G7 확장, 또 D10에 대한 구상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G7 확장 논의에 있어서는 애쉬 제인 국장이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기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현종
"지금까지 흐름을 놓고 봤을 때 한국의 중요도를 인정은 하고 있지만 G7 가입이 근시일 내는 좀 어렵다는 얘기로도 들립니다."

조혜진
"제가 G7 확장에 정통한 외국 전문가들을 4명 정도 인터뷰를 했는데 하나같이 똑같이 대답을 했습니다. 한국은 충분히 G7의 자격이 있지만 당장 가입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에릭 브랫버그/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한국이 계속해서 G7에 초청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분간은 G7 확대로 정식 회원국이 되지는 못할 겁니다.”

벤 주다/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한국은 가까운 시일 내에는 G7 회원국이 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G7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구축할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제프 홀/칸다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이 G7 정식 회원국이 되는 건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초대를 받을 거라고 봅니다. 한국은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 "G7 관계 강화가 중국과의 관계 악화 의미하지 않아"

[에필로그]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G7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윤영관/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한국은 자원이 부족하고 공급망 문제에 상당히 취약합니다. 대비책을 사전에 만들어 놓는 게 좋은데요. 한국의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최대한 많은 숫자의 국제적인 네트워크에 참여를 해서 수많은 나라들과 연대관계, 협력관계를 강화해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해 에어버스 판매 계약을 체결하는 특이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경제에 있어 우리의 의지는 분명합니다. 디커플링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부문별로 상호호혜적이고 더 공정한 무역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윤영관/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G7의 일반적인 견해와는 굉장히 동떨어진 얘기를 했거든요. 충분히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여지는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예를 들어서 독일도 마찬가지로 중국과 좋은 관계를 나름대로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라고 해서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취재기자 : 조혜진
외부촬영 : 설태훈, 조선기
촬영기자 : 안용습
영상편집 : 이기승, 이상미
CG : 정예나
자료조사 : 김세호
조연출 : 정현주 유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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