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칠 때마다 공포”…멈추지 않는 학폭 피해 ‘눈물’

입력 2023.05.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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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중학생들이 한 살 아래 학생들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일로 한 피해 학생은 학교를 떠나고, 피해 학생의 부모는 직장까지 관두기도 했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실태와 문제점을 취재해봤습니다.

■ 명치 50대 때려…숨 못 쉬게 코 막고 담배 물리기도

폭행은 가해 학생들이 2학년이던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습니다.

가해 학생들은 한 살 어린 피해 학생 8명을 제주시 모 볼링장으로 불러낸 뒤 가위바위보를 시켰습니다. 진 사람에게 맞을 곳을 정하게 하고, 신문지에 청테이프를 감아 만든 봉이나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폭행은 이듬해 3월까지 계속됐습니다. 피해 학생의 집에 찾아가는가 하면, 초등학교 운동장이나 카페 주차장으로 끌고 가 심하게는 명치 부분을 50대나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피해 학생들은 가해 학생들의 보복이 두려워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지만, 부모들은 지난 1월 자녀의 상처를 보고 피해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가슴에 사람 얼굴 만한 피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녀들은 상황을 키우지 않길 바랐습니다. 이에 부모들은 가해 학생에게 직접 연락해 아이를 만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도 폭행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들에게 돈을 갈취했고, 할당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집합'을 시켰습니다. 얼차려를 시키며 담배를 입에 물게 한 뒤 코를 막거나, 미니 축구 골대를 짊어지게 한 뒤 가슴을 때리는 등 가혹 행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피해 학생 어머니는 "불과 만 14~15살밖에 안 되는 학생들인데 어떻게 그런 가학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지 소름이 끼쳤다"며 울분을 토해냈습니다.

가해 학생들에 대한 제주시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 결정 통보서가해 학생들에 대한 제주시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 결정 통보서

부모들에 의해 학교와 경찰에 사건이 알려진 뒤, 제주시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는 지난달 가해 학생 3명에게 강제 전학 처분을 내렸습니다. 아울러 약 2년간 피해 학생에 대한 접촉과 협박·보복행위 금지도 명령했습니다.

가해 학생들은 또 소년보호사건으로 법원에 넘겨지기도 했습니다. 혐의는 상해와 폭행·협박·공갈·공동주거침입·업무방해 등입니다.

■ 강제 전학 처분 내려져도 이행 안 돼…"대체 왜?"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이 가해 학생들 가운데 2명은 다른 학교폭력 사건으로 이미 전학 처분이 내려졌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왜 이행되지 않았던 걸까요.


먼저 A 군은 지난해 8월 발생한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으로 전학 처분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가해 학생의 보호자가 '학교폭력 예방 특별교육'을 뒤늦게 이수하면서 처분 이행이 늦어졌다는 게 학교 측 설명입니다.

앞서 학폭위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가해 학생은 물론 보호자도 3개월 안에 5시간의 교육을 받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보호자가 불가피한 사정을 호소하면 기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가해 학생 본인은 물론 보호자까지 교육을 이수해야 전학 절차를 밟을 수 있어, 이행이 늦어진 겁니다.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3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도 내도록 하고 있지만, 제주에서 징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또 다른 가해 학생인 B 군에게 전학 처분이 내려진 건 지난해 6월이었습니다. 하지만 보호자가 처분에 불복해 교육지원청에 행정심판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면서 수개월간 전학이 미뤄졌습니다.

행정심판에서 패소하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9개월 만인 지난 3월에야 징계가 이뤄졌습니다. 전국적으로 논란이 된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과 유사한 경우입니다.

한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그 아이가 이미 강제 전학 처분을 받은 상태에서 11월·12월·1월·2월, 그렇게 또 3월 우리 아이를 폭행한 것"이라며 "진작 전학을 갔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 "상담할 곳 없어 막막"…피해 전담 기관은 반년 만에 폐쇄

"마주치면 태연하게 인사를 해서 굉장한 공포감을 느꼈어요" - 피해 학생 C 군
"가해 형들을 보면 온몸의 피가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아요" -피해 학생 D 군

학교 안에서 가해 학생을 마주쳐야만 했던 피해 학생들은 두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게 힘들었던 한 학생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는 아들을 위해 직장까지 관두고 자녀 곁을 지키며 등·하교를 돕고 있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가 KBS 취재진에게 보내온 편지.피해 학생 어머니가 KBS 취재진에게 보내온 편지.

"가족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고 말하는 피해 학생의 가족들. 상처가 아물기 위해선 치료나 상담 체계가 절실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습니다.

치료를 받고 싶어도 제주엔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가 부족하다 보니 진료 받으려면 몇 달씩 대기해야 합니다.

의지할 교육 현장의 사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학교와 교육지원청엔 학생 전문 상담을 위한 위클래스와 센터가 있지만, 학교폭력 전담이 아닌데다 가해 학생도 함께 드나들다 보니 이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학교폭력 피해 전담기관 제주센터'가 교육부 지원을 받아 문을 열긴 했지만, 센터장이 없어 반년 만에 문을 닫은 상탭니다. 조정실 학교폭력 가족협의회장은 "현재 운영비 정도만 지원받고 있다 보니 공간 확보가 어려워 쉽사리 맡으려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나마 제주도교육청이 지정한 '학폭 피해 학생 전담지원기관' 2곳이 피해 학생들을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 시내에 몰려있다보니 서귀포시나 외곽 지역 학생들은 이용이 쉽지 않고, 출장 상담이 있어도 지속성이 담보돼야 하는 만큼 방문 학생들을 관리하는 것도 벅찬 상황입니다.

■ 학교전담경찰관 '1명당 5천여 명 담당'…"법제화 절실"


"학교마다 전담 경찰관들이 배치돼 있는데도 왜 학교폭력이 계속될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취재해보니 학교전담경찰관은 인력도, 역할도 매우 한정적이었습니다.

학교전담경찰관은 'School Police Officer' 앞글자를 따서 'SPO'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2011년 대구 학교폭력 피해 학생 투신 사건을 계기로 도입된 SPO는 학교폭력 예방과 가해 학생 선도 역할 등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지역 학교전담경찰관은 모두 15명으로, 도내 196개 학교에서 약 8만 명의 학생을 맡고 있습니다. 경찰관 1명이 평균 13개 학교씩 5천 명 넘는 학생을 담당하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약으로 경찰관 1명이 학교 2곳을 관리하도록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인력 충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가해 학생을 선도하려 해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역할만 주어져 있고, 소년법이나 청소년보호법 등에 뒷받침할 조항이 없다 보니 가해 학생이나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관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교육적 회복 없으면 전학 가도 마찬가지"…세심한 대책 필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러 학교폭력 전담교사들의 불만도 이어졌습니다.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수업권 침해 등을 이유로 학생들을 제대로 조사할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쉬는 시간 10분을 쪼개 상담하는 식인데, 이러다 보니 충분한 조사 없이 교육지원청 학폭위로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학생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선도해야 하지만, 현 시스템이 사건 처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전학 처분이 가장 센 건데, 학생들이 교육적인 회복이 잘 되지 않으면 다른 학교에 가도 마찬가지"라며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학생 개인 정보를 다루다보니 학교와 학교전담경찰관 사이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 점도 과제로 꼽혔습니다. 교사는 학생들의 학교 밖 범죄를 알기 어렵고, 경찰은 교내 학교폭력 사실을 인지하기 힘들다 보니 학생 개개인을 파악하고 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최근 교육부가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내놓았지만,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피해 학생 지원과 가해 학생 선도 등을 위한 대책은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세심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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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주칠 때마다 공포”…멈추지 않는 학폭 피해 ‘눈물’
    • 입력 2023-05-25 07: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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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중학생들이 한 살 아래 학생들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일로 한 피해 학생은 학교를 떠나고, 피해 학생의 부모는 직장까지 관두기도 했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실태와 문제점을 취재해봤습니다.

■ 명치 50대 때려…숨 못 쉬게 코 막고 담배 물리기도

폭행은 가해 학생들이 2학년이던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습니다.

가해 학생들은 한 살 어린 피해 학생 8명을 제주시 모 볼링장으로 불러낸 뒤 가위바위보를 시켰습니다. 진 사람에게 맞을 곳을 정하게 하고, 신문지에 청테이프를 감아 만든 봉이나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폭행은 이듬해 3월까지 계속됐습니다. 피해 학생의 집에 찾아가는가 하면, 초등학교 운동장이나 카페 주차장으로 끌고 가 심하게는 명치 부분을 50대나 때리기까지 했습니다.


피해 학생들은 가해 학생들의 보복이 두려워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지만, 부모들은 지난 1월 자녀의 상처를 보고 피해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가슴에 사람 얼굴 만한 피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녀들은 상황을 키우지 않길 바랐습니다. 이에 부모들은 가해 학생에게 직접 연락해 아이를 만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도 폭행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들에게 돈을 갈취했고, 할당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집합'을 시켰습니다. 얼차려를 시키며 담배를 입에 물게 한 뒤 코를 막거나, 미니 축구 골대를 짊어지게 한 뒤 가슴을 때리는 등 가혹 행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피해 학생 어머니는 "불과 만 14~15살밖에 안 되는 학생들인데 어떻게 그런 가학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지 소름이 끼쳤다"며 울분을 토해냈습니다.

가해 학생들에 대한 제주시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조치 결정 통보서
부모들에 의해 학교와 경찰에 사건이 알려진 뒤, 제주시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 심의위원회는 지난달 가해 학생 3명에게 강제 전학 처분을 내렸습니다. 아울러 약 2년간 피해 학생에 대한 접촉과 협박·보복행위 금지도 명령했습니다.

가해 학생들은 또 소년보호사건으로 법원에 넘겨지기도 했습니다. 혐의는 상해와 폭행·협박·공갈·공동주거침입·업무방해 등입니다.

■ 강제 전학 처분 내려져도 이행 안 돼…"대체 왜?"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이 가해 학생들 가운데 2명은 다른 학교폭력 사건으로 이미 전학 처분이 내려졌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왜 이행되지 않았던 걸까요.


먼저 A 군은 지난해 8월 발생한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으로 전학 처분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가해 학생의 보호자가 '학교폭력 예방 특별교육'을 뒤늦게 이수하면서 처분 이행이 늦어졌다는 게 학교 측 설명입니다.

앞서 학폭위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가해 학생은 물론 보호자도 3개월 안에 5시간의 교육을 받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보호자가 불가피한 사정을 호소하면 기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가해 학생 본인은 물론 보호자까지 교육을 이수해야 전학 절차를 밟을 수 있어, 이행이 늦어진 겁니다.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3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도 내도록 하고 있지만, 제주에서 징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또 다른 가해 학생인 B 군에게 전학 처분이 내려진 건 지난해 6월이었습니다. 하지만 보호자가 처분에 불복해 교육지원청에 행정심판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면서 수개월간 전학이 미뤄졌습니다.

행정심판에서 패소하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9개월 만인 지난 3월에야 징계가 이뤄졌습니다. 전국적으로 논란이 된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과 유사한 경우입니다.

한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그 아이가 이미 강제 전학 처분을 받은 상태에서 11월·12월·1월·2월, 그렇게 또 3월 우리 아이를 폭행한 것"이라며 "진작 전학을 갔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 "상담할 곳 없어 막막"…피해 전담 기관은 반년 만에 폐쇄

"마주치면 태연하게 인사를 해서 굉장한 공포감을 느꼈어요" - 피해 학생 C 군
"가해 형들을 보면 온몸의 피가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아요" -피해 학생 D 군

학교 안에서 가해 학생을 마주쳐야만 했던 피해 학생들은 두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게 힘들었던 한 학생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는 아들을 위해 직장까지 관두고 자녀 곁을 지키며 등·하교를 돕고 있습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가 KBS 취재진에게 보내온 편지.
"가족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고 말하는 피해 학생의 가족들. 상처가 아물기 위해선 치료나 상담 체계가 절실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습니다.

치료를 받고 싶어도 제주엔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가 부족하다 보니 진료 받으려면 몇 달씩 대기해야 합니다.

의지할 교육 현장의 사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학교와 교육지원청엔 학생 전문 상담을 위한 위클래스와 센터가 있지만, 학교폭력 전담이 아닌데다 가해 학생도 함께 드나들다 보니 이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해 '학교폭력 피해 전담기관 제주센터'가 교육부 지원을 받아 문을 열긴 했지만, 센터장이 없어 반년 만에 문을 닫은 상탭니다. 조정실 학교폭력 가족협의회장은 "현재 운영비 정도만 지원받고 있다 보니 공간 확보가 어려워 쉽사리 맡으려는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나마 제주도교육청이 지정한 '학폭 피해 학생 전담지원기관' 2곳이 피해 학생들을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 시내에 몰려있다보니 서귀포시나 외곽 지역 학생들은 이용이 쉽지 않고, 출장 상담이 있어도 지속성이 담보돼야 하는 만큼 방문 학생들을 관리하는 것도 벅찬 상황입니다.

■ 학교전담경찰관 '1명당 5천여 명 담당'…"법제화 절실"


"학교마다 전담 경찰관들이 배치돼 있는데도 왜 학교폭력이 계속될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취재해보니 학교전담경찰관은 인력도, 역할도 매우 한정적이었습니다.

학교전담경찰관은 'School Police Officer' 앞글자를 따서 'SPO'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2011년 대구 학교폭력 피해 학생 투신 사건을 계기로 도입된 SPO는 학교폭력 예방과 가해 학생 선도 역할 등을 하고 있습니다.

제주지역 학교전담경찰관은 모두 15명으로, 도내 196개 학교에서 약 8만 명의 학생을 맡고 있습니다. 경찰관 1명이 평균 13개 학교씩 5천 명 넘는 학생을 담당하는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약으로 경찰관 1명이 학교 2곳을 관리하도록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인력 충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가해 학생을 선도하려 해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역할만 주어져 있고, 소년법이나 청소년보호법 등에 뒷받침할 조항이 없다 보니 가해 학생이나 보호자의 동의가 없으면 관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교육적 회복 없으면 전학 가도 마찬가지"…세심한 대책 필요

취재 과정에서 만난 여러 학교폭력 전담교사들의 불만도 이어졌습니다.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수업권 침해 등을 이유로 학생들을 제대로 조사할 시간이 없다는 겁니다. 쉬는 시간 10분을 쪼개 상담하는 식인데, 이러다 보니 충분한 조사 없이 교육지원청 학폭위로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학생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선도해야 하지만, 현 시스템이 사건 처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전학 처분이 가장 센 건데, 학생들이 교육적인 회복이 잘 되지 않으면 다른 학교에 가도 마찬가지"라며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학생 개인 정보를 다루다보니 학교와 학교전담경찰관 사이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 점도 과제로 꼽혔습니다. 교사는 학생들의 학교 밖 범죄를 알기 어렵고, 경찰은 교내 학교폭력 사실을 인지하기 힘들다 보니 학생 개개인을 파악하고 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최근 교육부가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내놓았지만,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피해 학생 지원과 가해 학생 선도 등을 위한 대책은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세심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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