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송강호 “난 특별하지 않은 배우…친구이자 이웃”

입력 2023.05.2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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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길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사람, 이웃이자 친구 같지요."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으로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 또 한 번 입성한 배우 송강호는 26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생애 한 번 오기도 어렵다는 칸영화제에 4년을 내리 초청되고 지난해에는 '브로커'로 한국 최초로 남우주연상까지 받았지만, 자신은 "(흔하기 때문에) 감독의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는 배우"라고 몸을 낮췄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은 물론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배우는 마라토너와는 다르게 끝이 어딘지를 모르고 계속 달려야 해요. 상은 그 과정에 힘을 실어주는 일종의 중간 지점 같은 의미일 뿐입니다. 상 때문에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달라진다거나 특별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늘 생각합니다."

송강호가 칸에 온 것은 이번이 8번째다. 2006년 '괴물'을 시작으로 '밀양'(2007), '박쥐'(2009), '기생충'(2019) 등 한국 영화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작품과 함께 칸을 방문했다.

그는 "칸에 네 번을 오든, 다섯 번을 오든 간에 또 다른 작품 세계가 있는 감독님과 배우들과 온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박찬욱·봉준호·이창동·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으로 칸에 왔던 송강호지만, 이번 작품이 갖는 의미는 좀 더 특별할 듯하다.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15년 만에 김지운 감독과 함께 칸의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송강호는 "그때는 그다지 추억이 없던 것 같은데, 올해는 함께 온 배우들이 많고 머무르는 기간도 길어서 바쁜 일정이지만 많은 추억을 담고 간다"고 했다.

극 중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의 페르소나로 보이는 1970년대 영화감독 김기열을 연기했다. 유신정권의 검열과 열악한 제작 환경 속에서도 걸작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짐을 짊어진다. 촬영이 끝나고는 홀로 의자에 앉아 세트장을 바라본다.

송강호는 "아무리 연기지만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망상과 꿈을 오가며 끊임없이 자기를 검열하고, 그 와중에도 스스로 일어나 결정하는 과정을 보니 굉장히 외로운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가 영화감독을 연기하는 것은 1990년 데뷔 이후 처음이다. 극 중 김기열은 외모나 작품 스타일이 고(故) 김기영 감독을 떠올리게 하지만, 특정 감독을 콕 집어 참고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송강호는 "그 시절 영화 현장과 감독들의 전체적인 오마주라고 생각하고 역할을 소화했다. 이 영화는 그로테스크하지만 지독한 우화이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캐릭터를) 구상하고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영화감독에 도전할 생각이 없느냐는 말에 "10년 전부터 그런 얘기를 들었지만, 애초 연출에 도전할 생각은 없었다"며 웃었다.

"감독의 재능이나 능력이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우로 도전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배우진) 모두가 좋은 작품이라는 목표를 위해 함께 달려가잖아요. 다 함께 감독 역할을 하는 셈인데, 감독을 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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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미집’ 송강호 “난 특별하지 않은 배우…친구이자 이웃”
    • 입력 2023-05-27 08:39:52
    연합뉴스
"송강호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길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사람, 이웃이자 친구 같지요."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으로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 또 한 번 입성한 배우 송강호는 26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생애 한 번 오기도 어렵다는 칸영화제에 4년을 내리 초청되고 지난해에는 '브로커'로 한국 최초로 남우주연상까지 받았지만, 자신은 "(흔하기 때문에) 감독의 부담감을 줄여줄 수 있는 배우"라고 몸을 낮췄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은 물론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배우는 마라토너와는 다르게 끝이 어딘지를 모르고 계속 달려야 해요. 상은 그 과정에 힘을 실어주는 일종의 중간 지점 같은 의미일 뿐입니다. 상 때문에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달라진다거나 특별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늘 생각합니다."

송강호가 칸에 온 것은 이번이 8번째다. 2006년 '괴물'을 시작으로 '밀양'(2007), '박쥐'(2009), '기생충'(2019) 등 한국 영화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작품과 함께 칸을 방문했다.

그는 "칸에 네 번을 오든, 다섯 번을 오든 간에 또 다른 작품 세계가 있는 감독님과 배우들과 온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박찬욱·봉준호·이창동·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으로 칸에 왔던 송강호지만, 이번 작품이 갖는 의미는 좀 더 특별할 듯하다.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15년 만에 김지운 감독과 함께 칸의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송강호는 "그때는 그다지 추억이 없던 것 같은데, 올해는 함께 온 배우들이 많고 머무르는 기간도 길어서 바쁜 일정이지만 많은 추억을 담고 간다"고 했다.

극 중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의 페르소나로 보이는 1970년대 영화감독 김기열을 연기했다. 유신정권의 검열과 열악한 제작 환경 속에서도 걸작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짐을 짊어진다. 촬영이 끝나고는 홀로 의자에 앉아 세트장을 바라본다.

송강호는 "아무리 연기지만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망상과 꿈을 오가며 끊임없이 자기를 검열하고, 그 와중에도 스스로 일어나 결정하는 과정을 보니 굉장히 외로운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가 영화감독을 연기하는 것은 1990년 데뷔 이후 처음이다. 극 중 김기열은 외모나 작품 스타일이 고(故) 김기영 감독을 떠올리게 하지만, 특정 감독을 콕 집어 참고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송강호는 "그 시절 영화 현장과 감독들의 전체적인 오마주라고 생각하고 역할을 소화했다. 이 영화는 그로테스크하지만 지독한 우화이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캐릭터를) 구상하고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영화감독에 도전할 생각이 없느냐는 말에 "10년 전부터 그런 얘기를 들었지만, 애초 연출에 도전할 생각은 없었다"며 웃었다.

"감독의 재능이나 능력이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우로 도전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배우진) 모두가 좋은 작품이라는 목표를 위해 함께 달려가잖아요. 다 함께 감독 역할을 하는 셈인데, 감독을 하는 것보다 더 훌륭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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