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벌어진 빈부격차…1분기에 무슨 일이? [주말엔]

입력 2023.05.27 (09:00) 수정 2023.05.27 (09: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통계청이 이달 25일 '2023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 각 가구가 돈을 얼마나 벌고 쓰는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입니다. 또 소득 규모에 따라 수입과 지출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도 나타나죠. 이번 자료가 나온 뒤에는 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빈부격차가 악화 됐다는 기사들이 특히 많이 나왔습니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소득 격차'가 벌어졌다


1분기에는 대표적인 분배지표인 5분위 배율이 악화 됐습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입니다. 그러니까 이 숫자가 크면 클수록 소득 격차가 크다는 뜻이겠죠. 5분위 배율은 2020년 이후 줄곧 하락하다(소득 격차 개선) 3년 만에 증가했습니다.

■ 사라진 정부 지원금 효과

코로나 19 확산 이전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5분위 배율로 보는 소득 격차는 계속 벌어졌습니다. 그러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2020년 1분기 이후부터 상황이 달라져 소득 격차가 줄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그 이유가 나옵니다. 2021년 1분기 '공적이전소득' 즉 정부 지원금은 2020년 대비 27.9% 증가했습니다. 2020년 5월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각종 지원금의 영향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1분위 가계소득은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9.9% 증가하며 전 분위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습니다.

통계청 역시 비슷한 해석을 합니다. "지난 1분기 때는 코로나19로 손실보상금, 방역지원금이 12조 정도 풀렸다"며 "당시 자영업자 위주로 지원을 받았는데, 올해 지원금이 사라지면서 자영업자들이 소득 하위 분위로 이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대기업 상여금 시즌은 빈부격차 악화의 시간?

통계청은 또 다른 요인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올해 1분기 5분위 소득이 증가한 것을 두고 "1분기는 기업 상여금이 집중되는 시기"라며 "5분위에 속하는 상용직 근로자의 소득이 많이 늘면서 5분위의 전체의 소득이 올라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5분위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11.7% 증가했습니다.

■ 고물가의 영향 '고소득층엔 찻잔 속 태풍, 저소득층엔 허리케인'

월평균 소득 수준별로 나눠볼까요.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은 3.2%, 5분위(소득 상위 20%) 소득은 6.0% 증가하며 명목상으로는 모두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 4.7%를 적용하면, 5분위 실질소득은 1.2% 증가했지만, 1분위 실질소득은 오히려 1.5% 감소했습니다. 전 분위를 살펴봐도 실질 소득은 소득 상위 40%인 4·5분위에서만 증가했습니다. 소득이 많은 사람의 소득은 늘었고, 소득이 적은 사람들의 소득은 오히려 줄은 겁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재난의 불평등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류층의 경우 재난에도 소득을 일정하게 지킬 수 있는 반면 약자 계층은 재난에 더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2분기부터는 소득 분배 지표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소득 분배를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을 얼마나 더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하위층은 '연료비 내느라', 상위층은 '새 차 사느라' 지출 늘어

월평균 가계 지출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11.1% 늘었습니다. 특히 소비 지출이 11.5%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1분위의 소비지출은 13.7%, 5분위의 소비 지출은 17.7% 증가해 늘어난 양상은 비슷했는데요, 소비지출 구성비를 살펴보면 지출이 사용된 곳은 전혀 달랐습니다.


1분위 소비지출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전기요금과 가스요금과 같은 연료비 지출이 포함된 주거·수도·광열 지출이 23.1%를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은 식료품·비주류 음료(19.0%)가 높았습니다. 반면에 소득 5분위의 경우 교통(16.5%), 음식·숙박(13.4%)순서로 나타났습니다.

1분위의 경우 전기나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거·수도·광열 지출 중 연료비 지출 비중이 지난해 1분기 38.1%에서 올해 41.5%까지 3.4%p 늘어났습니다. 반면, 5분위의 경우 자동차 구입비가 지난해 대비 190% 증가하면서 교통 지출 비중이 가장 컸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상황. 내수가 회복세라는데, 1분위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가계 여윳돈을 뜻하는 가계 수지 흑자액은 1분위, 저소득층에서만 유독 47.2%가 줄며,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감소폭을 기록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공공요금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민생과 물가 안정에 총력 대응하겠다"며 "취약계층의 고용여건 개선을 위해 일자리 사업을 조기 집행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취약계층 복지제도 보장성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소득 감소와 물가 상승이라는 압박을 동시에 받는 저소득층에게 이게 현실적이고 충분한 대책이 될까요. 답은 2분기 통계가 보여줄 겁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더 벌어진 빈부격차…1분기에 무슨 일이? [주말엔]
    • 입력 2023-05-27 09:00:09
    • 수정2023-05-27 09:00:25
    주말엔

통계청이 이달 25일 '2023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 각 가구가 돈을 얼마나 벌고 쓰는지,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입니다. 또 소득 규모에 따라 수입과 지출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도 나타나죠. 이번 자료가 나온 뒤에는 저소득층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빈부격차가 악화 됐다는 기사들이 특히 많이 나왔습니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소득 격차'가 벌어졌다


1분기에는 대표적인 분배지표인 5분위 배율이 악화 됐습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입니다. 그러니까 이 숫자가 크면 클수록 소득 격차가 크다는 뜻이겠죠. 5분위 배율은 2020년 이후 줄곧 하락하다(소득 격차 개선) 3년 만에 증가했습니다.

■ 사라진 정부 지원금 효과

코로나 19 확산 이전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5분위 배율로 보는 소득 격차는 계속 벌어졌습니다. 그러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2020년 1분기 이후부터 상황이 달라져 소득 격차가 줄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그 이유가 나옵니다. 2021년 1분기 '공적이전소득' 즉 정부 지원금은 2020년 대비 27.9% 증가했습니다. 2020년 5월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각종 지원금의 영향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1분위 가계소득은 2020년에서 2021년 사이 9.9% 증가하며 전 분위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습니다.

통계청 역시 비슷한 해석을 합니다. "지난 1분기 때는 코로나19로 손실보상금, 방역지원금이 12조 정도 풀렸다"며 "당시 자영업자 위주로 지원을 받았는데, 올해 지원금이 사라지면서 자영업자들이 소득 하위 분위로 이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대기업 상여금 시즌은 빈부격차 악화의 시간?

통계청은 또 다른 요인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올해 1분기 5분위 소득이 증가한 것을 두고 "1분기는 기업 상여금이 집중되는 시기"라며 "5분위에 속하는 상용직 근로자의 소득이 많이 늘면서 5분위의 전체의 소득이 올라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5분위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11.7% 증가했습니다.

■ 고물가의 영향 '고소득층엔 찻잔 속 태풍, 저소득층엔 허리케인'

월평균 소득 수준별로 나눠볼까요.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은 3.2%, 5분위(소득 상위 20%) 소득은 6.0% 증가하며 명목상으로는 모두 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 4.7%를 적용하면, 5분위 실질소득은 1.2% 증가했지만, 1분위 실질소득은 오히려 1.5% 감소했습니다. 전 분위를 살펴봐도 실질 소득은 소득 상위 40%인 4·5분위에서만 증가했습니다. 소득이 많은 사람의 소득은 늘었고, 소득이 적은 사람들의 소득은 오히려 줄은 겁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재난의 불평등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류층의 경우 재난에도 소득을 일정하게 지킬 수 있는 반면 약자 계층은 재난에 더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2분기부터는 소득 분배 지표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소득 분배를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을 얼마나 더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하위층은 '연료비 내느라', 상위층은 '새 차 사느라' 지출 늘어

월평균 가계 지출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11.1% 늘었습니다. 특히 소비 지출이 11.5%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1분위의 소비지출은 13.7%, 5분위의 소비 지출은 17.7% 증가해 늘어난 양상은 비슷했는데요, 소비지출 구성비를 살펴보면 지출이 사용된 곳은 전혀 달랐습니다.


1분위 소비지출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전기요금과 가스요금과 같은 연료비 지출이 포함된 주거·수도·광열 지출이 23.1%를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은 식료품·비주류 음료(19.0%)가 높았습니다. 반면에 소득 5분위의 경우 교통(16.5%), 음식·숙박(13.4%)순서로 나타났습니다.

1분위의 경우 전기나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거·수도·광열 지출 중 연료비 지출 비중이 지난해 1분기 38.1%에서 올해 41.5%까지 3.4%p 늘어났습니다. 반면, 5분위의 경우 자동차 구입비가 지난해 대비 190% 증가하면서 교통 지출 비중이 가장 컸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상황. 내수가 회복세라는데, 1분위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가계 여윳돈을 뜻하는 가계 수지 흑자액은 1분위, 저소득층에서만 유독 47.2%가 줄며,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감소폭을 기록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공공요금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민생과 물가 안정에 총력 대응하겠다"며 "취약계층의 고용여건 개선을 위해 일자리 사업을 조기 집행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취약계층 복지제도 보장성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소득 감소와 물가 상승이라는 압박을 동시에 받는 저소득층에게 이게 현실적이고 충분한 대책이 될까요. 답은 2분기 통계가 보여줄 겁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