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 부재중 전화도 스토킹”…대법 첫 판결

입력 2023.05.29 (18:28) 수정 2023.05.2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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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접 통화를 하지 않았더라도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었다면, 스토킹 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내용과 상관없이 전화하는 행위 자체로도 불안이나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호준 기자입니다.

[리포트]

2021년 A 씨는 알고 지내던 B 씨에게 천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이후 A 씨는 다른 사람 휴대전화 등으로 B 씨에게 집요하게 전화했습니다.

A 씨가 전화한 건 29차례, B 씨가 번호를 차단해 실제 통화가 이뤄진 건 한 번이었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1심과 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1심은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켰다며 스토킹 범죄가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반면, 2심은 '부재중 전화' 표시는 전화기의 기능에 불과해 스토킹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공포나 불안감을 유발한 게 아니라고 본 2005년 판례를 따른 겁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부재중 전화' 표시는 '통화를 원한다'는 정보가 변형돼 피해자에게 전달된 것이고, 통화를 해야만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고 볼 수 없다, 불안과 공포를 느낄수록 전화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2021년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법원에서는 부재 중 전화를 놓고 기존 판례를 적용해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잇따랐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스토킹처벌법으로는 더 엄격하게 처벌할 수 있다는 기준이 마련된 셈입니다.

[정은영/대법원 공보연구관 : "이번 대법원 판결은 부재중 전화 등 실제로 전화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스토킹 처벌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고 최초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스토킹 행위로부터 피해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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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 차례 부재중 전화도 스토킹”…대법 첫 판결
    • 입력 2023-05-29 18:28:16
    • 수정2023-05-29 18: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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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접 통화를 하지 않았더라도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었다면, 스토킹 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내용과 상관없이 전화하는 행위 자체로도 불안이나 공포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호준 기자입니다.

[리포트]

2021년 A 씨는 알고 지내던 B 씨에게 천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이후 A 씨는 다른 사람 휴대전화 등으로 B 씨에게 집요하게 전화했습니다.

A 씨가 전화한 건 29차례, B 씨가 번호를 차단해 실제 통화가 이뤄진 건 한 번이었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1심과 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1심은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켰다며 스토킹 범죄가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반면, 2심은 '부재중 전화' 표시는 전화기의 기능에 불과해 스토킹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공포나 불안감을 유발한 게 아니라고 본 2005년 판례를 따른 겁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부재중 전화' 표시는 '통화를 원한다'는 정보가 변형돼 피해자에게 전달된 것이고, 통화를 해야만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고 볼 수 없다, 불안과 공포를 느낄수록 전화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2021년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법원에서는 부재 중 전화를 놓고 기존 판례를 적용해 무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잇따랐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스토킹처벌법으로는 더 엄격하게 처벌할 수 있다는 기준이 마련된 셈입니다.

[정은영/대법원 공보연구관 : "이번 대법원 판결은 부재중 전화 등 실제로 전화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스토킹 처벌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고 최초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스토킹 행위로부터 피해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호준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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