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는 유럽 인종차별…“아시아계 연대해 목소리 내야”

입력 2023.05.30 (23:11) 수정 2023.05.3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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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스페인 축구 경기 중에 벌어진 인종차별 사건으로 유럽의 고질적인 인종차별 문제가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19 확산 이후로 아시아계 사람들을 노린 노골적인 인종차별도 크게 늘었는데요.

문제 해결을 위해 아시아계 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베를린 유호윤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원숭이, 원숭이."]

세계적인 축구 스타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에게 상대팀 관중들의 조롱이 쏟아집니다.

조롱은 멈추지 않고 결국 눈물을 흘립니다.

눈 찢는 동작을 하며 손흥민 선수를 비하하는 영국 팬.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니하오!"]

지난달엔 이탈리아 여대생들이 중국계 미국인 모자를 조롱해 논란이 됐습니다.

이런 인종차별은 실제로 유럽 곳곳,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벌어집니다.

독일 한 설문조사에서 인종차별이 존재하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무려 90%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김서영/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주 : "(현지) 아이들이 인종차별적인 장난을 많이 쳐서, 자전거 타고 지나가면서 뒤에서 놀라게 하고, 저희가 놀라면 비웃고 그런 식의 장난도 있었어요."]

특히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이 심해졌습니다.

[이현정/시민단체 '아시안 보이스 유럽' 활동가 : "팬데믹(대유행) 자체가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좀 더 사회적으로 용인해서 표출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 단체로도 꾸준히 신고가 들어오고 있고요."]

설문조사 결과 눈을 찢는 조롱 등 비언어적 차별과 모욕적 표현 같은 언어적 차별이 폭력보다 많았습니다.

하지만 신고를 하는 경우는 10% 정도.

현지 전문가들은 아시아계 인종차별 문제는 이제 막 공론화되기 시작했다며 아시아계가 연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스다 키미코/독일 사회통합 이주연구센터 연구원 : "(아시아계 사람들이) 각자의 커뮤니티(공동체)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인종 차별을 막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지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독한국대사관은 여행객이나 교민들이 인종차별로 인한 피해를 당한 경우 경찰 신고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습니다.

베를린에서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촬영:김영환/영상편집:김철/그래픽:서수민/자료조사:조영은

[앵커]

유럽의 인종차별 문제가 참 심각한 거 같은데요.

그럼 이 문제 취재한 베를린 유호윤 특파원 연결해 좀 더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유 특파원, 유럽에 있는 한국인들도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나요?

[기자]

정도와 빈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럽에서 인종 차별을 경험한 한국인들은 적지 않습니다.

교민과 유학생들뿐 아니라 유럽 여행을 온 여행객들이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취재진은 2020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아시아계 인종차별 피해를 조사한 독일 사회통합 이주연구센터 연구자들을 만났는데요.

담당 연구원은 폭행 같은 신체적 피해 경험을 밝힌 아시아계 피해자 가운데 한국인 비중이 18%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19 때 이뤄진 조사인데 지금도 유럽에서 인종차별을 겪는 한국인들은 많습니다.

유럽에 거주 중인 한 교민의 설명 들어보시죠.

[허재영/영국 런던 거주 : "지나가다 뒤에서 자동차로 빵! 놀라게 하고 가는 것, 아니면 눈 찢고 가는 건 흔한 것 같아요. 코로나 이후에는 직접적으로 "하이 코로나" 이런 건 없지만, 아예 없어졌다고는 절대 말을 못 하죠."]

저희 취재진 역시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비슷한 일을 겪기도 했습니다.

중국어를 흉내내며 취재진을 조롱하는 청년들도 있었고요.

걸어가는 취재진을 향해 경적을 울리며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차량 운전자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인종차별 피해가 단순히 조롱에서 그치지 않고 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기자]

언어적 조롱과 비교하면 비중은 작지만 폭행 사건도 종종 발생합니다.

2020년에는 한국인 부부가, 2021년엔 30대 한국인 남성이 베를린 지하철 안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코로나 19 확산 추세가 줄어들던 지난해 12월에도 독일 뒤스부르크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길거리에서 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당시 KBS와의 통화에서 강아지를 산책시키는데 이민자로 보이는 외국인 남성 두 명이 갑자기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하며 자신을 때렸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럼 이런 인종 차별 행위를 현지에서 신고하면 처벌은 이뤄지나요?

[기자]

폭행 사건은 당연히 처벌 가능하고 공공장소에서 이뤄지는 노골적인 모욕도 처벌 대상에 포함됩니다.

상당수 유럽 국가들에선 형법상 모욕죄 등으로 인종차별 행위자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아시아인 인종차별 사건은 판례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고 과정에서 겪는 언어적 장벽 등을 이유로 신고 자체를 꺼리는 경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인종차별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고, 또 신고 과정에서 한국대사관의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피해자들 신고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유럽 정부들이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요?

[기자]

아시아계 인종차별 사건이 터지면 언론 보도가 쏟아지지만 사회적 관심은 그때뿐입니다.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채 결국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되는데요.

더구나 EU나 유럽 정부들이 아시아계 인종차별 문제를 미온적으로 바라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아시아계 인종차별에 대한 실태조사가 유럽에서 처음 이뤄진 게 불과 3년 전인 2020년입니다.

아시아인을 향한 크고 작은 인종차별 범죄가 코로나 19 이전에도 있었는데 제대로 된 통계조차 만들지 않았던 겁니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EU나 유럽 정부에 맡겨 놓기보다 아시아계 커뮤니티나 아시아 국가들이 연대해 EU나 유럽 정부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김영환/영상편집:서삼현/그래픽:김지혜/자료조사:문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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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 넘는 유럽 인종차별…“아시아계 연대해 목소리 내야”
    • 입력 2023-05-30 23:11:10
    • 수정2023-05-31 09:2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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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스페인 축구 경기 중에 벌어진 인종차별 사건으로 유럽의 고질적인 인종차별 문제가 다시금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19 확산 이후로 아시아계 사람들을 노린 노골적인 인종차별도 크게 늘었는데요.

문제 해결을 위해 아시아계 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베를린 유호윤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원숭이, 원숭이."]

세계적인 축구 스타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에게 상대팀 관중들의 조롱이 쏟아집니다.

조롱은 멈추지 않고 결국 눈물을 흘립니다.

눈 찢는 동작을 하며 손흥민 선수를 비하하는 영국 팬.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니하오!"]

지난달엔 이탈리아 여대생들이 중국계 미국인 모자를 조롱해 논란이 됐습니다.

이런 인종차별은 실제로 유럽 곳곳,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벌어집니다.

독일 한 설문조사에서 인종차별이 존재하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무려 90%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김서영/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거주 : "(현지) 아이들이 인종차별적인 장난을 많이 쳐서, 자전거 타고 지나가면서 뒤에서 놀라게 하고, 저희가 놀라면 비웃고 그런 식의 장난도 있었어요."]

특히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이 심해졌습니다.

[이현정/시민단체 '아시안 보이스 유럽' 활동가 : "팬데믹(대유행) 자체가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좀 더 사회적으로 용인해서 표출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 단체로도 꾸준히 신고가 들어오고 있고요."]

설문조사 결과 눈을 찢는 조롱 등 비언어적 차별과 모욕적 표현 같은 언어적 차별이 폭력보다 많았습니다.

하지만 신고를 하는 경우는 10% 정도.

현지 전문가들은 아시아계 인종차별 문제는 이제 막 공론화되기 시작했다며 아시아계가 연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스다 키미코/독일 사회통합 이주연구센터 연구원 : "(아시아계 사람들이) 각자의 커뮤니티(공동체)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인종 차별을 막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지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독한국대사관은 여행객이나 교민들이 인종차별로 인한 피해를 당한 경우 경찰 신고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습니다.

베를린에서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촬영:김영환/영상편집:김철/그래픽:서수민/자료조사:조영은

[앵커]

유럽의 인종차별 문제가 참 심각한 거 같은데요.

그럼 이 문제 취재한 베를린 유호윤 특파원 연결해 좀 더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유 특파원, 유럽에 있는 한국인들도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나요?

[기자]

정도와 빈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럽에서 인종 차별을 경험한 한국인들은 적지 않습니다.

교민과 유학생들뿐 아니라 유럽 여행을 온 여행객들이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취재진은 2020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아시아계 인종차별 피해를 조사한 독일 사회통합 이주연구센터 연구자들을 만났는데요.

담당 연구원은 폭행 같은 신체적 피해 경험을 밝힌 아시아계 피해자 가운데 한국인 비중이 18%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19 때 이뤄진 조사인데 지금도 유럽에서 인종차별을 겪는 한국인들은 많습니다.

유럽에 거주 중인 한 교민의 설명 들어보시죠.

[허재영/영국 런던 거주 : "지나가다 뒤에서 자동차로 빵! 놀라게 하고 가는 것, 아니면 눈 찢고 가는 건 흔한 것 같아요. 코로나 이후에는 직접적으로 "하이 코로나" 이런 건 없지만, 아예 없어졌다고는 절대 말을 못 하죠."]

저희 취재진 역시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비슷한 일을 겪기도 했습니다.

중국어를 흉내내며 취재진을 조롱하는 청년들도 있었고요.

걸어가는 취재진을 향해 경적을 울리며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차량 운전자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인종차별 피해가 단순히 조롱에서 그치지 않고 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기자]

언어적 조롱과 비교하면 비중은 작지만 폭행 사건도 종종 발생합니다.

2020년에는 한국인 부부가, 2021년엔 30대 한국인 남성이 베를린 지하철 안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코로나 19 확산 추세가 줄어들던 지난해 12월에도 독일 뒤스부르크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길거리에서 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당시 KBS와의 통화에서 강아지를 산책시키는데 이민자로 보이는 외국인 남성 두 명이 갑자기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하며 자신을 때렸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럼 이런 인종 차별 행위를 현지에서 신고하면 처벌은 이뤄지나요?

[기자]

폭행 사건은 당연히 처벌 가능하고 공공장소에서 이뤄지는 노골적인 모욕도 처벌 대상에 포함됩니다.

상당수 유럽 국가들에선 형법상 모욕죄 등으로 인종차별 행위자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아시아인 인종차별 사건은 판례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고 과정에서 겪는 언어적 장벽 등을 이유로 신고 자체를 꺼리는 경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인종차별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신고가 중요하고, 또 신고 과정에서 한국대사관의 도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피해자들 신고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유럽 정부들이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요?

[기자]

아시아계 인종차별 사건이 터지면 언론 보도가 쏟아지지만 사회적 관심은 그때뿐입니다.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채 결국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되는데요.

더구나 EU나 유럽 정부들이 아시아계 인종차별 문제를 미온적으로 바라보는 경향도 있습니다.

아시아계 인종차별에 대한 실태조사가 유럽에서 처음 이뤄진 게 불과 3년 전인 2020년입니다.

아시아인을 향한 크고 작은 인종차별 범죄가 코로나 19 이전에도 있었는데 제대로 된 통계조차 만들지 않았던 겁니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EU나 유럽 정부에 맡겨 놓기보다 아시아계 커뮤니티나 아시아 국가들이 연대해 EU나 유럽 정부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김영환/영상편집:서삼현/그래픽:김지혜/자료조사:문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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