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폭행’ 해 놓고 피해자가 ‘자해했다?’…‘서면 돌려차기’ 피해자도 연대

입력 2023.05.3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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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부산의 한 노래주점에서 60대 여주인이 50대 남성 손님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습니다. 범행 동기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이른바 '묻지마 폭행'이었는데요. 지난해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이후 부산에서 또다시 여성을 상대로 한 묻지마 폭행 사건이 벌어지자 사회적 공분이 크게 일었습니다.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 박 모 씨, 대체 왜 그랬을까요?

■ "피해자가 자해했다"…피해자 두 번 울린 가해자

폭행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달 19일 새벽, 부산 동구의 한 시장 뒷골목에 있는 노래주점에서였습니다. 앞서 남녀 손님 8명이 이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7명이 귀가했습니다. 50대 박 모 씨만 일행이 나간 뒤에도 혼자 주점에 그대로 남았습니다. 화장실에 있던 피해자에게 다가간 이 손님 박 모 씨 . 갑자기 여주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바닥에 쓰러진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발길질까지 한 겁니다.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피해자 모습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피해자 모습

처음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 박 씨는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다 나중에는 "피해자가 자해한 것 아니냐"고 말을 바꿨는데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박 씨의 이런 태도에 또 한 번 분노했습니다. 여기다 박 씨의 한 지인은 응급실에 실려 간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내 지인이 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며 반말로 따져 묻기까지 했는데요. 사과와 반성은커녕 범행 자체를 줄곧 부인하며 피해자를 괴롭게 한 겁니다.

■ 결백 주장하던 가해자, 재판 넘겨지자 갑자기 범행 인정

그러던 박 씨가 처음으로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오늘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을 보면, 주점에 홀로 남아있던 박 씨는 귀가를 준비하던 중 상의 주머니에 들어 있던 16만 원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자, 없어진 것으로 착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피해자가 술값 결제를 위해 돈을 꺼내 간 것으로 오인해 화가 났고, 화장실에 있던 주인을 폭행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피해자 변호인은 애초 계산 시비는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이미 일행이 카드로 술값 계산을 마친 상태였고, 범행이 계산대 부근이 아닌 화장실에서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여지껏 범행을 부인했고, 피해자에게 사과 한마디 건넨 적 없다 갑작스레 범행을 인정한 박 씨. 박 씨 변호인은 이번 재판에서 피해자와 합의 의사가 있고, 당시 박 씨가 심신 미약 상태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피해자가 폭행을 당한 주점 내 화장실 모습피해자가 폭행을 당한 주점 내 화장실 모습

■ '돌려차기' 피해자도 함께 참석…탄원서 2만 장 모여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은 피해자는 지금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60살이 넘은 적지 않은 나이에 다친 몸도 힘들지만 잠을 제대로 자지도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할 만큼의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박 씨의 태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연락 한번 없던 박 씨가 이제 와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합의를 시도한다면 절대 응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재판에는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도 참석했습니다. 자신과 비슷한 피해를 겪은 다른 피해자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주기 위해 재판에 함께 한 겁니다. 이처럼 이번 사건을 접한 많은 사람이 박 씨의 범행에 분노하고 있는데요, 현재 2만 장이 넘는 탄원서가 모였습니다. 법원이 가해자 박 씨에 대해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입니다.
오는 7월에 있을 다음 재판에서는 피해자가 직접 증인으로 나서 피해 상황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박 씨는 왜 그랬을까요. 앞으로 있을 재판에서 명명백백히 밝혀지길 피해자는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픽: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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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묻지마 폭행’ 해 놓고 피해자가 ‘자해했다?’…‘서면 돌려차기’ 피해자도 연대
    • 입력 2023-05-31 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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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부산의 한 노래주점에서 60대 여주인이 50대 남성 손님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습니다. 범행 동기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이른바 '묻지마 폭행'이었는데요. 지난해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이후 부산에서 또다시 여성을 상대로 한 묻지마 폭행 사건이 벌어지자 사회적 공분이 크게 일었습니다.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 박 모 씨, 대체 왜 그랬을까요?

■ "피해자가 자해했다"…피해자 두 번 울린 가해자

폭행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달 19일 새벽, 부산 동구의 한 시장 뒷골목에 있는 노래주점에서였습니다. 앞서 남녀 손님 8명이 이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7명이 귀가했습니다. 50대 박 모 씨만 일행이 나간 뒤에도 혼자 주점에 그대로 남았습니다. 화장실에 있던 피해자에게 다가간 이 손님 박 모 씨 . 갑자기 여주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바닥에 쓰러진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발길질까지 한 겁니다.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피해자 모습
처음 경찰 조사에서 가해자 박 씨는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다 나중에는 "피해자가 자해한 것 아니냐"고 말을 바꿨는데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박 씨의 이런 태도에 또 한 번 분노했습니다. 여기다 박 씨의 한 지인은 응급실에 실려 간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내 지인이 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며 반말로 따져 묻기까지 했는데요. 사과와 반성은커녕 범행 자체를 줄곧 부인하며 피해자를 괴롭게 한 겁니다.

■ 결백 주장하던 가해자, 재판 넘겨지자 갑자기 범행 인정

그러던 박 씨가 처음으로 범행을 인정했습니다. 오늘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을 보면, 주점에 홀로 남아있던 박 씨는 귀가를 준비하던 중 상의 주머니에 들어 있던 16만 원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자, 없어진 것으로 착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피해자가 술값 결제를 위해 돈을 꺼내 간 것으로 오인해 화가 났고, 화장실에 있던 주인을 폭행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피해자 변호인은 애초 계산 시비는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이미 일행이 카드로 술값 계산을 마친 상태였고, 범행이 계산대 부근이 아닌 화장실에서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여지껏 범행을 부인했고, 피해자에게 사과 한마디 건넨 적 없다 갑작스레 범행을 인정한 박 씨. 박 씨 변호인은 이번 재판에서 피해자와 합의 의사가 있고, 당시 박 씨가 심신 미약 상태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피해자가 폭행을 당한 주점 내 화장실 모습
■ '돌려차기' 피해자도 함께 참석…탄원서 2만 장 모여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은 피해자는 지금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60살이 넘은 적지 않은 나이에 다친 몸도 힘들지만 잠을 제대로 자지도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할 만큼의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박 씨의 태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연락 한번 없던 박 씨가 이제 와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위해 합의를 시도한다면 절대 응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재판에는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도 참석했습니다. 자신과 비슷한 피해를 겪은 다른 피해자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주기 위해 재판에 함께 한 겁니다. 이처럼 이번 사건을 접한 많은 사람이 박 씨의 범행에 분노하고 있는데요, 현재 2만 장이 넘는 탄원서가 모였습니다. 법원이 가해자 박 씨에 대해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입니다.
오는 7월에 있을 다음 재판에서는 피해자가 직접 증인으로 나서 피해 상황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박 씨는 왜 그랬을까요. 앞으로 있을 재판에서 명명백백히 밝혀지길 피해자는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픽: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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