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 민방공 훈련까지 했는데…오늘 왜 이랬나?

입력 2023.05.31 (17:14) 수정 2023.05.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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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가짜 평화에 기댄 안보관으로 민방위 훈련이 실시되지 않았습니다.

국민 스스로를 지키는 민방위 훈련을 제대로 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실제상황에서 국민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반복적이고 실제적인 훈련으로 실제상황에 대처하는 민방위 훈련을 세계 많은 나라가 실전처럼 실시하고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지난 9일 국무회의 모두발언

■ 정확히 보름 전, 전국 관공서와 공공기관 6년 만에 민방공 훈련

지난 16일, 전국 공공기관과 학교를 중심으로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있었습니다. 공습에 대비한 전국 단위 민방위 훈련은 6년 만이었습니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전국 관공서와 공공기관 5,707개소 및 전국 초·중·고 1만 2,151개소에서 훈련을 시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방위 훈련 일주일 전이었던 9일 국무회의에서 실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민방위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실제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인 만큼 효과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행안부 등 관계 부처는 세심하게 준비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행안부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미사일 등으로 인한 피격 상황을 가정해 민방위 훈련을 실시했고, 경보 발령에 따른 신속한 대피 및 심폐소생술 등을 교육했다고 밝혔습니다.

■ "즐거운 모습으로 내려오시네요, 잡담하시면서…"

정부세종청사와 서울청사 등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민방위 훈련은 영상으로 촬영됐습니다. 행안부도 자체 촬영한 영상을 기자단에 제공했습니다. 당시 영상을 보면 비상상황을 가정한 지하공간으로의 대피임에도, 적지 않은 공무원들이 웃거나 이야기를 하며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지난 16일 진행된 ‘제414차 민방위의 날’ 훈련에 참여한 행정안전부 공무원들의 모습.지난 16일 진행된 ‘제414차 민방위의 날’ 훈련에 참여한 행정안전부 공무원들의 모습.

이런 모습을 보던 행안부 김영록 비상안전기획관은 "여러분들이 대피하는 것도 익혀보고 해야 하는데, 오늘 보니까 다 즐거운 모습으로 내려오시네요. 잡담하시면서"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과연 북괴군의 폭탄이 여러분들을 피해서 갈 수 있을지 그건 좀 궁금하긴 한데…하여튼 연습을 잘해야 실전에 아무 사고가 없는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민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부터 제대로 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였습니다.

당시 서울시도 '시장 동정자료'를 냈습니다. 자료를 통해 '오세훈 시장이 민방공 대피훈련 관련 현황과 주요 조치사항을 보고받고, 수도방위사령관과 화상회의를 하는 등 비상시 대응체계 구축에 힘쓴다'고 전했습니다.

■ 그리고 보름 후 '실제상황' 발생…행안부-서울시 '오발령' 공방

그리고 오늘(31일) 실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민방공 훈련을 진행한 지 정확히 보름이 지난 때입니다. 보름 전 자료를 통해 안전을 강조했던 행안부와 서울시는 '오발령'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민방위 경보 발령·전달 규정’을 담고 있는 행안부 예규.‘민방위 경보 발령·전달 규정’을 담고 있는 행안부 예규.

'민방위 경보 발령 전달규정'이 담긴 행안부 예규를 보면, 경계·공습 경보는 군 당국이 발령을 요청하면 행정안전부가 내리게 돼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행안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가 내립니다. 지역 군부대의 요청이 있을 때는 지자체도 경보를 발령합니다.

미사일에 대한 탐지시설을 갖춘 군 당국이 경보를 요청하고, 방송전달 및 재난문자 시스템을 갖춘 행안부나 지자체가 국민에게 전파하는 체계입니다.

하지만 국민에게 전달하는 체계에서 오늘 행안부와 서울시 간 혼선이 발생했습니다. 행안부는 서울시가 경보를 자체 발령할 권한이 없음에도 경보를 발령한 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시는 사과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오발령은 아니며,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서울시로서 즉각 조치가 필요해 경보를 발령했다고 반박했습니다.

■ 중앙-지자체 '재난 경보상황' 권한-역할 다시 점검해야

민방공 훈련을 했음에도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기관 간 역할이 제대로 서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은 혼란을 겪었고, 또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 기관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을 남겼습니다.

행안부 비상대비정책국의 한 관계자는 "오늘 일은 지자체에서 기본적인 교육이 안 돼 있었다는 것"이라며 "행안부가 지자체를 대상으로 철저하게 제대로 훈련했어야 하지 않나 반성을 하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지자체와 실질적이고 유기적인 훈련을 자주 하고, 기초적인 교육도 제대로 다시 해야겠다"라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실패한 기술적 문제를 점검해 빠른 시일 안에 우주발사체를 다시 발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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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31 17: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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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가짜 평화에 기댄 안보관으로 민방위 훈련이 실시되지 않았습니다.

국민 스스로를 지키는 민방위 훈련을 제대로 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실제상황에서 국민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반복적이고 실제적인 훈련으로 실제상황에 대처하는 민방위 훈련을 세계 많은 나라가 실전처럼 실시하고 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 지난 9일 국무회의 모두발언

■ 정확히 보름 전, 전국 관공서와 공공기관 6년 만에 민방공 훈련

지난 16일, 전국 공공기관과 학교를 중심으로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있었습니다. 공습에 대비한 전국 단위 민방위 훈련은 6년 만이었습니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전국 관공서와 공공기관 5,707개소 및 전국 초·중·고 1만 2,151개소에서 훈련을 시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방위 훈련 일주일 전이었던 9일 국무회의에서 실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민방위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실제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인 만큼 효과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행안부 등 관계 부처는 세심하게 준비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행안부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미사일 등으로 인한 피격 상황을 가정해 민방위 훈련을 실시했고, 경보 발령에 따른 신속한 대피 및 심폐소생술 등을 교육했다고 밝혔습니다.

■ "즐거운 모습으로 내려오시네요, 잡담하시면서…"

정부세종청사와 서울청사 등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민방위 훈련은 영상으로 촬영됐습니다. 행안부도 자체 촬영한 영상을 기자단에 제공했습니다. 당시 영상을 보면 비상상황을 가정한 지하공간으로의 대피임에도, 적지 않은 공무원들이 웃거나 이야기를 하며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지난 16일 진행된 ‘제414차 민방위의 날’ 훈련에 참여한 행정안전부 공무원들의 모습.
이런 모습을 보던 행안부 김영록 비상안전기획관은 "여러분들이 대피하는 것도 익혀보고 해야 하는데, 오늘 보니까 다 즐거운 모습으로 내려오시네요. 잡담하시면서"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과연 북괴군의 폭탄이 여러분들을 피해서 갈 수 있을지 그건 좀 궁금하긴 한데…하여튼 연습을 잘해야 실전에 아무 사고가 없는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민 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부터 제대로 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였습니다.

당시 서울시도 '시장 동정자료'를 냈습니다. 자료를 통해 '오세훈 시장이 민방공 대피훈련 관련 현황과 주요 조치사항을 보고받고, 수도방위사령관과 화상회의를 하는 등 비상시 대응체계 구축에 힘쓴다'고 전했습니다.

■ 그리고 보름 후 '실제상황' 발생…행안부-서울시 '오발령' 공방

그리고 오늘(31일) 실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민방공 훈련을 진행한 지 정확히 보름이 지난 때입니다. 보름 전 자료를 통해 안전을 강조했던 행안부와 서울시는 '오발령'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민방위 경보 발령·전달 규정’을 담고 있는 행안부 예규.
'민방위 경보 발령 전달규정'이 담긴 행안부 예규를 보면, 경계·공습 경보는 군 당국이 발령을 요청하면 행정안전부가 내리게 돼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행안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가 내립니다. 지역 군부대의 요청이 있을 때는 지자체도 경보를 발령합니다.

미사일에 대한 탐지시설을 갖춘 군 당국이 경보를 요청하고, 방송전달 및 재난문자 시스템을 갖춘 행안부나 지자체가 국민에게 전파하는 체계입니다.

하지만 국민에게 전달하는 체계에서 오늘 행안부와 서울시 간 혼선이 발생했습니다. 행안부는 서울시가 경보를 자체 발령할 권한이 없음에도 경보를 발령한 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시는 사과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오발령은 아니며,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서울시로서 즉각 조치가 필요해 경보를 발령했다고 반박했습니다.

■ 중앙-지자체 '재난 경보상황' 권한-역할 다시 점검해야

민방공 훈련을 했음에도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기관 간 역할이 제대로 서지 않아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은 혼란을 겪었고, 또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 기관을 믿을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을 남겼습니다.

행안부 비상대비정책국의 한 관계자는 "오늘 일은 지자체에서 기본적인 교육이 안 돼 있었다는 것"이라며 "행안부가 지자체를 대상으로 철저하게 제대로 훈련했어야 하지 않나 반성을 하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지자체와 실질적이고 유기적인 훈련을 자주 하고, 기초적인 교육도 제대로 다시 해야겠다"라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오늘 실패한 기술적 문제를 점검해 빠른 시일 안에 우주발사체를 다시 발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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