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또 구급차 뺑뺑이…해법 없는 응급진료체계 ‘구멍’

입력 2023.05.31 (18:36) 수정 2023.05.31 (18:5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응급 환자가 발생한 상황, 119 신고와 구급대 출동 모두 제 시간에 이뤄졌는데 막상 갈 병원을 못 찾아서 사망한다면 얼마나 원통할까요.

어제 교통사고 환자가 병원을 찾아다니다 구급차에서 숨지는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대구에서 비슷한 일이 생긴 지 두 달 만인데요.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지, 사회부 이희연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어제 사고 상황 먼저 정리해보죠.

경기도 용인에서 70대 남성이 후진하는 차량에 치인 건데, 이 남성, 사고 직후 상황에선 의식이 있었던 거죠?

[기자]

네, 신고 접수 10여 분 만에 구급차가 도착했는데요,

남성은 이 때까지만 해도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먼저 사고 현장에 있었던 시민의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의식이 있으셨고, 말씀하셨고, 경찰 와서도 본인 성명이랑 다 이렇게 얘기하셨고 그 상태로 이제 (구급차에) 올라가신 거죠."]

이 남성은 당시 차량에 두 차례나 충격을 받아서 빠르게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대형병원 세 곳이 병상이 부족하다면서 모두 '입원 불가'를 통보했습니다.

구급 대원이 더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병원 여덟 곳에 전화를 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모두 거절했습니다.

결국 1시간 20분이 지나서야 한 병원에서 환자를 데려오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문제는 이 병원이 100km 가까이 떨어져 있었다는 겁니다.

남성은 결국 이송 도중 심정지로 숨졌습니다.

[앵커]

두 달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고요?

[기자]

네, 지난 3월 대구에서 건물에서 추락해 다친 10대가 응급실을 찾다 결국 숨졌는데요.

이 환자 역시 사고 직후엔 의식도 있고 비교적 안정된 상태였지만, 2시간 넘게 응급실을 돌며 상태가 나빠졌고, 결국 종합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사망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조사에 나섰는데요, 당시 병원 8곳 중 4곳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를 받지 않았던 거로 드러났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네 곳에 보조금 삭감 등 행정처분을 내렸습니다.

[앵커]

결국 병원에서 응급 환자를 못 받겠다고 한단건데, 이런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의료 자원 가운데 두 가지가 부족하다는 건데, 시설 면에서는 응급실의 중환자 병상이 부족하고, 인력 면에서는 응급환자를 수술할 의사도 충분치 않다고 합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오늘 입장문을 내고 "중증외상환자라면 최소한 중환자실과 응급외상수술팀이 갖추어져야 응급실에 받을 수 있다" 라고 밝혔습니다.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은 결국 필요한 만큼의 의료자원이 현장에 없기 때문이란 겁니다.

병원 거부로 인한 구급차 재이송수는 2021년 기준 6천 7백여 건이었는데, 사유를 보면, 31%가 전문의가 없어서, 21%는 병상 부족이었습니다.

[앵커]

과징금 처분이 나올 수 있는데도 병원이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는 다른 이유가 또 있을까요?

[기자]

'책임 소재'로 병원들이 응급수술을 기피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의료 단체들을 취재해보니 환자가 잘못돼 소송이 들어오면, 직접 치료한 의사나 병원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합니다.

환자가 응급실을 돌다가 골든타임을 넘긴 채 병원에 도착하고, 이후 치료 중 사망하더라도, 환자를 거부한 병원이 아니라 오히려 환자를 받아준 병원이 책임을 지게 된단 건데요.

병원들은 이런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무리하게 환자를 받으려 하지 않겠죠.

적어도 응급의료에서만큼은 이런 책임 소재를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앵커]

그렇다면 구멍난 응급진료체계, 해법은 없을까요?

[기자]

비슷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오늘 당정이 긴급 협의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는데요.

구급대의 출동 현황과 응급실 진료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앞서 지난 3월엔 보건복지부가 대책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응급환자의 상태를 단계별로 나누고, 상황별로 치료가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을 명확히 구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가는 확률이 지금은 50%에 못 미치는데, 이걸 5년 내로 60%까지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대책이 나온지 두 달 만에 이런 사고가 반복돼서 실효성이 없는 대책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의료진 단체에선 어차피 의료진 부족 문제는 바로 해결할 수 없으니, 병원 사이에 실시간으로 정보룰 공유하는 시스템이라도 바로 도입해달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이희연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유지영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인사이트] 또 구급차 뺑뺑이…해법 없는 응급진료체계 ‘구멍’
    • 입력 2023-05-31 18:36:36
    • 수정2023-05-31 18:57:25
    뉴스 6
[앵커]

응급 환자가 발생한 상황, 119 신고와 구급대 출동 모두 제 시간에 이뤄졌는데 막상 갈 병원을 못 찾아서 사망한다면 얼마나 원통할까요.

어제 교통사고 환자가 병원을 찾아다니다 구급차에서 숨지는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대구에서 비슷한 일이 생긴 지 두 달 만인데요.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지, 사회부 이희연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어제 사고 상황 먼저 정리해보죠.

경기도 용인에서 70대 남성이 후진하는 차량에 치인 건데, 이 남성, 사고 직후 상황에선 의식이 있었던 거죠?

[기자]

네, 신고 접수 10여 분 만에 구급차가 도착했는데요,

남성은 이 때까지만 해도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먼저 사고 현장에 있었던 시민의 설명 들어보겠습니다.

[목격자/음성변조 : "의식이 있으셨고, 말씀하셨고, 경찰 와서도 본인 성명이랑 다 이렇게 얘기하셨고 그 상태로 이제 (구급차에) 올라가신 거죠."]

이 남성은 당시 차량에 두 차례나 충격을 받아서 빠르게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대형병원 세 곳이 병상이 부족하다면서 모두 '입원 불가'를 통보했습니다.

구급 대원이 더 넓은 지역을 대상으로 병원 여덟 곳에 전화를 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모두 거절했습니다.

결국 1시간 20분이 지나서야 한 병원에서 환자를 데려오라는 통보를 받았는데, 문제는 이 병원이 100km 가까이 떨어져 있었다는 겁니다.

남성은 결국 이송 도중 심정지로 숨졌습니다.

[앵커]

두 달 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고요?

[기자]

네, 지난 3월 대구에서 건물에서 추락해 다친 10대가 응급실을 찾다 결국 숨졌는데요.

이 환자 역시 사고 직후엔 의식도 있고 비교적 안정된 상태였지만, 2시간 넘게 응급실을 돌며 상태가 나빠졌고, 결국 종합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사망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조사에 나섰는데요, 당시 병원 8곳 중 4곳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를 받지 않았던 거로 드러났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네 곳에 보조금 삭감 등 행정처분을 내렸습니다.

[앵커]

결국 병원에서 응급 환자를 못 받겠다고 한단건데, 이런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의료 자원 가운데 두 가지가 부족하다는 건데, 시설 면에서는 응급실의 중환자 병상이 부족하고, 인력 면에서는 응급환자를 수술할 의사도 충분치 않다고 합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오늘 입장문을 내고 "중증외상환자라면 최소한 중환자실과 응급외상수술팀이 갖추어져야 응급실에 받을 수 있다" 라고 밝혔습니다.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은 결국 필요한 만큼의 의료자원이 현장에 없기 때문이란 겁니다.

병원 거부로 인한 구급차 재이송수는 2021년 기준 6천 7백여 건이었는데, 사유를 보면, 31%가 전문의가 없어서, 21%는 병상 부족이었습니다.

[앵커]

과징금 처분이 나올 수 있는데도 병원이 이렇게 소극적으로 나오는 다른 이유가 또 있을까요?

[기자]

'책임 소재'로 병원들이 응급수술을 기피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의료 단체들을 취재해보니 환자가 잘못돼 소송이 들어오면, 직접 치료한 의사나 병원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합니다.

환자가 응급실을 돌다가 골든타임을 넘긴 채 병원에 도착하고, 이후 치료 중 사망하더라도, 환자를 거부한 병원이 아니라 오히려 환자를 받아준 병원이 책임을 지게 된단 건데요.

병원들은 이런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무리하게 환자를 받으려 하지 않겠죠.

적어도 응급의료에서만큼은 이런 책임 소재를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앵커]

그렇다면 구멍난 응급진료체계, 해법은 없을까요?

[기자]

비슷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오늘 당정이 긴급 협의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는데요.

구급대의 출동 현황과 응급실 진료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방안이 논의됐습니다.

앞서 지난 3월엔 보건복지부가 대책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응급환자의 상태를 단계별로 나누고, 상황별로 치료가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을 명확히 구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병원에 가는 확률이 지금은 50%에 못 미치는데, 이걸 5년 내로 60%까지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대책이 나온지 두 달 만에 이런 사고가 반복돼서 실효성이 없는 대책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의료진 단체에선 어차피 의료진 부족 문제는 바로 해결할 수 없으니, 병원 사이에 실시간으로 정보룰 공유하는 시스템이라도 바로 도입해달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사회부 이희연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유지영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