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돈 빌릴 데 없어요”…전당포 찾는 청년들

입력 2023.05.31 (19:34) 수정 2023.05.3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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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22살에 처음 전당포에 갔는데, 그때 맡긴 금목걸이는 결국 되찾아오지 못했다" 최근 방송인 김숙 씨가 KBS 예능프로그램에서 했던 말입니다.

'전당포', 물건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대부업으로, 주로 급히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용하죠.

대부분 20%, 법정 최고금리를 적용하고, 대출 기한 내에 돈을 갚지 못하면 전당포는 담보로 맡은 물건을 처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당포를 찾는 20대와 30대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요즘 젊은 층들이 많이 찾는 한 전당포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임희주/전당포 관계자 : "저신용자들은 일단 (금융권 대출) 취급 자체가 안 되잖아요. 서류 관계도 복잡하고 하다 보니까 젊은 세대들이 이자가 높더라도 짧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이용을 하는 거거든요. (담보는) 주로 소형 IT 제품인데 대부분 노트북 종류가 많고요."]

그래서 요즘엔 아예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태블릿PC 같은 스마트기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IT전당포'가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저희 제작진이 대전의 한 IT전당포에 전화를 걸어봤고요.

지난해 말에 출시된 스마트폰을 맡기면 얼마를 대출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60~70만 원, 여기에 감정료 3%를 따로 뗀다고 했는데요.

감정료는 전당포마다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이 전당포 공식 홈페이지에는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고도 명시돼 있는데요.

이 내용에 대해서는 "법적 의무 고지 사항"이라면서 "실제로는 신용 기록이 남지도 않고 신용불량자도 이용할 수 있다"는 답이었습니다.

지역 상황은 어떤지도 알아봤습니다.

대전의 한 전당포도 최근 20, 30대 손님 비중이 60% 정도까지 늘었다고 하고요.

다만 소액이 많고, 대부분은 대출금과 이자를 상환한 뒤 맡긴 물건을 찾아간다고 합니다.

세종은 상황이 조금 달랐는데요.

세종의 한 전당포 관계자는 "최근 세종의 집값 하락과 함께 돌반지나 IT기기를 들고 오는 신혼부부가 많아졌다, 이들 대부분 이자 상환을 제때 하지 못해 결국 맡긴 물건을 처분하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전당포를 찾는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합니다.

"끔찍하다, 2030이 벼랑 끝으로 몰려있다", "(청년들이) 오늘만 사는 것 같아 보인다" 이렇게 안타까움을 드러내는가 하면,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도 있겠지만 20, 30대 소비관념이 망가진 상태다", "(굶더라도) 스마트폰은 최신 기종을 쓴다" 이런 지적도 많습니다.

실제로 일부 카드 대금의 상환을 연장하는 '리볼빙', 이자가 법정 최고금리, 대부업 수준으로 높은데요.

지난 3월 말 기준, 20대와 30대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전체 3분의 1을 차지했습니다.

또, 얼마 전 이 시간을 통해 전해드리기도 했지만, 정부가 내놓은 '소액생계비대출', 15.9%라는 고금리에 "정부가 대부업을 하는 거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불량자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낮은 문턱에 문의가 폭주했고, 하루 만에 일주일 치 상담 예약이 마감되기도 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건, 이처럼 많아진 젊은 층의 전당포 이용은 우려할만한 일인 겁니다.

[서지용/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 "사회적으로 보면 금융 지원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까, 일단 차선 지원을 받기 위한 일종의 '전당포 금융'을 이용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금융의 역할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거죠."]

전당포를 찾는 젊은이들, 그저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진 하나의 금융 소비 행태일까요?

아니면, 더 팍팍해지고 있는 청년들의 삶과, 그들의 주머니 사정이 투영된 현상일까요?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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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31 19:34:38
    • 수정2023-05-31 20:06:16
    뉴스7(대전)
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22살에 처음 전당포에 갔는데, 그때 맡긴 금목걸이는 결국 되찾아오지 못했다" 최근 방송인 김숙 씨가 KBS 예능프로그램에서 했던 말입니다.

'전당포', 물건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대부업으로, 주로 급히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용하죠.

대부분 20%, 법정 최고금리를 적용하고, 대출 기한 내에 돈을 갚지 못하면 전당포는 담보로 맡은 물건을 처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당포를 찾는 20대와 30대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요즘 젊은 층들이 많이 찾는 한 전당포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임희주/전당포 관계자 : "저신용자들은 일단 (금융권 대출) 취급 자체가 안 되잖아요. 서류 관계도 복잡하고 하다 보니까 젊은 세대들이 이자가 높더라도 짧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이용을 하는 거거든요. (담보는) 주로 소형 IT 제품인데 대부분 노트북 종류가 많고요."]

그래서 요즘엔 아예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태블릿PC 같은 스마트기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IT전당포'가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저희 제작진이 대전의 한 IT전당포에 전화를 걸어봤고요.

지난해 말에 출시된 스마트폰을 맡기면 얼마를 대출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60~70만 원, 여기에 감정료 3%를 따로 뗀다고 했는데요.

감정료는 전당포마다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이 전당포 공식 홈페이지에는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고도 명시돼 있는데요.

이 내용에 대해서는 "법적 의무 고지 사항"이라면서 "실제로는 신용 기록이 남지도 않고 신용불량자도 이용할 수 있다"는 답이었습니다.

지역 상황은 어떤지도 알아봤습니다.

대전의 한 전당포도 최근 20, 30대 손님 비중이 60% 정도까지 늘었다고 하고요.

다만 소액이 많고, 대부분은 대출금과 이자를 상환한 뒤 맡긴 물건을 찾아간다고 합니다.

세종은 상황이 조금 달랐는데요.

세종의 한 전당포 관계자는 "최근 세종의 집값 하락과 함께 돌반지나 IT기기를 들고 오는 신혼부부가 많아졌다, 이들 대부분 이자 상환을 제때 하지 못해 결국 맡긴 물건을 처분하게 된다"고 전했습니다.

전당포를 찾는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합니다.

"끔찍하다, 2030이 벼랑 끝으로 몰려있다", "(청년들이) 오늘만 사는 것 같아 보인다" 이렇게 안타까움을 드러내는가 하면,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도 있겠지만 20, 30대 소비관념이 망가진 상태다", "(굶더라도) 스마트폰은 최신 기종을 쓴다" 이런 지적도 많습니다.

실제로 일부 카드 대금의 상환을 연장하는 '리볼빙', 이자가 법정 최고금리, 대부업 수준으로 높은데요.

지난 3월 말 기준, 20대와 30대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전체 3분의 1을 차지했습니다.

또, 얼마 전 이 시간을 통해 전해드리기도 했지만, 정부가 내놓은 '소액생계비대출', 15.9%라는 고금리에 "정부가 대부업을 하는 거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불량자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낮은 문턱에 문의가 폭주했고, 하루 만에 일주일 치 상담 예약이 마감되기도 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건, 이처럼 많아진 젊은 층의 전당포 이용은 우려할만한 일인 겁니다.

[서지용/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 "사회적으로 보면 금융 지원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까, 일단 차선 지원을 받기 위한 일종의 '전당포 금융'을 이용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금융의 역할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거죠."]

전당포를 찾는 젊은이들, 그저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진 하나의 금융 소비 행태일까요?

아니면, 더 팍팍해지고 있는 청년들의 삶과, 그들의 주머니 사정이 투영된 현상일까요?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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