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시간에 중학생 심정지…초임교사가 만든 ‘기적’

입력 2023.06.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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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급대원이 빠르게 뛰어가고 다른 대원들이 한 학생을 들것으로 옮깁니다. 학생은 의식이 없습니다. 지나가던 학생들이 이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봅니다. 지난달 3일 충남 내포신도시의 한 중학교에서 있던 일입니다.

3학년인 이 학생은 학교 강당에서 체육 수업을 받다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기초체력 측정을 위해 20미터를 달려갔다가 돌아오는 활동을 반복하다 의식을 잃은 겁니다. 해당 활동은 정해진 횟수만 채우면 되지, 빨리 달려야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학생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심정지 때문이었습니다.

수업을 하던 교사는 학생의 담임인 안준필 선생님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즉시 119에 신고하고 쓰러진 학생을 똑바로 눕힌 뒤 기도를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교사는 급히 제세동기를 가져왔습니다. 함께 있던 학생들은 보건교사를 불러왔습니다.

모두가 쓰러진 학생을 걱정하는 가운데 안 선생님과 보건교사는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 사용을 이어갔습니다. 잠시 뒤 119구급대원들이 도착했습니다. 학생은 맥박과 호흡을 회복했습니다. 이후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져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학생은 2주 뒤 건강하게 퇴원했습니다.

학생을 치료한 주치의는 학생의 부모에게 "심정지 상태로 살아서 온 게 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심장이 멈추면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곧바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사망하거나 뇌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소방 관계자는 "학생이 쓰러진 직후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진행된 심폐소생술이나 제세동기 사용이 골든타임을 지켜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심정지 환자에게 즉시 심폐소생술을 하면 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집니다. 학생은 퇴원한 다음 날 등교해 체육 수업도 다시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한 안준필 선생님은 임용된 지 두 달된 초임교사입니다. 위급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했습니다. 안 선생님은 "군 시절과 교육청에서 받은 심폐소생술 수업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충남교육청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지난달 18일 충남교육청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

학생의 부모는 충남교육청 게시판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글을 썼습니다. 부모는 글에서 선생님이 "어찌 한 생명만 살렸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아들이 잘못됐다면 자신도 "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이번 일이 발생한 충남에서만 심정지 환자가 2018년 3,202명에서 2021년 3,701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충남소방본부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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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육시간에 중학생 심정지…초임교사가 만든 ‘기적’
    • 입력 2023-06-01 06: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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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급대원이 빠르게 뛰어가고 다른 대원들이 한 학생을 들것으로 옮깁니다. 학생은 의식이 없습니다. 지나가던 학생들이 이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봅니다. 지난달 3일 충남 내포신도시의 한 중학교에서 있던 일입니다.

3학년인 이 학생은 학교 강당에서 체육 수업을 받다가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기초체력 측정을 위해 20미터를 달려갔다가 돌아오는 활동을 반복하다 의식을 잃은 겁니다. 해당 활동은 정해진 횟수만 채우면 되지, 빨리 달려야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학생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심정지 때문이었습니다.

수업을 하던 교사는 학생의 담임인 안준필 선생님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즉시 119에 신고하고 쓰러진 학생을 똑바로 눕힌 뒤 기도를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교사는 급히 제세동기를 가져왔습니다. 함께 있던 학생들은 보건교사를 불러왔습니다.

모두가 쓰러진 학생을 걱정하는 가운데 안 선생님과 보건교사는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 사용을 이어갔습니다. 잠시 뒤 119구급대원들이 도착했습니다. 학생은 맥박과 호흡을 회복했습니다. 이후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져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학생은 2주 뒤 건강하게 퇴원했습니다.

학생을 치료한 주치의는 학생의 부모에게 "심정지 상태로 살아서 온 게 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심장이 멈추면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곧바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사망하거나 뇌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소방 관계자는 "학생이 쓰러진 직후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진행된 심폐소생술이나 제세동기 사용이 골든타임을 지켜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심정지 환자에게 즉시 심폐소생술을 하면 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환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집니다. 학생은 퇴원한 다음 날 등교해 체육 수업도 다시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한 안준필 선생님은 임용된 지 두 달된 초임교사입니다. 위급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했습니다. 안 선생님은 "군 시절과 교육청에서 받은 심폐소생술 수업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18일 충남교육청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
학생의 부모는 충남교육청 게시판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글을 썼습니다. 부모는 글에서 선생님이 "어찌 한 생명만 살렸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아들이 잘못됐다면 자신도 "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이번 일이 발생한 충남에서만 심정지 환자가 2018년 3,202명에서 2021년 3,701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충남소방본부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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