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금감원장 “칼춤 춘다 할까 걱정…‘SG사태’ 막후 노력했다”

입력 2023.06.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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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검찰 출신으로 수장이 된 이복현 원장.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금융권에서는 소위 '칼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검찰에 있을 때 금융범죄 관련 수사를 해봤다고는 하지만 전문성과 리더십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던 게 사실입니다.

취임 1년을 맞은 이복현 원장은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 "'불공정 거래 근절' 너무 강조하면 칼춤 춘다 할까 봐...."

얼마 전 주가조작 같은 불공정거래 척결 의지를 밝히며 이 원장은 "직을 걸겠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죠. 오늘(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재차 의지를 밝혔는데, 본인에 대한 외부 시선을 의식한 듯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 원장은 "작년 이맘때 취임사 중에서 '불공정 거래' 관련된 것들을 두 번째, 세 번째쯤 썼다가 저도 바보는 아니니까 이걸 얘기하면 또 '무슨 칼춤을 추나 보다' 이런 말씀을 하실 것 같아서 제일 마지막으로 뺐고 그걸 또 분량을 줄였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다들 그것만 보도하시더라"며 "그 이후에는 제가 너무 불공정거래 근절이나 불법행위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면 오해가 있겠구나, 내가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설득시킬 때까지는 그 얘기를 좀 덜해야겠다는 노력을 사실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은 관련해서 "여러 사건을 다루는데 최근 검찰도 과부하 상태"라며 "과부하가 걸린 검찰을 어떻게 보조하고, 어떻게 협업해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불공정거래를 "우리 코스피 시장이 2,500을 오래전에 찍었는데도 아직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목하며, "불법을 했거나 기회를 유용한 사람이 충분히 패널티(제재)를 받는다는 것이 시장에 쌓여야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원장은 "누구에 대한 응징이라든지 제재의 관점으로 보기보다는 자본시장 자체의 매력을 높이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책적 틀로 생각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일관되게 지속 될 것으로 기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SG발 주가폭락 사태' "막후 노력했다"

SG발 주가폭락 사태로 뒤숭숭했던 때, 이 원장은 4박 5일 일정으로 출국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해외투자설명회(IR)에 금융회사 CEO 등과 함께 참석하기 위해서였는데요. 당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 원장이 주요한 시기 피감기관과 해외 출장을 간 데 대한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원장은 "중요한 시점에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며 예정된 일정이었지만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나름의 노력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SG발 주가폭락 사태가 터진 후 합동수사팀이 만들어지고 주범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검찰 출신 경험을 살려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원장은 검찰과 빠르게 공조가 이뤄진 점을 강조하며 "그런 일이 그냥 생길 수는 없다, 나름대로는 되게 물밑에서 여러 역할을 했고 (해외에 가서도) 원격으로 챙겼다"고 말했습니다.

■ 금융위·금감원 관계 "비효율성 있지만…같이 도둑부터 잡아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이 업무가 일부 중첩되거나 유기적인 공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이 원장은 "소통하며 오해가 많이 해소됐다"며 "금융시장 안정이나 부동산 PF 문제 같은 현안 대응이 필요한 것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시스템이나 감독체계의 문제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고 제도 자체를 바꿔서 효율화시킬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어렵거나 당장 있는 도둑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대문 설계부터 다시 해야겠다, 법 설계를 다시 하겠다고 하면서 도망가는 도둑을 못 잡는 일이 생기면 안 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은 "'(저도) 처음에는 약간 비효율적인 구석이 있는 것도 있네'라고 생각을 했는데, 상호견제라고 하면 좀 그럴 수 있겠지만 서로 리뷰를 해주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도 소통을 더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 "공매도 재개 시기 단언 어려워" …"DRS 규제 원칙 유지"

한편 공매도 전면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불안감이 사라졌을 때 여러 검토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고금리 상황으로 인한 불안이 상존해 있고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공매도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나 운영방식에 대해선 전면 재개 여부를 논하는 시점에 한 번 점검이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한시적 대출규제 완화를 놓고 시장에서 전면적인 DSR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데 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이 원장은 "일부 미세조정들이 좀 있는 건 맞지만 큰 틀에서 지급 여력 대비 대출의 양을 관리하자는 대원칙으로서의 DRS 규제 완화는 기대하면 안 된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고 강조했습니다.

■ "취임 1년 성적표, C+ 정도"

일각에서 도는 총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는 답을 내놨습니다.

이 원장은 "금융시장 상황이 아직 녹록지 않은 것들을 생각해보면 (금융기관 수장) 멤버 중 누구 한 명이 손들고 나간다고 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역할을 그만하라고 하시면 '제가 임기가 3년이니까 계속 있겠습니다.' 이렇게 고집부릴 수 없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취임 1년, 자신의 성적표는 A나 B는 아닌 것 같고 C+ 정도인 것 같다고 평가했는데요.

이 원장은 "불공정거래 이슈라든지 금융기관 내부의 불법, 탈법에 대해 과거 경험이 있으니까 좀 더 잘할 수 있겠지, 언제 하더라도 할 수 있겠지. 이렇게 쉽게 생각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반성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의 답변 곳곳에는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그게 비록 본인도 부담을 느꼈던 '칼춤'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할 일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직을 걸겠다'는 표현으로 나왔던 게 아닐까요.

잇따라 터지는 금융시장에서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일반 투자자들이 느끼는 허탈함이 큰 상황입니다. 이 원장이 말한 시장의 신뢰와 공정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정말 해야 할 일들이 많은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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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임 1년 금감원장 “칼춤 춘다 할까 걱정…‘SG사태’ 막후 노력했다”
    • 입력 2023-06-01 17: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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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검찰 출신으로 수장이 된 이복현 원장.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금융권에서는 소위 '칼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검찰에 있을 때 금융범죄 관련 수사를 해봤다고는 하지만 전문성과 리더십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던 게 사실입니다.

취임 1년을 맞은 이복현 원장은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 "'불공정 거래 근절' 너무 강조하면 칼춤 춘다 할까 봐...."

얼마 전 주가조작 같은 불공정거래 척결 의지를 밝히며 이 원장은 "직을 걸겠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죠. 오늘(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재차 의지를 밝혔는데, 본인에 대한 외부 시선을 의식한 듯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 원장은 "작년 이맘때 취임사 중에서 '불공정 거래' 관련된 것들을 두 번째, 세 번째쯤 썼다가 저도 바보는 아니니까 이걸 얘기하면 또 '무슨 칼춤을 추나 보다' 이런 말씀을 하실 것 같아서 제일 마지막으로 뺐고 그걸 또 분량을 줄였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다들 그것만 보도하시더라"며 "그 이후에는 제가 너무 불공정거래 근절이나 불법행위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면 오해가 있겠구나, 내가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설득시킬 때까지는 그 얘기를 좀 덜해야겠다는 노력을 사실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은 관련해서 "여러 사건을 다루는데 최근 검찰도 과부하 상태"라며 "과부하가 걸린 검찰을 어떻게 보조하고, 어떻게 협업해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불공정거래를 "우리 코스피 시장이 2,500을 오래전에 찍었는데도 아직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목하며, "불법을 했거나 기회를 유용한 사람이 충분히 패널티(제재)를 받는다는 것이 시장에 쌓여야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원장은 "누구에 대한 응징이라든지 제재의 관점으로 보기보다는 자본시장 자체의 매력을 높이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정책적 틀로 생각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일관되게 지속 될 것으로 기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 'SG발 주가폭락 사태' "막후 노력했다"

SG발 주가폭락 사태로 뒤숭숭했던 때, 이 원장은 4박 5일 일정으로 출국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해외투자설명회(IR)에 금융회사 CEO 등과 함께 참석하기 위해서였는데요. 당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 원장이 주요한 시기 피감기관과 해외 출장을 간 데 대한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원장은 "중요한 시점에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며 예정된 일정이었지만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나름의 노력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SG발 주가폭락 사태가 터진 후 합동수사팀이 만들어지고 주범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검찰 출신 경험을 살려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원장은 검찰과 빠르게 공조가 이뤄진 점을 강조하며 "그런 일이 그냥 생길 수는 없다, 나름대로는 되게 물밑에서 여러 역할을 했고 (해외에 가서도) 원격으로 챙겼다"고 말했습니다.

■ 금융위·금감원 관계 "비효율성 있지만…같이 도둑부터 잡아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이 업무가 일부 중첩되거나 유기적인 공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이 원장은 "소통하며 오해가 많이 해소됐다"며 "금융시장 안정이나 부동산 PF 문제 같은 현안 대응이 필요한 것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시스템이나 감독체계의 문제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고 제도 자체를 바꿔서 효율화시킬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지금처럼 금융시장이 어렵거나 당장 있는 도둑을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대문 설계부터 다시 해야겠다, 법 설계를 다시 하겠다고 하면서 도망가는 도둑을 못 잡는 일이 생기면 안 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은 "'(저도) 처음에는 약간 비효율적인 구석이 있는 것도 있네'라고 생각을 했는데, 상호견제라고 하면 좀 그럴 수 있겠지만 서로 리뷰를 해주는 경향이 있다"며 앞으로도 소통을 더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 "공매도 재개 시기 단언 어려워" …"DRS 규제 원칙 유지"

한편 공매도 전면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불안감이 사라졌을 때 여러 검토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고금리 상황으로 인한 불안이 상존해 있고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공매도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나 운영방식에 대해선 전면 재개 여부를 논하는 시점에 한 번 점검이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한시적 대출규제 완화를 놓고 시장에서 전면적인 DSR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데 대해선 선을 그었습니다.

이 원장은 "일부 미세조정들이 좀 있는 건 맞지만 큰 틀에서 지급 여력 대비 대출의 양을 관리하자는 대원칙으로서의 DRS 규제 완화는 기대하면 안 된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고 강조했습니다.

■ "취임 1년 성적표, C+ 정도"

일각에서 도는 총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는 답을 내놨습니다.

이 원장은 "금융시장 상황이 아직 녹록지 않은 것들을 생각해보면 (금융기관 수장) 멤버 중 누구 한 명이 손들고 나간다고 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역할을 그만하라고 하시면 '제가 임기가 3년이니까 계속 있겠습니다.' 이렇게 고집부릴 수 없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취임 1년, 자신의 성적표는 A나 B는 아닌 것 같고 C+ 정도인 것 같다고 평가했는데요.

이 원장은 "불공정거래 이슈라든지 금융기관 내부의 불법, 탈법에 대해 과거 경험이 있으니까 좀 더 잘할 수 있겠지, 언제 하더라도 할 수 있겠지. 이렇게 쉽게 생각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반성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의 답변 곳곳에는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그게 비록 본인도 부담을 느꼈던 '칼춤'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할 일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직을 걸겠다'는 표현으로 나왔던 게 아닐까요.

잇따라 터지는 금융시장에서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일반 투자자들이 느끼는 허탈함이 큰 상황입니다. 이 원장이 말한 시장의 신뢰와 공정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정말 해야 할 일들이 많은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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