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훔친 미혼모를 조사하던 경찰관은 다시 마트로 가서 분유를 계산했다 [현장영상]

입력 2023.06.02 (15:24) 수정 2023.06.0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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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형편이 어려워 갓난아기에게 줄 분유와 기저귀 등을 훔친 40대 미혼모에게 경찰이 분유를 대신 사주는 등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오늘(2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 원주시 관설동 대형마트에서 한 여성이 물건을 훔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이 여성은 식료품과 분유, 기저귀 등 약 17만 원어치의 물품을 계산하지 않고 마트를 빠져나가려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보안요원에게 적발됐습니다.

출동한 경찰관에 붙잡힌 여성은 "조리원에서 막 나온 아기가 10시간 동안 밥을 못 먹었다"며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어서 잘못된 줄 알면서도 분유 등을 훔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조산아로 인큐베이터 생활을 한 아이가 혹여 잘못될까 두려웠다고 경찰에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고탁민 경사는 처음에는 뻔한 동정심 유발 수법이라 생각했지만, 이 여성의 집을 방문한 뒤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 여성은 한 원룸에 살고 있었는데, 그 안에 목 놓아 울고 있는 생후 2개월짜리 갓난아기가 있었던 겁니다.

홀로 아기를 키우면서 육아수당 등으로만 생활 중이던 여성은 이전에도 절도 범죄를 저질러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이날 역시 분윳값을 낼 돈이 없어 절도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몇 달 전 한 아이의 아빠가 된 고 경사는 이런 딱한 사연에 마음이 쓰여 곧장 마트로 돌아가 아이에게 줄 분유를 사비로 대신 구매해줬습니다.

고 경사는 "울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힘들어서 그랬다'고 하니 마음이 아팠다"면서 "어려운 형편에도 어떻게든 아기를 책임지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사를 받으러 가더라도 우선 아기 끼니부터 해결해야겠다 싶어서 분유를 건넸다"고 전했습니다.

고 경사는 분유를 건넨 이후에도 벌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지원 정책 등을 안내하는 등 여성을 도왔고, 여성은 "덕분에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아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로 답했습니다.

원주경찰서는 분유를 훔친 여성을 지난 3월 말 절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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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유 훔친 미혼모를 조사하던 경찰관은 다시 마트로 가서 분유를 계산했다 [현장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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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6-02 15:2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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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형편이 어려워 갓난아기에게 줄 분유와 기저귀 등을 훔친 40대 미혼모에게 경찰이 분유를 대신 사주는 등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오늘(2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 원주시 관설동 대형마트에서 한 여성이 물건을 훔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이 여성은 식료품과 분유, 기저귀 등 약 17만 원어치의 물품을 계산하지 않고 마트를 빠져나가려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보안요원에게 적발됐습니다.

출동한 경찰관에 붙잡힌 여성은 "조리원에서 막 나온 아기가 10시간 동안 밥을 못 먹었다"며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어서 잘못된 줄 알면서도 분유 등을 훔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조산아로 인큐베이터 생활을 한 아이가 혹여 잘못될까 두려웠다고 경찰에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고탁민 경사는 처음에는 뻔한 동정심 유발 수법이라 생각했지만, 이 여성의 집을 방문한 뒤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이 여성은 한 원룸에 살고 있었는데, 그 안에 목 놓아 울고 있는 생후 2개월짜리 갓난아기가 있었던 겁니다.

홀로 아기를 키우면서 육아수당 등으로만 생활 중이던 여성은 이전에도 절도 범죄를 저질러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이날 역시 분윳값을 낼 돈이 없어 절도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몇 달 전 한 아이의 아빠가 된 고 경사는 이런 딱한 사연에 마음이 쓰여 곧장 마트로 돌아가 아이에게 줄 분유를 사비로 대신 구매해줬습니다.

고 경사는 "울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힘들어서 그랬다'고 하니 마음이 아팠다"면서 "어려운 형편에도 어떻게든 아기를 책임지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사를 받으러 가더라도 우선 아기 끼니부터 해결해야겠다 싶어서 분유를 건넸다"고 전했습니다.

고 경사는 분유를 건넨 이후에도 벌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지원 정책 등을 안내하는 등 여성을 도왔고, 여성은 "덕분에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아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로 답했습니다.

원주경찰서는 분유를 훔친 여성을 지난 3월 말 절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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