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못추는 ‘원화’…‘국민 총소득’도 뒷걸음질

입력 2023.06.02 (16:59) 수정 2023.06.0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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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국민들이 국내와 해외에서 생산 활동에 참여하거나 생산에 필요한 자산을 제공한 대가로 벌어들인 소득의 합계를 '국민총소득(GNI)'이라고 합니다.

'국내총생산(GDP)'이 한 국가의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국민총소득(GNI)'은 평균적인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은 2017년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돌파한 뒤 이듬해까지 상승했지만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하락했습니다. 그러다가 2021년 3만 5천 달러를 돌파하면서 '4만 달러'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는데요.

하지만 이 벽을 깨는 게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다시 3만 5천 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1인당 국민총소득 늘었는데 줄었다?…환율 영향

그런데 한국은행이 오늘 발표한 통계를 하나씩 살펴보면 상반된 지표들이 함께 나와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한국은행은 오늘(2일) 실질 국민총소득이 전 분기 대비 1.9% 성장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 2020년 3분기(2.8%) 이후 10분기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입니다.

해외에서 번 돈이 는건데 한은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자본에 대한 배당소득이 많이 들어온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원화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도 4,248만 7천 원으로 전년보다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왜 국민 총소득이 줄어들었다는 걸까요. 국제 비교 기준인 미 달러화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는 전년 대비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국제 비교를 위해 달러로 환산해 발표하고 이를 통용합니다.


미 달러화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은 지난해 3만 2,886달러로 전년 대비 7.4% 감소했습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1인당 국민총소득은 줄어든 겁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과거에도 환율이 크게 변동한 경우 달러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이 많이 변화한 사례가 있었다"며 "국제비교를 위해선 달러 기준으로 비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유독 기 못 펴는 '원화'…이유는?


2021년 원·달러 환율은 평균 1,144원에서 지난해 평균 1,292원으로 12.9% 올랐습니다. 원화 약세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며 1,300원대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원화 약세는 이른바 '킹 달러(달러 강세)' 영향이 컸는데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인 반면 다른 통화는 약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출 부진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며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팬데믹 이후 한국 경제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원화값 낙폭이 더 커졌다는 겁니다.

■ 1인당 국민총소득, 타이완 에 추월당해


타이완 통계청이 공개한 2022년 달러 기준 타이완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 3,565 달러였습니다. 20년 만에 상황이 역전된 겁니다.
우리나라가 원화 약세 영향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이 급감하는 동안 타이완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입니다.

실제 원화가 12.9% 절하되는 동안에도 타이 달러는 6.8% 절하에 그쳤고, 1인당 국민총소득도 전년 대비 0.7% 감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타이완은 우리나라와 경제 구조가 비슷 만큼 반전된 상황에서 시사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 '수출 부진'에 저성장 늪까지?


지난 1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0.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전 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피해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지만,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나라가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에 진입했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오락 ·문화와 음식·숙박 등 '민간소비'가 1분기 성장을 이끌었지만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부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1분기 순수출의 GDP 성장률 기여도는 -0.2%p였습니다. 수출이 경제성장률을 0.2%p만큼 깎았다는 뜻입니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며 무역수지는 15개월째 적자 행진 중입니다.

■ 4만 달러 시대 가려면…"성장률·환율 같이 받쳐줘야"

정부는 2027년 1인당 국민총소득 4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체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고환율도 제자리를 찾아야 가능한 목표입니다. 2021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 5천 달러를 돌파했던 것도 경제 회복과 원화 강세 덕을 함께 봤기 때문입니다.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고 원화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에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한은은 다만 향후 성장률 2% 수준이고 물가도 2% 안팎으로 상승하면서 원 ·달러 환율이 과거 10년 치 평균인 1,145원 수준을 유지한다면 달성 가능한 목표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대내외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어느 하나 쉽지만은 않은 전제조건들이긴 합니다.

특히 원화 약세는 강달러 현상이 한풀 꺾인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통상 달러 가치가 낮아지면 원화값은 올라야 하는데 떨어지는 '탈동조화(디 커플링)'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때문에 최근의 원화 약세는 국내 경기둔화와 부진한 수출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는다고 해서 이에 비례해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지는건 아닙니다. 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복지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국가의 또 다른 역할이기도 합니다.

다만 국민총소득이 줄었다는 건 국민들의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인 만큼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 향상을 위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경고로 받아들일 필요는 있습니다.

※ <알립니다: 그래픽에 일부 오류가 있어 수정했습니다.>

(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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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6-02 19: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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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의 국민들이 국내와 해외에서 생산 활동에 참여하거나 생산에 필요한 자산을 제공한 대가로 벌어들인 소득의 합계를 '국민총소득(GNI)'이라고 합니다.

'국내총생산(GDP)'이 한 국가의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국민총소득(GNI)'은 평균적인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은 2017년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돌파한 뒤 이듬해까지 상승했지만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하락했습니다. 그러다가 2021년 3만 5천 달러를 돌파하면서 '4만 달러'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는데요.

하지만 이 벽을 깨는 게 쉽지 않습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다시 3만 5천 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1인당 국민총소득 늘었는데 줄었다?…환율 영향

그런데 한국은행이 오늘 발표한 통계를 하나씩 살펴보면 상반된 지표들이 함께 나와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한국은행은 오늘(2일) 실질 국민총소득이 전 분기 대비 1.9% 성장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지난 2020년 3분기(2.8%) 이후 10분기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입니다.

해외에서 번 돈이 는건데 한은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 투자한 자본에 대한 배당소득이 많이 들어온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원화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도 4,248만 7천 원으로 전년보다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왜 국민 총소득이 줄어들었다는 걸까요. 국제 비교 기준인 미 달러화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는 전년 대비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국제 비교를 위해 달러로 환산해 발표하고 이를 통용합니다.


미 달러화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은 지난해 3만 2,886달러로 전년 대비 7.4% 감소했습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1인당 국민총소득은 줄어든 겁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과거에도 환율이 크게 변동한 경우 달러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이 많이 변화한 사례가 있었다"며 "국제비교를 위해선 달러 기준으로 비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유독 기 못 펴는 '원화'…이유는?


2021년 원·달러 환율은 평균 1,144원에서 지난해 평균 1,292원으로 12.9% 올랐습니다. 원화 약세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며 1,300원대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원화 약세는 이른바 '킹 달러(달러 강세)' 영향이 컸는데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달러 가치가 초강세를 보인 반면 다른 통화는 약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출 부진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며 원화가 유독 약세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팬데믹 이후 한국 경제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원화값 낙폭이 더 커졌다는 겁니다.

■ 1인당 국민총소득, 타이완 에 추월당해


타이완 통계청이 공개한 2022년 달러 기준 타이완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 3,565 달러였습니다. 20년 만에 상황이 역전된 겁니다.
우리나라가 원화 약세 영향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이 급감하는 동안 타이완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입니다.

실제 원화가 12.9% 절하되는 동안에도 타이 달러는 6.8% 절하에 그쳤고, 1인당 국민총소득도 전년 대비 0.7% 감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타이완은 우리나라와 경제 구조가 비슷 만큼 반전된 상황에서 시사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 '수출 부진'에 저성장 늪까지?


지난 1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0.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직전 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피해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지만,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나라가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에 진입했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오락 ·문화와 음식·숙박 등 '민간소비'가 1분기 성장을 이끌었지만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부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1분기 순수출의 GDP 성장률 기여도는 -0.2%p였습니다. 수출이 경제성장률을 0.2%p만큼 깎았다는 뜻입니다.

수출 부진이 이어지며 무역수지는 15개월째 적자 행진 중입니다.

■ 4만 달러 시대 가려면…"성장률·환율 같이 받쳐줘야"

정부는 2027년 1인당 국민총소득 4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체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고환율도 제자리를 찾아야 가능한 목표입니다. 2021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 5천 달러를 돌파했던 것도 경제 회복과 원화 강세 덕을 함께 봤기 때문입니다.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고 원화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에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한은은 다만 향후 성장률 2% 수준이고 물가도 2% 안팎으로 상승하면서 원 ·달러 환율이 과거 10년 치 평균인 1,145원 수준을 유지한다면 달성 가능한 목표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대내외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어느 하나 쉽지만은 않은 전제조건들이긴 합니다.

특히 원화 약세는 강달러 현상이 한풀 꺾인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통상 달러 가치가 낮아지면 원화값은 올라야 하는데 떨어지는 '탈동조화(디 커플링)'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때문에 최근의 원화 약세는 국내 경기둔화와 부진한 수출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는다고 해서 이에 비례해 국민 삶의 질이 높아지는건 아닙니다. 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복지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국가의 또 다른 역할이기도 합니다.

다만 국민총소득이 줄었다는 건 국민들의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인 만큼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 향상을 위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경고로 받아들일 필요는 있습니다.

※ <알립니다: 그래픽에 일부 오류가 있어 수정했습니다.>

(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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