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감사원의 ‘감사 전쟁’, 그 결말은?

입력 2023.06.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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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와 감사원, 두 헌법 기관이 맞붙었습니다.

선관위 고위 간부들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 착수 예고를 하자, 선관위가 이틀 만에 '감사 거부' 입장을 밝힌 건데요.

선관위의 자구책 발표 직후 곧바로 감사 착수를 예고했던 감사원, 이번엔 선관위가 공식 거부 입장을 밝히자마자 '감사 방해'라고 반박했습니다.

'감사 가능 여부'를 두고 두 기관들은 헌법과 법률, 선례까지 끌어모아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요.

선관위, 과연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되는 걸까요?

법적으로 따져보니

헌법 제 97조 (감사원 설치 근거)
국가의 세입ㆍ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

감사원 감사는 기관이 국가 예산을 제대로 썼는지 들여다보는 회계 검사와 기관 사무·직무에 대한 직무 감찰 두 갈래로 나뉩니다.

'헌법 97조'에서는 직무감찰의 대상을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로 한정하고 있는데, 선관위의 주장은 이 '행정기관' 범위에 선관위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근거로는 헌법 체계상 4장 정부 항목과 7장 선거관리 항목이 나뉘어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우리 헌법이 통치권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와 부당한 선거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선거와 투표·정당 사무를 통상적인 일반행정업무에서 따로 떼어 독립적인 선관위에 맡긴 건, 일반적인 직무감찰의 대상인 '행정'과 본질적으로 구별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반면, 감사원은 선관위도 '행정기관'이라고 보고 있는데 “선관위의 주된 직무인 지도, 단속, 홍보 등의 업무는 실질상 행정집행 작용에 해당한다"는 게 근거입니다.

감사원은 "그동안 선거관리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감사를 자제해온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감사원법 제 24조 (감찰 사항)
① 감사원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감찰한다.
1. 「정부조직법」 및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치된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공무원의 직무
2.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지방공무원의 직무
③ 제1항의 공무원에는 국회ㆍ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

선관위가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감사원법 24조로도 이어집니다.

감사원은 법에 따라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되는 기관이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3곳뿐이라며, 여기에 선관위가 포함되지 않는 이상은 직무감찰 대상이라는 입장입니다.

1994년 감사원법 개정안을 국회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선관위는 제외 대상에 넣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된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 같은 감사원법과 관련해 선관위는 상위법인 헌법을 고려할 때 "입법 미비"라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소쿠리 투표' 감사 논란이 빚어졌을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국회의원은 선관위와 인권위를 감사원의 직무감찰 제외 대상에 포함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 17조 2항 (인사에 대한 감사)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무원의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의 명을 받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무총장이 각각 실시한다.

그러면서 선관위가 제시한 건 국가공무원법 17조 2항입니다.

선관위 소속 공무원의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선관위원장의 명을 받아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하기 때문에,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하지만 감사원은 해당 조항이 인사 사무 감사를 배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감사원은 "이 규정은 인사혁신처에 의한 자체적인 인사 감사의 대상에서 선관위가 제외된다는 의미"라며 "선관위 인사사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배제하는 규정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법적 쟁점에 대해 법학자들의 의견도 갈렸습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규범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 선관위는 사법부와 같은 완전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보기 어려워, 헌법상 감사원의 감사 금지 대상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어 "만약 감사원이 선거 사무에 대해 감찰하겠다고 나선다면 선관위의 독립성을 해치는 일이지만, 이 케이스는 인사에 관련된 일반 감사여서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권익위의 조사는 받으면서 감사 전문성이 있는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원은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칠 수 밖에 없어, 행정부 밖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감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감사원법은 예시 규정에 불과해 선관위 공무원을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선관위-감사원 충돌의 역사

'2022년 대선 소쿠리 투표'

이렇게 법적인 부분에 대해 선관위와 감사원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

결국 '해석'의 차원 혹은 '입법 미비'인 건데, 그렇다면 앞서 두 기관이 충돌했던 지난해 '2022년 대선 소쿠리 투표' 감사 논란은 어떻게 결론이 났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선관위의 판정승이었습니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3년 단위 선관위 정기감사에 착수하면서 "이번에는 대선 선거관리 업무에 대한 직무 감찰도 대상이 될 것"이라면서 선관위에 '소쿠리 투표' 관련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선관위가 앞서 논리대로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이기 때문에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문서를 감사원에 보내며 반발했고, 결국 '소쿠리 투표' 관련 감사는 불발됐습니다.

② '2016·2019·2022년 선관위 정기감사'

그런데 감사원은 이번 충돌 과정에서 "선관위가 2016년과 2019년에 이미 인사 업무 관련 감사원 정기감사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론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공정성을 훼손하고 부당 처리한 직원의 징계를 요구했다고 했는데요.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선관위의 말이 무색하게 된건데, 이에 대해 선관위는 통상 3년마다 하는 감사원 회계검사에서 파생된 지적일 뿐 직무감찰을 받은 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자 감사원은 지난해 하반기 정기감사에서 '2022년 대선 소쿠리 투표'와 관련해 직접 감사에 착수하진 못했지만 선관위 자체 감사 결과를 제출받아 적정성을 검토 중이고, 선거 업무와 관련해 일부 직무 감사를 진행한 사실까지 공개했습니다.

③ 1994년 '감사원법 개정안' 법사위 회의

14대 국회 제171회(임시회) 제1차 법사위 회의록(1994. 12. 22.)

민주당 정기호 의원: "선관위를 감사원이 직무 감찰하게 된다면 정당의 선거법 위반 여부 등 야당의 활동내용이 바로 전부 감사원에 의해서 감사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시윤 감사원장: "선거관리는 일종의 행정작용으로 보고 있는 것이 행정법 학자들의 일반적인 통설적 견해이고, 직무감찰 때문에 정당의 활동에 어떠한 저해요인이 생기지는 않는다"

민주당 조홍규 의원: "(직무감찰 제외 대상에) 헌법재판소를 넣은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이시윤 감사원장: "선관위는 독립된 장을 이루고 있는 헌법기관임에는 틀림없지만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처럼 직무상 독립을 가지는 어떤 권력을 관리하는 기관은 아니지 않으냐"

사실 두 기관의 '감사 대상'을 둘러싼 충돌은 거의 30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1994년 선관위를 직무감찰 제외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감사원법 개정안'을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할 당시에도 야당이던 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문제 제기를 한 겁니다.

당시 민주당 소속 정기호, 조홍규 의원은 " 헌법상 선관위는 행정기관이 아니고, 감사원이 선관위를 직무감찰하게 되면 야당의 활동내용이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민주자유당 이인제 의원과 이시윤 감사원장은 "선관위는 본질적으로 행정기관"이라고 맞섰고, 끝내 직무감찰 제외 대상에 선관위를 포함하지 않은 원안이 통과됐습니다.


"감사 거부" vs "감사 방해", 결론은?

선관위는 어제(1일) 비공개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감사원 감사 거부를 최종 결정했습니다.

'거부'의 형식은 지난해 '소쿠리 투표' 감사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선관위가 감사원의 공식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문서'를 감사원으로 보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감사원은 강제 수사 권한이 없는 이상 선관위가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딱히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이에 감사원은 감사원법상 '감사 방해' 카드를 꺼냈습니다.

선관위를 겨냥해 "정당한 감사 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감사원법 제51조에 따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한 겁니다.

감사원법 51조는 감사를 거부하거나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거나 감사를 방해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감사 방해'가 성립할지에 대해선 '감사 대상'인지 여부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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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관위·감사원의 ‘감사 전쟁’, 그 결말은?
    • 입력 2023-06-03 08: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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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와 감사원, 두 헌법 기관이 맞붙었습니다.

선관위 고위 간부들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 착수 예고를 하자, 선관위가 이틀 만에 '감사 거부' 입장을 밝힌 건데요.

선관위의 자구책 발표 직후 곧바로 감사 착수를 예고했던 감사원, 이번엔 선관위가 공식 거부 입장을 밝히자마자 '감사 방해'라고 반박했습니다.

'감사 가능 여부'를 두고 두 기관들은 헌법과 법률, 선례까지 끌어모아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요.

선관위, 과연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되는 걸까요?

법적으로 따져보니

헌법 제 97조 (감사원 설치 근거)
국가의 세입ㆍ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

감사원 감사는 기관이 국가 예산을 제대로 썼는지 들여다보는 회계 검사와 기관 사무·직무에 대한 직무 감찰 두 갈래로 나뉩니다.

'헌법 97조'에서는 직무감찰의 대상을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로 한정하고 있는데, 선관위의 주장은 이 '행정기관' 범위에 선관위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근거로는 헌법 체계상 4장 정부 항목과 7장 선거관리 항목이 나뉘어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우리 헌법이 통치권의 민주적 정당성 확보와 부당한 선거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선거와 투표·정당 사무를 통상적인 일반행정업무에서 따로 떼어 독립적인 선관위에 맡긴 건, 일반적인 직무감찰의 대상인 '행정'과 본질적으로 구별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반면, 감사원은 선관위도 '행정기관'이라고 보고 있는데 “선관위의 주된 직무인 지도, 단속, 홍보 등의 업무는 실질상 행정집행 작용에 해당한다"는 게 근거입니다.

감사원은 "그동안 선거관리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감사를 자제해온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감사원법 제 24조 (감찰 사항)
① 감사원은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감찰한다.
1. 「정부조직법」 및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치된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공무원의 직무
2.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지방공무원의 직무
③ 제1항의 공무원에는 국회ㆍ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

선관위가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둘러싼 논쟁은 감사원법 24조로도 이어집니다.

감사원은 법에 따라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되는 기관이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3곳뿐이라며, 여기에 선관위가 포함되지 않는 이상은 직무감찰 대상이라는 입장입니다.

1994년 감사원법 개정안을 국회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선관위는 제외 대상에 넣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된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 같은 감사원법과 관련해 선관위는 상위법인 헌법을 고려할 때 "입법 미비"라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소쿠리 투표' 감사 논란이 빚어졌을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국회의원은 선관위와 인권위를 감사원의 직무감찰 제외 대상에 포함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 17조 2항 (인사에 대한 감사)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무원의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의 명을 받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무총장이 각각 실시한다.

그러면서 선관위가 제시한 건 국가공무원법 17조 2항입니다.

선관위 소속 공무원의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선관위원장의 명을 받아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하기 때문에,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하지만 감사원은 해당 조항이 인사 사무 감사를 배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감사원은 "이 규정은 인사혁신처에 의한 자체적인 인사 감사의 대상에서 선관위가 제외된다는 의미"라며 "선관위 인사사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배제하는 규정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법적 쟁점에 대해 법학자들의 의견도 갈렸습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규범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 선관위는 사법부와 같은 완전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보기 어려워, 헌법상 감사원의 감사 금지 대상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어 "만약 감사원이 선거 사무에 대해 감찰하겠다고 나선다면 선관위의 독립성을 해치는 일이지만, 이 케이스는 인사에 관련된 일반 감사여서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권익위의 조사는 받으면서 감사 전문성이 있는 감사원의 감사를 거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원은 대통령의 영향력이 미칠 수 밖에 없어, 행정부 밖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감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감사원법은 예시 규정에 불과해 선관위 공무원을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선관위-감사원 충돌의 역사

'2022년 대선 소쿠리 투표'

이렇게 법적인 부분에 대해 선관위와 감사원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

결국 '해석'의 차원 혹은 '입법 미비'인 건데, 그렇다면 앞서 두 기관이 충돌했던 지난해 '2022년 대선 소쿠리 투표' 감사 논란은 어떻게 결론이 났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선관위의 판정승이었습니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3년 단위 선관위 정기감사에 착수하면서 "이번에는 대선 선거관리 업무에 대한 직무 감찰도 대상이 될 것"이라면서 선관위에 '소쿠리 투표' 관련 자료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선관위가 앞서 논리대로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이기 때문에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문서를 감사원에 보내며 반발했고, 결국 '소쿠리 투표' 관련 감사는 불발됐습니다.

② '2016·2019·2022년 선관위 정기감사'

그런데 감사원은 이번 충돌 과정에서 "선관위가 2016년과 2019년에 이미 인사 업무 관련 감사원 정기감사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론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공정성을 훼손하고 부당 처리한 직원의 징계를 요구했다고 했는데요.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선관위의 말이 무색하게 된건데, 이에 대해 선관위는 통상 3년마다 하는 감사원 회계검사에서 파생된 지적일 뿐 직무감찰을 받은 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자 감사원은 지난해 하반기 정기감사에서 '2022년 대선 소쿠리 투표'와 관련해 직접 감사에 착수하진 못했지만 선관위 자체 감사 결과를 제출받아 적정성을 검토 중이고, 선거 업무와 관련해 일부 직무 감사를 진행한 사실까지 공개했습니다.

③ 1994년 '감사원법 개정안' 법사위 회의

14대 국회 제171회(임시회) 제1차 법사위 회의록(1994. 12. 22.)

민주당 정기호 의원: "선관위를 감사원이 직무 감찰하게 된다면 정당의 선거법 위반 여부 등 야당의 활동내용이 바로 전부 감사원에 의해서 감사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시윤 감사원장: "선거관리는 일종의 행정작용으로 보고 있는 것이 행정법 학자들의 일반적인 통설적 견해이고, 직무감찰 때문에 정당의 활동에 어떠한 저해요인이 생기지는 않는다"

민주당 조홍규 의원: "(직무감찰 제외 대상에) 헌법재판소를 넣은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이시윤 감사원장: "선관위는 독립된 장을 이루고 있는 헌법기관임에는 틀림없지만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처럼 직무상 독립을 가지는 어떤 권력을 관리하는 기관은 아니지 않으냐"

사실 두 기관의 '감사 대상'을 둘러싼 충돌은 거의 30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1994년 선관위를 직무감찰 제외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감사원법 개정안'을 국회 법사위에서 논의할 당시에도 야당이던 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문제 제기를 한 겁니다.

당시 민주당 소속 정기호, 조홍규 의원은 " 헌법상 선관위는 행정기관이 아니고, 감사원이 선관위를 직무감찰하게 되면 야당의 활동내용이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민주자유당 이인제 의원과 이시윤 감사원장은 "선관위는 본질적으로 행정기관"이라고 맞섰고, 끝내 직무감찰 제외 대상에 선관위를 포함하지 않은 원안이 통과됐습니다.


"감사 거부" vs "감사 방해", 결론은?

선관위는 어제(1일) 비공개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감사원 감사 거부를 최종 결정했습니다.

'거부'의 형식은 지난해 '소쿠리 투표' 감사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선관위가 감사원의 공식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문서'를 감사원으로 보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감사원은 강제 수사 권한이 없는 이상 선관위가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딱히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이에 감사원은 감사원법상 '감사 방해' 카드를 꺼냈습니다.

선관위를 겨냥해 "정당한 감사 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감사원법 제51조에 따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한 겁니다.

감사원법 51조는 감사를 거부하거나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거나 감사를 방해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감사 방해'가 성립할지에 대해선 '감사 대상'인지 여부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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