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만 개 부품의 하모니’…누리호 연속 성공의 숨은 주역들 [주말엔]

입력 2023.06.03 (11:03) 수정 2023.06.0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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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달 25일, 세 번째 우주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지난해 2차 발사에 이은 연속 성공이자, 첫 실용 위성 궤도 투입 임무를 무사히 끝냈습니다.

누리호 3차 발사를 성공으로 이끈 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연구진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크고 작은 국내 300여 기업 기술진들의 뒷받침도 있었습니다.

누리호의 설계부터 제작, 발사까지 모든 과정에는 연구진과 발맞춘 우리 기업들의 든든한 기술력이 있었던 겁니다.

■'조선 기술' 발사대에 접목…100% 국산화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해 있는 누리호(사진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해 있는 누리호(사진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가 우주로 솟아오르기 직전까지 발사체를 잡고 연료와 산화제 등을 충전해주던 '발사대'에는 최첨단 기술이 집약됐습니다.

2016년부터 약 4년에 걸쳐 완성된 누리호 발사대는 지하 3층 구조, 연 면적 약 6천㎡ 크기의 거대한 구조물인데, 국내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이 개발한 결과물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발사대 기반 시설 공사부터 발사대 설비 설계·제작, 발사대 시스템 전반의 운영 지원까지 도맡았습니다.

현장 발사대팀은 기계 설계와 보일러 철골 구조 설계 분야 등에서 10~30년 경력을 보유한 12명의 베테랑으로 꾸려졌습니다.

현장 발사대팀의 기술력에 앞서 나로호 발사대 구축에 참여한 경험까지 더해져 누리호 발사대 시스템 공정 기술을 100%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로우주센터 발사대 현장팀. 기계 설계 등의 분야에서 10~30년 경력을 가진 기술진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제공: HD현대중공업)나로우주센터 발사대 현장팀. 기계 설계 등의 분야에서 10~30년 경력을 가진 기술진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제공: HD현대중공업)

한상용 HD현대중공업 나로우주센터 현장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발사대는 발사체 발사 순간 수백 톤(t)의 압력이나 몇천 도에 이르는 화염 온도를 견뎌야 하는 등 토목과 조선 기술이 집약된 분야"라면서 "국산화 성공으로 우주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사명감으로 개발에 임했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 회사가 위치한 울산에 거주하고 있는 발사대 현장팀원들은 5시간 거리의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오가며 발사대 제작에 매달렸습니다. 이번 3차 발사를 앞두고는 가족들과 떨어져 한 달 넘게 고흥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한 소장은 "이번 3차 발사를 준비하면서도 성공을 자신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사 시간이 다가올수록 점점 부담감과 긴장감이 커졌고, 발사 순간 우리가 담당한 발사대가 잘 작동하며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제야 감동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역할 커지는 민간 우주 기업

누리호의 심장인 6개의 엔진은 우주·방산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조립과 납품을 담당했습니다.

항우연이 설계한 엔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 역시도 수많은 시행 착오 끝에 완성된 결과물입니다.

특히, 75톤급 누리호 1단 엔진은 국내에서 독자 개발한 최초 우주발사체 엔진으로, 영하 180도의 극저온 액체 산소와 연소 시 발생하는 3,300도의 초고온을 견딜 수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3차 발사부터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돼 앞으로 누리호 발사에서 더 큰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항우연으로부터 누리호 기술과 발사 운용 등을 단계적으로 전수 받은 뒤, 민간의 자본과 기술력을 결합해 '뉴스페이스 시대'를 이끈다는 계획입니다.

항우연 관계자는 "아직은 참관 수준으로 발사 노하우 등을 전수하고 있는 단계"이라며 "발사를 계속 진행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참여 범위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37만 개 부품의 하모니…"우주 산업 생태계 조성"

누리호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37만 개. 국산화율은 95%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부품을 하나로 연결하는 조립 총괄 작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맡았습니다.

1단 4개의 엔진을 하나의 엔진처럼 작동하도록 묶어주는 일체화 작업 '클러스터링 조립',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로 구성된 1단 추진체 제작 등도 KAI가 수행했습니다.

이 밖에도 엔진 핵심 기술인 터보 펌프를 비롯해 연소기, 탱크 등의 납품에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참여했습니다.

2021년 우주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우주 관련 기업 389곳 중 88%인 345곳은 중소기업입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우주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것"이라며 "첨단 기술을 개발해 습득하고, 우주 산업 생태계를 잘 조성할 수 있도록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겠다"고 말했습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도 "기술을 더 유용하고, 저렴하게, 빠르게 만드는 것은 민간에서 훨씬 더 능력이 있다"며 "미국 스페이스X의 사례에서 보듯이 민간에서 기술을 받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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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7만 개 부품의 하모니’…누리호 연속 성공의 숨은 주역들 [주말엔]
    • 입력 2023-06-03 11:03:52
    • 수정2023-06-03 11:11:24
    주말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달 25일, 세 번째 우주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지난해 2차 발사에 이은 연속 성공이자, 첫 실용 위성 궤도 투입 임무를 무사히 끝냈습니다.

누리호 3차 발사를 성공으로 이끈 건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연구진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크고 작은 국내 300여 기업 기술진들의 뒷받침도 있었습니다.

누리호의 설계부터 제작, 발사까지 모든 과정에는 연구진과 발맞춘 우리 기업들의 든든한 기술력이 있었던 겁니다.

■'조선 기술' 발사대에 접목…100% 국산화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기립해 있는 누리호(사진제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가 우주로 솟아오르기 직전까지 발사체를 잡고 연료와 산화제 등을 충전해주던 '발사대'에는 최첨단 기술이 집약됐습니다.

2016년부터 약 4년에 걸쳐 완성된 누리호 발사대는 지하 3층 구조, 연 면적 약 6천㎡ 크기의 거대한 구조물인데, 국내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이 개발한 결과물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발사대 기반 시설 공사부터 발사대 설비 설계·제작, 발사대 시스템 전반의 운영 지원까지 도맡았습니다.

현장 발사대팀은 기계 설계와 보일러 철골 구조 설계 분야 등에서 10~30년 경력을 보유한 12명의 베테랑으로 꾸려졌습니다.

현장 발사대팀의 기술력에 앞서 나로호 발사대 구축에 참여한 경험까지 더해져 누리호 발사대 시스템 공정 기술을 100%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나로우주센터 발사대 현장팀. 기계 설계 등의 분야에서 10~30년 경력을 가진 기술진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제공: HD현대중공업)
한상용 HD현대중공업 나로우주센터 현장소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발사대는 발사체 발사 순간 수백 톤(t)의 압력이나 몇천 도에 이르는 화염 온도를 견뎌야 하는 등 토목과 조선 기술이 집약된 분야"라면서 "국산화 성공으로 우주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사명감으로 개발에 임했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 회사가 위치한 울산에 거주하고 있는 발사대 현장팀원들은 5시간 거리의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오가며 발사대 제작에 매달렸습니다. 이번 3차 발사를 앞두고는 가족들과 떨어져 한 달 넘게 고흥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한 소장은 "이번 3차 발사를 준비하면서도 성공을 자신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사 시간이 다가올수록 점점 부담감과 긴장감이 커졌고, 발사 순간 우리가 담당한 발사대가 잘 작동하며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제야 감동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역할 커지는 민간 우주 기업

누리호의 심장인 6개의 엔진은 우주·방산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조립과 납품을 담당했습니다.

항우연이 설계한 엔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이 역시도 수많은 시행 착오 끝에 완성된 결과물입니다.

특히, 75톤급 누리호 1단 엔진은 국내에서 독자 개발한 최초 우주발사체 엔진으로, 영하 180도의 극저온 액체 산소와 연소 시 발생하는 3,300도의 초고온을 견딜 수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3차 발사부터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돼 앞으로 누리호 발사에서 더 큰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항우연으로부터 누리호 기술과 발사 운용 등을 단계적으로 전수 받은 뒤, 민간의 자본과 기술력을 결합해 '뉴스페이스 시대'를 이끈다는 계획입니다.

항우연 관계자는 "아직은 참관 수준으로 발사 노하우 등을 전수하고 있는 단계"이라며 "발사를 계속 진행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참여 범위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37만 개 부품의 하모니…"우주 산업 생태계 조성"

누리호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37만 개. 국산화율은 95%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부품을 하나로 연결하는 조립 총괄 작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맡았습니다.

1단 4개의 엔진을 하나의 엔진처럼 작동하도록 묶어주는 일체화 작업 '클러스터링 조립',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로 구성된 1단 추진체 제작 등도 KAI가 수행했습니다.

이 밖에도 엔진 핵심 기술인 터보 펌프를 비롯해 연소기, 탱크 등의 납품에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참여했습니다.

2021년 우주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우주 관련 기업 389곳 중 88%인 345곳은 중소기업입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우주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것"이라며 "첨단 기술을 개발해 습득하고, 우주 산업 생태계를 잘 조성할 수 있도록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겠다"고 말했습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도 "기술을 더 유용하고, 저렴하게, 빠르게 만드는 것은 민간에서 훨씬 더 능력이 있다"며 "미국 스페이스X의 사례에서 보듯이 민간에서 기술을 받아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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