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앙 받은’ 이창용의 5분, 석학들은 ‘글쎄’했다 [주말엔]

입력 2023.06.04 (08:01) 수정 2023.06.0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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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례적 작심 5분 발언…'몰라서 개혁 못 하는 게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5월 금통위 기자간담회 발언(5/25)이 화제였다. '몰라서 개혁 못 하는 게 아니다, 아는데 사회적 타협이 안 돼서 못한다'면서 작심 발언을 했다. 연금개혁과 노동개혁, 교육개혁과 서비스산업 발전 방향 등 '대한민국 구조 개혁'에 대해 폭넓게 언급했다.

이 발언들, 일단은 한은 총재 직무와는 별 관련이 없어서 화제였다. '금리를 결정해 물가 안정을 유지하는' 한국은행의 역할과는 거의 무관하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중앙은행 총재는 본인의 영역이 아닌 경제 문제에 대한 언급을 삼갔다. 이 총재는 다르다. 세계적 이코노미스트로 평가받는 이 총재는 언제나 두려움 없이 여러 경제 사안에 대해 언급해왔고, 이날도 그랬다.

꺼낸 이야기들에 무릎을 '탁' 치는 사람들이 많아서 또 화제였다.

연금부터 보면, 연금개혁 해야 하는 줄은 안다. 그런데 핵심이라 할 모수 개혁(부담률을 높이고 보장률을 낮추는 개혁)은 "민감하니까 다 빼고 얘기하자"한다. "그럼 (개혁)하지 말자는 얘기랑 비슷하게 들릴 수 있다"고 직격했다. 구조개혁 먼저 하자며, 모수 개혁은 정부에 미루는 국회에 하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교육개혁 경우에는 대학 정원 조정의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공급자(주로 통폐합 대상인 학과의 교육서비스 공급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가 정하고 이해당사자가 합의를 못 하니 하나도 움직이지 못한다"고 말한다.


저출산 문제, 또 노인 돌보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이민 등 해외 노동자 활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데 그런 논의는 진척이 없다.

반도체 수출이 안 되면 다른 수출품을 찾아야 한다. 좋은 대안은 서비스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서비스업은 경쟁력이 높아 '수출할 게 엄청나게 많다'고 했다. 특히 의료서비스 경우 많이 발전해있고, 그래서 이 총재 본인은 "10년 전부터 의료 산업 국제화"를 주장해왔지만 "한 걸음도 못 간다"라고 탄식했다. 또 "그 사이 태국과 싱가포르가 지역 의료 허브가 되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연금, 교육, 저출산 고령화...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해당사자와 사회적 타협이 안 돼서 개혁을 못 한다. 이것은 정부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어떻게 타협해나갈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돈 풀어 해결하자는 해법에 강하게 반대했다.

"구조적으로 어려운 것을 해결 못 하면서, 대신 재정으로 (정부가) 돈 풀어서 해결하라, (한국은행이) 금리 낮춰서 해결하라"고 한다. "이렇게 통화·재정 정책으로 부담이 다 오는데,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통화·재정 정책은 단기적 경제 안정화 정책일 뿐이다. 단기 경제 안정화 정책을 통해 해결하라고 하면 나라 망가진다."

■ "정확하고 속 시원한 말"…뜨거운 추앙

약 5분에 걸친 이 발언, 미디어는 이 이례적인 발언을 앞다퉈 다뤘다. 신문과 방송은 2분 안팎의 동영상으로 요약해 이 총재 발언을 실어 날랐다. 한 유명 경제금융 유튜버는 오직 이 총재 발언 분석에만 할애한 25분 길이의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그 조회 수는 (2일 현재) 100만 회를 넘어섰다.

유튜버 〈슈카〉 영상유튜버 〈슈카〉 영상

"한국 현실을 너무 잘 꿰뚫어 보고 계시네요.", "총재 말씀이 많이 와닿았습니다. 부디 대한민국이 욕심들을 조금 내려놓고 미래세대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한국 관료가 이렇게 정확하고 속 시원한 말 하는 거 얼마 만인지 기억도 안 남", "공론화의 장이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는 댓글이 수도 없이 달렸다. 이 정도면 추앙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인 장기 경기 침체'를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그에 맞게 개혁을 해야 한다는 말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 뜨겁다.

■ 이 총재, 여세를 몰아 세계적 석학에 물어봤지만...

미디어와 독자들의 반응에 고무되어서였을까? 이 총재는 6월 1일, 한은이 개최한 [2023년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에서 세계적 석학들에게 같은 주제로 질문을 던졌다. '돈 풀어 문제 해결하려 하지 말고, 구조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냐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기조연설을 한 나라야나 코체라코타 로체스터대 교수(전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로 미국 금리 결정에 참여했었다.)에게는 "한국이나 타이완, 중국처럼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아시아 일부 국가들은 그로 인해 구조적 장기침체 secular stagnation에 들어설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때 재정정책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라고 물었다.

일본 경제를 언급하며 "일본 경우에는 다시 저성장과 저인플레이션 기조로 돌아간다면, 이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바가 크므로, 통화 재정정책보다는 구조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면서 정답(?)도 유도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에게는 "재정준칙의 법제화의 유효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면서 " 재정준칙 법제화의 성공을 위한 필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사실상 재정준칙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해달라는 언급이었다.


■ 사전트 "음... 사람 잘못 고른 것 같은데..."

그러나 석학들의 답은 전반적으로 기대와는 달랐다. 코체라코타는 "훌륭한 질문이지만, 충분히 깊게 생각해본 주제는 아니네요."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본인이 발표한 '실질 이자율이 성장률보다 낮은 상황이 장기 지속되는 상황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분석과 직접적 연관은 없다는 취지였다.

다만, 그러면서도 "이자율이 성장률보다 낮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정부에겐 기회지요. 일본이나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요."라고 말했다. 정부 재정정책을 펼칠 더 다양한 기회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중립 이자율(r*)이 장기적으로 충분히 낮아지면 미국적 맥락에선 정부의 재량 정책 공간이 생긴다고 봐야죠."라고 했다.

아마도 원한 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 이 총재는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기축통화를 가지지 않은) 신흥국에서는 더 큰 비용이 따른단 측면을 말하고 싶어서였다"고 마무리하면서 질문을 사전트 교수에게 옮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전트 교수도 도와주지 않았다.

재정준칙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사전트 교수는 "답할 사람을 잘못 고른 것 같은데"라고 말하면서 최근의 미국 부채 상한을 둘러싼 논란을 언급했다. 재정 건전성 때문에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이 싸움이 사실은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재무부에 물어봤는데 왜 싸우는지 모른다더라, 아무도 왜 싸우는지 모른다(정치적인 일일 뿐이라는 의미)고 말했다.

이 총재가 "재정준칙이 그래도 큰 실수를 막을 장치는 될 수 있다는 맥락에서 질문했다"고 했지만 사전트 교수의 답은 계속 어긋났다. "과거에는 균형 재정이 옳은 것이냐고 물으면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그렇다고 대답했다. 종교 같은 것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앞선 코체라코타의 이론을 인용하며 "이자율이 성장률보다 낮은 경제에선 정부에겐 (돈 풀) 기회가 생긴다는 말까지 하는 사람이 있지 않느냐(농담조였다)"고 했다.

이 총재는 결국 "계속 재정정책에 기대려는 습성이 우려되어서 한 말이었다"며 서둘러 마무리해야 했다.

■ 재정건전성은 중요하다, 구조개혁도 중요하다…다만,

재정건전성은 필요하다. 한국처럼 기축통화를 쓰지 않는 선진국은 재정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이 총재의 지론에도 상당 부분 동의한다. 이총재가 언급한 구조개혁의 중요성도, 또 그 구조개혁이 사회적 타협의 실종 때문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에도 상당 부분 공감한다.

다만 석학들에겐 이 총재의 지론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지지는 않았다. 그들은 '원론' 너머, 변화하는 '각론'을 이야기했다. 물론, 기축통화를 쓰고, 돈을 아무리 풀어도 문제가 없는 미국의 현실만 연구해서 그럴 수도 있다. 한국의 정치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구조 개혁이 왜 좌초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다양한 설명을 할 수는 있다.

여튼 국내 미디어에서 얻었던 열광적 반응을 재확인하려던 이 총재의 질문은 성과가 없었던 셈이다. 그 간극을 보며 생각할 거리가 영 없지는 않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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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4 08:01:26
    • 수정2023-06-04 10:09:28
    주말엔

■ 이례적 작심 5분 발언…'몰라서 개혁 못 하는 게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5월 금통위 기자간담회 발언(5/25)이 화제였다. '몰라서 개혁 못 하는 게 아니다, 아는데 사회적 타협이 안 돼서 못한다'면서 작심 발언을 했다. 연금개혁과 노동개혁, 교육개혁과 서비스산업 발전 방향 등 '대한민국 구조 개혁'에 대해 폭넓게 언급했다.

이 발언들, 일단은 한은 총재 직무와는 별 관련이 없어서 화제였다. '금리를 결정해 물가 안정을 유지하는' 한국은행의 역할과는 거의 무관하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중앙은행 총재는 본인의 영역이 아닌 경제 문제에 대한 언급을 삼갔다. 이 총재는 다르다. 세계적 이코노미스트로 평가받는 이 총재는 언제나 두려움 없이 여러 경제 사안에 대해 언급해왔고, 이날도 그랬다.

꺼낸 이야기들에 무릎을 '탁' 치는 사람들이 많아서 또 화제였다.

연금부터 보면, 연금개혁 해야 하는 줄은 안다. 그런데 핵심이라 할 모수 개혁(부담률을 높이고 보장률을 낮추는 개혁)은 "민감하니까 다 빼고 얘기하자"한다. "그럼 (개혁)하지 말자는 얘기랑 비슷하게 들릴 수 있다"고 직격했다. 구조개혁 먼저 하자며, 모수 개혁은 정부에 미루는 국회에 하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교육개혁 경우에는 대학 정원 조정의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공급자(주로 통폐합 대상인 학과의 교육서비스 공급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가 정하고 이해당사자가 합의를 못 하니 하나도 움직이지 못한다"고 말한다.


저출산 문제, 또 노인 돌보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이민 등 해외 노동자 활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데 그런 논의는 진척이 없다.

반도체 수출이 안 되면 다른 수출품을 찾아야 한다. 좋은 대안은 서비스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서비스업은 경쟁력이 높아 '수출할 게 엄청나게 많다'고 했다. 특히 의료서비스 경우 많이 발전해있고, 그래서 이 총재 본인은 "10년 전부터 의료 산업 국제화"를 주장해왔지만 "한 걸음도 못 간다"라고 탄식했다. 또 "그 사이 태국과 싱가포르가 지역 의료 허브가 되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연금, 교육, 저출산 고령화...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해당사자와 사회적 타협이 안 돼서 개혁을 못 한다. 이것은 정부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어떻게 타협해나갈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돈 풀어 해결하자는 해법에 강하게 반대했다.

"구조적으로 어려운 것을 해결 못 하면서, 대신 재정으로 (정부가) 돈 풀어서 해결하라, (한국은행이) 금리 낮춰서 해결하라"고 한다. "이렇게 통화·재정 정책으로 부담이 다 오는데,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 통화·재정 정책은 단기적 경제 안정화 정책일 뿐이다. 단기 경제 안정화 정책을 통해 해결하라고 하면 나라 망가진다."

■ "정확하고 속 시원한 말"…뜨거운 추앙

약 5분에 걸친 이 발언, 미디어는 이 이례적인 발언을 앞다퉈 다뤘다. 신문과 방송은 2분 안팎의 동영상으로 요약해 이 총재 발언을 실어 날랐다. 한 유명 경제금융 유튜버는 오직 이 총재 발언 분석에만 할애한 25분 길이의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그 조회 수는 (2일 현재) 100만 회를 넘어섰다.

유튜버 〈슈카〉 영상
"한국 현실을 너무 잘 꿰뚫어 보고 계시네요.", "총재 말씀이 많이 와닿았습니다. 부디 대한민국이 욕심들을 조금 내려놓고 미래세대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한국 관료가 이렇게 정확하고 속 시원한 말 하는 거 얼마 만인지 기억도 안 남", "공론화의 장이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는 댓글이 수도 없이 달렸다. 이 정도면 추앙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인 장기 경기 침체'를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그에 맞게 개혁을 해야 한다는 말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 뜨겁다.

■ 이 총재, 여세를 몰아 세계적 석학에 물어봤지만...

미디어와 독자들의 반응에 고무되어서였을까? 이 총재는 6월 1일, 한은이 개최한 [2023년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에서 세계적 석학들에게 같은 주제로 질문을 던졌다. '돈 풀어 문제 해결하려 하지 말고, 구조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냐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기조연설을 한 나라야나 코체라코타 로체스터대 교수(전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로 미국 금리 결정에 참여했었다.)에게는 "한국이나 타이완, 중국처럼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아시아 일부 국가들은 그로 인해 구조적 장기침체 secular stagnation에 들어설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때 재정정책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라고 물었다.

일본 경제를 언급하며 "일본 경우에는 다시 저성장과 저인플레이션 기조로 돌아간다면, 이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바가 크므로, 통화 재정정책보다는 구조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왔다"면서 정답(?)도 유도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에게는 "재정준칙의 법제화의 유효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면서 " 재정준칙 법제화의 성공을 위한 필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사실상 재정준칙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해달라는 언급이었다.


■ 사전트 "음... 사람 잘못 고른 것 같은데..."

그러나 석학들의 답은 전반적으로 기대와는 달랐다. 코체라코타는 "훌륭한 질문이지만, 충분히 깊게 생각해본 주제는 아니네요."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본인이 발표한 '실질 이자율이 성장률보다 낮은 상황이 장기 지속되는 상황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분석과 직접적 연관은 없다는 취지였다.

다만, 그러면서도 "이자율이 성장률보다 낮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정부에겐 기회지요. 일본이나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요."라고 말했다. 정부 재정정책을 펼칠 더 다양한 기회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중립 이자율(r*)이 장기적으로 충분히 낮아지면 미국적 맥락에선 정부의 재량 정책 공간이 생긴다고 봐야죠."라고 했다.

아마도 원한 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 이 총재는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기축통화를 가지지 않은) 신흥국에서는 더 큰 비용이 따른단 측면을 말하고 싶어서였다"고 마무리하면서 질문을 사전트 교수에게 옮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전트 교수도 도와주지 않았다.

재정준칙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사전트 교수는 "답할 사람을 잘못 고른 것 같은데"라고 말하면서 최근의 미국 부채 상한을 둘러싼 논란을 언급했다. 재정 건전성 때문에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이 싸움이 사실은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재무부에 물어봤는데 왜 싸우는지 모른다더라, 아무도 왜 싸우는지 모른다(정치적인 일일 뿐이라는 의미)고 말했다.

이 총재가 "재정준칙이 그래도 큰 실수를 막을 장치는 될 수 있다는 맥락에서 질문했다"고 했지만 사전트 교수의 답은 계속 어긋났다. "과거에는 균형 재정이 옳은 것이냐고 물으면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그렇다고 대답했다. 종교 같은 것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앞선 코체라코타의 이론을 인용하며 "이자율이 성장률보다 낮은 경제에선 정부에겐 (돈 풀) 기회가 생긴다는 말까지 하는 사람이 있지 않느냐(농담조였다)"고 했다.

이 총재는 결국 "계속 재정정책에 기대려는 습성이 우려되어서 한 말이었다"며 서둘러 마무리해야 했다.

■ 재정건전성은 중요하다, 구조개혁도 중요하다…다만,

재정건전성은 필요하다. 한국처럼 기축통화를 쓰지 않는 선진국은 재정을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이 총재의 지론에도 상당 부분 동의한다. 이총재가 언급한 구조개혁의 중요성도, 또 그 구조개혁이 사회적 타협의 실종 때문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에도 상당 부분 공감한다.

다만 석학들에겐 이 총재의 지론이 금과옥조처럼 여겨지지는 않았다. 그들은 '원론' 너머, 변화하는 '각론'을 이야기했다. 물론, 기축통화를 쓰고, 돈을 아무리 풀어도 문제가 없는 미국의 현실만 연구해서 그럴 수도 있다. 한국의 정치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구조 개혁이 왜 좌초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다양한 설명을 할 수는 있다.

여튼 국내 미디어에서 얻었던 열광적 반응을 재확인하려던 이 총재의 질문은 성과가 없었던 셈이다. 그 간극을 보며 생각할 거리가 영 없지는 않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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