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에서 걸려온 전화, “직업이 전업주부라고요?” [주말엔]

입력 2023.06.04 (10:03) 수정 2023.06.0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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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주부 = 엄마'라고 생각하시나요?

기존의 가부장적 규범에서 벗어나 육아와 가사에 대한 평등 의식이 높아지면서 '전업주부 아빠'들이 늘고 있습니다.

4남매를 키우는 '전업주부 아빠' 문현준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4남매를 키우는 '아빠 전업주부'가 있다고요?

긴 파마머리를 늘어뜨리고 아기를 업은 채 설거지하는 뒷모습, 엄마가 아니라 '아빠'입니다.


문세빈(9), 문세연(8), 문세윤(5), 문승윤(2) 4남매의 아빠인 문현준 씨는 벌써 올해로 8년 차 '전업주부'입니다.

'왜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전업주부를 하기로 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의 답변은 간단했습니다.

"저는 당시에 계약직이었고 아내는 정규직이었어요. 그러니까 아내가 경제활동을 하고 제가 전업주부로, 집으로 들어온 거죠."

'엄마'가 아니라는 이유로···

문 씨가 전업주부가 되고 첫째를 돌보던 해, 그는 육아와 관련된 정보 를 찾아 여러 인터넷 카페들을 둘러보았지만 '엄마'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입하지 못했습니다.


또 동네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으면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들이 "저 집은 아빠가 맨날 애를 보네, 왜 엄마가 일을 하러 가냐?"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엄마가 돈을 더 잘 버니까 엄마가 일하러 가죠!"

KOSIS 국가통계포털에 의하면 육아휴직자를 제외한 남성 전업주부 수는 21만 5000여 명입니다.


서울대학교 이봉주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인식 때문에 남성 전업주부에게 차별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고 가장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낙인효과도 있을 수 있다"며 "성과 관계없이 전업주부를 할 수 있는 것을 인정해 주고 그런 것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사회 제도적으로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 전 직장에서 걸려온 전화, "직업이 전업주부라고요?"

문 씨의 이전 직업은 대학교의 행정 직원이었습니다.

어느 날 학교 측 동문회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직장이 바뀌었으면 알려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문 씨는 당연히 "전업주부다"고 대답했지만 담당 직원의 반응은 의아해하며 놀라는 눈치로 "프리랜서로 적거나 전 직장 그대로 두시는 게 좋지 않냐"고 되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 씨는 당시 6년 차 전업주부였고 계속하고 있는 일도, 생각하는 사고방식도 전업주부였기 때문에 다른 걸 적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장 명부 교체 비용을 물어보니 가격은 8만 원.

"제가 명부 가격 8만 원 드릴 테니까 제 직업을 '전업주부'로 바꿔주세요."

대학교 직장·직능별 명부 中 문현준 씨 직업대학교 직장·직능별 명부 中 문현준 씨 직업

문 씨는 인터뷰에서 "전업주부라고 적는 게 이질적이었거나 전업주부를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저는 전업주부를 제 직업으로 적극적으로 선택했다"고 말합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490.9조 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업주부가 수행하는 노동 가치에 비해 우리 사회는 이들의 노동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 우리 아빠는 전업주부


"가사노동과 육아에 대한 역할은 우리 가족을 위한 일이잖아요. 그게 엄마든 아빠든 누가 맡는 게 중요할까요? 더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되죠."

문현준 씨의 최종 목표를 물어봤습니다.

그는 "4남매가 청소년 시기가 돼서도 "우리 아빠가 전업주부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해주는 게 가장 큰 목표다"라고 말합니다.

4남매가 직접 그린 그림4남매가 직접 그린 그림

■ 저출산 문제의 돌파구

'양육에 대한 부담'이 저출산 문제의 중요한 원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출산을 늘리자' 하는 방식으로는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기가 힘듭니다.

전업주부의 노동가치를 인정해 주고 남성과 여성이 함께 참여해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사회가 될 때 그것이 저출산을 해결하는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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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직장에서 걸려온 전화, “직업이 전업주부라고요?” [주말엔]
    • 입력 2023-06-04 10:03:36
    • 수정2023-06-04 10:09:27
    주말엔

아직도 '주부 = 엄마'라고 생각하시나요?

기존의 가부장적 규범에서 벗어나 육아와 가사에 대한 평등 의식이 높아지면서 '전업주부 아빠'들이 늘고 있습니다.

4남매를 키우는 '전업주부 아빠' 문현준 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4남매를 키우는 '아빠 전업주부'가 있다고요?

긴 파마머리를 늘어뜨리고 아기를 업은 채 설거지하는 뒷모습, 엄마가 아니라 '아빠'입니다.


문세빈(9), 문세연(8), 문세윤(5), 문승윤(2) 4남매의 아빠인 문현준 씨는 벌써 올해로 8년 차 '전업주부'입니다.

'왜 엄마가 아니라 아빠가 전업주부를 하기로 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의 답변은 간단했습니다.

"저는 당시에 계약직이었고 아내는 정규직이었어요. 그러니까 아내가 경제활동을 하고 제가 전업주부로, 집으로 들어온 거죠."

'엄마'가 아니라는 이유로···

문 씨가 전업주부가 되고 첫째를 돌보던 해, 그는 육아와 관련된 정보 를 찾아 여러 인터넷 카페들을 둘러보았지만 '엄마'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입하지 못했습니다.


또 동네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으면 지나가는 동네 어르신들이 "저 집은 아빠가 맨날 애를 보네, 왜 엄마가 일을 하러 가냐?"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엄마가 돈을 더 잘 버니까 엄마가 일하러 가죠!"

KOSIS 국가통계포털에 의하면 육아휴직자를 제외한 남성 전업주부 수는 21만 5000여 명입니다.


서울대학교 이봉주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인식 때문에 남성 전업주부에게 차별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고 가장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낙인효과도 있을 수 있다"며 "성과 관계없이 전업주부를 할 수 있는 것을 인정해 주고 그런 것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사회 제도적으로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 전 직장에서 걸려온 전화, "직업이 전업주부라고요?"

문 씨의 이전 직업은 대학교의 행정 직원이었습니다.

어느 날 학교 측 동문회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직장이 바뀌었으면 알려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문 씨는 당연히 "전업주부다"고 대답했지만 담당 직원의 반응은 의아해하며 놀라는 눈치로 "프리랜서로 적거나 전 직장 그대로 두시는 게 좋지 않냐"고 되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 씨는 당시 6년 차 전업주부였고 계속하고 있는 일도, 생각하는 사고방식도 전업주부였기 때문에 다른 걸 적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장 명부 교체 비용을 물어보니 가격은 8만 원.

"제가 명부 가격 8만 원 드릴 테니까 제 직업을 '전업주부'로 바꿔주세요."

대학교 직장·직능별 명부 中 문현준 씨 직업
문 씨는 인터뷰에서 "전업주부라고 적는 게 이질적이었거나 전업주부를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저는 전업주부를 제 직업으로 적극적으로 선택했다"고 말합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490.9조 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업주부가 수행하는 노동 가치에 비해 우리 사회는 이들의 노동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 우리 아빠는 전업주부


"가사노동과 육아에 대한 역할은 우리 가족을 위한 일이잖아요. 그게 엄마든 아빠든 누가 맡는 게 중요할까요? 더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되죠."

문현준 씨의 최종 목표를 물어봤습니다.

그는 "4남매가 청소년 시기가 돼서도 "우리 아빠가 전업주부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해주는 게 가장 큰 목표다"라고 말합니다.

4남매가 직접 그린 그림
■ 저출산 문제의 돌파구

'양육에 대한 부담'이 저출산 문제의 중요한 원인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출산을 늘리자' 하는 방식으로는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기가 힘듭니다.

전업주부의 노동가치를 인정해 주고 남성과 여성이 함께 참여해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사회가 될 때 그것이 저출산을 해결하는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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