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반도체…짙어지는 온실가스

입력 2023.06.05 (21:33) 수정 2023.06.0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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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5일)은 '세계 환경의 날'입니다.

환경을 희생하지 않고 경제가 좋아질 수 있을까요?

경제가 발전하면 환경도 나아질까요?

오늘 KBS는 경제의 축인 반도체 산업을 통해 환경과 경제의 시소 게임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반도체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는 최근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름세를 타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경제의 주축이죠.

하지만,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4대 업종 중 하나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닙니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 가량을 내뿜고 있습니다.

먼저, 더 많이 생산하면 할 수록 환경에 부담을 주는 반도체 산업의 역설을 현예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성인 키만 한 포대 수십 자루가 쌓여있습니다.

버려진 전자제품에서 분류된 전자 기판들입니다.

냉장고, 세탁기 등 종류는 달라도 모두 반도체가 포함돼있습니다.

[양정모/e순환거버넌스 부장 : "예전 전자제품에는 반도체 양이 적게 들어갔는데, 현재 전자제품이 고성능·다기능으로 진화함에 따라서 반도체가 사용되는 숫자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순간에도 반도체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그만큼 버려지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차량만 해도 800개, 전기차 한 대에는 1,500개 넘는 반도체가 들어갑니다.

AI 인공지능과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반도체 생산은 늘 수밖에 없는데요.

삼성전자가 지난해 생산한 메모리 반도체는 2조 개에 육박합니다.

삼성전자의 영업 이익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볼까요.

2020년 대비 2021년 영업이익이 43% 늘었는데, 그 사이 온실가스도 약 18% 증가했습니다.

반도체를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이유는 재료를 구할 때부터 반도체 제품 제조까지 드는 엄청난 에너지 때문입니다.

최근 수요가 높은 저전력 반도체 등을 만들 때 오히려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역설적이지요.

또 반도체의 기초 재료인 '웨이퍼'를 깎아내는 '식각' 공정과 회로에 얇은 막을 씌우는 '증착' 공정에 사용되는 불소계 가스 문제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불소계 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영향력이 적게는 6천 배에서 많게는 2만 4천 배나 더 높습니다.

오는 2030년 국내 반도체 생산량이 지난 2018년보다 80% 늘어날 거란 전망도 있는데,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도 함께 증가한다는 겁니다.

이런 고민을 기업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이 선택한 해법은 무엇이고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이어서 오대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삼성전자의 경기도 화성공장.

공장 옥상에 배관 라인이 길게 깔려있습니다.

RCS라고 부르는, 대용량의 온실가스 처리장치입니다.

반도체 생산 설비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이 관을 따라 한곳으로 모입니다.

이후 온실가스는 처리장치 안에서 촉매와 반응해 활성화 에너지가 줄고, 고온의 불에 연소, 분해돼 대기로 배출됩니다.

삼성전자는 이를 포함해 재생에너지 사용과 공정 효율화 등으로 641만 톤의 온실가스를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승용차 약 3백만 대가 1년에 배출하는 규모입니다.

[김수진/삼성전자 ESG 전략그룹 부사장/지난해 9월 : "초절전 제품, 자원 재활용과 같은 혁신 기술을 통해 기후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하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 한다지만 문제는, 감축량에 비해 배출량이 워낙 많다는 점인데요.

최근 3년 동안 감축량은 늘었다가 줄어든 반면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성장 속도만큼 감축 정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탄소 감축이 더 빠르고,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양연호/그린피스 활동가 : "삼성전자가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 순 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우리가' 1.5도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너무나 늦은 시점이고요. (국내 반도체 온실가스를) 어떻게 단계적으로 줄여나갈지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이 없는 상황입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재생 에너지 공급 계획이나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불소계 가스를 대체할 전략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미 탄소 감축은 경쟁이 치열해지는 반도체 시장에서 피할 수 없는 게임의 법칙이 됐습니다.

[남상욱/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 "애플, 메타, 인텔과 같은 주요 기업들이 저전력 반도체뿐만 아니라 공정에서 저탄소 반도체를 요구사항으로 하는 게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이 경제와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전략이라는 얘깁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촬영기자:정현석 류재현/영상편집:최정연/그래픽:고석훈/영상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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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공행진 반도체…짙어지는 온실가스
    • 입력 2023-06-05 21:33:05
    • 수정2023-06-07 09:53:41
    뉴스 9
[앵커]

오늘(5일)은 '세계 환경의 날'입니다.

환경을 희생하지 않고 경제가 좋아질 수 있을까요?

경제가 발전하면 환경도 나아질까요?

오늘 KBS는 경제의 축인 반도체 산업을 통해 환경과 경제의 시소 게임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반도체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는 최근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오름세를 타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우리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경제의 주축이죠.

하지만,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4대 업종 중 하나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닙니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4% 가량을 내뿜고 있습니다.

먼저, 더 많이 생산하면 할 수록 환경에 부담을 주는 반도체 산업의 역설을 현예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성인 키만 한 포대 수십 자루가 쌓여있습니다.

버려진 전자제품에서 분류된 전자 기판들입니다.

냉장고, 세탁기 등 종류는 달라도 모두 반도체가 포함돼있습니다.

[양정모/e순환거버넌스 부장 : "예전 전자제품에는 반도체 양이 적게 들어갔는데, 현재 전자제품이 고성능·다기능으로 진화함에 따라서 반도체가 사용되는 숫자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순간에도 반도체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그만큼 버려지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차량만 해도 800개, 전기차 한 대에는 1,500개 넘는 반도체가 들어갑니다.

AI 인공지능과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반도체 생산은 늘 수밖에 없는데요.

삼성전자가 지난해 생산한 메모리 반도체는 2조 개에 육박합니다.

삼성전자의 영업 이익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볼까요.

2020년 대비 2021년 영업이익이 43% 늘었는데, 그 사이 온실가스도 약 18% 증가했습니다.

반도체를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이유는 재료를 구할 때부터 반도체 제품 제조까지 드는 엄청난 에너지 때문입니다.

최근 수요가 높은 저전력 반도체 등을 만들 때 오히려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역설적이지요.

또 반도체의 기초 재료인 '웨이퍼'를 깎아내는 '식각' 공정과 회로에 얇은 막을 씌우는 '증착' 공정에 사용되는 불소계 가스 문제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불소계 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영향력이 적게는 6천 배에서 많게는 2만 4천 배나 더 높습니다.

오는 2030년 국내 반도체 생산량이 지난 2018년보다 80% 늘어날 거란 전망도 있는데,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도 함께 증가한다는 겁니다.

이런 고민을 기업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이 선택한 해법은 무엇이고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이어서 오대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삼성전자의 경기도 화성공장.

공장 옥상에 배관 라인이 길게 깔려있습니다.

RCS라고 부르는, 대용량의 온실가스 처리장치입니다.

반도체 생산 설비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이 관을 따라 한곳으로 모입니다.

이후 온실가스는 처리장치 안에서 촉매와 반응해 활성화 에너지가 줄고, 고온의 불에 연소, 분해돼 대기로 배출됩니다.

삼성전자는 이를 포함해 재생에너지 사용과 공정 효율화 등으로 641만 톤의 온실가스를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승용차 약 3백만 대가 1년에 배출하는 규모입니다.

[김수진/삼성전자 ESG 전략그룹 부사장/지난해 9월 : "초절전 제품, 자원 재활용과 같은 혁신 기술을 통해 기후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하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 한다지만 문제는, 감축량에 비해 배출량이 워낙 많다는 점인데요.

최근 3년 동안 감축량은 늘었다가 줄어든 반면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성장 속도만큼 감축 정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탄소 감축이 더 빠르고,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양연호/그린피스 활동가 : "삼성전자가 2050년까지 넷제로(탄소 순 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우리가' 1.5도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너무나 늦은 시점이고요. (국내 반도체 온실가스를) 어떻게 단계적으로 줄여나갈지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이 없는 상황입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재생 에너지 공급 계획이나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불소계 가스를 대체할 전략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미 탄소 감축은 경쟁이 치열해지는 반도체 시장에서 피할 수 없는 게임의 법칙이 됐습니다.

[남상욱/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 "애플, 메타, 인텔과 같은 주요 기업들이 저전력 반도체뿐만 아니라 공정에서 저탄소 반도체를 요구사항으로 하는 게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이 경제와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전략이라는 얘깁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촬영기자:정현석 류재현/영상편집:최정연/그래픽:고석훈/영상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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