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말라는데도 “자진 출석”…송영길은 왜 그럴까?

입력 2023.06.06 (15:16) 수정 2023.06.0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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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전 대표의 캠프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오고 갔다는 이른바 '민주당 돈 봉투' 의혹.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내일(7일) 오전 검찰에 자진 출석합니다. 지난달 2일 검찰에 자진 출석한 지 한 달여 만입니다.

■ "불공정 수사 규탄하기 위한 것"…1인 시위까지 예고

송 전 대표의 측근은 KBS와의 통화에서 "이달에는 검찰의 출석 요청이 있을 줄 알았지만, 전혀 없었다"며 "매번 송 전 대표의 이름을 검찰이 이용할 뿐, 제대로 된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증거 인멸 등을 이유로 측근들을 수사하고, 현직 의원들에 대해선 과도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있다"며 "검찰의 불공정 수사를 비판하겠다"고 했습니다.

'자진 출석'을 통해, '검찰의 과도한 수사'를 비판하는 취지란 겁니다.

그러나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조사는커녕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검찰은 여전히 '원칙대로', '수사 상황에 맞춰', '절차에 따라' 송 전 대표를 조사하겠단 입장입니다. 검찰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를 부르는 시점은, 수사 상황에 맞춰서 정해야 한다"며 "정치인이 아닌 일반 국민 누구도, 자기 마음대로 검찰에 출석하는 일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송 전 대표가 또 자진 출석해봤자, 1차 자진 출석 때처럼 서울중앙지검 로비를 맴돌다 10분 만에 철수할 우려가 높습니다.

제1 야당 대표까지 지낸 정치인으로선 '모양새'가 빠지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송 전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2차 자진 출석을 예고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조사가 불발될 시 오는 12일까지 1인 시위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 '불구속' 위한 포석 분석…"떳떳하다" 명분 쌓기 목적도

정치인의 이런 '자진 출석'은 송 전 대표가 처음은 아닙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003년 불법대선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2012, 저축은행 비리 의혹), 안희정 전 충남지사(2018, 성폭력 의혹),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2019, 패스트트랙 사건)도 검찰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기습 출두한 적 있습니다.

이렇게 정치인의 자진 출석이 반복되는 건, '구속 가능성'을 낮추는 데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란 게 법조계 분석입니다.

검찰 수사를 피해 도망 다니지 않고 제 발로 나갔다는 건 조사를 받겠단 적극적인 의지를 공표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자진 출석 전 세 차례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아 체포 영장이 청구됐었고, 안 전 지사는 두 차례 구속 영장이 청구됐지만, 두 사람 모두 어쨌든 결론적으로는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또 정치인의 자진 출석은 '떳떳하다', '당당하다'는 명분을 드러내는 일종의 '행위'여서, 송 전 대표로선 손해 볼 게 없는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 1인 시위를 오는 12일까지?…윤관석·이성만 체포동의안에 '단일대오' 메시지

송 전 대표의 2차 자진 출석은 특히 오는 12일 예정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과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돈 봉투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두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했고, 민주당은 12일 표결에서 따로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율 투표에 맡기기로 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자칫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겁니다.

두 의원이 만에 하나 구속되면, 검찰의 돈 봉투 의혹 수사는 분수령을 맞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검찰이 의혹의 핵심인 현역 의원의 신병을 확보해 행여 유의미한 수사 단서라도 확보한다면, 송 전 대표에겐 치명타가 되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송 전 대표가 나서서 또 자진 출석하겠다면서, 12일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겁니다.

이건 민주당을 향해 체포동의안에 대한 '부결'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송 전 대표의 측근은 KBS와의 통화에서 "두 의원에 대해 구속이 필요한 상황인지, 법리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기존 견해를 1인 시위에서 밝힐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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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전 대표의 캠프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오고 갔다는 이른바 '민주당 돈 봉투' 의혹.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내일(7일) 오전 검찰에 자진 출석합니다. 지난달 2일 검찰에 자진 출석한 지 한 달여 만입니다.

■ "불공정 수사 규탄하기 위한 것"…1인 시위까지 예고

송 전 대표의 측근은 KBS와의 통화에서 "이달에는 검찰의 출석 요청이 있을 줄 알았지만, 전혀 없었다"며 "매번 송 전 대표의 이름을 검찰이 이용할 뿐, 제대로 된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증거 인멸 등을 이유로 측근들을 수사하고, 현직 의원들에 대해선 과도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있다"며 "검찰의 불공정 수사를 비판하겠다"고 했습니다.

'자진 출석'을 통해, '검찰의 과도한 수사'를 비판하는 취지란 겁니다.

그러나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조사는커녕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검찰은 여전히 '원칙대로', '수사 상황에 맞춰', '절차에 따라' 송 전 대표를 조사하겠단 입장입니다. 검찰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를 부르는 시점은, 수사 상황에 맞춰서 정해야 한다"며 "정치인이 아닌 일반 국민 누구도, 자기 마음대로 검찰에 출석하는 일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송 전 대표가 또 자진 출석해봤자, 1차 자진 출석 때처럼 서울중앙지검 로비를 맴돌다 10분 만에 철수할 우려가 높습니다.

제1 야당 대표까지 지낸 정치인으로선 '모양새'가 빠지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송 전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2차 자진 출석을 예고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조사가 불발될 시 오는 12일까지 1인 시위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 '불구속' 위한 포석 분석…"떳떳하다" 명분 쌓기 목적도

정치인의 이런 '자진 출석'은 송 전 대표가 처음은 아닙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2003년 불법대선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습니다.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2012, 저축은행 비리 의혹), 안희정 전 충남지사(2018, 성폭력 의혹),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2019, 패스트트랙 사건)도 검찰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기습 출두한 적 있습니다.

이렇게 정치인의 자진 출석이 반복되는 건, '구속 가능성'을 낮추는 데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란 게 법조계 분석입니다.

검찰 수사를 피해 도망 다니지 않고 제 발로 나갔다는 건 조사를 받겠단 적극적인 의지를 공표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자진 출석 전 세 차례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아 체포 영장이 청구됐었고, 안 전 지사는 두 차례 구속 영장이 청구됐지만, 두 사람 모두 어쨌든 결론적으로는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또 정치인의 자진 출석은 '떳떳하다', '당당하다'는 명분을 드러내는 일종의 '행위'여서, 송 전 대표로선 손해 볼 게 없는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 1인 시위를 오는 12일까지?…윤관석·이성만 체포동의안에 '단일대오' 메시지

송 전 대표의 2차 자진 출석은 특히 오는 12일 예정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과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돈 봉투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두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했고, 민주당은 12일 표결에서 따로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율 투표에 맡기기로 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자칫 두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겁니다.

두 의원이 만에 하나 구속되면, 검찰의 돈 봉투 의혹 수사는 분수령을 맞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검찰이 의혹의 핵심인 현역 의원의 신병을 확보해 행여 유의미한 수사 단서라도 확보한다면, 송 전 대표에겐 치명타가 되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송 전 대표가 나서서 또 자진 출석하겠다면서, 12일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겁니다.

이건 민주당을 향해 체포동의안에 대한 '부결'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송 전 대표의 측근은 KBS와의 통화에서 "두 의원에 대해 구속이 필요한 상황인지, 법리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기존 견해를 1인 시위에서 밝힐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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