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만에 모습 드러낸 고려시대 절터…훼손된 채 방치

입력 2023.06.06 (21:46) 수정 2023.06.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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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초 제주에서 고려시대 때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절터가 발굴됐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발굴된 지 다섯 달이 지났는데도 보존 방안이 결정되지 않아 방치된 채 훼손되고 있습니다.

문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해 초 발굴된 제주시 오등동 절터입니다.

최근 내린 폭우와 강풍에 절터를 보존하는 덮개는 이리저리 날아갔고, 유적지만 휑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각종 기와와 자기류도 곳곳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문화재 발굴조사가 이뤄진 지 5개월이 흘렀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들어올 수 있는 데다, 임시 보존덮개도 비바람에 날리는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디귿자 형태의 5개 건물터에서 고려시대 건축양식을 알 수 있는 금동다층소탑이 제주에서 처음 발견됐고, 중국 북송시대 동전도 나왔습니다.

문화재위원회가 절터의 중요성을 인정해 보존 조치로 가닥을 잡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해 여태 방치되고 있습니다.

[민경선/문화재청 발굴제도과 : "이 유적에 대해서 중요성인 인정이 돼서 앞서 두 번에 걸친 문화재위원회에서 유적 보존 조치가 결정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정확한 보존 방안이 확정되지 못하고 있어서."]

문화재청과 발굴업체, 제주도가 최근 현지 조사까지 벌였는데도 관리 주체를 두고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습니다.

3년 전 땅을 산 토지주는 이러지도 저리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종재/토지주 : "곧 태풍도 올 텐데. 이렇게 방치를 하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고, 국가나 지자체가 이것을 매수하면 수용할 것이고."]

일부 문화재 위원은 지자체에서 의지를 갖고 예산을 투입해 매입하거나, 그 전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제주도는 문화재위원회 결정이 있어야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며, 그 전까지 조사기관이 관리하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입니다.

문화재청은 다음 달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열어 구체적인 보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그래픽: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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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년 만에 모습 드러낸 고려시대 절터…훼손된 채 방치
    • 입력 2023-06-06 21:46:20
    • 수정2023-06-11 10:08:07
    뉴스9(제주)
[앵커]

올해 초 제주에서 고려시대 때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절터가 발굴됐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발굴된 지 다섯 달이 지났는데도 보존 방안이 결정되지 않아 방치된 채 훼손되고 있습니다.

문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해 초 발굴된 제주시 오등동 절터입니다.

최근 내린 폭우와 강풍에 절터를 보존하는 덮개는 이리저리 날아갔고, 유적지만 휑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각종 기와와 자기류도 곳곳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문화재 발굴조사가 이뤄진 지 5개월이 흘렀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들어올 수 있는 데다, 임시 보존덮개도 비바람에 날리는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디귿자 형태의 5개 건물터에서 고려시대 건축양식을 알 수 있는 금동다층소탑이 제주에서 처음 발견됐고, 중국 북송시대 동전도 나왔습니다.

문화재위원회가 절터의 중요성을 인정해 보존 조치로 가닥을 잡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해 여태 방치되고 있습니다.

[민경선/문화재청 발굴제도과 : "이 유적에 대해서 중요성인 인정이 돼서 앞서 두 번에 걸친 문화재위원회에서 유적 보존 조치가 결정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정확한 보존 방안이 확정되지 못하고 있어서."]

문화재청과 발굴업체, 제주도가 최근 현지 조사까지 벌였는데도 관리 주체를 두고 서로 책임만 떠넘기고 있습니다.

3년 전 땅을 산 토지주는 이러지도 저리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종재/토지주 : "곧 태풍도 올 텐데. 이렇게 방치를 하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고, 국가나 지자체가 이것을 매수하면 수용할 것이고."]

일부 문화재 위원은 지자체에서 의지를 갖고 예산을 투입해 매입하거나, 그 전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제주도는 문화재위원회 결정이 있어야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며, 그 전까지 조사기관이 관리하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입니다.

문화재청은 다음 달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열어 구체적인 보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그래픽:서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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