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VS IMO 충돌…‘WWNWS’가 뭐길래

입력 2023.06.08 (14:09) 수정 2023.06.0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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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국제해사기구(IMO)가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두고 연일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 국가해사감독국 대변인은 오늘(8일) 담화를 내고 "국제해사기구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반(反)공화국 결의를 규탄 배격하며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자신들의 입장을 IMO 공식 문건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습니다.


북한이 5월 31일 쏘아 올린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출처 : 조선중앙통신)북한이 5월 31일 쏘아 올린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출처 : 조선중앙통신)

■ IMO 사상 첫 '북한 미사일 규탄 결의문'에 북한 반발

북한이 이렇게 반발하는 건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달 31일 채택한 북한 미사일 규탄 결의문 때문입니다. IMO 해사안전위원회는 현지 시간 5월 31일, 그러니까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한 직후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IMO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IMO는 전 세계 해운과 조선, 항행 안전을 다루는 유엔 산하 기구로 정회원 175개국으로 구성돼 있는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북한도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습니다. 임기택 사무총장이 8년째 이끌고 있습니다. IMO에서 채택되는 공식문서는 결의, 결정회람분, 결정 등으로 구분되며 결의는 회원국에 대한 가장 강력한 권고로 해석됩니다.

IMO는 북한이 IMO 총회 결의에 따라 운영 중인 세계항행경보제도(WWNWS)의 사전 통보 규정을 지키라고도 촉구했습니다.

WWNWS (World-Wide Navigational Warning Service) 제도란 IMO와 국제수로기구(IHO)가 설치한 경보 시스템으로 고주파 무선 신호로 조난 위치, 연안 해역 구조 및 위험 요소 등에 대한 경보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이를 위해 회원국들은 미사일이나 위성 발사 닷새 전에는 발사 시간과 낙하 지점 등의 정보를 사전 통보해야 합니다. IMO에 직접 하는 건 아니고 회원국이 속한 구역의 조정국에 하면 됩니다.

국제해사기구 개정 결의안 - 세계항행경보제도(WWNWS)

안전항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특별한 작전에 관한 정보는 때로는 광범위한 구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예를 들면 해군 훈련, 유도탄 발사, 우주 비행 임무, 핵 실험, 무장 투기 구역 등이다. 위험의 정도를 알 수 있으면 이 정보는 관련된 경보에 포함되어야 한다. 가능하면 관련 경보는 시행 5일 전에 발령되어야 하고 관련국 경보 간행물에 포함되어야 한다.

북한은 위성 발사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번에 만리경 1호 위성 발사 이틀 전에야 "오는 31일 0시부터 내달 1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내용을 사전 통보했습니다. 발사체 낙하 등이 예상돼 항행 시 안전이 요구되는 해역은 서해 2곳, 필리핀 동쪽 해상 1곳 등 총 3곳이었습니다.

우리나라 해역에 내려진 항행 경보 (출처 :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우리나라 해역에 내려진 항행 경보 (출처 :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

■ 북한 "IMO에 직접 통보할 필요는 없다더니 딴소리"

북한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WWNWS 통보는 IMO에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북한이 속한 구역(NAVAREA XI)의 조정국인 일본의 해상보안청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5월 29일에 일본에 먼저 위성 발사 계획을 알렸다는 겁니다.

즉 세계항행경보제도(WWNWS) 사전 통보 절차는 모두 지켰지만,. 그래도 과거 위성 발사 때 IMO에 직접 통보했던 전례가 있으니, 이번에도 '선의'로, 이메일을 통해 IMO에 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했다는 설명입니다. IMO 해상안전국장은 북한의 이메일을 받고 "위성 발사를 기구에 통보할 의무가 없다"는 답장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IMO가 위성 발사 직후 "북한이 WWNWS를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며,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일이라는 게 북한의 주장입니다.

해군이 인양한 북한의 위성 발사체해군이 인양한 북한의 위성 발사체

■ "지난해부터 발사한 미사일에 회원국 불만 누적"

하지만 IMO가 최초로 북한 규탄 결의문을 채택한 건 '만리경 1호' 발사 때문만은 아닙니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아무런 통보 없이 미사일 발사를 이어왔고, 여기에 또 국제사회 결의를 무시하고 첫 군사 정찰위성 발사까지 감행해 회원국들의 누적된 불만이 표출됐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IMO의 결의문 채택에 강하게 반발하며 지난 4일엔 "앞으로는 위성 발사 시 사전 통보를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국제해사기구는 우리가 진행하게 될 위성 발사의 기간과 운반체 낙하 지점에 대해 자체로 알아서 대책해야 할 것"이라며 "그로부터 초래되는 모든 후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질 각오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 북한 "사전 통보 안 할 것"…IMO "통보 안 하면 대응 조치할 것"

그러자 나타샤 브라운 IMO 언론정보 서비스 담당관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만약 북한이 예고한대로 위성 발사 전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을 경우 결의문 채택 등 대응 조치를 할 뜻을 밝혔습니다.

IMO의 결의문 채택은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IMO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북한에 가해지는 압박이 가중되고 미사일 도발에 반대하는 국제 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촉구한다는 상징적 효과는 있습니다.

북한이 조만간 '만리경 2호'를 쏘아올리겠다고 예고했는데, 이때 북한이 세계항행경보제도(WWNWS)를 무시하고 사전 통보를 하지 않는다면 북한과 IMO, 더 나아가 북한과 국제사회의 갈등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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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8 14:09:40
    • 수정2023-06-08 1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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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국제해사기구(IMO)가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두고 연일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북한 국가해사감독국 대변인은 오늘(8일) 담화를 내고 "국제해사기구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반(反)공화국 결의를 규탄 배격하며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자신들의 입장을 IMO 공식 문건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습니다.


북한이 5월 31일 쏘아 올린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 (출처 : 조선중앙통신)
■ IMO 사상 첫 '북한 미사일 규탄 결의문'에 북한 반발

북한이 이렇게 반발하는 건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달 31일 채택한 북한 미사일 규탄 결의문 때문입니다. IMO 해사안전위원회는 현지 시간 5월 31일, 그러니까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한 직후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IMO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IMO는 전 세계 해운과 조선, 항행 안전을 다루는 유엔 산하 기구로 정회원 175개국으로 구성돼 있는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북한도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습니다. 임기택 사무총장이 8년째 이끌고 있습니다. IMO에서 채택되는 공식문서는 결의, 결정회람분, 결정 등으로 구분되며 결의는 회원국에 대한 가장 강력한 권고로 해석됩니다.

IMO는 북한이 IMO 총회 결의에 따라 운영 중인 세계항행경보제도(WWNWS)의 사전 통보 규정을 지키라고도 촉구했습니다.

WWNWS (World-Wide Navigational Warning Service) 제도란 IMO와 국제수로기구(IHO)가 설치한 경보 시스템으로 고주파 무선 신호로 조난 위치, 연안 해역 구조 및 위험 요소 등에 대한 경보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이를 위해 회원국들은 미사일이나 위성 발사 닷새 전에는 발사 시간과 낙하 지점 등의 정보를 사전 통보해야 합니다. IMO에 직접 하는 건 아니고 회원국이 속한 구역의 조정국에 하면 됩니다.

국제해사기구 개정 결의안 - 세계항행경보제도(WWNWS)

안전항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특별한 작전에 관한 정보는 때로는 광범위한 구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예를 들면 해군 훈련, 유도탄 발사, 우주 비행 임무, 핵 실험, 무장 투기 구역 등이다. 위험의 정도를 알 수 있으면 이 정보는 관련된 경보에 포함되어야 한다. 가능하면 관련 경보는 시행 5일 전에 발령되어야 하고 관련국 경보 간행물에 포함되어야 한다.

북한은 위성 발사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번에 만리경 1호 위성 발사 이틀 전에야 "오는 31일 0시부터 내달 1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내용을 사전 통보했습니다. 발사체 낙하 등이 예상돼 항행 시 안전이 요구되는 해역은 서해 2곳, 필리핀 동쪽 해상 1곳 등 총 3곳이었습니다.

우리나라 해역에 내려진 항행 경보 (출처 :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
■ 북한 "IMO에 직접 통보할 필요는 없다더니 딴소리"

북한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WWNWS 통보는 IMO에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북한이 속한 구역(NAVAREA XI)의 조정국인 일본의 해상보안청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5월 29일에 일본에 먼저 위성 발사 계획을 알렸다는 겁니다.

즉 세계항행경보제도(WWNWS) 사전 통보 절차는 모두 지켰지만,. 그래도 과거 위성 발사 때 IMO에 직접 통보했던 전례가 있으니, 이번에도 '선의'로, 이메일을 통해 IMO에 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했다는 설명입니다. IMO 해상안전국장은 북한의 이메일을 받고 "위성 발사를 기구에 통보할 의무가 없다"는 답장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IMO가 위성 발사 직후 "북한이 WWNWS를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며,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일이라는 게 북한의 주장입니다.

해군이 인양한 북한의 위성 발사체
■ "지난해부터 발사한 미사일에 회원국 불만 누적"

하지만 IMO가 최초로 북한 규탄 결의문을 채택한 건 '만리경 1호' 발사 때문만은 아닙니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아무런 통보 없이 미사일 발사를 이어왔고, 여기에 또 국제사회 결의를 무시하고 첫 군사 정찰위성 발사까지 감행해 회원국들의 누적된 불만이 표출됐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IMO의 결의문 채택에 강하게 반발하며 지난 4일엔 "앞으로는 위성 발사 시 사전 통보를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국제해사기구는 우리가 진행하게 될 위성 발사의 기간과 운반체 낙하 지점에 대해 자체로 알아서 대책해야 할 것"이라며 "그로부터 초래되는 모든 후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질 각오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 북한 "사전 통보 안 할 것"…IMO "통보 안 하면 대응 조치할 것"

그러자 나타샤 브라운 IMO 언론정보 서비스 담당관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만약 북한이 예고한대로 위성 발사 전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을 경우 결의문 채택 등 대응 조치를 할 뜻을 밝혔습니다.

IMO의 결의문 채택은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IMO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북한에 가해지는 압박이 가중되고 미사일 도발에 반대하는 국제 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촉구한다는 상징적 효과는 있습니다.

북한이 조만간 '만리경 2호'를 쏘아올리겠다고 예고했는데, 이때 북한이 세계항행경보제도(WWNWS)를 무시하고 사전 통보를 하지 않는다면 북한과 IMO, 더 나아가 북한과 국제사회의 갈등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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