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오래된 나전에 새 빛을…나전장 박중곤

입력 2023.06.08 (19:31) 수정 2023.06.0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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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통영을 대표하던 나전산업은 자개농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는데요.

나전칠기를 수집하고 복원하면서 나전의 부활을 꿈꾸는 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납니다.

[리포트]

["무엇이 무엇이 똑같은가..."]

홍도와 아리랑, 아름다운 산수화가 더해져 낡은 풍금이 나전작품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 풍금이 참 치고 싶었어요. 제가 50년 거의 지난 뒤에 풍금을 딱 보는 순간 저걸 어떻게 재생을 해서 다시 빛을 볼 수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모든 걸 딱 보고 너는 다시 태어나거라."]

박중곤 씨는 나전으로 옛 것에 빛나는 생명을 더합니다.

통영 나전의 일등공신, 자개농 복원 작업이 한창인데요.

세월의 흔적을 지우고 자개를 얹는 장인의 솜씨가 놀랍습니다.

버려지거나 상처 난 농을 감쪽같이 살려내는 그에게 자개농은 통영나전의 산 역사.

한집 건너 한집이 공방이던 호황기의 자개농은 지금도 빛깔이 그대로입니다.

10만 번 넘는 손이 간 최고의 장이 버려지는 것이 안타까워 장인은 복원 작업에 뛰어들었죠.

[박중곤/나전장 : "농을 쳐다보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아니 저렇게 귀한 농이었는데, 우리가 어떻게 만들었는데 저게 버려지다니 이게 현실이냐. 어떻게든 재생해서 다시 제2의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장의 상태에 따라 손상 부분을 수리하기도 하고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원래 이렇게 됐는데 이 모양이 보기 좋아서 아 이걸로 리폼하면 새로 태어나면 아주 예쁘겠다 싶어서..."]

그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자개장, 직접 수집한 나전칠기 500여점이 반기는 공간.

그가 걸어온 길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짐승이라든가 곤충이라든가 그런 것만 해도 약 700마리가 되더라고요. 복원을 해서 영원히 보존을 하자 해서 여기에 조금 자개를 놓았습니다. 좋은 기술을 가진 분들이 정말 사라져갑니다 이슬처럼.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담배 곽과 도시락, 한산대첩 기념패, 나전공방 간판 등 이름 모를 장인들이 남긴 물건은 오랜 세월에도 짱짱한데요.

장인은 버려진 통영소반을 나전으로 살려내는가 하면 섬세한 끊음질로 낡은 007가방을 변신시켰습니다.

["야, 이거 공항 패션이다 이 말이지. 공항에 들고 나간다면 우리나라 나전칠기 특히 우리 통영 나전칠기가 얼마나 크게 홍보가 되겠느냐."]

사재를 털어 수집해 공들여 고친 골동품은 미처 몰랐던 나전칠기의 어제를 증언하기도 합니다.

["(80년대) 여성들에겐 자개농이 로망이었어요. 그래서 정부에서 야, 이거 심하다 경제도 어려운데 그래서 나전에 세금을 매기자고 해서 그 증거가 있습니다. 이건 그때 세금을 낸 특별소비세 인증서입니다."]

장롱 문을 열면 1900년대 초반 나전칠기 속으로 시간여행이 펼쳐지는데요.

하나하나가 당시 나전기술을 가늠할 소중한 자료입니다.

["음각이라고 하는데 이 나무를 조그마한 걸로 파서 자개를 거기에다 넣어서... 이건 한 100년 됐습니다. 동을 두드려서 만든 겁니다. 세월이 흘러서 자개 색깔이 누렇게 된 거죠."]

50년 넘는 끊음질에 이골이 날 법 한데도 장인은 13살에 처음 접한 나전 일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통영 나전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박중곤/나전장 : "소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람들을 봤을 때 아 그래 내가 만들자. 만들어서 당신 소원을 내가 채워줄게."]

초등학교 특별활동반에서 시작된 운명 같은 동행...

["좌절, 절망, 정말 절규를 하고 있을 때 나전이 너 그렇게 절망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야. 나를 빛을 내줘야 되잖아. 나전이 나를 그렇게 부르는 겁니다."]

생명이 다한 나전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그는 묵묵히 나전의 부활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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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오래된 나전에 새 빛을…나전장 박중곤
    • 입력 2023-06-08 19:31:17
    • 수정2023-06-08 20:06:55
    뉴스7(창원)
[앵커]

통영을 대표하던 나전산업은 자개농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는데요.

나전칠기를 수집하고 복원하면서 나전의 부활을 꿈꾸는 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납니다.

[리포트]

["무엇이 무엇이 똑같은가..."]

홍도와 아리랑, 아름다운 산수화가 더해져 낡은 풍금이 나전작품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 풍금이 참 치고 싶었어요. 제가 50년 거의 지난 뒤에 풍금을 딱 보는 순간 저걸 어떻게 재생을 해서 다시 빛을 볼 수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 모든 걸 딱 보고 너는 다시 태어나거라."]

박중곤 씨는 나전으로 옛 것에 빛나는 생명을 더합니다.

통영 나전의 일등공신, 자개농 복원 작업이 한창인데요.

세월의 흔적을 지우고 자개를 얹는 장인의 솜씨가 놀랍습니다.

버려지거나 상처 난 농을 감쪽같이 살려내는 그에게 자개농은 통영나전의 산 역사.

한집 건너 한집이 공방이던 호황기의 자개농은 지금도 빛깔이 그대로입니다.

10만 번 넘는 손이 간 최고의 장이 버려지는 것이 안타까워 장인은 복원 작업에 뛰어들었죠.

[박중곤/나전장 : "농을 쳐다보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아니 저렇게 귀한 농이었는데, 우리가 어떻게 만들었는데 저게 버려지다니 이게 현실이냐. 어떻게든 재생해서 다시 제2의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장의 상태에 따라 손상 부분을 수리하기도 하고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원래 이렇게 됐는데 이 모양이 보기 좋아서 아 이걸로 리폼하면 새로 태어나면 아주 예쁘겠다 싶어서..."]

그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난 자개장, 직접 수집한 나전칠기 500여점이 반기는 공간.

그가 걸어온 길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짐승이라든가 곤충이라든가 그런 것만 해도 약 700마리가 되더라고요. 복원을 해서 영원히 보존을 하자 해서 여기에 조금 자개를 놓았습니다. 좋은 기술을 가진 분들이 정말 사라져갑니다 이슬처럼.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담배 곽과 도시락, 한산대첩 기념패, 나전공방 간판 등 이름 모를 장인들이 남긴 물건은 오랜 세월에도 짱짱한데요.

장인은 버려진 통영소반을 나전으로 살려내는가 하면 섬세한 끊음질로 낡은 007가방을 변신시켰습니다.

["야, 이거 공항 패션이다 이 말이지. 공항에 들고 나간다면 우리나라 나전칠기 특히 우리 통영 나전칠기가 얼마나 크게 홍보가 되겠느냐."]

사재를 털어 수집해 공들여 고친 골동품은 미처 몰랐던 나전칠기의 어제를 증언하기도 합니다.

["(80년대) 여성들에겐 자개농이 로망이었어요. 그래서 정부에서 야, 이거 심하다 경제도 어려운데 그래서 나전에 세금을 매기자고 해서 그 증거가 있습니다. 이건 그때 세금을 낸 특별소비세 인증서입니다."]

장롱 문을 열면 1900년대 초반 나전칠기 속으로 시간여행이 펼쳐지는데요.

하나하나가 당시 나전기술을 가늠할 소중한 자료입니다.

["음각이라고 하는데 이 나무를 조그마한 걸로 파서 자개를 거기에다 넣어서... 이건 한 100년 됐습니다. 동을 두드려서 만든 겁니다. 세월이 흘러서 자개 색깔이 누렇게 된 거죠."]

50년 넘는 끊음질에 이골이 날 법 한데도 장인은 13살에 처음 접한 나전 일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통영 나전을 찾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박중곤/나전장 : "소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람들을 봤을 때 아 그래 내가 만들자. 만들어서 당신 소원을 내가 채워줄게."]

초등학교 특별활동반에서 시작된 운명 같은 동행...

["좌절, 절망, 정말 절규를 하고 있을 때 나전이 너 그렇게 절망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야. 나를 빛을 내줘야 되잖아. 나전이 나를 그렇게 부르는 겁니다."]

생명이 다한 나전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그는 묵묵히 나전의 부활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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