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유력 총리 후보에 정치자금 후원”…몬테네그로 정치권 파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몬테네그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유력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오는 11일 총선을 앞둔 몬테네그로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8일 비예스티 등 몬테네그로 현지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드리탄 아바조비치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권 대표에게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권 대표가 자필로 쓴 편지에 '지금 유럽'(Europe Now Movement)의 밀로코 스파이치 대표와 2018년부터 인연을 맺었고 그에게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면서, 특별검사실을 향해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미국과 한국이 권도형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스파이치 대표가 권도형과 접촉한 것이 사실이라면 몬테네그로에도 좋지 않다"며 "우리가 글로벌 사기꾼의 온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권 대표는 아바조비치 총리를 비롯해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장관, 특별검사실에도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금 유럽'은 지난해 6월 창당한 신생 정당입니다. 같은 해 10월 지방선거에서 선전한 데 이어 올해 4월 대선에서는 이 정당 소속의 야코브 밀라토비치 전 경제부 장관이 당선되는 등 파란을 일으켰고, 오는 11일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스파이치 대표가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가 권 대표로부터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몬테네그로 정치권에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정당에 기부하거나 선거 운동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습니다. 또, 정당은 모든 기부금을 부패 방지국에 보고해야 합니다.

스파이치 대표는 테라폼랩스 초창기인 2018년 초에 자신과 당시 자신이 일하던 회사가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권 대표에게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습니다.

또,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것도 자신이 당국에 정보를 흘려줬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필리프 아드지치 내무부 장관은 그런 정보를 받은 적이 없다며 반박했습니다.

아드지치 장관은 오히려 "스파이치 대표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권도형을 만났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당시는 권도형이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던 상황이었다. 우리는 둘이 베오그라드 어디에서 만났는지 거리명까지 알고 있다"면서 "수십억 달러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가상화폐 세계의 누군가가 몬테네그로의 선거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드지치 장관은 이어 "권도형에게서 압수한 노트북에는 정치 자금 후원의 증거가 담겨 있다"며 "그 액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도 밝혔습니다.

앞서 독일 언론매체는 권 대표 측이 세르비아에서 머물렀을 때 베오그라드에서 구매한 고급 아파트가 스파이치 대표 소유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친 권 대표는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해 4월 출국해 잠적한 뒤 세르비아 등지에서 머물다가 몬테네그로로 밀입국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몬테네그로일간지 비예스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