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앞에서 “당내 민주주의 실종” 직격…폭풍전야 민주당 [여심야심]

입력 2023.06.09 (14:09) 수정 2023.06.0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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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발언 이후 저는 또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신상털이, 가족 욕설, 그리고 성희롱, 그걸 더 넘어 더 큰 시련이 올 수도 있습니다. 위축됩니다. 많이 두렵습니다. 어리고 힘이 없으면 입을 다물라는 조언을 수없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오늘(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 이 자리에 참석한 1993년생 양소영 전국대학생위원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당을 향한 쓴소리를 전했습니다.

양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국회를 찾아 '당내 혁신 촉구 기자회견'을 한 뒤, 강성 지지자들의 거센 비난과 항의를 받아왔습니다.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 등을 '무너진 도덕성'의 사례로 언급하며 청년 세대 눈높이에 맞는 반성과 혁신을 요구하자, 지지자들은 이를 '내부 총질'로 규정하고 공격에 나섰던 겁니다.

이 일은 지난달 25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화두가 됐고, 의원들은 청년 정치인을 향한 지나친 적대와 공격을 멈춰달라는 데 공감대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른바 '친명계'와 '비명계' 간의 온도 차가 그대로 드러났고,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회의에서도, 이 같은 갈등은 또 한 번 노출됐습니다.

■ 양소영 "당내 민주주의 실종 경험…대의원제 폐지, 혁신과 동떨어져"

양 위원장은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시달렸던 지난 한 달간을 "당내 민주주의 실종을 직접 경험하게 된 시간이었다"고 평했습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부총질로 규정하고, 동료라는 말은 '수박'(겉과 속이 다름을 의미)이라는 멸칭으로 변모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혁신과는 동떨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양 위원장은 "대의원제 폐지가 혁신인 것처럼 외치지만,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당권싸움에 매몰된 것으로 보인다"고 직격했습니다.

"자기 편을 지키기 위해선 잘못도 정의라 둔갑된다. 옳은 말을 하더라도 우리 편이 아니면 틀린 말이라 한다. 현재 민주당은 올바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다른 말을 수용하고 관용하는 문화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는 사이 한쪽으로 경도된 목소리가 당을 지배하고 특정 정치인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의 혁신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

양 위원장은 결국 지도부의 더욱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습니다. "지도부에 요청드린다. 다양성을 훼손하고 당내 분열을 추동하는 행태를 단호하게 끊어내는 데 힘써달라"고 했습니다.

특히 "새롭게 구성될 혁신기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정당 내 민주주의 회복이어야 한다. 보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혁신기구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과 계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에 부족한 점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혁신기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동료를 '수박'이라고 멸칭하는 인사들은 혁신기구서 배제돼야 한다"며 "국민 관심사가 아닌 대의원제 폐지는 혁신기구의 주요 의제가 되어선 안 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 정청래 "지금은 때가 아니라 말하지 말라…대의원제 폐지해야"

하지만 양소영 위원장의 발언 직전, 180도 다른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오늘 회의에서도 '대의원제 폐지'를 재차 촉구했습니다.

정 최고위원은 '6월항쟁 정신'을 언급하며, 당내에도 평등한 직선제, 즉 대의원제 폐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내 민주주의를 합시다. 6월 항쟁의 정신도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자'이듯이, 민주당의 대표도 내 손으로 뽑읍시다. 대통령 선거가 대통령도 1표, 국민도 1표이듯이 민주당 대표 선거도 대표도 1표, 국회의원도 1표, 대의원도 1표, 당원도 1표, 당 대표 평등한 직선제, 이 민주주의 기본상식을 지킵시다. 대의원제를 폐지합시다. 돈 봉투 유혹의 고리를 끊어냅시다."

정 최고위원은 '유신헌법'을 꺼내 들어, 현 상황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요? 유신헌법에 '지방자치제는 실시한다. 단, 조국 통일 이후에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은 결국 반대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박정희 유신정권이 조국 통일 이후에 지방자치제를 시행하자는 말은 결국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며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지 말고 대의원제를 폐지하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렇다 보니, 오늘 양 위원장의 발언은 정 최고위원의 주장을 정면에서 비판한 셈이 됐습니다. 정 최고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양 위원장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잘 들었다"며 "민주주의는 다양한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 이재명 "너무나 당연한 얘기…당에 신고하면 적절한 조치"

두 사람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던 회의가 끝난 뒤,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소영 위원장 말씀 중에 당내 민주주의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당이 다양성을 본질로 하기 때문에, 각자 자신의 의견을 정당하게 표명하고 그에 대해 반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당내에 문자폭탄이나 폭언 등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고 그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과도한 표현이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당에 신고하면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이미 제명조치까지 한 사례들이 있으니 그 점을 참고하시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 '심리적 분당' 상황?…혁신기구·대의원제 등 뇌관

최근 당내에선 '심리적 분당'이라는 단어마저 등장했습니다. 안민석 의원은 어제(8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같은 하늘 아래 있지만 도저히 상종할 수 없는 그런 세력으로 적대시하는 이런 심리적 분당 상태, 이것이 정말 걱정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조만간 혁신기구를 새로 꾸려, 대의원제 폐지 등 여러 혁신 과제를 논의하며 돌파구를 찾아보겠단 계획입니다. 그런데 위원장에 임명됐다가 9시간여 만에 사퇴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사례에서 보듯, 혁신기구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섭습니다.

총선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 혁신기구는 '친명계'와 '비명계' 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구성원들의 폭넓은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혁신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출발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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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앞에서 “당내 민주주의 실종” 직격…폭풍전야 민주당 [여심야심]
    • 입력 2023-06-09 14:09:56
    • 수정2023-06-09 15:33:40
    여심야심

"오늘 이 발언 이후 저는 또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신상털이, 가족 욕설, 그리고 성희롱, 그걸 더 넘어 더 큰 시련이 올 수도 있습니다. 위축됩니다. 많이 두렵습니다. 어리고 힘이 없으면 입을 다물라는 조언을 수없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해야 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오늘(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확대간부회의. 이 자리에 참석한 1993년생 양소영 전국대학생위원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당을 향한 쓴소리를 전했습니다.

양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국회를 찾아 '당내 혁신 촉구 기자회견'을 한 뒤, 강성 지지자들의 거센 비난과 항의를 받아왔습니다.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논란 등을 '무너진 도덕성'의 사례로 언급하며 청년 세대 눈높이에 맞는 반성과 혁신을 요구하자, 지지자들은 이를 '내부 총질'로 규정하고 공격에 나섰던 겁니다.

이 일은 지난달 25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화두가 됐고, 의원들은 청년 정치인을 향한 지나친 적대와 공격을 멈춰달라는 데 공감대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른바 '친명계'와 '비명계' 간의 온도 차가 그대로 드러났고,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회의에서도, 이 같은 갈등은 또 한 번 노출됐습니다.

■ 양소영 "당내 민주주의 실종 경험…대의원제 폐지, 혁신과 동떨어져"

양 위원장은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시달렸던 지난 한 달간을 "당내 민주주의 실종을 직접 경험하게 된 시간이었다"고 평했습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부총질로 규정하고, 동료라는 말은 '수박'(겉과 속이 다름을 의미)이라는 멸칭으로 변모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혁신과는 동떨어졌다"고 비판했습니다. 양 위원장은 "대의원제 폐지가 혁신인 것처럼 외치지만,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당권싸움에 매몰된 것으로 보인다"고 직격했습니다.

"자기 편을 지키기 위해선 잘못도 정의라 둔갑된다. 옳은 말을 하더라도 우리 편이 아니면 틀린 말이라 한다. 현재 민주당은 올바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다른 말을 수용하고 관용하는 문화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러는 사이 한쪽으로 경도된 목소리가 당을 지배하고 특정 정치인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의 혁신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

양 위원장은 결국 지도부의 더욱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습니다. "지도부에 요청드린다. 다양성을 훼손하고 당내 분열을 추동하는 행태를 단호하게 끊어내는 데 힘써달라"고 했습니다.

특히 "새롭게 구성될 혁신기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정당 내 민주주의 회복이어야 한다. 보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혁신기구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과 계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에 부족한 점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혁신기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동료를 '수박'이라고 멸칭하는 인사들은 혁신기구서 배제돼야 한다"며 "국민 관심사가 아닌 대의원제 폐지는 혁신기구의 주요 의제가 되어선 안 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 정청래 "지금은 때가 아니라 말하지 말라…대의원제 폐지해야"

하지만 양소영 위원장의 발언 직전, 180도 다른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오늘 회의에서도 '대의원제 폐지'를 재차 촉구했습니다.

정 최고위원은 '6월항쟁 정신'을 언급하며, 당내에도 평등한 직선제, 즉 대의원제 폐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내 민주주의를 합시다. 6월 항쟁의 정신도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자'이듯이, 민주당의 대표도 내 손으로 뽑읍시다. 대통령 선거가 대통령도 1표, 국민도 1표이듯이 민주당 대표 선거도 대표도 1표, 국회의원도 1표, 대의원도 1표, 당원도 1표, 당 대표 평등한 직선제, 이 민주주의 기본상식을 지킵시다. 대의원제를 폐지합시다. 돈 봉투 유혹의 고리를 끊어냅시다."

정 최고위원은 '유신헌법'을 꺼내 들어, 현 상황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요? 유신헌법에 '지방자치제는 실시한다. 단, 조국 통일 이후에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은 결국 반대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박정희 유신정권이 조국 통일 이후에 지방자치제를 시행하자는 말은 결국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며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지 말고 대의원제를 폐지하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렇다 보니, 오늘 양 위원장의 발언은 정 최고위원의 주장을 정면에서 비판한 셈이 됐습니다. 정 최고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양 위원장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잘 들었다"며 "민주주의는 다양한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 이재명 "너무나 당연한 얘기…당에 신고하면 적절한 조치"

두 사람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던 회의가 끝난 뒤,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양소영 위원장 말씀 중에 당내 민주주의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당이 다양성을 본질로 하기 때문에, 각자 자신의 의견을 정당하게 표명하고 그에 대해 반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당내에 문자폭탄이나 폭언 등에 대해서는 조사를 하고 그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과도한 표현이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당에 신고하면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며 "이미 제명조치까지 한 사례들이 있으니 그 점을 참고하시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 '심리적 분당' 상황?…혁신기구·대의원제 등 뇌관

최근 당내에선 '심리적 분당'이라는 단어마저 등장했습니다. 안민석 의원은 어제(8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같은 하늘 아래 있지만 도저히 상종할 수 없는 그런 세력으로 적대시하는 이런 심리적 분당 상태, 이것이 정말 걱정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조만간 혁신기구를 새로 꾸려, 대의원제 폐지 등 여러 혁신 과제를 논의하며 돌파구를 찾아보겠단 계획입니다. 그런데 위원장에 임명됐다가 9시간여 만에 사퇴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사례에서 보듯, 혁신기구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섭습니다.

총선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 혁신기구는 '친명계'와 '비명계' 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구성원들의 폭넓은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혁신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출발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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