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비상문’ 여는데 단 2초…좌석 배정 땐 특이사항 없었다”

입력 2023.06.0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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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비상문이 열린 채 착륙한 아시아나 항공기의 승무원들은 30분 동안 범인이 누군지 몰랐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비상문’ 열리고 30분 동안 범인 누군지 몰랐다”…시간대별 상황 재구성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90692

비상문 옆 좌석에 앉아있던 30대 승객 이모씨가 워낙 순식간에 비상문을 열어 아무도 그 장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쉽게 문을 여는 게 가능한 건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이런 상황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국회국토교통위원회 장철민 위원이 국토부로부터 확보한 '아시아나항공 비상탈출구 불법 개방 중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살펴봤습니다.

■ 이륙 후 자동잠금 기능 없어…"비상문 여는 데 단 2초"

대부분 항공기(B787 등)에 이륙 후에는 비상구 개방을 하지 못하도록 자동잠금 기능(Flight Lock)이 설치돼 있습니다.

다만, 에어버스에서 만든 A321, A320, A330, 그리고 보잉에서 만든 B767 등엔 이런 기능이 없습니다.

대신 높은 고도에선 비상구 작동이 불가하지만, 내·외부 압력차가 낮은 저고도에선 적은 힘으로 작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사고 항공기 기종은 A321 기종입니다. 특히 이 씨가 앉았던 31A좌석은 비상문이 안전벨트를 풀지 않고도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깝습니다.

A321의 내부 모습. 문이 열린 비상문과 31A 좌석(피의자 이 모씨 탑승 좌석)이 굉장히 가깝다.A321의 내부 모습. 문이 열린 비상문과 31A 좌석(피의자 이 모씨 탑승 좌석)이 굉장히 가깝다.

국토부는 이 비상문을 여는 데까진 단 2초밖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특히 당시 비상문이 열린 213m 상공에선 20.4Kg의 힘으로 작동이 가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비상구 작동 방법: 도어 커버를 젖히고 빨간색 레버 작동까지 약 2초가 소요된다.비상구 작동 방법: 도어 커버를 젖히고 빨간색 레버 작동까지 약 2초가 소요된다.

■ 비상구 좌석 배정은 어떻게?… "특이사항 발견 안돼"

비상구 좌석은 일반석보다 다리 간격이 16㎝ 이상 넓어 '레그룸 좌석'으로 불려왔습니다. 상황에 따라선 추가금을 더 내고 구매하기도 해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요.

현행 항공법에서 비상구 좌석은 비상사태 시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승객의 대피를 돕는 자리입니다.

이 때문에 다른 승객들의 탈출을 도울 수 있는 신체 건강한 만 15세 이상, 한국어나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승객에게 배정해왔습니다.

이 씨는 180㎝가 넘는 건장한 체격으로 비상구 좌석 배정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실제, 이 씨는 두 차례에 걸친 승객 검증 과정에서도 현재까지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비상구 좌석에 배정되는 승객은 보통 탑승 전과 후 승무원들의 확인을 받습니다.

먼저 탑승 전 발권 과정에서 비상 사태 시 협조 의사를 확인하고 신체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 등을 간단한 질문 절차 등을 통해 확인합니다.

탑승 후엔 승무원이 또다시 비상탈출임무 협조 의사 등을 묻고 비상구 조작법을 설명합니다.

비상구 좌석을 구매했거나 배정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해당 좌석 이용이 불가능한 승객이라고 판단되면 현장에서 임의로 좌석 배정을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씨는 발권과정에서의 비상구 좌석, 공황장애 여부 확인 등 안내·질의 절차는 물론 여객기 안에서 진행된 비상구 작동 금지 등 브리핑에서도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개선 방안은?…수리비만 6억 4천만 원

이번 경우처럼 비상구 좌석에 앉을 가능성이 큰 신체 건강한 젊은 사람이 비상문을 '일부러' 열었을 때 막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아시아나는 사고 직후 사고 기종인 A321 항공기 비상구 앞 좌석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만석일 경우에도 판매 중단 조치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이런 방식이 최선은 아니라는지적도 나옵니다.

비상 사태 발생 시 승객 대피 등 대처가 늦어질 수 있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국토부가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는 데, 과거 항공보안법 위반자 등 위험 승객은 특별 관리하는 방안입니다.

신체와 수하물을 집중 검색하고 비상구 등 특정 좌석 배정 금지, 기내에선 집중 모니터링을 하는 등의 방식입니다.

또, 승객의 범죄기록 정보 공유도 경찰청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보잉, 에어버스 등 여객기 제작사가 있는 미국과 유럽의 항공당국에 이번 사례를 알리고 운항 중 비상구 레버 커버를 열면 경고음이나 경고등이 작동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편, 국토부는 해당 항공기의 수리비를 약 6억 4천만 원으로 산정했습니다. 사고로 파손된 비상문과 슬라이드 등이 파손됐기 때문입니다.

국토부와 별개로 아시아나도 자체 피해액을 추산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는 비상문을 강제로 개방한 승객 이 모씨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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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나 ‘비상문’ 여는데 단 2초…좌석 배정 땐 특이사항 없었다”
    • 입력 2023-06-09 15: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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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비상문이 열린 채 착륙한 아시아나 항공기의 승무원들은 30분 동안 범인이 누군지 몰랐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비상문’ 열리고 30분 동안 범인 누군지 몰랐다”…시간대별 상황 재구성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690692

비상문 옆 좌석에 앉아있던 30대 승객 이모씨가 워낙 순식간에 비상문을 열어 아무도 그 장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쉽게 문을 여는 게 가능한 건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이런 상황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국회국토교통위원회 장철민 위원이 국토부로부터 확보한 '아시아나항공 비상탈출구 불법 개방 중간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살펴봤습니다.

■ 이륙 후 자동잠금 기능 없어…"비상문 여는 데 단 2초"

대부분 항공기(B787 등)에 이륙 후에는 비상구 개방을 하지 못하도록 자동잠금 기능(Flight Lock)이 설치돼 있습니다.

다만, 에어버스에서 만든 A321, A320, A330, 그리고 보잉에서 만든 B767 등엔 이런 기능이 없습니다.

대신 높은 고도에선 비상구 작동이 불가하지만, 내·외부 압력차가 낮은 저고도에선 적은 힘으로 작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사고 항공기 기종은 A321 기종입니다. 특히 이 씨가 앉았던 31A좌석은 비상문이 안전벨트를 풀지 않고도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깝습니다.

A321의 내부 모습. 문이 열린 비상문과 31A 좌석(피의자 이 모씨 탑승 좌석)이 굉장히 가깝다.
국토부는 이 비상문을 여는 데까진 단 2초밖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특히 당시 비상문이 열린 213m 상공에선 20.4Kg의 힘으로 작동이 가능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비상구 작동 방법: 도어 커버를 젖히고 빨간색 레버 작동까지 약 2초가 소요된다.
■ 비상구 좌석 배정은 어떻게?… "특이사항 발견 안돼"

비상구 좌석은 일반석보다 다리 간격이 16㎝ 이상 넓어 '레그룸 좌석'으로 불려왔습니다. 상황에 따라선 추가금을 더 내고 구매하기도 해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요.

현행 항공법에서 비상구 좌석은 비상사태 시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 승객의 대피를 돕는 자리입니다.

이 때문에 다른 승객들의 탈출을 도울 수 있는 신체 건강한 만 15세 이상, 한국어나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승객에게 배정해왔습니다.

이 씨는 180㎝가 넘는 건장한 체격으로 비상구 좌석 배정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실제, 이 씨는 두 차례에 걸친 승객 검증 과정에서도 현재까지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비상구 좌석에 배정되는 승객은 보통 탑승 전과 후 승무원들의 확인을 받습니다.

먼저 탑승 전 발권 과정에서 비상 사태 시 협조 의사를 확인하고 신체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 등을 간단한 질문 절차 등을 통해 확인합니다.

탑승 후엔 승무원이 또다시 비상탈출임무 협조 의사 등을 묻고 비상구 조작법을 설명합니다.

비상구 좌석을 구매했거나 배정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해당 좌석 이용이 불가능한 승객이라고 판단되면 현장에서 임의로 좌석 배정을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씨는 발권과정에서의 비상구 좌석, 공황장애 여부 확인 등 안내·질의 절차는 물론 여객기 안에서 진행된 비상구 작동 금지 등 브리핑에서도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개선 방안은?…수리비만 6억 4천만 원

이번 경우처럼 비상구 좌석에 앉을 가능성이 큰 신체 건강한 젊은 사람이 비상문을 '일부러' 열었을 때 막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아시아나는 사고 직후 사고 기종인 A321 항공기 비상구 앞 좌석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만석일 경우에도 판매 중단 조치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이런 방식이 최선은 아니라는지적도 나옵니다.

비상 사태 발생 시 승객 대피 등 대처가 늦어질 수 있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국토부가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는 데, 과거 항공보안법 위반자 등 위험 승객은 특별 관리하는 방안입니다.

신체와 수하물을 집중 검색하고 비상구 등 특정 좌석 배정 금지, 기내에선 집중 모니터링을 하는 등의 방식입니다.

또, 승객의 범죄기록 정보 공유도 경찰청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보잉, 에어버스 등 여객기 제작사가 있는 미국과 유럽의 항공당국에 이번 사례를 알리고 운항 중 비상구 레버 커버를 열면 경고음이나 경고등이 작동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편, 국토부는 해당 항공기의 수리비를 약 6억 4천만 원으로 산정했습니다. 사고로 파손된 비상문과 슬라이드 등이 파손됐기 때문입니다.

국토부와 별개로 아시아나도 자체 피해액을 추산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나는 비상문을 강제로 개방한 승객 이 모씨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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