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월세에 갇힌 꿈…청년, 집을 포기하다

입력 2023.06.1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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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19회 II]월세에 갇힌 꿈... 청년, 집을 포기하다


[프롤로그]

꿈을 좇는 청춘들이 끝없이 모여드는 도시, 서울.

오종민/26살, 서울 기숙사 거주
"서울에 가면 선생님들도 더 잘할 것 같고 같이 있는 학생들도 더 잘할 것 같고."

이지욱/32살, 서울 전세 거주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너무 좋았어요. 저기 전시, 저기 미술관 많이 다녀봐야지…."

청년들의 땀과 열정을 머금고, 도시는 더욱 화려해지고 생기로 가득해집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이 밝아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정서형/25살, 서울 월세 거주
"집은 다소 작았고 채광 같은 것도 잘되지 않았어요. 빛이 없으니까 내가 감옥에 온 느낌?"

온세훈/26살, 서울 전세 거주
"살기만 하는 거죠, 숨만 쉬고. 모을 수 있는 돈도 적어지고 하니까 미래가 밝진 않죠. 서울살이에 더 기대하지 않게 됐어요."

두 발 편하게 뻗고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바라는 게 평범한 청년들에겐 욕심인 걸까요?

오종민/26살, 서울 기숙사 거주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내 집을 가질 수 있을까? 힘들 것 같아요."

대학 졸업을 앞둔 26살 오종민 씨가 서울에서 살고 있는 기숙사.대학 졸업을 앞둔 26살 오종민 씨가 서울에서 살고 있는 기숙사.

[VCR]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기숙사. 충북 출신 대학생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4학년 오종민 씨는 이곳에서 산 지 2년째입니다. 둘이서 방을 나눠 써야 하고 학교까지 한 시간 넘게 걸리지만 돌이켜보면, 좋았던 점만 떠오릅니다.

INT 오종민/26살, 서울 기숙사 거주
"기숙사비가 한 달에 25만 원 정도 나옵니다. 헬스장이나 당구장, 탁구장 같은 편의시설도 많고요. 기숙사비에 식비가 다 포함이 돼 있어서 자취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제 마지막 학기인데 졸업하고 나면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INT 오종민/26살, 서울 기숙사 거주
"졸업하게 되면 여름방학 유예 기간을 가지고 그 이후에 무조건 (기숙사를) 퇴사해야 해요. 제가 그렇게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라서…."


전세는 사기당할까 겁나고, 월세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 정부에서 지원하는 청년 주택에 도전하는 게 매일 아침의 일과가 됐습니다. 오늘도 하나 떴습니다.

INT 오종민/26살, 서울 기숙사 거주
"(보증금) 2,300만 원에 (월세) 33만 원 정도 나올 것 같아요. 위치가 너무 괜찮은 거 같아서."
(기자: 위치가 어디예요?) "서울 잠실인데"

청년 공공임대주택 예비 입주자 모집인데, 벌써 경쟁률이 300:1을 넘었습니다. 올해 초부터 신청한 공공임대주택 입주는 모두 떨어진 상황, 언제 입주할지 모를 예비입주자 모집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INT 오종민/26살, 서울 기숙사 거주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한 열 몇 명, 스무 명 정도 뽑는데 1,600명 지원하고 800명 지원하고.. 현재까지 열한 곳 지원했고요. 열 곳 떨어졌고 하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 비좁은 방 한 칸에 한 달 60만 원? 전세는 불안하고 월세는 치솟고... 오갈 데 없는 청년들

행운만 바라보며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종민 씨는 서울에서 원룸이 많다는 신림동으로 향했습니다.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50만 원 이하 방들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방은 부엌과 방이 분리된 형태의 원룸, 15㎡ 크기로 4.5평 정도입니다.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19만 원, 관리비 10만 원에 공과금은 따로 내야 합니다. 침대를 놓으면 꽉 찰 정도의 크기, 창을 열자 맞은편 건물 벽이 보입니다. 이 정도 방이 신림에서 평균 정도라는 게 공인중개사의 설명입니다.


이번엔 크기가 비슷해도 볕이 잘 드는 원룸에 가봤습니다. 전면 수리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월세가 훨씬 비쌌습니다.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 40만 원, 관리비가 18만 원입니다. 한 달 주거비만 60만 원에 달하는 겁니다. 종민 씨는 월세를 듣자마자 입주를 포기했습니다.

INT 신소희/공인중개사
"신림역이 작년에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정도가 평균이었으면 올해는 (보증금) 한 천만 원에 (월세) 60만 원 정도. 월세 10만 원은 더 오른 것 같아요."

INT 오종민/26살, 서울 기숙사 거주
"(월세, 관리비에) 거기다가 식비까지 합치면 두 배로 들 텐데. 하.. 느끼는 무게감이 정말 많이 차이 나는 것 같아요. 예전이 거의 깃털처럼 느껴질 정도로. 하루하루가 안 갔으면 좋겠어요."


■ 대학가 원룸촌 못 떠나는 직장인 청년들… "서울에 내 집 마련, 로또 당첨되지 않는 한 엄두 못 내요"


서울의 한 대학교 도서관 사서인 지욱 씨는 직장생활 6년 차입니다. 부산에 살다 서울로 올라온 건 2년 전, 더 넓은 곳에서 꿈을 펼쳐보고 싶었습니다.

INT 이지욱/32살, 서울 전세 거주
"(이직한 서울의 대학도서관은) 투입되는 예산이 많다 보니까 소장이나 구독하고 있는 자원들이 달라져요. 조금 더 저 스스로 개발하기 위해서 이직했습니다."


발전을 위해 택한 길이지만 서울살이는 예상보다 훨씬 팍팍했습니다. 지욱 씨가 서울에 올라와 자리 잡은 곳은 서울의 대표적인 대학가인 신촌의 낡은 원룸촌, 겨울에는 너무도 춥고 여름에는 더운 집이었습니다.

32살 이지욱 씨가 전세로 살고 있는 서울의 한 대학가 투룸.32살 이지욱 씨가 전세로 살고 있는 서울의 한 대학가 투룸.
INT 이지욱/32살, 서울 전세 거주
"(자취하는 집은) 낙후되어 있어요. 1층에 상가 건물 오래된 거고. 추울 때 너무 춥고 더울 때 너무 더운 그런 열악한 공간인 것 같아요. 겨울에는 7도, 막 5도 이래서 아무것도 (난방) 안 하면 그렇거든요. 그러다가 (보일러가) 고장 나고."

투룸 자취방의 전세가는 1억 7천만 원, 대출이 6천만 원입니다. 매달 이자에 공공요금까지... 생활비를 아무리 아껴도 저축할 수 있는 돈은 한 달 1백만 원 남짓, 언제 집을 사나 싶습니다.


INT 이지욱/32살, 서울 전세 거주
"월 나가는 (전세 대출) 이자만 26만 원 정도고 관리비 (공과금까지) 20만 원에...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 45~50만 원 정도. 35살에 저기에 있는 아파트 혹은 주거 단지가 형성되어 있는 괜찮은 곳 가야지라고 했는데 엄두는 안 나죠. 현실적으로 제가 로또에 걸리지 않는 한은 힘들죠."

INT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렌트 제너레이션*(Rent Generation)'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청년들 같은 경우에 자가로 쉽게 이행을 하지 못하고 평생을 세 들어 사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20대의 70~80%가 월세고 30대 같은 경우에도 월세 청년이 더 많아요. 노동을 통해서 힘들게 번 그 돈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로 지불하면서 살고 있는 상황인데 결국 이 부분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거죠."

(*제너레이션 렌트 Generation Rent: 소득으로 집값을 감당할 수 없고 주거 임대료 부담도 큰 세대)

■ 평생 세 들어 사는 세대, '제너레이션 렌트'...청년층의 미래? "수도권 청년 대부분 주거 부담 심각"

[스튜디오 토크]

남현종/9층시사국 MC
"평생 세 들어 산다는 ‘렌트 제너레이션’, 참 우리 사회에 부정적이고 씁쓸한 신조어들만 계속 나타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남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그동안 청년 주거 문제에 대해서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왔던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위원장님 모셔서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어떤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2030 청년 세대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지수/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실제로 보면 당장 월세 그리고 대출 이자를 한 달, 한 달 마련하는 것만으로 너무 벅찬 청년들이 많고요. 내 임금은 정체되어 있고 집값은 계속해서 오르고 저렴한 주거지들은 개발을 통해서 없어지는데 그 속도에 비해서 저렴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공공임대 같은 건 너무 부족하다 보니까 그러면 나는 주거 안정을 어떻게 꾀할 수 있나, 이런 불안들이 다들 너무 심각한 거죠."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이걸 보여주는 지표가 price to income ratio, 줄여서 PIR이라고 부르는 건데요. 한 해 소득과 비교해서 주택 가격이 몇 배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수도권의 PIR 지수가 2017년 7.9였는데 2021년에는 11.7로 해마다 가파르게 올랐거든요. 그러니까 주택 한 채를 사려면 한 푼도 안 쓰고 10년 이상 모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에 뉴욕과 런던의 PIR 지수는 7~8 수준이었고 캐나다 토론토는 우리와 비슷했거든요? 국제적으로 비교해 봐도 우리의 주거비 부담이 상당히 높다는 얘기고요. 특히 또 서울로 좁혀 보면 올해 1분기에 PIR 지수가 14.5까지 치솟았습니다.

지수/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그래서 수도권 청년 중에서 집을 갖고 있는 청년들은 사실 열에 하나 정도이고, 열에 여덟, 아홉은 전부 다 전·월세로 살고 있는 거죠."

남현종/9층시사국 MC
"그동안 정부에서 대출 지원이라든가 공공 임대 주택이라든가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놨을 텐데, 별다른 효과는 없는 건가요?"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청년층에게도 주거 복지 대책이 필요하다, 이런 인식이 생긴 것도 사실 한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게 청년층을 위한 공공 임대 주택이 행복 주택인데 이게 2013년부터 시작됐거든요. 그래서 이런 청년 주거 지원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보고 있는지 현장을 가봤습니다."


■ 청년 주거 지원 정책 늘었다지만... 수도권 집값 부담에 청년 대다수 주거 불안, 주거지원은 소수만

[VCR]

지난해 입주한 LH 청년 임대주택, 서울 송파구의 잠실 행복주택입니다.

LH의 서울 잠실 행복주택 14형 내부 모습LH의 서울 잠실 행복주택 14형 내부 모습
14㎡ 크기로, 주방과 욕실을 따로 갖춘 1인 가구용 거주시설입니다. 역세권에 위치했는데, 보증금 5천8백만 원에 월세는 27만 원 정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편이라 청년들의 수요가 높습니다.

하지만 이 행복주택은 전체 40가구 규모에 그치고, 이 중 청년층이 입주할 수 있는 방은 32개입니다.

INT 이승진/LH 서울본부 주거복지서비스부
"최근에 예비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대학생의 경우 거의 경쟁률이 300:1을 넘었습니다."

게다가 청년층의 경우 행복주택에 살 수 있는 기간은 6년으로 제한됩니다.


전국의 공공 임대주택은 170만 호가 넘지만, 청년이 살 수 있는 건 행복주택 정도, 공공임대의 6.3%에 그칩니다.

INT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공공 임대 주택은 여전히 청년들이 로또라고 얘기를 한다니까요. 그럴 정도로 굉장히 희소한 자원이어서 이걸 확대하는 게 필요한데 청년에 대해서는 공공 임대 주택도 6년만 주고. 이런 것들이 청년이 필요로 하는 만큼 충분히 공급돼 있다고 보기 어렵고요."

LH의 전세금 지원을 받아 26살 온세훈 씨가 살고 있는 서울 마포구의 한 원룸.LH의 전세금 지원을 받아 26살 온세훈 씨가 살고 있는 서울 마포구의 한 원룸.
공공임대 주택 공급이 부족 하다 보니, 민간임대에 대한 주거비 지원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울시 마포구의 한 5층 빌라 꼭대기 층. 자취생 온세훈 씨가 사는 곳입니다. 온 씨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LH의 전세 대출 지원을 받았습니다. LH가 전세금 약 1억 원을 대출해 준 덕분에 2%대 이자만 부담하고 있습니다.

INT 온세훈/26살, 서울 전세 거주
"(LH 지원을 받아서) 이 집을 1억 천만 원 주고 계약을 했어요. 월세 대출이자로만 딱 18만 원 나가고요. 서울은 조그마한 원룸 하나가 50만 원씩 해가지고 그거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지원을 받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전세금 1억 2천 이하의 방을 찾기 어려운데다,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온세훈/26살, 서울 전세 거주
"(LH 전세 지원을) 집주인들도 막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에요. 융자가 없어야지 이게 가능한 거라 거의 다 구옥밖에 안 돼요, 특히나 서울에서는. 이거보다 더 좁고 여기서 사람이 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그런 방들이 대부분이었고 아니면 진짜 햇빛이 아예 안 들거나."

겨우 찾은 곳이 식탁 펼칠 공간도 마땅치 않은 좁은 원룸입니다.


온세훈/26살, 서울 전세 거주
"짐을 일단 둘 데가 없고 공간 분리가 안 되는 게 불편해요. 제가 밥을 집에서 주로 해 먹는데 기름 바로 튀면 침대에 닿을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 공부하거나 작업을 하거나 그 공간과 밥을 먹는 공간과 잠을 자는 공간이 다 이 반경 안에서 이루어지다 보니까 그게 제일 불편한 것 같아요."

"직장인이 돼서까지 이렇게 조금 넓지 않은 방에서 살면 뭔가 스스로가 약간 처연해지지 않을까 해요."

■ 공공임대주택, 청년층은 하늘의 별 따기, 민간 임대료는 해마다 치솟아… 대책은?

[스튜디오 출연]

남현종/9층시사국 MC
"전세 지원을 받아도 시세가 워낙 높다 보니까 열악한 주거 환경을 벗어나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같은 경우 물량 자체가 적다 보니까 당첨되기가 정말 어렵네요."

지수/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공공 임대를 필요로 하는 청년들은 너무 많은데 그에 비해서 공급이 너무 부족하고 실제로 예산도 전세 임대 같은 경우에는 이미 1년 치가 끝나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그런 상황에서 많은 청년이 공공 임대보다는 일단 민간 임대에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민간 임대에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사실 직접적으로 월세를 지원하는 제도를 국가가 마련할 수 있거든요. 실제로 지금 하나*가 있기는 한데, 이게 생애 단 한 번, 그리고 1년 동안 20만 원만 지원하다 보니까 한계가 많습니다."

(*국토부 '청년 월세 특별 지원 사업': 만 19~34살 청년 생애 한 차례, 월세 20만 원씩 1년 지원. 한시적 지원 사업으로 1년만 진행, 올해 종료)

남현종/9층시사국 MC
"여러 가지 대책이 나오고는 있습니다만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직까지 역부족인 상황인 것 같습니다."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공공 임대를 비교해보면,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공공 임대 주택이 전체 주택에 비해서 한 8%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요. 네덜란드하고 오스트리아는 20~30% 정도입니다. 또 프랑스와 영국도 한 15% 안팎이어서 우리와 격차가 좀 크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또 이런 공공임대주택에는 고령층이나 장애인, 저소득층 같은 주거 약자들도 입주해야 하다 보니까 청년층이 들어갈 공공 임대 주택이 더 적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이런 일반적인 임대 주택을 벗어나서 도심에 사는 청년층에 특화된 이런 대안적인 공공 임대 주택이 시도되는 현장이 있어서 찾아가 봤습니다."

LH와 사회적기업이 만든 서울시 성북구의 청년 공공임대주택LH와 사회적기업이 만든 서울시 성북구의 청년 공공임대주택
■ 폐업한 호텔을 청년 공공임대주택으로? "주거난 심각한 도심, 청년 특화 공공주택 필요"

[VCR]

LH와 사회적기업이 만든 서울시 성북구의 한 청년 공공 임대주택. 정서형 씨는 이곳에 3년째 살고 있습니다.

청년 도심 공공임대주택 '안암생활' 복층형 원룸 내부청년 도심 공공임대주택 '안암생활' 복층형 원룸 내부

INT 정서형/청년 공공임대주택 입주민
"건물 자체에서 생활하는 데도 좋고 기타 부대시설도 좋은데 주변 환경도 되게 괜찮아요. 교통도 어디로도 갈 수 있는 그런 버스가 바로 정류장이 있고"

청년 도심 공공임대주택 '안암생활' 공용공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원룸 복도, 공용 서재와 회의실, 공용주방.청년 도심 공공임대주택 '안암생활' 공용공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원룸 복도, 공용 서재와 회의실, 공용주방.
폐업한 도심 호텔 방을 원룸 120개로 개조했고, 지하에는 주방과 작업실 등 다양한 공용 공간을 갖췄습니다.

INT 정서형/청년 공공임대주택 입주민
"쉴 때는 원룸에서 쉬고 마찬가지로 이런 공간을 활용해서 취업, 이직이라든지 아니면 다른 관심 분야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소모임 같은 것도 여기서 또 할 수도 있으니까 직장인에게도 괜찮을 거 같아요."

보증금 1백만 원에 관리비 등이 한 달 40만 원이 채 안 됩니다. 최대 8년까지 살 수 있는데 입주자 70%가 계약을 연장했고 대기자는 천여 명에 달합니다.
이런 유형의 주택은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가 될 수 있단 기대에 관련 연구도 늘고 있습니다.

INT 정소이/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청년의 임대 수요가 높은 주거난이 심한 도심 내에는 청년을 위한 특화적인 임대주택의 공급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현재로서는 도심 내에 청년만을 위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제도는 없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제도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민간 임대시장에 적절한 규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무조건 지원하자고 하면 이 문제는 계속 해결되지 않죠. 그러면 (월세) 30만 원이었던 집이 20만 원을 지원하면 이게 50만 원이 되거든요. 임대료에 대한 적절한 규제, 그리고 지원, 그리고 공공 임대 주택 공급, 이런 것들이 다 한 세트로 정책이 구성되어야 하는 거지, 어느 하나 삐끗하면 안 되는데…."


[에필로그]

열심히 일해 차곡차곡 돈을 모아 내 집 마련을 꿈꿔보는 것,
누군가에겐 당연했던 어제가 오늘의 청년들에게는 간절한 미래가 됐습니다.

이지욱/32살, 서울 전세 거주
"저 어릴 때 아버지가 작은 평수 아파트에서 큰 평수 가시고 계속 점프, 점프했거든요. 주거도 제가 경력을 쌓아서 좋은 데로 이직하듯이 돈을 많이 모으면 좋은 데로 이사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겠어요."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집을 가진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 간의 어떤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세대 간 타협이 안 되면서 그 청년 세대들이 택하는 방식은 아이를 낳지 않고, 결혼하지 않고 있어요. 청년들의 주거비 문제와 관련해서 이제라도 우리 사회의 정면 대응이 필요합니다.”

(끝)

취재기자: 차주하
외부촬영: 조선기 서영준
영상편집: 이상미
자료조사: 김세호
조연출: 유화영, 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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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층시사국] 월세에 갇힌 꿈…청년, 집을 포기하다
    • 입력 2023-06-11 23: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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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꿈을 좇는 청춘들이 끝없이 모여드는 도시, 서울.

오종민/26살, 서울 기숙사 거주
"서울에 가면 선생님들도 더 잘할 것 같고 같이 있는 학생들도 더 잘할 것 같고."

이지욱/32살, 서울 전세 거주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너무 좋았어요. 저기 전시, 저기 미술관 많이 다녀봐야지…."

청년들의 땀과 열정을 머금고, 도시는 더욱 화려해지고 생기로 가득해집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이 밝아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정서형/25살, 서울 월세 거주
"집은 다소 작았고 채광 같은 것도 잘되지 않았어요. 빛이 없으니까 내가 감옥에 온 느낌?"

온세훈/26살, 서울 전세 거주
"살기만 하는 거죠, 숨만 쉬고. 모을 수 있는 돈도 적어지고 하니까 미래가 밝진 않죠. 서울살이에 더 기대하지 않게 됐어요."

두 발 편하게 뻗고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바라는 게 평범한 청년들에겐 욕심인 걸까요?

오종민/26살, 서울 기숙사 거주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내 집을 가질 수 있을까? 힘들 것 같아요."

대학 졸업을 앞둔 26살 오종민 씨가 서울에서 살고 있는 기숙사.
[VCR]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기숙사. 충북 출신 대학생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4학년 오종민 씨는 이곳에서 산 지 2년째입니다. 둘이서 방을 나눠 써야 하고 학교까지 한 시간 넘게 걸리지만 돌이켜보면, 좋았던 점만 떠오릅니다.

INT 오종민/26살, 서울 기숙사 거주
"기숙사비가 한 달에 25만 원 정도 나옵니다. 헬스장이나 당구장, 탁구장 같은 편의시설도 많고요. 기숙사비에 식비가 다 포함이 돼 있어서 자취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제 마지막 학기인데 졸업하고 나면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INT 오종민/26살, 서울 기숙사 거주
"졸업하게 되면 여름방학 유예 기간을 가지고 그 이후에 무조건 (기숙사를) 퇴사해야 해요. 제가 그렇게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라서…."


전세는 사기당할까 겁나고, 월세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 정부에서 지원하는 청년 주택에 도전하는 게 매일 아침의 일과가 됐습니다. 오늘도 하나 떴습니다.

INT 오종민/26살, 서울 기숙사 거주
"(보증금) 2,300만 원에 (월세) 33만 원 정도 나올 것 같아요. 위치가 너무 괜찮은 거 같아서."
(기자: 위치가 어디예요?) "서울 잠실인데"

청년 공공임대주택 예비 입주자 모집인데, 벌써 경쟁률이 300:1을 넘었습니다. 올해 초부터 신청한 공공임대주택 입주는 모두 떨어진 상황, 언제 입주할지 모를 예비입주자 모집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INT 오종민/26살, 서울 기숙사 거주
"(공공임대주택 입주자) 한 열 몇 명, 스무 명 정도 뽑는데 1,600명 지원하고 800명 지원하고.. 현재까지 열한 곳 지원했고요. 열 곳 떨어졌고 하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 비좁은 방 한 칸에 한 달 60만 원? 전세는 불안하고 월세는 치솟고... 오갈 데 없는 청년들

행운만 바라보며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종민 씨는 서울에서 원룸이 많다는 신림동으로 향했습니다.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50만 원 이하 방들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방은 부엌과 방이 분리된 형태의 원룸, 15㎡ 크기로 4.5평 정도입니다.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19만 원, 관리비 10만 원에 공과금은 따로 내야 합니다. 침대를 놓으면 꽉 찰 정도의 크기, 창을 열자 맞은편 건물 벽이 보입니다. 이 정도 방이 신림에서 평균 정도라는 게 공인중개사의 설명입니다.


이번엔 크기가 비슷해도 볕이 잘 드는 원룸에 가봤습니다. 전면 수리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월세가 훨씬 비쌌습니다.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 40만 원, 관리비가 18만 원입니다. 한 달 주거비만 60만 원에 달하는 겁니다. 종민 씨는 월세를 듣자마자 입주를 포기했습니다.

INT 신소희/공인중개사
"신림역이 작년에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정도가 평균이었으면 올해는 (보증금) 한 천만 원에 (월세) 60만 원 정도. 월세 10만 원은 더 오른 것 같아요."

INT 오종민/26살, 서울 기숙사 거주
"(월세, 관리비에) 거기다가 식비까지 합치면 두 배로 들 텐데. 하.. 느끼는 무게감이 정말 많이 차이 나는 것 같아요. 예전이 거의 깃털처럼 느껴질 정도로. 하루하루가 안 갔으면 좋겠어요."


■ 대학가 원룸촌 못 떠나는 직장인 청년들… "서울에 내 집 마련, 로또 당첨되지 않는 한 엄두 못 내요"


서울의 한 대학교 도서관 사서인 지욱 씨는 직장생활 6년 차입니다. 부산에 살다 서울로 올라온 건 2년 전, 더 넓은 곳에서 꿈을 펼쳐보고 싶었습니다.

INT 이지욱/32살, 서울 전세 거주
"(이직한 서울의 대학도서관은) 투입되는 예산이 많다 보니까 소장이나 구독하고 있는 자원들이 달라져요. 조금 더 저 스스로 개발하기 위해서 이직했습니다."


발전을 위해 택한 길이지만 서울살이는 예상보다 훨씬 팍팍했습니다. 지욱 씨가 서울에 올라와 자리 잡은 곳은 서울의 대표적인 대학가인 신촌의 낡은 원룸촌, 겨울에는 너무도 춥고 여름에는 더운 집이었습니다.

32살 이지욱 씨가 전세로 살고 있는 서울의 한 대학가 투룸. INT 이지욱/32살, 서울 전세 거주
"(자취하는 집은) 낙후되어 있어요. 1층에 상가 건물 오래된 거고. 추울 때 너무 춥고 더울 때 너무 더운 그런 열악한 공간인 것 같아요. 겨울에는 7도, 막 5도 이래서 아무것도 (난방) 안 하면 그렇거든요. 그러다가 (보일러가) 고장 나고."

투룸 자취방의 전세가는 1억 7천만 원, 대출이 6천만 원입니다. 매달 이자에 공공요금까지... 생활비를 아무리 아껴도 저축할 수 있는 돈은 한 달 1백만 원 남짓, 언제 집을 사나 싶습니다.


INT 이지욱/32살, 서울 전세 거주
"월 나가는 (전세 대출) 이자만 26만 원 정도고 관리비 (공과금까지) 20만 원에...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 45~50만 원 정도. 35살에 저기에 있는 아파트 혹은 주거 단지가 형성되어 있는 괜찮은 곳 가야지라고 했는데 엄두는 안 나죠. 현실적으로 제가 로또에 걸리지 않는 한은 힘들죠."

INT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렌트 제너레이션*(Rent Generation)'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청년들 같은 경우에 자가로 쉽게 이행을 하지 못하고 평생을 세 들어 사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20대의 70~80%가 월세고 30대 같은 경우에도 월세 청년이 더 많아요. 노동을 통해서 힘들게 번 그 돈의 상당 부분을 주거비로 지불하면서 살고 있는 상황인데 결국 이 부분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거죠."

(*제너레이션 렌트 Generation Rent: 소득으로 집값을 감당할 수 없고 주거 임대료 부담도 큰 세대)

■ 평생 세 들어 사는 세대, '제너레이션 렌트'...청년층의 미래? "수도권 청년 대부분 주거 부담 심각"

[스튜디오 토크]

남현종/9층시사국 MC
"평생 세 들어 산다는 ‘렌트 제너레이션’, 참 우리 사회에 부정적이고 씁쓸한 신조어들만 계속 나타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남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그동안 청년 주거 문제에 대해서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왔던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위원장님 모셔서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런 현상들이 어떤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라 2030 청년 세대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지수/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실제로 보면 당장 월세 그리고 대출 이자를 한 달, 한 달 마련하는 것만으로 너무 벅찬 청년들이 많고요. 내 임금은 정체되어 있고 집값은 계속해서 오르고 저렴한 주거지들은 개발을 통해서 없어지는데 그 속도에 비해서 저렴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공공임대 같은 건 너무 부족하다 보니까 그러면 나는 주거 안정을 어떻게 꾀할 수 있나, 이런 불안들이 다들 너무 심각한 거죠."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이걸 보여주는 지표가 price to income ratio, 줄여서 PIR이라고 부르는 건데요. 한 해 소득과 비교해서 주택 가격이 몇 배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수도권의 PIR 지수가 2017년 7.9였는데 2021년에는 11.7로 해마다 가파르게 올랐거든요. 그러니까 주택 한 채를 사려면 한 푼도 안 쓰고 10년 이상 모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에 뉴욕과 런던의 PIR 지수는 7~8 수준이었고 캐나다 토론토는 우리와 비슷했거든요? 국제적으로 비교해 봐도 우리의 주거비 부담이 상당히 높다는 얘기고요. 특히 또 서울로 좁혀 보면 올해 1분기에 PIR 지수가 14.5까지 치솟았습니다.

지수/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그래서 수도권 청년 중에서 집을 갖고 있는 청년들은 사실 열에 하나 정도이고, 열에 여덟, 아홉은 전부 다 전·월세로 살고 있는 거죠."

남현종/9층시사국 MC
"그동안 정부에서 대출 지원이라든가 공공 임대 주택이라든가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놨을 텐데, 별다른 효과는 없는 건가요?"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청년층에게도 주거 복지 대책이 필요하다, 이런 인식이 생긴 것도 사실 한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게 청년층을 위한 공공 임대 주택이 행복 주택인데 이게 2013년부터 시작됐거든요. 그래서 이런 청년 주거 지원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보고 있는지 현장을 가봤습니다."


■ 청년 주거 지원 정책 늘었다지만... 수도권 집값 부담에 청년 대다수 주거 불안, 주거지원은 소수만

[VCR]

지난해 입주한 LH 청년 임대주택, 서울 송파구의 잠실 행복주택입니다.

LH의 서울 잠실 행복주택 14형 내부 모습14㎡ 크기로, 주방과 욕실을 따로 갖춘 1인 가구용 거주시설입니다. 역세권에 위치했는데, 보증금 5천8백만 원에 월세는 27만 원 정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편이라 청년들의 수요가 높습니다.

하지만 이 행복주택은 전체 40가구 규모에 그치고, 이 중 청년층이 입주할 수 있는 방은 32개입니다.

INT 이승진/LH 서울본부 주거복지서비스부
"최근에 예비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대학생의 경우 거의 경쟁률이 300:1을 넘었습니다."

게다가 청년층의 경우 행복주택에 살 수 있는 기간은 6년으로 제한됩니다.


전국의 공공 임대주택은 170만 호가 넘지만, 청년이 살 수 있는 건 행복주택 정도, 공공임대의 6.3%에 그칩니다.

INT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공공 임대 주택은 여전히 청년들이 로또라고 얘기를 한다니까요. 그럴 정도로 굉장히 희소한 자원이어서 이걸 확대하는 게 필요한데 청년에 대해서는 공공 임대 주택도 6년만 주고. 이런 것들이 청년이 필요로 하는 만큼 충분히 공급돼 있다고 보기 어렵고요."

LH의 전세금 지원을 받아 26살 온세훈 씨가 살고 있는 서울 마포구의 한 원룸.공공임대 주택 공급이 부족 하다 보니, 민간임대에 대한 주거비 지원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울시 마포구의 한 5층 빌라 꼭대기 층. 자취생 온세훈 씨가 사는 곳입니다. 온 씨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LH의 전세 대출 지원을 받았습니다. LH가 전세금 약 1억 원을 대출해 준 덕분에 2%대 이자만 부담하고 있습니다.

INT 온세훈/26살, 서울 전세 거주
"(LH 지원을 받아서) 이 집을 1억 천만 원 주고 계약을 했어요. 월세 대출이자로만 딱 18만 원 나가고요. 서울은 조그마한 원룸 하나가 50만 원씩 해가지고 그거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지원을 받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전세금 1억 2천 이하의 방을 찾기 어려운데다,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온세훈/26살, 서울 전세 거주
"(LH 전세 지원을) 집주인들도 막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에요. 융자가 없어야지 이게 가능한 거라 거의 다 구옥밖에 안 돼요, 특히나 서울에서는. 이거보다 더 좁고 여기서 사람이 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그런 방들이 대부분이었고 아니면 진짜 햇빛이 아예 안 들거나."

겨우 찾은 곳이 식탁 펼칠 공간도 마땅치 않은 좁은 원룸입니다.


온세훈/26살, 서울 전세 거주
"짐을 일단 둘 데가 없고 공간 분리가 안 되는 게 불편해요. 제가 밥을 집에서 주로 해 먹는데 기름 바로 튀면 침대에 닿을까 봐 걱정되기도 하고. 공부하거나 작업을 하거나 그 공간과 밥을 먹는 공간과 잠을 자는 공간이 다 이 반경 안에서 이루어지다 보니까 그게 제일 불편한 것 같아요."

"직장인이 돼서까지 이렇게 조금 넓지 않은 방에서 살면 뭔가 스스로가 약간 처연해지지 않을까 해요."

■ 공공임대주택, 청년층은 하늘의 별 따기, 민간 임대료는 해마다 치솟아… 대책은?

[스튜디오 출연]

남현종/9층시사국 MC
"전세 지원을 받아도 시세가 워낙 높다 보니까 열악한 주거 환경을 벗어나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같은 경우 물량 자체가 적다 보니까 당첨되기가 정말 어렵네요."

지수/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공공 임대를 필요로 하는 청년들은 너무 많은데 그에 비해서 공급이 너무 부족하고 실제로 예산도 전세 임대 같은 경우에는 이미 1년 치가 끝나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그런 상황에서 많은 청년이 공공 임대보다는 일단 민간 임대에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민간 임대에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사실 직접적으로 월세를 지원하는 제도를 국가가 마련할 수 있거든요. 실제로 지금 하나*가 있기는 한데, 이게 생애 단 한 번, 그리고 1년 동안 20만 원만 지원하다 보니까 한계가 많습니다."

(*국토부 '청년 월세 특별 지원 사업': 만 19~34살 청년 생애 한 차례, 월세 20만 원씩 1년 지원. 한시적 지원 사업으로 1년만 진행, 올해 종료)

남현종/9층시사국 MC
"여러 가지 대책이 나오고는 있습니다만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직까지 역부족인 상황인 것 같습니다."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공공 임대를 비교해보면,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공공 임대 주택이 전체 주택에 비해서 한 8%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요. 네덜란드하고 오스트리아는 20~30% 정도입니다. 또 프랑스와 영국도 한 15% 안팎이어서 우리와 격차가 좀 크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또 이런 공공임대주택에는 고령층이나 장애인, 저소득층 같은 주거 약자들도 입주해야 하다 보니까 청년층이 들어갈 공공 임대 주택이 더 적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이런 일반적인 임대 주택을 벗어나서 도심에 사는 청년층에 특화된 이런 대안적인 공공 임대 주택이 시도되는 현장이 있어서 찾아가 봤습니다."

LH와 사회적기업이 만든 서울시 성북구의 청년 공공임대주택 ■ 폐업한 호텔을 청년 공공임대주택으로? "주거난 심각한 도심, 청년 특화 공공주택 필요"

[VCR]

LH와 사회적기업이 만든 서울시 성북구의 한 청년 공공 임대주택. 정서형 씨는 이곳에 3년째 살고 있습니다.

청년 도심 공공임대주택 '안암생활' 복층형 원룸 내부
INT 정서형/청년 공공임대주택 입주민
"건물 자체에서 생활하는 데도 좋고 기타 부대시설도 좋은데 주변 환경도 되게 괜찮아요. 교통도 어디로도 갈 수 있는 그런 버스가 바로 정류장이 있고"

청년 도심 공공임대주택 '안암생활' 공용공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원룸 복도, 공용 서재와 회의실, 공용주방. 폐업한 도심 호텔 방을 원룸 120개로 개조했고, 지하에는 주방과 작업실 등 다양한 공용 공간을 갖췄습니다.

INT 정서형/청년 공공임대주택 입주민
"쉴 때는 원룸에서 쉬고 마찬가지로 이런 공간을 활용해서 취업, 이직이라든지 아니면 다른 관심 분야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는 소모임 같은 것도 여기서 또 할 수도 있으니까 직장인에게도 괜찮을 거 같아요."

보증금 1백만 원에 관리비 등이 한 달 40만 원이 채 안 됩니다. 최대 8년까지 살 수 있는데 입주자 70%가 계약을 연장했고 대기자는 천여 명에 달합니다.
이런 유형의 주택은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가 될 수 있단 기대에 관련 연구도 늘고 있습니다.

INT 정소이/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청년의 임대 수요가 높은 주거난이 심한 도심 내에는 청년을 위한 특화적인 임대주택의 공급이 별도로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현재로서는 도심 내에 청년만을 위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제도는 없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제도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민간 임대시장에 적절한 규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무조건 지원하자고 하면 이 문제는 계속 해결되지 않죠. 그러면 (월세) 30만 원이었던 집이 20만 원을 지원하면 이게 50만 원이 되거든요. 임대료에 대한 적절한 규제, 그리고 지원, 그리고 공공 임대 주택 공급, 이런 것들이 다 한 세트로 정책이 구성되어야 하는 거지, 어느 하나 삐끗하면 안 되는데…."


[에필로그]

열심히 일해 차곡차곡 돈을 모아 내 집 마련을 꿈꿔보는 것,
누군가에겐 당연했던 어제가 오늘의 청년들에게는 간절한 미래가 됐습니다.

이지욱/32살, 서울 전세 거주
"저 어릴 때 아버지가 작은 평수 아파트에서 큰 평수 가시고 계속 점프, 점프했거든요. 주거도 제가 경력을 쌓아서 좋은 데로 이직하듯이 돈을 많이 모으면 좋은 데로 이사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겠어요."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집을 가진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 간의 어떤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세대 간 타협이 안 되면서 그 청년 세대들이 택하는 방식은 아이를 낳지 않고, 결혼하지 않고 있어요. 청년들의 주거비 문제와 관련해서 이제라도 우리 사회의 정면 대응이 필요합니다.”

(끝)

취재기자: 차주하
외부촬영: 조선기 서영준
영상편집: 이상미
자료조사: 김세호
조연출: 유화영, 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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