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하면 이미 늦어…산사태 예보제 강화

입력 2023.06.12 (14:54) 수정 2023.06.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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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은 오늘(12일) '전국 산사태 방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주민 대피 시간 확보를 위해 24시간 전 제공하던 산사태 예측정보를 48시간 전까지로 앞당겨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산사태는 그만큼 정확한 예측과 신속한 예보가 절대적인 자연재해입니다. 곧 다가올 집중 호우와 장마, 태풍 그리고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는 산사태 대비 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토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강원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 한 채를 덮쳐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강원 횡성은 산사태 경보가 내려진 곳이었다.지난해 8월 강원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 한 채를 덮쳐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강원 횡성은 산사태 경보가 내려진 곳이었다.

■지난해 산사태 1,278건...올해 20년 만에 '5월 산사태'까지

지난해 산사태는 1,278건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습니다. 민가 등에 덮칠 경우 인명피해를 발생시키는 대표적인 재해인 탓에 그 건수가 더 커 보입니다.

2020년엔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역대 최장' 장마에 폭우로 사망한 사람은 42명이었는데, 이 중 9명이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였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축대 붕괴 등을 포함한 복합적인 사고를 포함하면 23명이 산사태의 희생자"라고도 보고 있습니다.

여기다 올해 '엘니뇨' 등을 고려하면 올 여름 폭포 같은 비를 예고하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전체 산사태 피해의 81%가 7, 8월에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20여 년 만에 '5월 산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집중 호우의 또 다른 위험인 산사태가 언제든지 덮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산사태 모식도. 암반층 위로 덮인 토양층에서 쓸려 내려가는 힘이 커질 수록 불안정성이 높아진다. 많은 양의 빗물이 모일수록 쓸려 내려가는 힘이 커진다.산사태 모식도. 암반층 위로 덮인 토양층에서 쓸려 내려가는 힘이 커질 수록 불안정성이 높아진다. 많은 양의 빗물이 모일수록 쓸려 내려가는 힘이 커진다.

■산사태 위험 ① 설마하는 방심…산사태 경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간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면 기상특보로 '호의주의보'나 '호우경보'를 자세히 살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자주 놓치는 위험이 '산사태 위기경보'와 '산사태 예보'입니다.

산사태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나뉘는 것으로 산림청에서 발표합니다. 산사태 예보는 '주의보-경보'로 지자체에서 발표합니다.

이 중에서 지역별로 내려지는 '산사태 경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 시점엔 산사태 취약지역에 있는 주민이라면 대피해야합니다.

실제로 산사태 경보는 토양이 더 이상 물을 머금고 버티지 못하는 수준, 포화상태에 이를 때 발령되기 때문입니다. 산사태 주의보는 '토양함수지수'가 80%, 산사태 경보는 100% 때 발령됩니다.

가로, 세로, 높이 1m짜리 상자에만 물을 채워도 1톤, 1,000kg입니다. 산에 있는 흙 전체를 빗물로 채우면 엄청난 무게겠죠. 흙만 있던 산에 많은 양의 빗물까지 100% 채워져 있으니 하중을 이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산사태 위험이 가장 커진 순간입니다.

때문에 땅 속에서 물이 갑자기 샘솟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나무가 흔들리고 산울림이나 땅울림이 들린다면 산사태의 조짐으로 봐야합니다.

산림청 조사 결과 주민 1명이 사망한 지난해 8월 횡성군 산사태는 ‘태양광 발전시설 터의 지반·지형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산림청 조사 결과 주민 1명이 사망한 지난해 8월 횡성군 산사태는 ‘태양광 발전시설 터의 지반·지형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사태 위험 ② 관리 구멍…관리 주체 제각각

또 하나의 우려되는 점은 '산지 태양광'입니다. 산지 소유주들에게 인기를 끌며 도처에 산지 태양광이 개발됐는데, 여기서 산사태가 쉽게 날 수 있습니다.

토지 종류를 바꿀 수 있었던 것이 큰 '투자 매력'이었습니다. 임야→잡종지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땅값을 올리는 방법의 하나였던 것입니다. 다만, 2018년 12월부터 금지돼 지금은 안 되는 방식입니다.

이렇다 보니 똑같은 산지 태양광도 관장하는 부처가 다릅니다. 2018년 전엔 산업부가 관리하고, 이후엔 '임야'에 있는 태양광을 산림청이 관리합니다.

전체 산사태 관리도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산림청에서 취합하는 '산사태 취약지역'이 2만 6천여 곳인데,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급경사지'가 1만 5천여 곳입니다. 국토부가 관리하는 '절개지'는 또 따로 있습니다.

당연히 산사태 관리에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관리 체계가 복잡할수록 사고 위험은 커지기 쉽습니다.

■산사태 위험 ③ 무관심…대피장소 미리 찾아두세요. 비 오기 전엔 '배수로 정비'

개인이 해볼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먼저 대피장소 사전 확인입니다. 미리 어디로 갈지만 정해둬도 인명피해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마을회관 등 대피소를 꺼리는 주민들은 미리 친척집 등에 양해를 구하고 비가 오기 시작하면 대피를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 비가 오기 전이라면, 할 일이 있습니다. 잘 점검해야 할 대상은 '배수로'입니다. 배수로가 흙더미 등에 막혀있지는 않은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서 힘들다면, 주민센터 등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또 '스마트산림재해'라는 앱에서 산사태 예보 등 자세한 정보를 참고하는 것도 좋습니다.

남성현 산림청장이 12일 정부대전청사에서 ‘2023년 산사태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남성현 산림청장이 12일 정부대전청사에서 ‘2023년 산사태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빨라진 산사태 예보…효과는?

산사태는 발생하는 순간, 대비하기엔 이미 늦습니다. 대피할 '시간'을 벌기 위해선 예보가 필수입니다. 올해는 시간을 조금 더 벌 수 있게 됐습니다. 산림청이 산사태 예측정보 제공 시간을 48시간 전까지 앞당기기 때문입니다. 2일 뒤의 산사태를 예측한다는 겁니다.
빅데이터와 예측 기술을 발달로 예보 제공 시간도 점점 개선됐습니다. 2021년 전에는 불과 1시간 전에 예보를 제공했지만, 2021년에 들어와 '12시간 전'으로 지난해엔 24시간 전으로 제공시간을 앞당겼습니다. 올해는 48시간 전까지 앞당겨 대피 시간을 충분히 주도록 개선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도 산사태가 어디서 날지 알기 쉬운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발생한 산사태 중에 산림청이 예측한 산사태가 30% 정도입니다. 비가 국지적으로 많이 오는 경우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48시간 전 예보에 따라 정확도가 낮아지더라도 일단 피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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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생하면 이미 늦어…산사태 예보제 강화
    • 입력 2023-06-12 14:54:01
    • 수정2023-06-12 17: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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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은 오늘(12일) '전국 산사태 방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주민 대피 시간 확보를 위해 24시간 전 제공하던 산사태 예측정보를 48시간 전까지로 앞당겨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산사태는 그만큼 정확한 예측과 신속한 예보가 절대적인 자연재해입니다. 곧 다가올 집중 호우와 장마, 태풍 그리고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는 산사태 대비 체계를 다시 한번 점검토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강원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 한 채를 덮쳐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강원 횡성은 산사태 경보가 내려진 곳이었다.
■지난해 산사태 1,278건...올해 20년 만에 '5월 산사태'까지

지난해 산사태는 1,278건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습니다. 민가 등에 덮칠 경우 인명피해를 발생시키는 대표적인 재해인 탓에 그 건수가 더 커 보입니다.

2020년엔 두 달 가까이 이어진 '역대 최장' 장마에 폭우로 사망한 사람은 42명이었는데, 이 중 9명이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였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축대 붕괴 등을 포함한 복합적인 사고를 포함하면 23명이 산사태의 희생자"라고도 보고 있습니다.

여기다 올해 '엘니뇨' 등을 고려하면 올 여름 폭포 같은 비를 예고하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전체 산사태 피해의 81%가 7, 8월에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20여 년 만에 '5월 산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집중 호우의 또 다른 위험인 산사태가 언제든지 덮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산사태 모식도. 암반층 위로 덮인 토양층에서 쓸려 내려가는 힘이 커질 수록 불안정성이 높아진다. 많은 양의 빗물이 모일수록 쓸려 내려가는 힘이 커진다.
■산사태 위험 ① 설마하는 방심…산사태 경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간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하면 기상특보로 '호의주의보'나 '호우경보'를 자세히 살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자주 놓치는 위험이 '산사태 위기경보'와 '산사태 예보'입니다.

산사태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나뉘는 것으로 산림청에서 발표합니다. 산사태 예보는 '주의보-경보'로 지자체에서 발표합니다.

이 중에서 지역별로 내려지는 '산사태 경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 시점엔 산사태 취약지역에 있는 주민이라면 대피해야합니다.

실제로 산사태 경보는 토양이 더 이상 물을 머금고 버티지 못하는 수준, 포화상태에 이를 때 발령되기 때문입니다. 산사태 주의보는 '토양함수지수'가 80%, 산사태 경보는 100% 때 발령됩니다.

가로, 세로, 높이 1m짜리 상자에만 물을 채워도 1톤, 1,000kg입니다. 산에 있는 흙 전체를 빗물로 채우면 엄청난 무게겠죠. 흙만 있던 산에 많은 양의 빗물까지 100% 채워져 있으니 하중을 이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산사태 위험이 가장 커진 순간입니다.

때문에 땅 속에서 물이 갑자기 샘솟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나무가 흔들리고 산울림이나 땅울림이 들린다면 산사태의 조짐으로 봐야합니다.

산림청 조사 결과 주민 1명이 사망한 지난해 8월 횡성군 산사태는 ‘태양광 발전시설 터의 지반·지형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산사태 위험 ② 관리 구멍…관리 주체 제각각

또 하나의 우려되는 점은 '산지 태양광'입니다. 산지 소유주들에게 인기를 끌며 도처에 산지 태양광이 개발됐는데, 여기서 산사태가 쉽게 날 수 있습니다.

토지 종류를 바꿀 수 있었던 것이 큰 '투자 매력'이었습니다. 임야→잡종지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땅값을 올리는 방법의 하나였던 것입니다. 다만, 2018년 12월부터 금지돼 지금은 안 되는 방식입니다.

이렇다 보니 똑같은 산지 태양광도 관장하는 부처가 다릅니다. 2018년 전엔 산업부가 관리하고, 이후엔 '임야'에 있는 태양광을 산림청이 관리합니다.

전체 산사태 관리도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산림청에서 취합하는 '산사태 취약지역'이 2만 6천여 곳인데,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급경사지'가 1만 5천여 곳입니다. 국토부가 관리하는 '절개지'는 또 따로 있습니다.

당연히 산사태 관리에 구멍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관리 체계가 복잡할수록 사고 위험은 커지기 쉽습니다.

■산사태 위험 ③ 무관심…대피장소 미리 찾아두세요. 비 오기 전엔 '배수로 정비'

개인이 해볼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먼저 대피장소 사전 확인입니다. 미리 어디로 갈지만 정해둬도 인명피해는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마을회관 등 대피소를 꺼리는 주민들은 미리 친척집 등에 양해를 구하고 비가 오기 시작하면 대피를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 비가 오기 전이라면, 할 일이 있습니다. 잘 점검해야 할 대상은 '배수로'입니다. 배수로가 흙더미 등에 막혀있지는 않은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서 힘들다면, 주민센터 등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또 '스마트산림재해'라는 앱에서 산사태 예보 등 자세한 정보를 참고하는 것도 좋습니다.

남성현 산림청장이 12일 정부대전청사에서 ‘2023년 산사태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빨라진 산사태 예보…효과는?

산사태는 발생하는 순간, 대비하기엔 이미 늦습니다. 대피할 '시간'을 벌기 위해선 예보가 필수입니다. 올해는 시간을 조금 더 벌 수 있게 됐습니다. 산림청이 산사태 예측정보 제공 시간을 48시간 전까지 앞당기기 때문입니다. 2일 뒤의 산사태를 예측한다는 겁니다.
빅데이터와 예측 기술을 발달로 예보 제공 시간도 점점 개선됐습니다. 2021년 전에는 불과 1시간 전에 예보를 제공했지만, 2021년에 들어와 '12시간 전'으로 지난해엔 24시간 전으로 제공시간을 앞당겼습니다. 올해는 48시간 전까지 앞당겨 대피 시간을 충분히 주도록 개선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도 산사태가 어디서 날지 알기 쉬운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발생한 산사태 중에 산림청이 예측한 산사태가 30% 정도입니다. 비가 국지적으로 많이 오는 경우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48시간 전 예보에 따라 정확도가 낮아지더라도 일단 피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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