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장마’ 시작됐는데…북한, ‘천리마’ 또 쏠까?

입력 2023.06.12 (15:12) 수정 2023.06.1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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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한 발사체의 발사 시점 예고 기간(지난달 31일 0시~지난 11일 0시)이 지났습니다. 앞서 북한은 예고 기간 첫날인 지난달 31일 오전 6시 반쯤 1차 발사에 나섰지만 실패했고, 그 뒤 가급적 빠른 기간 내 추가 발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지만 일단 이 기간 중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북한은 국제해사기구(IMO)가 북한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문을 채택한 것을 계기로, 다음 발사 때는 사전에 예고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인데요. 때문에 다음 발사가 언제가 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동창리 기존 발사대서 새 움직임 포착…'액체연료' 엔진 실험?

그 사이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토대로, 기존 발사대의 수직 엔진 시험대에서 액체연료 엔진 시험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서해위성발사장 수직 엔진 시험대 근처에 차량들이 모여 있는 모습. / 출처 : ‘플래닛 랩스’서해위성발사장 수직 엔진 시험대 근처에 차량들이 모여 있는 모습. / 출처 : ‘플래닛 랩스’

개폐식 보호 시설이 시험대와 계류장을 연결하는 경사로로 옮겨졌고, 기존에 없었던 차량 4~5대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개폐식 보호 시설은 액체연료 엔진 시험 등을 준비할 때 장비와 인력을 보호하고, 특히 위성 사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용도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체는 북한이 시험을 진행할 때 보통 이 개폐식 보호 시설을 시험대 가까이로 옮긴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1일 관영매체를 통해 발사 실패 소식을 전하면서 "신형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1형'에 도입된 엔진 체계의 신뢰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 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엔진'과 '연료'를 실패 원인으로 진단한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작업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정부 "적절한 대비 태세 유지"…미군도 정찰기 통해 감시

정부도 계속해서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발사 예고 기간은 어제(11일)로 끝났지만, 적절한 수준의 대비 태세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또 정부는 한미일 3국이 북한의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최대한 빨리 가동하도록 실무 협의에도 나설 방침입니다. 앞서 한미일 3국 국방장관은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 이른바 '샹그릴라 대화'에서 회담을 갖고 올해 안에 이 정보 공유 체계를 만들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미군 역시 지난주 서해상 등에 공군 정찰기를 전개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북한의 우주발사체 추가 발사 관련 동향을 집중 감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 변수는 '기술적 문제'·'장마'…"이달 중에도 발사 가능성"

그렇다면 북한은 언제쯤 추가 발사를 감행할까요.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직접 언급한 '기술적 문제'를 가장 큰 변수로 꼽습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신형 엔진의 신뢰성과 안정성이 부족했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볼 때 지상에서 충분한 검증 시험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연료의 불안정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이는 분명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연료와 산화제의 조합을 바꿨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천리마 1형과 2형으로 추정되는 두 발사체의 모습. / 출처 :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천리마 1형과 2형으로 추정되는 두 발사체의 모습. / 출처 :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그러면서 "이 '천리마-1형'의 기술적 문제를 이번 달 안에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빠르게 추가 발사를 추진한다면, 동시에 개발했을 것으로 보이는 중대형 발사체('천리마-2형' 추정)를 이용해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여름이 될수록 장마 등 기상 요인도 큰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0일, 초여름 장마인 '보리장마'가 이미 시작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체는 서해위성발사장이 위치한 서해안 지역은 오는 13일쯤까지, 북부 내륙과 동해안 지역에선 15일쯤까지 계속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며 20일 즈음까지는 불안정한 대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위성 발사는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당분간 불리한 기상 조건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는 추가 발사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반면 북한이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인 이른바 '전승절(7월 27일)' 전, 이르면 이달 안에 발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하반기부터는 경제 문제, 그리고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에 집중하려는 측면 등을 비춰볼 때 이달 중 2차 발사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전망한다"며 "북·중 관계, 그리고 정상 국가 표방을 위해 정치와 분리된 스포츠를 중시하는 전략적 상황으로 봤을 때 7월까지 2차 발사를 늦추면 오히려 북·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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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북한은 국제해사기구(IMO)가 북한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문을 채택한 것을 계기로, 다음 발사 때는 사전에 예고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인데요. 때문에 다음 발사가 언제가 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동창리 기존 발사대서 새 움직임 포착…'액체연료' 엔진 실험?

그 사이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토대로, 기존 발사대의 수직 엔진 시험대에서 액체연료 엔진 시험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서해위성발사장 수직 엔진 시험대 근처에 차량들이 모여 있는 모습. / 출처 : ‘플래닛 랩스’
개폐식 보호 시설이 시험대와 계류장을 연결하는 경사로로 옮겨졌고, 기존에 없었던 차량 4~5대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개폐식 보호 시설은 액체연료 엔진 시험 등을 준비할 때 장비와 인력을 보호하고, 특히 위성 사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등의 용도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매체는 북한이 시험을 진행할 때 보통 이 개폐식 보호 시설을 시험대 가까이로 옮긴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1일 관영매체를 통해 발사 실패 소식을 전하면서 "신형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1형'에 도입된 엔진 체계의 신뢰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 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엔진'과 '연료'를 실패 원인으로 진단한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작업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정부 "적절한 대비 태세 유지"…미군도 정찰기 통해 감시

정부도 계속해서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발사 예고 기간은 어제(11일)로 끝났지만, 적절한 수준의 대비 태세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또 정부는 한미일 3국이 북한의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최대한 빨리 가동하도록 실무 협의에도 나설 방침입니다. 앞서 한미일 3국 국방장관은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 이른바 '샹그릴라 대화'에서 회담을 갖고 올해 안에 이 정보 공유 체계를 만들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미군 역시 지난주 서해상 등에 공군 정찰기를 전개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북한의 우주발사체 추가 발사 관련 동향을 집중 감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 변수는 '기술적 문제'·'장마'…"이달 중에도 발사 가능성"

그렇다면 북한은 언제쯤 추가 발사를 감행할까요.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직접 언급한 '기술적 문제'를 가장 큰 변수로 꼽습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신형 엔진의 신뢰성과 안정성이 부족했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볼 때 지상에서 충분한 검증 시험을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연료의 불안정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이는 분명 성능을 높이기 위해 연료와 산화제의 조합을 바꿨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천리마 1형과 2형으로 추정되는 두 발사체의 모습. / 출처 :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그러면서 "이 '천리마-1형'의 기술적 문제를 이번 달 안에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빠르게 추가 발사를 추진한다면, 동시에 개발했을 것으로 보이는 중대형 발사체('천리마-2형' 추정)를 이용해 발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여름이 될수록 장마 등 기상 요인도 큰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0일, 초여름 장마인 '보리장마'가 이미 시작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매체는 서해위성발사장이 위치한 서해안 지역은 오는 13일쯤까지, 북부 내륙과 동해안 지역에선 15일쯤까지 계속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며 20일 즈음까지는 불안정한 대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위성 발사는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당분간 불리한 기상 조건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는 추가 발사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반면 북한이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인 이른바 '전승절(7월 27일)' 전, 이르면 이달 안에 발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하반기부터는 경제 문제, 그리고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에 집중하려는 측면 등을 비춰볼 때 이달 중 2차 발사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전망한다"며 "북·중 관계, 그리고 정상 국가 표방을 위해 정치와 분리된 스포츠를 중시하는 전략적 상황으로 봤을 때 7월까지 2차 발사를 늦추면 오히려 북·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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