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쓰고 계좌 만들어야 연 6%?…‘청년도약계좌’ 실효성 논란

입력 2023.06.1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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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는 적은데 물가는 오르고 돈 쓸 곳은 많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과거보다 목돈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정부가 또 하나의 금융 상품을 내놨습니다. 최대 월 70만원 씩 5년간 납입하면 정부 기여금(지원금)에 비과세 이자 혜택까지 더해 약 5천만 원의 목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청년도약계좌’입니다.

■ 관심 모았던 최종금리 발표 연기, 왜?

당초 금융위원회는 오늘(12일) 청년도약계좌 협약식을 열고 은행연합회를 통해 청년도약계좌의 은행별 최종 금리를 공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최종금리 공시 일정이 14일로 연기됐습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1차로 발표된 은행별 금리를 보면 기본금리는 4.5%를 제시한 IBK 기업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든 은행이 3.5%로 같았습니다.


우대금리 등을 적용해야 겨우 6%대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데다, 은행별로 차별성도 없다 보니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았는데요.

이에 금융당국은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우대금리보다는 기본금리 자체를 높일 방안 등을 재검토해줄 것을 은행권에 주문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은행권은 1차 공시한 금리로 청년도약계좌를 판매하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금리가 하락하는 국면인데 약 6%대 고금리 상품을 5년간 운영하다 보면 역마진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추산한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 카드 써야 ‘우대금리’ 적용 논란

그렇다보니 은행들은 청년도약계좌를 출시하면서 신규 계좌 개설과 급여 이체, 마케팅 이용 동의 등 우대 금리를 위한 조건들을 붙여놨습니다. 신규 고객 유치를 통해 일정 부분 고금리 상품 판매에 대한 손실을 상쇄하겠다는 계산인데요.

문제는 그 중 일부 조건입니다. 예를 들어 우대금리 조건 가운데 매달 얼마 이상의 카드 실적을 채워야 한다는 점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청년도약계좌의 운영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청년도약계좌는 개인소득과 가구소득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청년(만19~34세)만을 가입 대상으로 합니다.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모두 적용받으려면 총급여가 6천만 원 이하, 가구원 소득의 합은 보건복지부 고시 기준 중위소득의 180% 이하를 충족해야 합니다.

정해진 소득 안에서 매달 70만 원을 적금으로 꼬박 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이걸 내면서도 얼마 이상을 반드시 자사 카드를 써야만 금리 혜택을 준다니 모순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5대 은행 가운데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4개사가 모두 자사 카드 실적을 우대금리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의 경우 청년도약계좌 가입 후 월 30만 원 이상, 만기 전전월말 기준 36회 이상 하나카드(체크·신용) 결제 실적이 있으면 연 0.6%p 우대 금리를 준다고 공시했습니다. 3년간 하나카드로 최소 1천80만 원을 써야 우대금리 적용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물론 우대금리를 충족하지 않고도 가입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기본금리는 연 3.5~4.5% 수준에 불과해 청년도약계좌가 갖는 이점이 사라지게 됩니다.

1차로 공시된 평균 우대금리(1.8%)의 절반만 받는다고 가정하면, 5대 시중은행의 만기 시 최대 금액은 5천만 원이 채 안 됩니다.

■ 소득 변동·금리 추이도 변수


청년도약계좌는 매월 70만 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으며 개인소득 수준과 납입 금액에 따라 정부 기여금이 지원됩니다.

즉, 5년 사이 소득 변동이 생기면 가입 당시와 비교해 기여금 지급 한도의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소득과 우대금리는 가입신청 시점 및 가입 후 1년을 주기로 심사합니다.

5년 만기 상품이지만 가입 후 3년은 고정금리, 이후 2년은 변동금리가 적용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변동금리는 해당 시점의 기준금리와 고정금리 기간 중 적용됐던 가산금리를 합해 설정됩니다.


이 때문에 청년들 사이에선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국면에서 결국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시점에는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중도해지를 할 경우 가입자의 사망이나 해외 이주, 퇴직 등 특별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한 정부 기여금이 지급되지 않고 이자 소득에 대한 비과세도 적용받을 수 없습니다.

■ ‘청년희망적금’과는 중복 가입 불가

청년도약계좌 외에도 청년 정책금융 상품이 운영 중이거나 운영을 앞두고 있다 보니 중복 가입에 대한 궁금증도 많습니다.

먼저 지난 정부에서 출시된 ‘청년희망적금’과의 중복 가입은 불가능합니다.

금융위는 “사업목적이 유사한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는 중도해지 시 혹은 만기 후 청년도약계좌 가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청년희망적금은 지난해 2월 출시돼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습니다.

청년내일저축계좌,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지자체의 복지·고용 지원상품 가입자는 동시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 “팔수록 손해? 이탈은 걱정”

은행권에서는 청년도약계좌 상품이 많이 판매될수록 장기적으로는 이자 부담이 커져 손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다만 역대급 실적을 낸 은행권이 ‘상생 금융’에 동참해야 한다는 당국의 압박이 거센 만큼 금리를 소폭 조정할 거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1차 금리 공시 당시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받으면 가장 혜택이 좋았던 기업은행의 연 6.5% 수준이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별로 금리 차가 많이 날 경우 향후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는 청년들이 특정 은행으로 쏠리는 데 대한 부담도 있어서 막판까지 은행들의 눈치 싸움은 치열할 전망입니다.


청년도약계좌의 은행별 최종 금리는 출시 하루 전인 14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됩니다.

공시 다음 날인 15일부터 전국 11개 은행(농협, 신한, 우리, 하나, 기업, 국민, 부산, 광주, 전북, 경남, 대구은행)에서 운영이 시작되며, 은행앱을 통해 영업일(오전 9시~오후 6시 30분)에 비대면으로 가입 신청이 가능합니다.

6월 15일부터 21일까지는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5부제에 따라 가입신청이 가능하며, 22일과 23일에는 출생연도에 관계없이 가입 신청이 가능합니다.

다음 달부터는 매달 2주간 가입신청 기간을 별도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가입 신청자는 은행 앱에서 연령요건과 금융소득종합과세자 해당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가입이 가능하다고 안내받으면 1개 은행을 선택해 다음 달 10일부터 21일 사이 계좌를 개설할 수 있습니다.

5년 만기가 너무 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는 청년들이 중도에 해지하지 않도록 적금담보부대출 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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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12 1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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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는 적은데 물가는 오르고 돈 쓸 곳은 많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과거보다 목돈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정부가 또 하나의 금융 상품을 내놨습니다. 최대 월 70만원 씩 5년간 납입하면 정부 기여금(지원금)에 비과세 이자 혜택까지 더해 약 5천만 원의 목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청년도약계좌’입니다.

■ 관심 모았던 최종금리 발표 연기, 왜?

당초 금융위원회는 오늘(12일) 청년도약계좌 협약식을 열고 은행연합회를 통해 청년도약계좌의 은행별 최종 금리를 공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최종금리 공시 일정이 14일로 연기됐습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1차로 발표된 은행별 금리를 보면 기본금리는 4.5%를 제시한 IBK 기업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든 은행이 3.5%로 같았습니다.


우대금리 등을 적용해야 겨우 6%대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데다, 은행별로 차별성도 없다 보니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았는데요.

이에 금융당국은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우대금리보다는 기본금리 자체를 높일 방안 등을 재검토해줄 것을 은행권에 주문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은행권은 1차 공시한 금리로 청년도약계좌를 판매하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입장입니다. 금리가 하락하는 국면인데 약 6%대 고금리 상품을 5년간 운영하다 보면 역마진이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수백억에서 많게는 수천억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추산한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 카드 써야 ‘우대금리’ 적용 논란

그렇다보니 은행들은 청년도약계좌를 출시하면서 신규 계좌 개설과 급여 이체, 마케팅 이용 동의 등 우대 금리를 위한 조건들을 붙여놨습니다. 신규 고객 유치를 통해 일정 부분 고금리 상품 판매에 대한 손실을 상쇄하겠다는 계산인데요.

문제는 그 중 일부 조건입니다. 예를 들어 우대금리 조건 가운데 매달 얼마 이상의 카드 실적을 채워야 한다는 점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청년도약계좌의 운영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청년도약계좌는 개인소득과 가구소득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청년(만19~34세)만을 가입 대상으로 합니다.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모두 적용받으려면 총급여가 6천만 원 이하, 가구원 소득의 합은 보건복지부 고시 기준 중위소득의 180% 이하를 충족해야 합니다.

정해진 소득 안에서 매달 70만 원을 적금으로 꼬박 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이걸 내면서도 얼마 이상을 반드시 자사 카드를 써야만 금리 혜택을 준다니 모순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5대 은행 가운데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4개사가 모두 자사 카드 실적을 우대금리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의 경우 청년도약계좌 가입 후 월 30만 원 이상, 만기 전전월말 기준 36회 이상 하나카드(체크·신용) 결제 실적이 있으면 연 0.6%p 우대 금리를 준다고 공시했습니다. 3년간 하나카드로 최소 1천80만 원을 써야 우대금리 적용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물론 우대금리를 충족하지 않고도 가입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기본금리는 연 3.5~4.5% 수준에 불과해 청년도약계좌가 갖는 이점이 사라지게 됩니다.

1차로 공시된 평균 우대금리(1.8%)의 절반만 받는다고 가정하면, 5대 시중은행의 만기 시 최대 금액은 5천만 원이 채 안 됩니다.

■ 소득 변동·금리 추이도 변수


청년도약계좌는 매월 70만 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으며 개인소득 수준과 납입 금액에 따라 정부 기여금이 지원됩니다.

즉, 5년 사이 소득 변동이 생기면 가입 당시와 비교해 기여금 지급 한도의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소득과 우대금리는 가입신청 시점 및 가입 후 1년을 주기로 심사합니다.

5년 만기 상품이지만 가입 후 3년은 고정금리, 이후 2년은 변동금리가 적용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변동금리는 해당 시점의 기준금리와 고정금리 기간 중 적용됐던 가산금리를 합해 설정됩니다.


이 때문에 청년들 사이에선 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국면에서 결국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시점에는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중도해지를 할 경우 가입자의 사망이나 해외 이주, 퇴직 등 특별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한 정부 기여금이 지급되지 않고 이자 소득에 대한 비과세도 적용받을 수 없습니다.

■ ‘청년희망적금’과는 중복 가입 불가

청년도약계좌 외에도 청년 정책금융 상품이 운영 중이거나 운영을 앞두고 있다 보니 중복 가입에 대한 궁금증도 많습니다.

먼저 지난 정부에서 출시된 ‘청년희망적금’과의 중복 가입은 불가능합니다.

금융위는 “사업목적이 유사한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는 중도해지 시 혹은 만기 후 청년도약계좌 가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청년희망적금은 지난해 2월 출시돼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습니다.

청년내일저축계좌,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지자체의 복지·고용 지원상품 가입자는 동시에 가입할 수 있습니다.

■ “팔수록 손해? 이탈은 걱정”

은행권에서는 청년도약계좌 상품이 많이 판매될수록 장기적으로는 이자 부담이 커져 손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다만 역대급 실적을 낸 은행권이 ‘상생 금융’에 동참해야 한다는 당국의 압박이 거센 만큼 금리를 소폭 조정할 거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1차 금리 공시 당시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받으면 가장 혜택이 좋았던 기업은행의 연 6.5% 수준이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별로 금리 차가 많이 날 경우 향후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는 청년들이 특정 은행으로 쏠리는 데 대한 부담도 있어서 막판까지 은행들의 눈치 싸움은 치열할 전망입니다.


청년도약계좌의 은행별 최종 금리는 출시 하루 전인 14일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됩니다.

공시 다음 날인 15일부터 전국 11개 은행(농협, 신한, 우리, 하나, 기업, 국민, 부산, 광주, 전북, 경남, 대구은행)에서 운영이 시작되며, 은행앱을 통해 영업일(오전 9시~오후 6시 30분)에 비대면으로 가입 신청이 가능합니다.

6월 15일부터 21일까지는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5부제에 따라 가입신청이 가능하며, 22일과 23일에는 출생연도에 관계없이 가입 신청이 가능합니다.

다음 달부터는 매달 2주간 가입신청 기간을 별도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가입 신청자는 은행 앱에서 연령요건과 금융소득종합과세자 해당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가입이 가능하다고 안내받으면 1개 은행을 선택해 다음 달 10일부터 21일 사이 계좌를 개설할 수 있습니다.

5년 만기가 너무 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는 청년들이 중도에 해지하지 않도록 적금담보부대출 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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