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조나 해라”…교사 가슴에 비수 꽂는 교원평가, ‘개선’이 최선?

입력 2023.06.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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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원능력개발평가' 익명의 성희롱에 교사 멍든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는 2010년부터 도입돼 해마다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 대한 의견을 '익명'으로 작성하는 서술형 문항에서 부적절한 언어 표현으로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교사의 신체 일부를 거론하는 노골적인 성희롱, 언어폭력이 특히 문제가 됐습니다.

지난해 교원평가에서 세종시의 한 고등학생이 교사에게 성희롱 발언을 작성했다가 퇴학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학생은 서술형 문항을 통해 2명의 교사에 대해 'XX 크더라' '기쁨조나 해라' 등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경고 문구 넣고 특수기호 섞인 금칙어도 거른다

이렇듯 교사에 대한 성희롱과 모욕 피해가 이어지자 교육부는 교원능력개발평가를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서술형 문항 앞에 경고 문구를 넣기로 했습니다.

'교육 활동과 관련이 없는 부적절한 답변을 제출하는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고, 교육 활동 침해행위에 따른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또 서술형 답변에 특수기호가 혼합된 금칙어도 걸러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존 평가에서는 금칙어 사이에 특수기호가 들어가면 걸러내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데이터에 저장된 금칙어 876개만 걸러낼 수 있었습니다.

올해 평가부터는 특수기호가 들어간 금칙어도 걸러내고 해당 답변 전체가 교사에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교육부는 또 서술형 문항을 영역별, 학교급별로 구분해 예시 문항을 제공하고 구체적이고 구조화된 질문으로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또, 부적절한 답변으로 인한 교원 피해에 학교, 교육지원청이 수사를 의뢰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가해자가 특정될 경우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교육 활동 침해행위에 따른 조치와 교육 활동 보호조치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 교총 "도 넘으면 익명성 보호 않는다는 메시지 줘야"

오늘 교육부의 개선안 발표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모욕과 성희롱 평가가 처음부터 차단될 수 있도록 도를 넘은 내용에 대해서는 익명성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부적절한 답변이 있으면 교육청에서 실태를 파악하고 수사 의뢰하는 등 피해교사에 대한 보호 장치를 가동하라고 했습니다.

교총은 "서술형 문항의 문제가 해결한다 해도 전문성 신장이라는 취지를 상실한 교원평가제의 근본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면서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전면 개선을 주문했습니다.

교총은 "교원평가 때만 되면 생활지도에 적극적인 교원들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낮게 평가되는 등의 문제가 여전하다"며 "인상 평가, 인기 평가로 전락한 교원평가제의 전면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전교조 "보완 아니라 폐지가 답"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더 강경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전교조는 오늘 교육부의 개선안 발표에 대해 논평을 내고 "교원평가는 보완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교조는 세종시에서 발생한 교사 성희롱 사건 당시 피해 사례조사를 긴급히 진행했는데 "응답 교사의 약 70% 가량이 자유서술식 교원평가를 통해 성희롱, 외모비하, 욕설, 인격 모독 등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응답 교사의 약 93%는 교사 성희롱과 인격 모독을 정당화하는 교원평가를 폐지하는 게 본질적 대책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필터링을 강화한다는 재발 방지 대책도 "필터링 강화로 답변이 걸러지는 것은 '해당 교사가 성희롱과 인격 모독을 당하는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일뿐인 전형적인 면피 대책"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폐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교원능력개발평가가 교원의 교육 활동 개선과 책무성 제고에 기여해왔다며, 평가의 긍정적 측면과 존치 여론 등을 감안했을 때 폐지보다는 제도적 개선이 시행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부는 정책연구와 현장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전면적 개선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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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원능력개발평가' 익명의 성희롱에 교사 멍든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는 '교원능력개발평가'는 2010년부터 도입돼 해마다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에 대한 의견을 '익명'으로 작성하는 서술형 문항에서 부적절한 언어 표현으로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교사의 신체 일부를 거론하는 노골적인 성희롱, 언어폭력이 특히 문제가 됐습니다.

지난해 교원평가에서 세종시의 한 고등학생이 교사에게 성희롱 발언을 작성했다가 퇴학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학생은 서술형 문항을 통해 2명의 교사에 대해 'XX 크더라' '기쁨조나 해라' 등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경고 문구 넣고 특수기호 섞인 금칙어도 거른다

이렇듯 교사에 대한 성희롱과 모욕 피해가 이어지자 교육부는 교원능력개발평가를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서술형 문항 앞에 경고 문구를 넣기로 했습니다.

'교육 활동과 관련이 없는 부적절한 답변을 제출하는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고, 교육 활동 침해행위에 따른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또 서술형 답변에 특수기호가 혼합된 금칙어도 걸러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존 평가에서는 금칙어 사이에 특수기호가 들어가면 걸러내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데이터에 저장된 금칙어 876개만 걸러낼 수 있었습니다.

올해 평가부터는 특수기호가 들어간 금칙어도 걸러내고 해당 답변 전체가 교사에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교육부는 또 서술형 문항을 영역별, 학교급별로 구분해 예시 문항을 제공하고 구체적이고 구조화된 질문으로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또, 부적절한 답변으로 인한 교원 피해에 학교, 교육지원청이 수사를 의뢰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가해자가 특정될 경우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교육 활동 침해행위에 따른 조치와 교육 활동 보호조치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 교총 "도 넘으면 익명성 보호 않는다는 메시지 줘야"

오늘 교육부의 개선안 발표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모욕과 성희롱 평가가 처음부터 차단될 수 있도록 도를 넘은 내용에 대해서는 익명성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부적절한 답변이 있으면 교육청에서 실태를 파악하고 수사 의뢰하는 등 피해교사에 대한 보호 장치를 가동하라고 했습니다.

교총은 "서술형 문항의 문제가 해결한다 해도 전문성 신장이라는 취지를 상실한 교원평가제의 근본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면서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전면 개선을 주문했습니다.

교총은 "교원평가 때만 되면 생활지도에 적극적인 교원들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낮게 평가되는 등의 문제가 여전하다"며 "인상 평가, 인기 평가로 전락한 교원평가제의 전면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전교조 "보완 아니라 폐지가 답"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더 강경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전교조는 오늘 교육부의 개선안 발표에 대해 논평을 내고 "교원평가는 보완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교조는 세종시에서 발생한 교사 성희롱 사건 당시 피해 사례조사를 긴급히 진행했는데 "응답 교사의 약 70% 가량이 자유서술식 교원평가를 통해 성희롱, 외모비하, 욕설, 인격 모독 등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응답 교사의 약 93%는 교사 성희롱과 인격 모독을 정당화하는 교원평가를 폐지하는 게 본질적 대책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필터링을 강화한다는 재발 방지 대책도 "필터링 강화로 답변이 걸러지는 것은 '해당 교사가 성희롱과 인격 모독을 당하는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일뿐인 전형적인 면피 대책"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폐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교원능력개발평가가 교원의 교육 활동 개선과 책무성 제고에 기여해왔다며, 평가의 긍정적 측면과 존치 여론 등을 감안했을 때 폐지보다는 제도적 개선이 시행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부는 정책연구와 현장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교원능력개발평가의 전면적 개선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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