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관광 수요 급증…“일할 사람 없어요”

입력 2023.06.13 (07:00) 수정 2023.06.13 (14:4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즐거운 비명!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요즘 관광업계의 분위기입니다.

마스크 착용과 격리 의무가 해제되는 등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관광업계는 코로나19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주기적 유행) 전환 이후, 본격적으로 맞는 첫 여름 시즌을 준비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는 소리냐고요?

걸림돌은 '사람'입니다. 늘어나는 관광 수요를 감당할 인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관광의 큰 축인 이동과 숙박, 즉 전세버스 업계와 호텔·리조트 업계가 특히 그렇습니다. 대부분 사람이 직접 나서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사람을 대체할 방안이 마땅치 않습니다. 관광수요가 늘어서 좋긴 한데, 마냥 좋아할 수 없는 노릇인 이유입니다.

■ 전세버스 운전기사 상시 모집에도 '감감무소식'

2021년 전세버스 차고지(좌). 최근 같은 업체의 차고지(우).2021년 전세버스 차고지(좌). 최근 같은 업체의 차고지(우).

강원도 춘천의 한 전세버스 회사. 보유한 버스 수는 70대로, 강원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낮 시간대 찾아간 회사 차고지에선 주차된 버스를 거의 볼 수 없습니다. 통학·통근·관광 등 영업에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2년 전과 사뭇 다릅니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1년 초, 관광 수요가 없다시피 하면서 버스 70대 가운데 30대의 번호판을 떼기도 했습니다. 보험료 20~30만 원이라도 아끼려는 심산이었습니다. 차고지에는 나가지 못한 버스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 회사의 버스 운전기사 정원은 70명. 근로자들의 연차 휴가와 경조사 등을 보장하려면 기존 정원의 10%(7명)는 추가로 있어야 한다는 게 회사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6월 첫째 주 기준 근무자는 64명으로, 10명 넘게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채용 시기는 '상시'가 됐습니다. 올해 초부터 3개월 단위로 채용 공고를 올리고 있는데, 겨우 2명이 뽑혔을 정도입니다. 그마저도 최근 또 다른 2명이 퇴사하면서 인원 수는 제자리입니다. 결국, 올해에만 3번째 채용 공고문을 올렸습니다.

박한성 ○○관광 대표는 "관광 수요가 늘어도 100% 업무를 맡을 수가 없다"라며 "남은 인력에 쏠리는 업무가 과중할 수밖에 없다"라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 평균 연령 60대…대표가 직접 운전대 잡기도

다른 곳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버스 대절 문의가 늘고, 특히 5월 성수기에는 예약이 물밀듯이 들어왔지만, 운전기사가 부족해 버스를 제때 투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마저 있는 운전기사의 연령대는 60대 이상, 고령층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가장 나이가 많은 운전기사는 75살이었습니다. 30~40대 젊은 기사들이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업계를 떠나고, 신규 인력이 들어오지 않은 결과입니다.

고령 운전자의 경우, 비교적 사고 위험이 높은 만큼 학생 수송이나 장거리 운행에는 투입하지 않다보니, 가동률이 떨어집니다. 충원된 숫자보다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인력난이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대형면허를 소지한 '비교적 젊은' 업체 대표들은 직접 운행에 나서고 있는 실정입니다.



■ 지금 호텔은?…"기존의 70%만 복귀...사람 없어요."

호텔과 리조트 업계에서도 서비스 '구멍'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인력이 줄어들면서부터입니다.

침대 시트와 비품 교체·청소 등 객실관리는 물론 손님 응대와 음식 대접 등 모두 '대면 서비스'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각 부서마다 2~3명씩 부족하다 보니, 제시간에 서비스가 이뤄질리 만무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호텔의 경우, 조식과 중식·석식 가운데 일부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또, 인력 대신 AI 로봇을 투입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숙박 생태계 분석 기업 '온다'(ONDA)가 올해 4월 발표한 '데이터가 말하는 2022년 국내 숙박산업 동향'을 보면 2022년 전체 숙박업 거래액은 2020년보다 147%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옵니다.

반면,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 호텔 종업원 수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보다 14.2%(호텔 수 대비 인원 수) 줄었습니다. 2022년과 2023년 최근 통계는 없지만, 호텔업 관계자들은 신규 채용은 고사하고 유출된 기존 인력을 채우기조차 어렵다고 말합니다. 특히, 인원 공백 체감은 수도권이 아닌 지역으로 갈수록 더 크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 관광업계 '허약한 체질' 개선 필요…급여와 안정성

호텔업계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직원을 떠나 보냈고, 다른 업계로 떠난 직원들은 기존 관광 사업체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전세버스 운전기사들도 지난 2년 동안 배달이나 화물운송 등 다른 업계에 발을 들인 이들이 많습니다. 돌아온다해도 전세버스가 아닌 노선버스(시내버스)나 시외·고속버스로 복귀하는 추세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급여' 때문입니다. 최저 시급은 계속 오르고 있지만, 관광업계의 초임은 최저시급과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또, 남들이 쉴 때 일하거나, 교대나 야간 근무가 많은 업무 특성상 '워라밸'(Work-Life Balance), 즉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도 인력 충원의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불을 붙였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업종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된 겁니다. 한 리조트 인사팀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은 뒤, 불안정성 때문인지 호텔업과 관련한 대학교 학생조차 호텔업을 외면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직종이 항상 잘 나갈 순 없습니다. 시기마다 흥하는 직업, 쇠락하는 업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렇다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지 않았어도 관광업계의 장밋빛은 평생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글쎄"입니다. 어쩌면 '저임금', '고강도'라는 관광업계의 민낯이 이번에 드러나게 된 것일지 모릅니다.

이에 따라, 관광업계도 다시 일어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의 도입을 고민하고, 연봉을 20~30%씩 올리는 기업도 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꼭 필요한 직종인 만큼 기존의 허약한 체질을 직시하고 개선하는 단계로 거듭나, 관광객 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도 즐거울 수 있는 일터가 될 수 있길 희망합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관광 수요 급증…“일할 사람 없어요”
    • 입력 2023-06-13 07:00:47
    • 수정2023-06-13 14:47:16
    심층K

■ 즐거운 비명!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요즘 관광업계의 분위기입니다.

마스크 착용과 격리 의무가 해제되는 등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관광업계는 코로나19 엔데믹(endemic·감염병의 주기적 유행) 전환 이후, 본격적으로 맞는 첫 여름 시즌을 준비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는 소리냐고요?

걸림돌은 '사람'입니다. 늘어나는 관광 수요를 감당할 인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관광의 큰 축인 이동과 숙박, 즉 전세버스 업계와 호텔·리조트 업계가 특히 그렇습니다. 대부분 사람이 직접 나서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사람을 대체할 방안이 마땅치 않습니다. 관광수요가 늘어서 좋긴 한데, 마냥 좋아할 수 없는 노릇인 이유입니다.

■ 전세버스 운전기사 상시 모집에도 '감감무소식'

2021년 전세버스 차고지(좌). 최근 같은 업체의 차고지(우).
강원도 춘천의 한 전세버스 회사. 보유한 버스 수는 70대로, 강원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낮 시간대 찾아간 회사 차고지에선 주차된 버스를 거의 볼 수 없습니다. 통학·통근·관광 등 영업에 한창이기 때문입니다.

2년 전과 사뭇 다릅니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1년 초, 관광 수요가 없다시피 하면서 버스 70대 가운데 30대의 번호판을 떼기도 했습니다. 보험료 20~30만 원이라도 아끼려는 심산이었습니다. 차고지에는 나가지 못한 버스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 회사의 버스 운전기사 정원은 70명. 근로자들의 연차 휴가와 경조사 등을 보장하려면 기존 정원의 10%(7명)는 추가로 있어야 한다는 게 회사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6월 첫째 주 기준 근무자는 64명으로, 10명 넘게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채용 시기는 '상시'가 됐습니다. 올해 초부터 3개월 단위로 채용 공고를 올리고 있는데, 겨우 2명이 뽑혔을 정도입니다. 그마저도 최근 또 다른 2명이 퇴사하면서 인원 수는 제자리입니다. 결국, 올해에만 3번째 채용 공고문을 올렸습니다.

박한성 ○○관광 대표는 "관광 수요가 늘어도 100% 업무를 맡을 수가 없다"라며 "남은 인력에 쏠리는 업무가 과중할 수밖에 없다"라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 평균 연령 60대…대표가 직접 운전대 잡기도

다른 곳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버스 대절 문의가 늘고, 특히 5월 성수기에는 예약이 물밀듯이 들어왔지만, 운전기사가 부족해 버스를 제때 투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마저 있는 운전기사의 연령대는 60대 이상, 고령층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가장 나이가 많은 운전기사는 75살이었습니다. 30~40대 젊은 기사들이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업계를 떠나고, 신규 인력이 들어오지 않은 결과입니다.

고령 운전자의 경우, 비교적 사고 위험이 높은 만큼 학생 수송이나 장거리 운행에는 투입하지 않다보니, 가동률이 떨어집니다. 충원된 숫자보다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인력난이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대형면허를 소지한 '비교적 젊은' 업체 대표들은 직접 운행에 나서고 있는 실정입니다.



■ 지금 호텔은?…"기존의 70%만 복귀...사람 없어요."

호텔과 리조트 업계에서도 서비스 '구멍'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인력이 줄어들면서부터입니다.

침대 시트와 비품 교체·청소 등 객실관리는 물론 손님 응대와 음식 대접 등 모두 '대면 서비스'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각 부서마다 2~3명씩 부족하다 보니, 제시간에 서비스가 이뤄질리 만무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호텔의 경우, 조식과 중식·석식 가운데 일부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또, 인력 대신 AI 로봇을 투입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숙박 생태계 분석 기업 '온다'(ONDA)가 올해 4월 발표한 '데이터가 말하는 2022년 국내 숙박산업 동향'을 보면 2022년 전체 숙박업 거래액은 2020년보다 147%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옵니다.

반면,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 호텔 종업원 수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보다 14.2%(호텔 수 대비 인원 수) 줄었습니다. 2022년과 2023년 최근 통계는 없지만, 호텔업 관계자들은 신규 채용은 고사하고 유출된 기존 인력을 채우기조차 어렵다고 말합니다. 특히, 인원 공백 체감은 수도권이 아닌 지역으로 갈수록 더 크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 관광업계 '허약한 체질' 개선 필요…급여와 안정성

호텔업계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직원을 떠나 보냈고, 다른 업계로 떠난 직원들은 기존 관광 사업체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전세버스 운전기사들도 지난 2년 동안 배달이나 화물운송 등 다른 업계에 발을 들인 이들이 많습니다. 돌아온다해도 전세버스가 아닌 노선버스(시내버스)나 시외·고속버스로 복귀하는 추세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급여' 때문입니다. 최저 시급은 계속 오르고 있지만, 관광업계의 초임은 최저시급과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또, 남들이 쉴 때 일하거나, 교대나 야간 근무가 많은 업무 특성상 '워라밸'(Work-Life Balance), 즉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도 인력 충원의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불을 붙였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업종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된 겁니다. 한 리조트 인사팀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은 뒤, 불안정성 때문인지 호텔업과 관련한 대학교 학생조차 호텔업을 외면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직종이 항상 잘 나갈 순 없습니다. 시기마다 흥하는 직업, 쇠락하는 업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렇다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지 않았어도 관광업계의 장밋빛은 평생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글쎄"입니다. 어쩌면 '저임금', '고강도'라는 관광업계의 민낯이 이번에 드러나게 된 것일지 모릅니다.

이에 따라, 관광업계도 다시 일어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의 도입을 고민하고, 연봉을 20~30%씩 올리는 기업도 있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꼭 필요한 직종인 만큼 기존의 허약한 체질을 직시하고 개선하는 단계로 거듭나, 관광객 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도 즐거울 수 있는 일터가 될 수 있길 희망합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