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신제품, 가장 비싼 부품은 일제? [비전프로]①

입력 2023.06.13 (08:00) 수정 2023.06.1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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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투명이 아니다!

지난주 공개된 애플의 확장현실 기기 '비전 프로'는 기존의 VR/AR 장비와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기존 장비는 쓴 상태에서 착용자의 눈이 보이지 않았는데 비전 프로는 착용자의 눈을 보여줍니다. 이 때문에 반투명 디스플레이를 쓰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습니다. 그건 오해입니다.

 비전 프로는 반투명 디스플레이를 쓴 것처럼 보이지만, 쓰지 않았다   (출처: 애플) 비전 프로는 반투명 디스플레이를 쓴 것처럼 보이지만, 쓰지 않았다 (출처: 애플)

반투명을 쓴 게 아니라 양면 디스플레이를 쓴 것입니다. 착용자는 비전 프로에 달린 12개의 카메라로 주변을 촬영한 영상을 눈 깜짝할 사이(12밀리세컨드)의 시차를 두고 봅니다. 바깥면에는 착용자의 눈이 곡면 디스플레이를 이용해서 따로 표시됩니다. 착용자의 눈 방향을 실시간으로 촬영한 것과 사전에 촬영된 착용자의 얼굴 모습을 합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변 사람들은 자신이 착용자의 눈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화면을 보는 것입니다. 착용자도 주변을 투명하게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촬영된 이미지를 보는 것입니다. 핵심 장비는 결국 이미지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입니다. 이걸 누가 공급하는 걸까요?

고글 하나에 450만 원…원가 195만 원?

비전 프로를 마뜩잖게 보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비싸다고 말합니다. 스키 고글처럼 보이는 기기 하나에 450만 원이 과연 합당하냐는 것입니다.

IT매체 폰아레나는 SNS를 통해 입수한 원가표를 공개했습니다. 1,509달러입니다. 이 표는 중국 쪽 웹사이트에서 제작됐는데, 신뢰도는 의문이지만 국내 IT 업계 고위 관계자는 '그럴싸하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에 따르면, NH투자증권 역시 “제조원가는 1,519달러 수준”으로 평가했습니다. 최근의 아이폰 제품들의 부품 원가 비율이 40% 안팎이기 때문에 43%인 원가는 일단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 중 700달러, 우리 돈 90만 원짜리 부품은 일본 기업 소니가 납품하는 마이크로 올레드입니다. 2개의 올레드는 비전 프로에서 사람의 눈 앞에 영상을 펼쳐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표 크기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만들기 어려운 고부가가치 제품입니다.

애플은 마이크로 올레드의 화소가 아이폰에 비해 64배 조밀하다고 밝혔습니다. 화질은 4K 수준이고 2,300만 화소입니다.

 비전 프로에는 마이크로 올레드 2개가 각각 양쪽 눈의 위치에 들어간다  (출처: 애플) 비전 프로에는 마이크로 올레드 2개가 각각 양쪽 눈의 위치에 들어간다 (출처: 애플)

LG도 디스플레이를 납품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로 이용자의 눈을 보여주는 가변형 올레드 화면을 납품합니다. 단가는 소니 제품의 20분의 1이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왜 하필 소니가?

현재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는 우리나라가 주춤하는 사이 중국이 우리를 추월하고 있습니다. 이 국면에 왜 일본 업체인 소니가 등장하는 걸까요?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 제품에 쓰일만한 마이크로 올레드를 생산하는 업체는 소니와 중국의 BOE 정도뿐입니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자체 XR기기도 보유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뒤처진 건 마이크로 올레드가 기존의 디스플레이와 제조 방식이 전혀 다른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화면의 기판으로 유리나 플라스틱을 사용했지만, 마이크로 올레드는 정밀한 구동회로 제작을 위해서 실리콘 웨이퍼 위에 화면을 붙이는 기법을 사용합니다.

 마이크로 올레드는 유리가 아니라 반도체를 만드는 실리콘 웨이퍼를 기판으로 사용한다. 사진 출처: 이매진 마이크로 올레드는 유리가 아니라 반도체를 만드는 실리콘 웨이퍼를 기판으로 사용한다. 사진 출처: 이매진

즉, 반도체 기술과 디스플레이 기술을 결합하는 특별한 방법을 써야 만들 수 있는 제품입니다. '올레드(OLED) 온 실리콘(oS)'이라는 별칭도 있어서 줄여서 올레도스(OLEDoS)라고 부릅니다.

■ 국내 업계의 추격은 시작돼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도 이미 마이크로 올레드에 뛰어 든 상황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하이닉스와 손잡고 지난해 마이크로 올레드를 선보였습니다. 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을 디스플레이 제조에 응용하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자회사도 있고 반도체 공장도 있어서 물리적 조건은 갖추고 있습니다. 문제는 마이크로 올레드 원천기술입니다. 최근 2,900억 원을 들여 미국의 이매진이라는 기업을 인수한 것은 기술 확보를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 '비전 프로'가 디스플레이의 비전이 될까?

디스플레이 업계는 애플의 비전 프로가 찻잔 속의 태풍이 될지, 새로운 변곡점을 만들어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만약 애플 비전 프로가 성공을 거두고 마이크로 올레드를 사용한 기기가 표준이 된다면 대형 TV 수요가 급감할 것입니다.

애플은 비전 프로가 30미터 폭의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국내 최대 규모인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 관의 가로 화면크기가 31미터입니다. 만약 애플이 주장하는 만큼의 성능 구현이 가능하다면 비전 프로만으로 영화관이나 TV 화면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디스플레이를 납품하고 TV도 만드는 LG나 삼성은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마이크로 올레드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합니다. 착용해 본 사람들에 따르면, 비전 프로는 여전히 광대뼈에 압박감을 줄 정도로 무겁고 답답합니다. 애플이 초소형 선풍기를 집어넣어 공기를 얼굴 아래쪽에서 머리 위로 순환시키는 방법까지 썼지만, 장시간 사용 시 어떤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입니다.

국내 굴지의 IT 회사에서 디자인을 담당해온 한 관계자는 비전 프로를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완성도는 놀랍지만, 애플이 해도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이 안 되는구나 생각에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요. 이 관계자는 비전 프로를 사용하면 얼굴 화장이나 머리 모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팔리지는 않을 거라고 평가했습니다.

타이완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올해 AR·VR 헤드셋 출하량이 745만 대로 전년 대비 18.2%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직은 헤드셋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비전 프로가 공개되는 내년 초까지 어떤 킬러 앱이 등장할 것인지, 그리고 실제 양산될 제품이 얼마나 어지러움이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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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투명이 아니다!

지난주 공개된 애플의 확장현실 기기 '비전 프로'는 기존의 VR/AR 장비와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기존 장비는 쓴 상태에서 착용자의 눈이 보이지 않았는데 비전 프로는 착용자의 눈을 보여줍니다. 이 때문에 반투명 디스플레이를 쓰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습니다. 그건 오해입니다.

 비전 프로는 반투명 디스플레이를 쓴 것처럼 보이지만, 쓰지 않았다   (출처: 애플)
반투명을 쓴 게 아니라 양면 디스플레이를 쓴 것입니다. 착용자는 비전 프로에 달린 12개의 카메라로 주변을 촬영한 영상을 눈 깜짝할 사이(12밀리세컨드)의 시차를 두고 봅니다. 바깥면에는 착용자의 눈이 곡면 디스플레이를 이용해서 따로 표시됩니다. 착용자의 눈 방향을 실시간으로 촬영한 것과 사전에 촬영된 착용자의 얼굴 모습을 합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변 사람들은 자신이 착용자의 눈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화면을 보는 것입니다. 착용자도 주변을 투명하게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촬영된 이미지를 보는 것입니다. 핵심 장비는 결국 이미지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입니다. 이걸 누가 공급하는 걸까요?

고글 하나에 450만 원…원가 195만 원?

비전 프로를 마뜩잖게 보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비싸다고 말합니다. 스키 고글처럼 보이는 기기 하나에 450만 원이 과연 합당하냐는 것입니다.

IT매체 폰아레나는 SNS를 통해 입수한 원가표를 공개했습니다. 1,509달러입니다. 이 표는 중국 쪽 웹사이트에서 제작됐는데, 신뢰도는 의문이지만 국내 IT 업계 고위 관계자는 '그럴싸하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에 따르면, NH투자증권 역시 “제조원가는 1,519달러 수준”으로 평가했습니다. 최근의 아이폰 제품들의 부품 원가 비율이 40% 안팎이기 때문에 43%인 원가는 일단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 중 700달러, 우리 돈 90만 원짜리 부품은 일본 기업 소니가 납품하는 마이크로 올레드입니다. 2개의 올레드는 비전 프로에서 사람의 눈 앞에 영상을 펼쳐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표 크기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만들기 어려운 고부가가치 제품입니다.

애플은 마이크로 올레드의 화소가 아이폰에 비해 64배 조밀하다고 밝혔습니다. 화질은 4K 수준이고 2,300만 화소입니다.

 비전 프로에는 마이크로 올레드 2개가 각각 양쪽 눈의 위치에 들어간다  (출처: 애플)
LG도 디스플레이를 납품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로 이용자의 눈을 보여주는 가변형 올레드 화면을 납품합니다. 단가는 소니 제품의 20분의 1이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 왜 하필 소니가?

현재 세계 디스플레이 업계는 우리나라가 주춤하는 사이 중국이 우리를 추월하고 있습니다. 이 국면에 왜 일본 업체인 소니가 등장하는 걸까요?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 제품에 쓰일만한 마이크로 올레드를 생산하는 업체는 소니와 중국의 BOE 정도뿐입니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자체 XR기기도 보유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뒤처진 건 마이크로 올레드가 기존의 디스플레이와 제조 방식이 전혀 다른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화면의 기판으로 유리나 플라스틱을 사용했지만, 마이크로 올레드는 정밀한 구동회로 제작을 위해서 실리콘 웨이퍼 위에 화면을 붙이는 기법을 사용합니다.

 마이크로 올레드는 유리가 아니라 반도체를 만드는 실리콘 웨이퍼를 기판으로 사용한다. 사진 출처: 이매진
즉, 반도체 기술과 디스플레이 기술을 결합하는 특별한 방법을 써야 만들 수 있는 제품입니다. '올레드(OLED) 온 실리콘(oS)'이라는 별칭도 있어서 줄여서 올레도스(OLEDoS)라고 부릅니다.

■ 국내 업계의 추격은 시작돼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도 이미 마이크로 올레드에 뛰어 든 상황입니다. LG디스플레이는 하이닉스와 손잡고 지난해 마이크로 올레드를 선보였습니다. 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을 디스플레이 제조에 응용하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 자회사도 있고 반도체 공장도 있어서 물리적 조건은 갖추고 있습니다. 문제는 마이크로 올레드 원천기술입니다. 최근 2,900억 원을 들여 미국의 이매진이라는 기업을 인수한 것은 기술 확보를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 '비전 프로'가 디스플레이의 비전이 될까?

디스플레이 업계는 애플의 비전 프로가 찻잔 속의 태풍이 될지, 새로운 변곡점을 만들어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만약 애플 비전 프로가 성공을 거두고 마이크로 올레드를 사용한 기기가 표준이 된다면 대형 TV 수요가 급감할 것입니다.

애플은 비전 프로가 30미터 폭의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국내 최대 규모인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 관의 가로 화면크기가 31미터입니다. 만약 애플이 주장하는 만큼의 성능 구현이 가능하다면 비전 프로만으로 영화관이나 TV 화면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디스플레이를 납품하고 TV도 만드는 LG나 삼성은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마이크로 올레드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합니다. 착용해 본 사람들에 따르면, 비전 프로는 여전히 광대뼈에 압박감을 줄 정도로 무겁고 답답합니다. 애플이 초소형 선풍기를 집어넣어 공기를 얼굴 아래쪽에서 머리 위로 순환시키는 방법까지 썼지만, 장시간 사용 시 어떤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입니다.

국내 굴지의 IT 회사에서 디자인을 담당해온 한 관계자는 비전 프로를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완성도는 놀랍지만, 애플이 해도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이 안 되는구나 생각에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요. 이 관계자는 비전 프로를 사용하면 얼굴 화장이나 머리 모양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광범위하게 팔리지는 않을 거라고 평가했습니다.

타이완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올해 AR·VR 헤드셋 출하량이 745만 대로 전년 대비 18.2%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직은 헤드셋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비전 프로가 공개되는 내년 초까지 어떤 킬러 앱이 등장할 것인지, 그리고 실제 양산될 제품이 얼마나 어지러움이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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