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 대사가 쏘아올린 한중 갈등…돌파구 있나?

입력 2023.06.14 (15:32) 수정 2023.06.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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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관계가 아슬아슬합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타이완 문제를 언급하자 중국은 '불장난하면 타죽는다' 등 거친 반응을 서슴지 않았고 한미 공동성명에서 타이완 문제를 명시하자 잘못된, 그리고 위험한 길로 멀리 가지 말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한중 외교 국장이 직접 대면하면서 소통이 재개될 것이라는 희망적 분석이 나왔지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면서 한중관계는 다시 안갯속에 빠졌습니다.

■ 싱 대사가 쏘아 올린 한·중 갈등 .... 윤 대통령 "위안스카이 언급까지"

시작은 지난 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대사의 만찬 자리였습니다. 싱 대사는 작심한 듯 언론 앞에서 정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 이후 양국 대사 '맞초치'에, 사실상 중국 정부의 싱 대사에 대한 조치 거부까지 이어졌습니다. 여권을 중심으로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외교부는 해당 사안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한중 관계 냉각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나섰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향해 “부적절한 처신에 국민들이 불쾌해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싱 대사의 발언을 구한말 조선에 주재하면서 내정 간섭을 했던 청나라의 위안스카이에 비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위안스카이는 중국 군인이자 정치가로 개항기 조선 주재 총리교섭 통상대신으로 서울에 주재하면서 조선 내정에 간섭한 인물입니다. 조선 군대 훈련을 부탁받은 위안스카이는 임오군변 이후 영향력을 키워 조선의 내정, 외교권까지 장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늘 오후(14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싱하이밍 대사에 대한 질문을 받자 "한중관계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안되고 역행하는 그런 일들은 없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중 관계와 관련해서는 상호 존중, 공동 이익, 두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에 놓고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 싱 대사와 갈등 이번이 처음 아냐 ... 대선 전부터 '엇박자'

이 같은 갈등은 어쩌면 예고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년 전, 대선 출마선언 후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른 윤 대통령은 한 종합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미동행 강화와 수평적 대중 관계를 언급했습니다. 인터뷰 기사가 나간 다음 날 싱 하이밍 대사는 기고를 통해 즉각 반발했습니다. 해당 기고문은 "윤석열 인터뷰에 대한 반론 '한중관계는 한미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 "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중앙일보 7월 15일 자에 실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인터뷰를 봤다. 나는 윤 전 총장을 존경한다. 하지만 중국 관련 내용에 대해선 내 생각을 밝힐 수밖에 없다...(중략)

인터뷰는 국가 간의 상호존중과 한미동맹 관계를 언급하였다...

중한관계는 결코 한미관계의 부속품이 아니고, 양국 관계의 발전은 다른 요소로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정치적 상호 신뢰를 한층 더 강화하고 더욱 큰 발전을 이루도록 추진해야 한다...

-2021년 7월 17일 자 중앙일보

싱 대사의 반응을 현재와 비교해보면 수위의 차이는 있지만,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로 비슷한 부분도 있습니다.

과거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대선 후보와 현직 대통령의 신분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싱 대사의 이번 발언에는 비판의 소지가 많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외교관으로서 임무에 걸맞지 않은, 외교적 결례라는 것입니다.

반면 외교부뿐만 아니라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까지 대사의 발언에 반응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나 경제협력 등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소통하고 협력해야 하는 사안도 쌓여 있습니다. 미·중 갈등이 격화했다고 하지만 물밑 교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간과해서도 안 됩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지도자가 안고 있는 안보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간섭한 이 사안에 대해 국민 여론과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한 반응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 외교 정책의 핵심은 지난 정부와 달리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삼각 공조 체제를 만들어
한반도 안전을 우선 담보하겠다는 것인데, 중국은 이 핵심 내용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미국 쪽으로 가지 마라' 는 말만 반복하며 몰아붙이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강 교수는 "이번 일로 서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며 " 양국이 해당 부분을 인정하고 기준점으로 삼아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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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 대사가 쏘아 올린 한·중 갈등 .... 윤 대통령 "위안스카이 언급까지"

시작은 지난 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싱하이밍 대사의 만찬 자리였습니다. 싱 대사는 작심한 듯 언론 앞에서 정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 이후 양국 대사 '맞초치'에, 사실상 중국 정부의 싱 대사에 대한 조치 거부까지 이어졌습니다. 여권을 중심으로 싱 대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외교부는 해당 사안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한중 관계 냉각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나섰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향해 “부적절한 처신에 국민들이 불쾌해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싱 대사의 발언을 구한말 조선에 주재하면서 내정 간섭을 했던 청나라의 위안스카이에 비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위안스카이는 중국 군인이자 정치가로 개항기 조선 주재 총리교섭 통상대신으로 서울에 주재하면서 조선 내정에 간섭한 인물입니다. 조선 군대 훈련을 부탁받은 위안스카이는 임오군변 이후 영향력을 키워 조선의 내정, 외교권까지 장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늘 오후(14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하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싱하이밍 대사에 대한 질문을 받자 "한중관계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안되고 역행하는 그런 일들은 없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중 관계와 관련해서는 상호 존중, 공동 이익, 두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에 놓고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 싱 대사와 갈등 이번이 처음 아냐 ... 대선 전부터 '엇박자'

이 같은 갈등은 어쩌면 예고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년 전, 대선 출마선언 후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른 윤 대통령은 한 종합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미동행 강화와 수평적 대중 관계를 언급했습니다. 인터뷰 기사가 나간 다음 날 싱 하이밍 대사는 기고를 통해 즉각 반발했습니다. 해당 기고문은 "윤석열 인터뷰에 대한 반론 '한중관계는 한미관계의 부속품이 아니다' "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중앙일보 7월 15일 자에 실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인터뷰를 봤다. 나는 윤 전 총장을 존경한다. 하지만 중국 관련 내용에 대해선 내 생각을 밝힐 수밖에 없다...(중략)

인터뷰는 국가 간의 상호존중과 한미동맹 관계를 언급하였다...

중한관계는 결코 한미관계의 부속품이 아니고, 양국 관계의 발전은 다른 요소로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정치적 상호 신뢰를 한층 더 강화하고 더욱 큰 발전을 이루도록 추진해야 한다...

-2021년 7월 17일 자 중앙일보

싱 대사의 반응을 현재와 비교해보면 수위의 차이는 있지만,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로 비슷한 부분도 있습니다.

과거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대선 후보와 현직 대통령의 신분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싱 대사의 이번 발언에는 비판의 소지가 많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외교관으로서 임무에 걸맞지 않은, 외교적 결례라는 것입니다.

반면 외교부뿐만 아니라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까지 대사의 발언에 반응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나 경제협력 등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소통하고 협력해야 하는 사안도 쌓여 있습니다. 미·중 갈등이 격화했다고 하지만 물밑 교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간과해서도 안 됩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지도자가 안고 있는 안보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간섭한 이 사안에 대해 국민 여론과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한 반응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 외교 정책의 핵심은 지난 정부와 달리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한미일 삼각 공조 체제를 만들어
한반도 안전을 우선 담보하겠다는 것인데, 중국은 이 핵심 내용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미국 쪽으로 가지 마라' 는 말만 반복하며 몰아붙이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강 교수는 "이번 일로 서로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며 " 양국이 해당 부분을 인정하고 기준점으로 삼아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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